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말이라는 것이 참 헛되고 무의미하다고 느꼈었다. 내 입 밖으로 나와서는 공중으로 산산이 흩어져버리는 덧없는 말들. 그 말들에 나는 책임을 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말을 하기보다는 듣는 쪽을 선택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삼키고 또 삼키다 보니 점점 할 말도 없어졌다. 그래서 나는 더 말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가끔은 그 정적을 못 견디는 사람을 만날 때도 있었다. 그 고요함이 어색해서 무엇이라도 말을 해야 하는 사람.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냥 가만히 조용히 있어도 괜찮은데 정적을 메우려 쏟아내는 말들에는 쓸데없는 것들이 더 많다.
점점 더 듣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그 사람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다들 자기 이야기를 한다. 다들 하고 싶은 말들이 많다. 자신의 힘듦을 자신의 어려움을 자신의 고통을 말한다.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을 위로하는 말을 건네지만 그것은 또한 다른 사람의 말이다. 어떤 타인도 나 자신을 100% 알아주고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이란 원래 그런 존재이구나, 결국은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지만 말이 없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누구나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으니까. 참고만 있으면 쌓이고 쌓여 응어리가 되고 만다.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속에 있는 것들을 참지만 말고 말로 표현해야 한다는 걸, 가끔은 의미 없고 흩어져버리는 말이라도 쏟아내야 속이 시원해진다는 걸 알았다. 너무 많이 말을 참아서인지 말하는데도 연습이 필요했다. 말을 하기 전에 머뭇거리고 망설였다.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건지 미리 생각해 보느라. 어떤 날은 괜한 말을 했다는 생각에 자책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내 말로 인해 누군가가 마음이 상하지 않았을지 걱정도 했다. 여전히 말에 실수가 없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고요히 혼자 앉아 있는 밤에 문득, 쓸모 있고 다정한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