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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약이 Sep 29. 2024

3. 내 장애를 인정하면

장애를 인정하는 것에 관한 조심스러운 나의 생각

 장애인으로 산지 29년차인 나는 그 동안 여러 장애인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장애를 받아 들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다.

원래 나는 내 장애에 대한 불편함이 없었다. 어릴 때는 ‘눈이 불편하다’는 걸 잘 모른 채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에 바빴고, 훗날 시각장애인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에 들어 가서야 ‘눈이 불편하다’는 의미를 알았다.


 눈이 불편하다는 건 다른 사람들보다 볼 수 없고, 만져서 알 수 있는 거였다. 그리고 볼 수 없는 만큼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임을 커 가면서 깨달았다. 특히 고등학교 때는 진로를 정하면서 많은 갈등이 있었다.


 원래 나는 꿈이라는 게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무미건조하게 살면서 대학에 가면 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던 중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다 성우가 되고 싶어 여러 학원에 문을 두드렸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만을 듣고 꿈을 접고 사회복지상담 학과가 있는 대학교로 가게 됐다.


 그렇다고 사회복지를 배운 걸 후회하진 않는다. 그것 역시 내 길이었고, 내가 선택한 거였으니까. 그러나 대학에 가자 내 생활은 달라졌다.


 도움을 받는 건 여전했지만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이 늘어났다. 교재를 파일로 구하는 것, 교수님들께 내 눈에 대해 말하며 시험을 보거나 수업을 녹음 해도 되는지 여쭤보는 것, 학교 지리를 익히고 혼자 밥을 먹는 것 등등… 수많은 일들을 도움을 받거나 혼자 헤쳐 나가야 했다. 그러면서 점차 ‘내가 다를 사람들보다 안 보이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내 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눈에 대한 원망보다는 조금이라도 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언제나 빛을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했고, 조금이라도 가까이 대면 보이는 휴대폰 화면에 감사했고, 도움을 받아도 그 속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에 감사했다. 그러다보니 종종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터뷰 요청을 받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말들을 듣곤한다.


 “시각장애인인데 많이 밝으시네요!”


 “시각장애인인데 잘 다니시네요!”


 “눈이 안 보이면 힘들지 않으세요? 정말 대단하세요!”


 시각장애인은 밝으면 안 되는 걸까? 길을 잘 찾는 게 대단한 걸까? 눈이 불편하다면서 무엇이 대단하다고 말하는 걸까? 사람들이 말할 때마다 이런 질문을 하면서 겉으로는 늘 웃었다.


 “에이~ 시각장애가 있어도 밝을 수 있어요. 다 어둡지는 않아요.”


 “다니는 길은 잘 다니는 편이에요.”


 그렇다. 시각장애가 있어도 그것을 인정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불편할 수도, 아니면 행복할 수도 있다는 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깨달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내 눈에 대해 ‘동반자’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동반자는 평생을 같이하는 걸 말한다. 나는 내 눈과 평생 동안 동반자가 되어야 함을 알고 있어서 이 표현을 쓰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수술을 할 수도 없고, 눈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애매하게 보이는 상태로 평생 살아야 하는 것. 그게 바로 내 눈의 상황이다. 어쩌면 눈이 나빠져 빛을 볼 수 없을 수도 있고,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힘듦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장애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애를 인정하고 받아 들이면 생각과 태도가 변화한다.


 처음에는 받아 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나 역시 많은 방황과 원망, 그리고 좌절을 경험하며 내 눈을 인정하게 됐으니까. 선천적으로 안 좋은 나도 이런데, 후천적으로 장애가 생긴 사람들은 더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내가 여태껏 하던 것을 못하게 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 그것은 무척 서고 슬픈 현실이다. 그렇기에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증이 오는 등 여러 문제가 생긴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는 알았으면 좋겠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불행하지는 않다는 거다. 오히려 그 속에서 수많은 추억과 감사가 새롭게 쌓여 빛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장애를 그저 아픔이나 불편함으로 보는 대신, 그 장애를 감사함으로 본다면 마음에 큰 변화가 찾아 온다는 걸 나는 알고 있기에 말해주고 싶다.


 장애는 절대 죄가 아니고, 불행이 아니다. 비록 불편함은 있을 수 있으나 그 속에서도 행복과 감사함이 올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이 글에 적어 본다.


 오늘도 나는 내 장애를 인정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비록 장애로 인해 어려움이 있어도 그 속에 또다른 감사와 해결책이 있음을 나는 믿는다. 그래서 더욱 더 웃을 수 있고 힘차게 살아갈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장애인을 만났을 때, 장애를 보기보다 그 장애인의 마음을 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또다른 멋진 일들이 생길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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