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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쵸 Aug 06. 2022

생각과의 헤어짐 첫번째

샤쵸 에세이

‘번지점프를 하다’의 이은주는 이런 대사를 한다.

‘내가 말을 하면 모든것이 아무것도 아닌것이 될것 같았다’


인간은 눈으로 사물을 본다. 그 또한 빛의 굴절로 인하여 우리 눈에 보여지는 것이니 실제의 모습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다만 눈이란 신체적 기관을 통해 사물을 보고 인식할뿐이다. 인식, 즉 실체의 정의는 결국 뇌가 담당한다. 그것이 인식이다.


뇌는 인식을 통해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을 입으로 배출한다.

그것이 말이다.


그런 말들은 때론 문자로 표현되며, 문자로 표현되지 못한 말들은 우리의 뇌속에 기억이란 저장소에 담아진다. 저장소는 한정된 공간이라 시간과 저장량에 따라 조금씩 자동 소멸시키고 새로운것들을 위주로 저장한다. 다만 특별한 것들에 대해서는 따로 폴더를 만들어 그곳에 분류 해 놓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한다.

이 모든 프로세서가 본능에 의해 결정된다는게 더 놀랍다. 의지와 상관없다는게 놀라운 일이다.


만일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 말은 우리의 뇌속에서 벗어나지 않고 생각이라는 형체로 계속 맴돌게 된다. 계속 생각하게 된다. 생각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에 점점 매몰된다. 그러다 보면 없던 실체도 생기게 되고, 그 실체를 확신이란 그릇된 결과물을 만들고 만다.

그 결과물은 때론 바이러스처럼 우리의 뇌와 신체를 돌아다니며 이상 작용을 발생시켜 건강하지 못한 나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게 망상에 빠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꼭 나쁜점만 있는건 아니다. 때로는 그런 망상이나 착각이 나를 성장시키거나 살아가는 원동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우린 사고의 깊이란것이 중요하다.  그 깊이가 깊을 수록 확신에 이르는 과정이 좀더 객관적이고 논리적이어서 실체에 좀더 접근한 확신이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말이란걸 해야 한다.

말을 통해 그 생각이란 공간을 조금씩 비워야 우리의 뇌가 정상 작동 할 수 있으며, 일상을 이어 갈 수 있다.


그래서 난 말을 많이 하는 건가?


하지만 말을 하는 순간 그 나의 뇌속의 생각들이 입밖으로 나오면서 수천만개의 침과 함께 잠시 세상을 떠돌며 메아리 치다가 이내 사라진다.

그리고 내 생각의 공간은 조금씩 다른 생각으로 채워지면서 이전의 생각들에 대해 결국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정말 별것 아닌것들로 느껴질때가 종종있다. 그래서 말을 하고 후회를 하는것이다.


생각의 기간은 가치있고, 그 가치로 인해 나에게 영감을 주며, 그 영감은 나를 때론 빛나게, 때론 망가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소중한 시간과 존재였다. 내 뇌속에서 벗어나 세상으로 가지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실체에 대한 접근이라면 그간의 나의 생각과의 사랑이 아쉽고 아련해진다.


부디 멀리멀리 더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 좀더 쓸모있고 좀더 스마트한 그런 사람의 뇌속에서 좋은 생각이었다는 결과물을 만들기 바란다. 좀더 멀리 날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나의 생각을 좀더 빛나는 말로 포장할때도 있다.

나쁘진 않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아무것도 아닌것이 아닌 생각이 될것 같았다.


민들레의 홀씨처럼 나의 말들이 이순간도 세상 이곳 저곳에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길 바란다. 난 여전히 아쉽지만…


그래서 오늘도 생각과의 헤어짐을 반복한다.


이게 무슨 개소리???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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