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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쵸 Dec 08. 2022

작은 살인

공상과학

어릴 때부터 불안이 심했다. 처음 학교를 가던 날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너무 불안해서 가지 말까 하는 고민을 몇 날 며칠을 하곤 했다. 싸움이 일어나면 나의 주먹에 상대가 아이가 죽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싸움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아이들은 날 놀림의 상대로 여겼던 것 같다. 물건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고르고 고르는 날이 며칠이 걸린다. 결국 최종 결정을 하기 직전에 포기한다. 물건이 배달되었을 때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면 어쩌나 하는 고민과 불안에 포기하곤 한다. 그래서 물건을 사본적도 거의 없다. 대부분 주위의 사람들이 골라주거나 사다 준 물건을 사용한다. 그렇다고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티를 보이면 상대가 실망할 것이라는 또 다른 불안감에 그냥 묵묵히 사용한다. 그래서 내 방 한편에는 쓰지 않는 물건이 쌓여있다. 아주 오래된 것부터 최근 것까지. 무얼 버리지 못해 계속 쌓여만 간다.


난 지금 고시원이란 작은 공간에 살고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어릴 때부터 존재한 불안감에 언제든지 시원하게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이곳이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 살고 있다. 물론 옆방에 낯선 이들이 가끔 불안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낯을 익혀 좋은 이웃으로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게 불안감을 없애는 나의 방법 중 하나이다. 그냥 좋은 사람. 그런 사람들로 인식하는 것이다.



어느 아침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어제 입던 옷차림으로 깨어난 나는 화장실에 오줌을 누기 위해 일어섰다. 자크를 내리고 나의 것을 꺼낸 후 뇌가 시키는 데로 힘을 주었다. 그런데 오줌이 나오지 않았다.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러지?

다시 힘을 주었지만 나의 것에서 어떤 반응도 느낄 수 없었다. 어디 좋지 않은 병이라도 걸린 건가? 이럴 때면 나의 걱정이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간다. 주위를 둘러본 후 바지 전체를 내렸다. 물론 나의 속옷도 함께, 그리고 다시 힘을 주었다. 그런데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나의 것을 살펴보아도 살펴보아도 평소와 다름없었다. 무슨 일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순간 변기를 보았다. 그리고 순간 놀랐다.

변기에 금붕어 한 마리가 있었다. 갑자기 웬 금붕어가 이 변기에 있는 걸까? 이거 꿈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금붕어는 놀랐는지 커다란 눈을 추켜올려 나를 보고 있었다. 완벽한 동그라미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이 조금은 좌우로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 순간 금붕어는 내게 물었다. 나의 이름과 여기가 지금 어디인지를 물었다. 나는 이곳은 오사카이고 나의 이름은 하쿠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 물었다.

오사카 지역이 아닌 내가 어떤 어항에 있는지를 물었다. 넌 지금 하얀 변기통에서 헤엄치고 있다고 대답해주었다. 금붕어는 조금은 어이없는 얼굴을 하며 내게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난 사실 마법을 부릴 수 있어. 네가 소변을 보려고 하기에 내가 마법으로 네가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였지. 만일 마법을 풀지 않는 다면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어떤 경고도 나에게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밥을 가져오라 했다. 나의 고시원에는 금붕어가 먹을 만한 밥이 없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내가 먹을 밥도 없었기 때문이다. 있다면 어제 사둔 생수 한 병이 있었다. 그것도 한 모금 마신 것으로 저녁에 먹은 이물질이 생수병에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계속 재촉을 했다. 뭐 가지고 와라. 뭐해라. 나의 어머니도 내게 이렇게 하지 않는다. 겨우 금붕어의 말에 내가 이렇게 불안해하면서 시키는 일을 하는 건 왜 그런 건지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두려움. 이상한 경험. 이런 불안적인 단어들이 내 머릿속에 가득했다. 이젠 내 이름을 마구 부르며 화도 내기까지 한다.

난 무엇이 두렵기에 이 작은 금붕어의 말에 이토록 복종을 하고 있는 걸까? 이런 말을 머릿속에 새기면서 이성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금붕어가 깔깔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웃음소리는 변기를 타고 화장실이란 특수한 공간을 타고 나의 머리를 계속 울리게 했다. 조금은 자존심이 상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의 집을 찾아온 손님이 아닌가. 아무리 무례하게 굴어도 그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일 아닌가?

그러다 난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그리고 잠시 금붕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왼손을 들어 작별의 인사를 했다. 뜬금없는 행동이었지만 금붕어도 뭔가를 느낀 눈치였다. 금붕어는 기다란 지느러미를 흔들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불쌍한 눈빛을 나에게 보냈다. 그래도 무시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작별 인사를 한 후 왼쪽에 있던 변기 레버를 눌렀다. 굉음과 함께 금붕어는 변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방금 전까지 호기를 부리던 금붕어는 당황한 눈빛을 하며 살려달라 애원했다. 나는 고민했지만 그게 순리라 생각하고 변기 레버를 다시 눌렀다.


그리고 금붕어는 바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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