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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쵸 Oct 25. 2022

천국으로 보내다.

노란 상자

일년전 어느날 나에게 노란색 상자 하나가 배달 되었다.

'move to heaven' 'netflix'

노란 상자엔 이 두 문구가 적혀있었다.


얼마전 넷플릭스 'move to heaven'이란 영화가 개봉되었다. 해당 영화 런칭 행사 기획을 맡은 지인이 보내준 선물이었다. 상자엔 컵과 연필등의 여러 선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난 선물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로지 그 노란색 상자가 더 눈에 들어왔다. 뭔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 일어날것 같은 기대감에 구성품들은 친구들에게 선물로 나누어주고 난 노란 상자만 갖게 되었다.


상자는 생각보다 큰 크기였다. 가로는 1미터정도 세로는 대략 50센티정도의 사이즈였다.

이 상자로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할것 같은 기분에 마음이 설레였다.


'상자로 뭘 할 수 있을까?'


상자에 쓰여있는 'move to heaven' 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풀이 하면 천국으로 가다라는 의미였다. 의미대로 한다면,


'천국으로 가기전 남겨 놓았으면 하는 것들을 담아 놓아야 하나?'

'유서를 써서 보관 해야 하나?'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해보다가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아이디어는 그당시 나의 상황과 맞물려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때 당시 난 자율신경계이상이란 원인 모를 병을 앓고 있었다. 쉽게 생각하면 이성과 감정사이의 어떤 균형추 역할을 하는 신경계가 이상을 일으켜 내가 생각하지 않은 것들을 육체가 반응 하기도 하고 여튼 나 역시 처음 겪는 일이라 정말 혼란 그 자체의 시기였다.

달리기를 하지 않아도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숨이 차기도 하고, 자는 중에도 계속 심장이 달려서 잠을 이룰 수 없어 불면증에 시달리던 시기이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계속 걸을라고만 했다. 다른 운동은 절대 안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때 처음 정신과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여튼 그 당시 나의 정신과 육체는 최악의 상황이었다는 것만 말하고 싶다. 물론 일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좋아지고 건강해졌다. 최근엔 헬스장 등록을 알아보러 다닐정도니 정말 좋아졌다고 말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으로 인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오로지 나에 대해서만 생각해보는 그런 시기였다. 처음으로 나에 대해 궁금증도 생겼다. 난 어떤 사람인가. 난 왜 이런것인가? 처음 경험해보는 이런 감정들을 어떻게 기록을 할까 생각하다가 이 노란 상자에 그림이나 글로써 그냥 낙서하듯이 채워 놓는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의 마음을 이 노란 상자에 봉인 해두는 일.

좀 근사하면서도 의미가 있는것 같았다. 상자 제목도 move to heaven 아닌가.

나의 감정을 천국으로 보내고 싶어졌다. 그렇게 나만의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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