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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스타트업이랑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기 힘든 EO. 작년에 진행했던 유니콘 하우스도 사실은 포맷이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녔는데도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시청했다. 그러고 보니, EO를 만든 김태용이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 말 잘하는 스타트업계 인싸?
그러다가, 최근 디스코드 채널 (링크)를 만들고 "예비 창업자를 위한 강의"를 진행한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 기대 이상으로, 정말 재미있게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영국에서 꽤 많은 기업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나인데도, 김태용 대표의 스토리는 콘텐츠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김인기 대표 인터뷰에 이어 이번엔 김태용 대표의 스토리를 간략하게 요약하고, 몇 가지 궁금한 점을 인터뷰로 풀어내 보려고 한다. 먼저 김태용 대표의 스토리부터.
알고 보니, 김태용 대표는 창업을 2-3번 그리고 EO가 첫 번째 창업이 아닌 연쇄 창업가였다. 그리고 첫 번째 창업에서는 꽤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은 듯했고 본인이 "짱"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 첫 번째 창업에서 배운 인사이트.
"신념이 고객을 앞서면 안 된다." "하지만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이상향에 심취한다." 등 창업자가 쉽게 가질 수 있는 편향에 대해서 인사이트를 얻은 부분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게 창업 직후가 아닌 이제 와서 느끼는 걸 수도 있지만, 사실 꼭 창업이 아니라 모든 의사결정에 의해서 자신이 가지기 쉬운 편향을 파악하고 같은 실수 반복을 줄이려고 하는 노력은 흔한 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짱이였던 순간도 잠시, 두 번째 창업이 망하고 느낀 점들 중에서는"기회로 눈이 멀었다는 점" "낙관적인 사업 계획과 긍정적이었던 유저 테스트" 등 또 편향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김태용 대표의 스토리가 특별한 데는 실패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다는 데 있다.
여기서 "솔직하게 털어놓음"이 두 번 나오는데, 이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것 같다. 방금 일어난 악재를 스스럼없이 투자자와 팀원들 하게 털어놓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솔직하게 다 털어놓을 수 있는 투자자-투자사 관계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이 그러고 있을까? 그러지 못하고 있을까?
그리고, 김태용 대표는 두 번째 창업에서 배운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이렇게 간략하게 복잡하지 않은 메시지로 인사이트를 정리하는 것도 김태용 대표의 능력인 듯. "비즈니스의 본질" 그리고 "창업자가 꼭 제일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눈에 띈다.
이렇게 대학시절 동안 여러 번의 창업경험을 한 김태용 대표는 마지막 실패에도 불구하고 꽤 이름을 알리였고 커리어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그럼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김태용 대표가 대학생 예비 창업자에게 하고 싶은 말들은 무엇일까?
나머지는 어디선가 본 듯한 메시지들이기도 한데 3번은 본인이 겪으면서 유난히도 느꼈던 감정인 것 같다. 그리고 지금 EO라는 스타트업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면서 가지는 고민도 있을 것 같다. 청년 창업가의 작은 성과는 부디 칭찬받아야 마땅하지만 크게 띄어주진 않아야 한다. 그럼 EO는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하고 싶고 어떻게 하고 있는 걸까?
그러며, 흔히들 이야기하는 창업 성공의 3요소인 사람, 시장, 운을 멘션 하며, 사람과 시장은 어느 정도 노력으로 된다 치지만, 그럼 성공은 결국 "운"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배달의 민족이나 아마존 같은 사례들을 보면, 분명히 운만은 아니었다. 배달의 민족의 아이폰 앱은 2010년 6월 24일 날 출시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깐, 한국에 아이폰이 아직 대중화되기 전이다. 물론, 불과 12년 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배달의 민족의 김봉진 대표는 크고 잠재력 높은 시장에 빠른 실행으로 조기 진입했고, 오래 버틸 수 있는 내적 동기가 있었던 거이다.
그러면서, 김태용 대표는 정말로 어려운 것은 "장기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뷰를 가진 창업가들은 김태용 대표에 의하면 "경쟁하지 않고, 차별화하지 않으며, 서두르지 않는다. 아직 세상이 오는 중이니깐. 가장 유리한 곳에 먼저 깃발을 꼽는다." 결과론적인 뷰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우린 지난 몇십 년 동안 이런 생각의 과정을 가졌다고 보이는 여러 성공을 보지 않았는가?
여기까지는, 자신이 느낀 성공한 기업가들을 보면서 나름 자신의 성공적인 창업의 이론을 완성했다면, 김태용 대표가 이제 그 이론을 EO에 적용해보려고 하는 것 같았다.
EO는 한국에선 짱이지만 시장이 작다 -> 장기적으로 조금씩 시장이 커지기는 할 것 -> 그냥 그걸 기다리면서 조금씩 확장하는 게 맞을까? EO는 앞으로 IP 역량을 강화하며, 글로벌 진출을 할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김태용 대표의 메시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나온다.
최근 실리콘 밸리를 방문해 미국의 창업가들을 만나고 왔다는 김태용 대표. 이상하리만큼, 미국의 창업자들은 "가족" 이야기를 많이 하였다고. 실리콘 밸리의 출산율이 1.9명이라는 데이터도 제시. 도대체 한국과 뭐가 다른 것일까?
김태용 대표는 그 대답을 "세상에서 가장 큰 시장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으로 하기에, 경쟁하지 않고, 차별화하지 않고, 장기적이기 때문에 삶을 계획할 수 있다."라고 내놓는다.
사실 나 또한 미국에 사는 지인들이나 기업가들이 가족 중심적 삶을 보내는 것을 꽤 오랫동안 지켜봐 왔고 나름대로의 답을 내린 적이 있다. 김태용 대표의 대답은 오히려 야망과 성공을 갈망하는 기업가들이 많은 실리콘 밸리에서는 나름 대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나의 경우는 미국에서는 "사회적 비교"가 덜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 부분들이 연결점이 있었다. 나의 행복과 나의 성공은 내가 정의한다는 것. "비교"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 대기업에 필요가 없듯이, 모든 사람이 스타트업을 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모두가 세상에서 큰 시장에서 성공을 해야지만 행복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개인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나는 누군가보다 X가 Y만큼 많아서 성공이나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한 관점으로 비교하지 않아야지 장기적인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말. 결국 태용 대표의 이론이 내가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던 인생론이랑도 비슷했다.
이 글을 정리하다 보니 김태용 대표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이 마구마구 생각난다. 그 문답은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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