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도 괜찮아

by 수정

며칠 전 저녁 아들이 푼 문제집을 채점하는데 한 페이지가 거의 다 오답이다. 처음 배우는 내용들이라 아마도 완전히 이해가 되지는 않았나 보다 싶어 엄마랑 다시 풀어보자고 말하며 함께 책상에 앉았다. 아들은 빨간 비가 내리는 문제집을 보더니 갑자기 시무룩해졌다. 차근차근 설명해 주며 틀린 문제들을 고쳐 나가는데 아들은 세상 서글픈 표정을 지으며 속상해했다. 내가 설명해 주는 것을 들으니 본인도 아는 내용이었는데 문제를 풀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다 틀려버린 자신이 실망스러웠나 보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속으로 웃음이 나면서도 틀린 것에 기분 나빠하는 모습이 내심 기특했다. 내가 무언가를 해내지 못했을 때, 스스로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을 때, 그것에 자존심 상하고 속상한 마음이 들어야 발전이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욕심이 있어야 더 잘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그런 노력들이 꾸준히 쌓이다 보면 진짜로 잘하게 된다. 그것이 꼭 공부가 아니라도 말이다.

낙심한 아이에게 많이 틀려도 괜찮다고, 이제 배워가는 과정이니 지금은 틀려도 되는 때라고, 틀리면서 고치고 새로 알게 되고 배워가는 거라고, 오늘 10개 틀리면 내일은 9개, 또 그다음 날은 8개만 틀리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에 아들의 표정도 조금 밝아졌다. 다음에는 조금 더 신경 써서 풀어보겠다고도 했다.
흠.. 이럴 때 보면 아직 사춘기가 안 온 것 같기도 한데.. 내년이면 벌써 중학생이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엄마 품에 있을 때는 많이 틀리고 실수해도 괜찮아. 그러면서 배우고 자라는 거니까. 실은 어른이 되어도 답을 모르겠고 자꾸만 틀리고 실수해서 속상한 날도 많아. 누가 인생에서의 정답을 알까. 아마 다들 정답은 모를 거야. 다만 어제보다 조금씩 나은 오늘이 되도록 살아가는 걸 거야.

아들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면 좋겠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틀리고 실수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어른이 되어도 정답을 모르고 실수투성이인 날들이 많지만, 그 과정 속에서 배워가며 성장한다고 말이다. 인생의 진짜 목표는 완벽함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그러다가 힘들고 지칠 때, "괜찮아, 틀려도 돼"라고 말해주는, 언제나 기꺼이 너의 버팀목이 되어줄 준비가 되어있는 엄마가 곁에 있다는 것도 잊지 않는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