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시각장애인과 후각
눈이 안 보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것향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어요
어쩌면 그 상황에서 너무 힘겨운 나머지 지쳐 버릴 수도 있고, 아니면 더 힘을 내 살아가려 노력하는 과정을 밟을 수도 있다. 그리고 눈이 안 보이는 만큼 다는 감각들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등등... 다양한 감각으로 시각장애인들은 여러 가지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토대로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낸다.
나도 그렇다. 늘 여러 감각들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 중 후각은 우리에게 있어 참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각 중 하나다.
후각이 고장난다면 어떨까? 그 결과는 내가 알고 있는데, 상당한 불편감을 안겨 줄 뿐 아니라 음식 냄새나 꽃향기 등 맡아야 할 것을 맡을 수 없어 소외감이 들 때도 있다.
한 때 충농증에 걸려서 후각을 잃어버린 적이 있엇다. 그때 달콤한 빵 냄새도, 수업 중 실험실에서 맡아야 할 알코올 냄새도, 예쁘고 멋진 꽃향기도, 후르른 숲의 나무향도 맡을 수가 없어 답답했다. 그래서 지금 후각이 돌아온 게 감사하고 너무 행복하다.
게다가 시각장애인이 요리를 할 때 냄새를 맡아 음식을 구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후각이 없다면 정말 요리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혹은 상한 음식을 그냥 먹어버릴 수도 있어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에게 후각이 사라진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눈보다 더 큰 불안감을 가져 올 수 있다.
그렇기에 비염이나 충농증은 시각장애인에게는 정말 귀찮으면서도 걸리고 싶지 않은 질환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지금도 후각은 다 돌아온 게 아니다. 지금도 비염이 있어 코가 막히고 때로는 병원에 가 코에 뿌리는 약을 받아와서 뿌려야 하는 등 여러 가지로 귀찮은 것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어릴 때 충농증으로 인해 전혀 냄새를 맡을 수 없을 때보다는 훨씬 낫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냄새를 어느정도 맡을 수 있어 행복하기까지 하다. 시각장애인에게 있어 감각은 무척 중요하다.그 감각을 ㆍ소중히 여기고 살 수 있어 시각장애인은 색다른 느낌과 즐거움을 안고 살아갈 수 있다. 오늘도 밥 대신 먹을 달콤한 고구마 냄새가 나를 황홀하게 한다.
고구마를 빨리 먹고 싶어 입에 군침이 고인다. 이런 일상에서의 사소한 냄새가 너무 반갑고 행복한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