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파트에서는 미국의 이야기가 이렇게 한국의 이야기와 닮아 있을까 해서 놀랐고, 독서 모임에 신청한 것도 번아웃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는, "잘" 쉬어서 번아웃을 피해야 한다는 압박도 요즘 사회에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인상 깊었던 문구들과 함께 메모.
"어른 되기의 일부는 할 일 목록 맨 끝의 일들까지도 처리하는 것이다."
나의 하루의 시작도 할 일 목록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하기에, 나는 어른이 된 건가? 생각해 보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이렇게 하라고 가르쳐주지도 않았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오늘의 할 일, 이번주의 할 일 등 To-do list를 관리하며 에버노트를 쓰다가 노션이 더 효율적이라는 얘기에 노션으로 옮겼고, 요즘도 XXX이 노션보다 좋습니다라는 블로그 글을 보면 혹해서 들어가 보곤 한다.
"현대 세상에서 사는 일이 그 어떤 시대보다도 쉬운 동시에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해서다."
편리한데 복잡한 세상. 미국을 "지루한 천국" 한국을 "재미있는 지옥"이라고 비교하는 글/대화를 보고 들은 적이 많다. 한국은 정말 편리하고 쉬운 삶을 누릴 수 있지만 더 복잡하게 느꼈었는데, 이 저자는 미국 또한 그렇게 표현해서 제법 놀랐다.
"그들은 그나마 자신이 통제를 시도할 수 있는 존재에 더욱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 존재는 바로 그들의 자녀였다."
어떻게 보면 "잘되면 내 탓, 안되면 조상 탓"이라는 우리나라 속담처럼, 요즘 애들에서 지적하는 문제들을 부모에게도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부는 아니라도 일부는 그럴 수도. 하지만, 노력으로 모든 건 커버할 수 있다고 배우고 느낀 "나"에게 이전 세대에게 이유를 돌리는 것은 일종의 핑계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놀이터에서든 바깥에서든 아이들에게 일어날 위험이 늘었다는 인식이 부모들에게 이런 공간에 대한 노출을 막거나 줄이도록 만들었다."
요즘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보기 힘들다고 느낄 때는 안타깝다가도, 애들이 삼삼오오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또 흐뭇해질 때도 있다. 이런 인식이 늘어난 건 사실일 테고, 그 이유로 애들을 보는 케어기버가 부모뿐만 아니라 양가 조부모님들 혹은 이모/삼촌등으로 늘어나면서, "(부모가 아닌) 내가 아이를 보다가 위험이 생기면 큰일 나"라는 인식이 생겨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에 관한 한 함구한다. 적어도 돈에 대한 불안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나의 선입견일지 모르나, 미국이 한국보다는 돈에 관한 개념/교육을 일찍 시작한다고 느꼈는데, 이것이 어떻게 보면 가정이 불안정해질수록 함구하게 되는 사람의 심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어려운 가정이나 사회계층에서는 이미 한국과 비슷하게 괜히 어려운 얘기를 안 하는 현상이 존재하였을 수도.
"지금 돌이켜보니 그 바람은 사실 '선한' 사람임을 표출하여 사회적 보상을 얻고자 하는데에 더 가까웠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보니, 이런 본능을 아예 억누르긴 힘들 것 같다. 사회적 보상을 메커니즘으로 돌아가는 인관관계나 사회 현상이 제법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하지만, 내 삶을 전체로 보았을 때, 사회적 보상이 행복의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해선 안될 것 같다는 생각.
"시스템이 당신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으면, 그냥 더 노력한다."
사실 나의 가치관이어서 움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