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과 간섭

by 수정

간섭과 조언은 그 기준을 명확히 하기가 어렵다. 나는 조언이라고 건넸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간섭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둘의 차이 뭘까.

국어사전에서 간섭과 조언의 뜻을 찾아보았다.


간섭 :직접 관계가 없는 남의 일에 부당하게 참견함.

예문으로는 간섭에서 벗어 나다가 나와있다.

조언: 말로 거들거나 깨우쳐 주어서 도움. 또는 그 말.

예문으로는 조언을 구하다가 나와있다.


사전 아래에 딸린 예문처럼 조언은 구하는 것이고, 간섭은 벗어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륜 스님은 조언과 간섭에 대해 말씀하신 것을 보면 그 차이가 더 명확해진다.


"간섭과 조언의 차이는 딱 한 개 밖에 없어. 내가 괴로우면 간섭하는 거야.

내 말 안 들어서 괴로우면 내가 간섭하고 있는 거야. 내가 이렇게 얘기했는데 상대가 들으면 좋은 일이고, 안 들어도 그만이지 뭐."


​내가 좋자고 상대방이 묻지도 않은 말들을 조언이라고 해주면 그것은 간섭이다.

상대방이 원하고 요청해서 그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무언가를 말해주는 것은 조언이다.

나는 조언이든 간섭이든 잘하지 않는 편이다. 어렵고 힘든 문제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이 자신의 문제를 제일 잘 알고 그에 대한 답도 가장 잘 알고 있다. 조언을 구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답을 확실하게 하기 위한 보조수단일 뿐이다. 나의 말 한마디로 상대방이 마음을 바꾸는 일은 흔치 않다는 의미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우연한 기회에 대학 교무과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나이도 어리고 일이 처음이라 어리바리하던 나에게 사소하지만 작은 팁들과 일의 순서를 알려주시던 상사분이 생각난다. 이렇게 하면 일의 동선을 단축할 수 있고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다고, 알려주신 대로 따라 해 보면 정말 그랬다. 일머리라는 게 이런 거구나를 깨달았고 지금도 한 번씩 생각이 날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분의 말은 전혀 간섭으로 느껴지지 않았고 하나라도 더 듣고 배우고 싶은 조언이었다.


반면에 수년이 흐른 뒤에 누군가로부터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참 답답해 보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저런 말을 조언이라고 하는 건가. 나는 그에게 의견을 물은 적도 없는데 갑자기 다른 대안이나 예시도 제시해 주지도 않고 밑도 끝도 없이 답답해 보인다니 당황스러웠다. 나중에 내가 그보다 더 좋은 결과를 냈다는 걸 확인하게 되었을 때 속으로 자기 일이나 잘할 것이지 남의 일에 간섭하더니 샘통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생각해 보면 간섭이든 조언이든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 누군가에게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금방 꼰대 취급 당하기 십상인데 그걸 무릅쓰고 말은 건넨다는 건 애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물론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자기 말만 해 대는 간섭쟁이들도 있겠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있어야만 하는 진정한 조언자들마저 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때도 있다.


그러니 나는 가능한 한 말을 줄이고 어느 편의 말이든 우선은 잘 들어보기로 한다. 듣고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안 좋은 것은 거르면 된다. 그러다 보면 누가 나를 위한 진정한 조언자이고, 누가 그를 위한 간섭쟁이인지 알게 될 테니 말이다.


* 내향인의 취미생활 연재를 마무리하고 아직 다음 주제를 찾지 못해 그냥 쉬고 있다가, 전에 써놓은 글들을 하나씩 올려보려 합니다. 매주 쓰다가 안 쓰려니 허전하고 이상해서요^^;

좋은 주제가 떠오르면 또 언젠가 연재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