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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쵸 Oct 16. 2023

추억상실증


'이모님 안녕하세요'

'야. 너 정말 오랫만이다. 그동안 왜 들리지 않고 뭐했노. 시험은 합격했구?'

'그동안 사는게 이래저래 해서 못들렸어요. 이모님은 예전이랑 그대로네요.'

'그대로긴 하루하루 나이 먹는게 느껴진다. 같이 온 친구는 누구?'

'이 친구는 제 오랜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가끔 저녁에 술마시고 싶을때 제가 연락하는 친구죠.'

'그래그래, 여튼 잘왔다. 저기로 앉아라. 뭐 맨날 마시던 사케랑 오뎅국으로 줄까?'

'네. 그거면 충분하죠.. 너무 먹고 싶었어요.'

'호호호. 그래 그래'


'다케미치 너 여기 단골이니?'

'어. 대학 다닐때 거의 매일 오다시피 했지. 취업하고 이런 저런 일로 좀 자주 못오게 되다가 오늘 너랑 같이 오고 싶더라.'

'근데 여기 정말 좋다. 사람들이 모두 편안해 보여. 뭔가 다들 따뜻함을 품에 안고 앉아 있다고나 할까'

'그래 보일 수 있어. 여기 이모님이 워낙 친절하시고 좋은 분이라 그런 손님들만 찾아오는것 같아.'


'여기 이건 서비스다.'

'앗. 이거 주 메뉴보다 서비스가 더 좋은데요. 이거 계산할께요. 저도 이제 돈벌기때문에 그래도 되요.'

'아이다. 이건 너가 한창 취업준비할때 봐서인지 잘된것 같아. 내가 선물로 주는기다.'

'아... 여튼 고맙습니다. 잘 먹을께요.'


그는 학교 앞 이곳 오뎅집에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 켄과 함께 이곳에 들른것도 사실은 이유가 있었다. 그냥 어떤 추억을 잊지 못해 조금은 그 추억에 잠기고 싶은 다케미치가 이곳을 들렀다고 보면 된다.


'요즘 너 어때. 전에 결혼한다고 우리에게 소개 시켜준 친구랑은 헤어졌다며? 괜찮니?'

'뭐. 시간이 지나니까 익숙해지더라. 지금은 별로 생각도 나지 않아.'

'너 진짜 멘탈관리 장난 아닌가본데. 부럽다. 벌써 모든 걸 잊다니. 너처럼 살고 싶다.'

'그니까. 나도 이런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때가 있어. 사실은 그녀와 헤어진지 이제 한달정도인데. 벌써 잊다니. 내가 생각해도 조금은 이상해. 예전엔 이런 생각하지 않았는데, 내가 어떤 고민이나 갈등이 있을때 그것을 잊겠다라고 마음 먹으면 잊어 지더라고 좀 이상하지?'

'그래 좀 이상하긴 한데, 그래도 난 너가 부럽다. 난 살면서 지금까지의 모든 아쉬움들이 기억에 남아 날 힘들게 할때가 많거든. 정말 벗어나고 싶어.'


그날 밤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취하지 않았다. 술은 많이 마셨지만, 취하고 싶었지만, 그들은 정신이 멀쩡했다.


'다케미치 오늘 이런 저런 이야기 너무 많이 한것 같다. 우리 가끔 보자. 만나니까 좋은것 같아'

'그래 켄,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우리가 아무도 없잖냐. 그냥 우리라도 서로 의지하며 이세상 살아가야 겠지'


저멀리 택시가 오고 있다. 켄의 택시가 먼저 도착했다.


'나 먼저 갈께. 다음에 또 연락해.'

'그래, 조심히 들어가고 언제 또 보자'


어플로 보니 아직 택시가 도착하려면 10분이상 걸릴것 같았다. 어디서 담배를 하나 피고 싶었다. 골목 끝쪽에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보였다. 그곳으로 갔다. 담배 한모금을 부드럽게 머금었다. 밤공기가 조금은 차가워졌다. 가을이 된것이다. 하지만 하늘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빌딩과 어지러운 간판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택시가 곧 도착한다는 알람이 왔다. 다케미치는 다시 처음에 켄을 만난 그곳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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