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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쵸 Jan 14. 2024

첫 과제

스마트폰에서 구글 어스를 열었다. 편지에 써있는 주소를 입력해 보았다.


오키나와 군자군 오만리 281-2


이곳에서 200km정도 떨어진 곳이었고, 그곳은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오지와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얼만간일지 모르지만 그곳에 거처를 마련한다면 나와 잘 맞는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곳으로 갈지 그게 걱정이었다. 우선 대문을 열고 이집을 나서는것 자체가 나에겐 큰 부담이었다. 그곳으로 가려면 우선 대문을 열고 기차역까지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엔 대략 수십명의 사람들이 존재할것이다. 그리고 기차를 탄다고 해도 내 옆자리에 모르는 이와 같이 앉아 간다는것도 커다란 부담이었다. 중간 중간 화장실등의 볼일 보기 위해서 신칸센 복도를 지나갈때 마다 많은 사람들을 마주쳐야 하는데 그것들을 이겨 낼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우선 마스크를 쓰고 후드티를 입고 백팩 하나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리고 말하는것은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니 스마트폰으로 글자를 적어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기차역으로 가면 많은 사람들을 계속 만나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그러면 처음에 터미널에서 티켓을 끊는 절차에서 대화하는것 한번만 용기를 내면 가능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버스는 어릴때 타보았으니 그게 내가 적응하기엔 더 나을거란 믿음이 생겼다. 


목적지 까지 가는동안 식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야 타인과 마주치는 일을 줄일 수 있었다. 곧바로 목적지 터미널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카페까지 가면 될거라 생각들었다. 그가 이집을 나서서 마주치는 사람은 많아야 2-3명 정도일거라 생각했다. 이것 또한 정말 힘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이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에 계획을 제대로 짜기 시작했다.


터미널에 가장 사람이 적은 밤시간에 떠나기로 했다. 그러면 나의 모습도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질 않을 뿐만 아니라 나에게 어둠은 낮보다 익숙했기에 밤 10시에 출발 하기로 했다.

그리고 티켓은 인터넷으로 온라인 발권을 하면 티켓창구에서 사람과 부딪치지 않아도 될것이다. 택시도 온라인 예약으로 어플을 이용할 계획이다. 이럴때 무인 택시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그럴 정도의 기술은 아니라고 생각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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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모든것들이 계획되로 잘 이루어진 편이었다. 예기치 않은 일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난 지금 이곳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것이다. 십여년만에 첫 외출이었다.

참나무가 길게 뻗어 있는 이 작은 오두막 같은 집이 이제 나의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될것이다.  이곳에서 그동안의 히키코모리 같은 삶에서 벗어나야 살아 갈 수 있을것이다. 그게 나의 첫 과제이다.  


그건 그렇고 어머니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계신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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