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ADHD 일기
나는 내 성향이 원래 지루한 걸 싫어하고 즉흥적인 면이 강한 줄 알았다. 물론 그러한 면도 없지는 않다. 지루한 걸 못 참고 늘 새로운 걸 찾아 헤매는 게 내 일상이니까. 그리고 다시 금방 질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게 내 성격의 문제라고 여겨 나를 늘 질책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그런데 내가 ADHD를 진단받았을 때 즉흥적인 면이 있는 것도 뇌의 영향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샀던 물건을 마구 사던 것 등등... 다양한 양상이 내가 하는 행동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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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부끄럽지만, 나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40개가 넘었다. 그게 다 비슷한 기능에 모양도 비슷한 이어폰들이었다. 그걸 자주 사니 늘 엄마와 마찰이 있었고 나는 기능이 다르다며 늘 사는 걸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이어폰은 40개가 넘었고, 이제는 안 산다는 다짐으로 20개는 교회에 기증하고 몇 개는 복지관 벼룩시장에 내놓았다. 그렇게 했는데도 이어폰은 현재 20개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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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것도 조울증 증상인 줄 알았다. 조증일 때 폭발적으로 올라오는 건 줄 알았는데, 나중에 의사 선생님과 유튜브의 정신과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니 ADHD와 불안감이 혼합돼 일어난 것이었다.
불안하니까 그 욕구를 조절하기 위해 물건을 사 모으거나 돈을 쓰는 걸로 풀곤 했던 것임을 상담을 통해 알았다. 그리고 그런 나를 이겨내려 많이 노력해 지금은 안정적인 건 아니지만 많이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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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마다 증상은 다를 수 있고, 어떤 것들이 오는지 사람마다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성격 탓이라고 여겼던 문제가 ADHD 증상 중 하나라는 게 알려졌을 때 나는 난감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아, 내가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었어.'*
그걸 알고 나니까 왠지 모를 안도감에 나를 탓하며 괴롭히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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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자신을 탓한다. 그러나 그게 단순한 게 아닌 질환에 의한 거였다면 그때는 조금 마음을 놓아도 되지 않을까? 너무 나를 탓하기보다 힘들었던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내 마음을 다독이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또다시 물건을 사려 하거나 내가 충동적인 행동을 할 때 늘 속으로 '그만!'을 외친다. 그렇게 해서라도 내가 나를 바로 잡아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는 여러 유혹과 충동적인 행동, 충동 구매를 할 것이다. 그것은 나 스스로가 멈춰야 하는 숙제와 같다. 그리고 나는 그 숙제를 잘 헤쳐 나갈 거라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