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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쵸 Jan 10. 2023

영화처럼

공상과학

하늘은 파랗고 높으며, 주위는 노란색이다. 하지만 난 검정 비슷한 색이다.

바람도 파란색이고 소녀가 입은 티셔츠의 색도 노란색이다.

흙먼지가 바람에 날려 건조한 마름의 냄새가 코끝의 타고 드는 것 같다.

길게 뻗어 지평선 끝까지 닿아 있는 이 길은 그 길의 끝을 알려주는 전봇대와 전선줄이 한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파란색은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바다였으면 좋겠다.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잔잔한 파도물결과 유유히 나는 갈매기 그리고 아무 말없이 그곳을 응시하며 서있는 나와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소녀가 있다면 좋을 거란 상상을 해본다.


소녀의 왼손을 잡고 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소녀는 조금 슬퍼 보이는 눈으로 나를 잠시 봐라 보았다. 그 눈엔 눈물은 아니지만 왠지 모를 슬픔의 물기가 촉촉이 맺혀 있었다.

아무도 없는 이 길을 소녀와 함께 걸어간다. 현실과 너무도 다른 이런 안정감에 난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닌 허공을 걷고 있는 느낌을 가졌다. 다만 발끝에 힘이 들어 가 걸음이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때 지금의 현실이란 공간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계속 말없이 걸었다. 그래도 바람이 연주하는 여러 소음들이 지금의 이 순간을 배경음악처럼 우리의 몸을 감싸 안았기에 따스하게 느껴진다. 어느덧 길의 끝에 다다랐다.

내가 생각한 길의 끝에서 보니 그 너머는 바다가 아니었다. 또 다른 길이 시작되고 있었고 물론 같은 노란 물결과 함께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의 길도 쭉 뻗어 하늘과 맞닿는 곳까지 뻗어 있었다.


소녀는 다시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난 좀 전과 다른 미소 짓는 눈을 볼 수 있었다. 소녀는 한숨 크게 들이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작은 손을 힘주어 나를 끌었다. 그리고 다시 뻗어 있는 평안하고 사랑스러운 그 길로 나를 인도했다. 난 양팔에 느껴지는 저림과 함께 왼발부터 내딛어 걷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니 나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날 보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잘 다녀와 언젠가 다시 오면 만나자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헤어짐이었다.

난 마음속으로 말했다.


'조금만 그곳에서 기다려줘. 그 영화처럼'


걸어가는 그와 노란 소녀의 모습이 점점 작아져 갔다. 작은 먼지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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