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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쵸 Nov 21. 2022

오후 9시

샤쵸 에세이

약을 먹을 시간이다. 오후 9시 정확하게 흰색 동그란 약 2개, 검정 타원형 젤리 형태의 약 1개, 투명 노란색 젤리 형태의 약 1개를 먹어야 한다. 이케아에서 사 온 투명 포칼컵에 생수를 삼분의 일 담아 4개의 알약을 입에 넣은 후 흡입력을 이용해 생수를 마셔 삼켰다.

다 마신 컵을 어디에 두는 것이 좋을지 한번 생각했다. 간단한 설거지 후 선반에 올려 말리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지금 마신 직수 생수관 옆에 두어 다른 이들이 한번 더 사용하는 것이 나을지 잠시 고민했다.

그냥 생수관 앞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것이 지구 환경을 조금이나마 생각하는 사람의 행동일 것이라 변명 아닌 변명을 자신에게 하면서 그렇게 했다.


낮동안 정리해 두었을 이층 오른쪽 방 문을 열었다. 가지런히 놓인 요와 함께 지난 저녁 빨래 함에 있던 이불이 한편에 정리되어 놓여 있었다. 이불을 들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좋은 냄새가 났다. 아마도 섬유 유연제 냄새일 거라 추측이 되었다. 이 냄새가 날 때 모든 게 정리되고 처음 시작을 알리는 그런 의미를 내 뇌에 주입한다. 그래서 좋아한다.

이불을 덮고 누운 나는 핸드폰을 버릇처럼 두 손에 들었다. 목이 아프지 않게 베개를 어깨쯤에 놓고 편히 누운 자세에서 핸드폰을 켰다. 저녁 아홉 시가 조금 넘은 이 시간이 좋다. 마음도 편하고 공기도 차분해지는 냄새를 동반한다.

뭔가 음악이 함께하면 좋을 것 같은 생각에 스포티 파이에서 피아노 연주곡을 선택했다. 내가 좋아하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들으면 더욱 좋을 것 같아 핸드폰의 에어플레이를 이용하여 스피커로 음악을 재생했다. 오늘 밤에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난 오늘의 기사들을 보면서 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내용 없는 글을 하나 적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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