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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cony Review Sep 24. 2020

"디즈니만이 하는 것"을 읽고

디즈니 CEO 밥 아이거의 사소한 고민부터 생각의 절차들을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는 책. 내용도 빽빽하다. 워낙 디테일이 많아서 읽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전체적인 느낌은 "말로는 쉽지만 지키기 힘든 말"들로 꽉 차 있다.


인상 깊은 구절들이 유난히 많은 책이었다. 


"솔직히 나는 일에 대해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런 건 타고 나는 걸까 아님 배우는 걸까. 나는 남들이 생각할 때 고민해야 할 일에 덜 고민하고 남들이 고민하지 않는 부분을 괜히 세심하게 고민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했다면, 그에게는 마땅히 두 번째 기회를 주어야 한다."

정말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나아가는 두 번째 기회가 오길 바라면서 다른 사람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 수 있는 관용은 부족한 듯. 


"나의 경력에 도움이 되었던 많은 특성들은 아버지와 함께 시작되었다는 것, 아버지도 그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뭉클했던 말. 안 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도 있듯이 자신의 단점을 부모님이나 남에게 미루는 버릇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좋은 점을 감사할 줄 아는 게 정말 중요한 자세라고 매번 '이론적으론' 깨닫곤 한다.


"나는 그것이 어느 정도는 프랭크 시나트라 덕분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다."

정말 긍정적인 밥 아이거. ㅎㅎ 나중에 나오는 긍정주의 희망 주의 부분이랑 겹쳐서 읽힌다. 어떻게 보면 무언가 일이 잘되었을 때 그 이유를 자신에서 찾곤 하는데, 이 부분에서 밥 아이거는 어느 정도 운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겸손함을 보이는 듯하다. 


"결국 야망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을 아는 것이 관건이다."

주옥같은 명언.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균형의 중요성. 정말 말보다 실천이 힘든 균형. 그러고 보니 책의 많은 글들 그리고 밥 아이거의 철학들은 다 알고 있지만 행동에 옮기기 힘든 말들 위주인 것 같다. 그런 걸 행동으로 옮겼을 때 성공할 수 있는 것일 수도.


"하지만 리더는 낙관주의를 잃어선 안된다"

"당신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최상의 결과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끝장이라는 느낌 따위를 전달하지 말라는 의미다."

프랭크 시나트라 문구에서도 나왔듯이 밥 아이거는 낙관주의자. 하지만 또 현실감을 유지하면서 낙관주의를 펼친다. 무조건 될 거라고 믿는 낙관주의자들이 새겨 들어야 할 부분. 무조건 된다고 바보처럼 믿는 게 낙관주의가 아니라는 이야기. 


"스톱, 그렇게 많으면 우선사항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풋 했던 문구. 우선사항이라면서 3가지 이상 말하면 우선사항이 아니라고.


"자존심을 지키되 거기에 과도하게 정신적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또 말로는 쉽지만 지키기 힘든 그 말.


"견실한 장점 한두 가지가 수십 가지 단점보다 강력한 법이지요."

단점부터 적어나간 스티브 잡스 하지만 그 단점의 개수에 흔들리지 않는다. 가장 위대한 경영인 두 명이서 화이트보드에 장단점을 써 내려가는 모습이 상상되며 뭔가 짜릿한 기분이 들었던 부분.


"그저 나의 솔직함이 그 어떤 '약삭빠른'가식보다 더 나은 결과를 안겨주길 바랄 뿐이었다."

어떤 약국을 찾았을 때 아 지금은 마스크 옆 약국에 가면 더 싸요 말해줬던 약국 약사가 있었다. 그의 진솔함은 어디서 나온 걸까. 다음에 난 옆 약국이 아닌 그 약국을 찾았던 기억이. 


"혁신 아니면 죽음"

빅 3 인수와 마지막 팍스 건까지 M&A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던 책. 혁신 아니면 죽음이라는 문구와 아이러니함이 느껴진 건 나뿐이었을까? 물론 M&A로도 혁신을 할 수 있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디즈니스러움을 더 디즈니스럽게 혁신할 방법은 없었을까? 결과론적으론 픽사, 마블, 스타워즈 다 디즈니 캐릭터로 새로운 세대들은 받아들이겠지만 뭔가 계속해서 인수로 혁신을 한건 어떻게 보면 "막" 우와 하진 않았다. 물론 그 의사결정의 대범함과 협상력은 인정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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