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서 냄새가 난다.

by 샤쵸

오늘도 다짐했다. 다케미치는 말이 너무 많다.

정확히는 말 자체가 너무 많은게 아니라 쓸데 없는 말을 많이 한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래서 아침마다 다짐한다.


'오늘은 말을 하지 말자. 최대한'


출근 준비를 마치고 대문을 나섰다. 하필 대문 앞에 그가 있었다. 그는 다케미치의 레이더에 주의 인물로 등록된 이웃이었다.


정교수.

검정 뿔테 안경, 오른쪽 3대2 가르마.

딱히 각인 될만한 외모는 아니지만, 다케미치에게는 매일 각인되는 존재임은 틀림없었다.

왜냐고? 남의 집 대문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다케미치는 불만이었다. 왜 굳이 담배를 우리 집 앞에서 피우는 걸까. 게다가 아침마다.

정확히는 내 출근시간에 맞춰서.


하지만 다케미치는 밀려오는 짜증을 참으며 지나쳤다.

아침에 다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말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

말 대신 슬쩍 쳐다보았다. 나의 눈빛이 말하는 아침.


점심시간이 된 지금까지도 다케미치는 그 생각뿐이었다. 아침의 불쾌함이 가라앉지 않아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아저씨, 여기가 본인 집 앞도 아니고요. 아침부터 냄새때문에 창문도 못열고, 저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지만, 남의 집 대문 앞에서 피우진 않잖아요?

이건 최소한의 예의예요, 예의.’


입 밖에 낸 건 아니다. 속으로 한 말이다. 생각한건 죄가 아니니까. 그렇게 위안했다. 그래야 하루를 정상적으로 보낼 수 있을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도 그 다음날 아침도 정교수는 그자리에서 담배를 피웠다. 한결 같은 그의 행동과 그로인한 냄새.

그걸 견디는 다케미치도 한결 같았다. 그를 흘끗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대문을 여는 순간 그가 보이지 않았다. 정교수는 그자리에 항상 있었지만 오늘 없었다.

냄새 없는 아침공기, 작지만 확실한 자유. 절로 크게 숨이 쉬어 졌다.


하지만 묘하게도 아쉬움도 있었다. 며칠간 리허설 하듯 연습한 그 말들을 꺼낼 수 있었을것 같았는데 그 기회를 놓친것 같아 허탈한 마음이었다.


'오늘은 진짜 한 마디 하려했는데, 어디를 간거야 이 인간...'


혼잣말은 구릿내를 풍기며 퍼졌다.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마음은 이미 여느 날처럼 들끓었다.

이래도 불편하고, 저래도 불편한 다케미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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