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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쵸 May 22. 2023

어쨌든 미니멀 라이프

공상과학

냉장고가 없어졌다.  커다란 냉장고가 사라졌다.


전날의 숙취를 달래기위해 시원한 물을 들이키고 싶었지만, 냉장고가 사라졌다.집앞 편의점에서 생수를 마시며 생각해보았다. 어젯밤에 분명 있던 냉장고를 누가 훔쳐간 것인가. 그리고 내가 잠든 사이 그것을 어떻게 들고 갔는가. 분명 인기척이 있었을터인데 잠만 자고 있을 수 있는 것인지.


믿을 수 없었다. 더욱이 난 요즘 잠을 제대로 들 수 없는 불면증 상태가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냥 경찰에 신고 하는 방법이외엔 달리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경찰들도 냉장고만 가져 갔다는 이 상황을 믿지 않는것 같았다. 그냥 내가 뭔가를 착각하는 약간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것이 아닌가 생각하는듯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다. 지금의 나도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아침 이 시간을 사랑한다. 햇살이 들어오고 좋아하는 제이팝도 듣는 지금을 이 순간을 사랑한다. 초여름 같은 날씨지만 아직 이시간만은 선선한 바람으로 인해 남아 있는 봄을 느낄 수 있다. 순간 이 시간의 느낌을 기록하고 싶었다. 서랍에서 언제나 사용하던 다이어리를 찾았다.


그런데 다이어리가 없었다. 일주일 전에도 난 이시간에 다이어리에 내 마음을 적어 놓았었다. 그후에 없어졌다는 이야기이다. 냉장고를 훔쳐간 도둑이 다이어리도 들고 간것인가. 그렇게 필요한 물건이 아닐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냉장고도 필요한 물건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마 다이어리는 내가 어디 다른곳에 두었는데 기억하지 못하는것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원룸을 모두 찾아봐도 결국 찾을 수는 없었다.


다음날


난 어항물을 갈아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을 갈려면 우선 하쿠를 다른곳으로 옮겨 놓아야 한다. 말하는 물고기 하쿠는 이 어항에서 살게 된지 이제 일년이 되었다. 그동안 많이 커서 제법 고급진 금붕어의 자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항 어느곳을 보아도 하쿠의 존재를 찾을 수 없었다. 얼마전 까지도 수다스럽게 이야기 하며 어항속을 여행하던 하쿠는 어디로 사라진걸까. 뜰채로 허공을 가로지르듯 이곳 저곳을 휘둘러 보았지만 어느곳에서도 하쿠는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는 인생이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요며칠 없어진 것들이 많다. 사소한것 부터 커다란 냉장고까지. 지금은 생명체 하쿠까지 없어지다니. 내가 인지 못하는 다른 물건들도 없어진게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작은 원룸이지만 내가 인식 못하는것들이 사라진것을 찾는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우선 물건의 위치를 정확히 모르고 존재도 모르는 물건들도 있기에 어떤것 부터 확인해 봐야 할지 몰랐다. 분명 사라진 물건들엔 어떤 공통점이 있을것이다. 그것을 알아야 한다.


무작정 찾다가 후지산 그림이 그려진 볼펜의 존재가 생각났다. 그 볼펜은 선물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사라졌다. 아니면 내가 못찾는것인가. 물론 오래전 받은 선물이라 어디에 두었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며칠 뒤 그 볼펜을 찾았다.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사라지지 않은거에 대해서 조금은 아쉬웠다. 만일 못찾았다면 어떤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거란 생각에 더 집착을 했기 때문이다.


사라졌을지 모르는 물건을 찾다가 반대로 잊고 있던 물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엄마가 취업 선물로 준 조금은 촌스런 지갑, 아버지와 함께 훈련소 앞에서 찍은 사진, 누나가 나에게 써준 편지등 한동안 생각도 해보지 못한 물건들이 알고보면 바로 내 앞에 있었다. 어디 사이틈이나 서랍 깁숙히 있던것들도 아니었다. 오히려 내 바로 앞에 있던 것들이 내가 볼 수 없었던것이다. 그동안 난 이 물건들을 인지 못한것일까?


그날밤 난. 금방 잠이 들었다.


하지만 그순간에도 계속 사라지는 것이 있었다.

옷장 깊숙히 숨겨져있던. 그녀부터의 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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