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리는 막걸리가 먹고 싶다는 H 언니의 말에 자주 가는 동네 막걸릿집에서 모였다. 우리는 독서 모임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그중에서 마음이 잘 맞았던 셋이서 더 가까워졌고 종종 저녁에 만나 술도 한 잔 하며 책 이야기에 더불어 사는 이야기도 나누곤 했었다. 하루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간, 우리는 달큰한 막걸리에 조금은 고됐던 오늘을 안주 삼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기저기서 카톡이 오기 시작했다. 카톡 창에 보이는 '계엄령'이라는 단어에 놀라 가게 TV 채널을 뉴스로 돌려보니 TV에서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속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지금 이것이 어떤 상황인지 차근차근 되짚어보다가 저자가 미쳤거나 또 누군가에게 사주받은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심란한 마음에 우리는 자리를 파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밤새 내가 속해있는 몇몇 개의 카톡 대화방에서 앞으로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 말들과 이 사태를 벌인 자에 대한 욕설이 새벽까지 오고 갔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놀라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밤새 잠을 설쳤겠지만 광주에 살고 있는 나에게 계엄령이라는 말은 더 큰 공포로 다가왔다. 다행히 아침에는 상황이 조금 진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모든 것이 어수선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며칠 전 읽었던 장강명 작가님의 <미세 좌절의 시대>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전체 시스템이 사악할 때 "나는 정해진 법대로 따랐을 뿐"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평범한 악'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우리가 속한 시스템을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한다.
- 비 오는 날 배달 음식
이놈의 정치 짜증 난다고, 이제는 될 대로 되라고 놔둘 것이 아니라 더 눈을 크게 뜨고 더 의심의 눈초리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리고 오늘 5시부터 지금까지 뉴스를 지켜봤다. 화가 나고 슬펐다.
국민 알기를 개떡같이 아는 작자들 때문에...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국민들의 대표라는 자들이 국민들의 소리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 잇속만 챙기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이 상하다.
전 국민이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데 저들은 정말 부끄럽지 않을까? 그들의 가족들에게 그들을 뽑아준 사람들에게 미안하지 않을까?
국민의 목소리보다 당론이 더 중요한가!
어찌 됐든 쥐고 있는 권력을 놓지는 않겠다는 것이지 않은가! 언제쯤 건강한 보수와 진보가 어우러진 정치를 볼 수 있을까.
피땀 흘려 지켜낸 민주주의가 언제쯤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성장해갈수 있을까.
답답한 밤이다.
하지만 무관심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의 상황을 똑바로 주시할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