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딸내미랑 엄마랑, 어쩌다 일반고 미대입시

일반고에서 미대입시 성공하기 1

by 그림티

1.화

딸내미랑 엄마랑, 어쩌다 일반고 미대 입시



5시가 되자 어김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의 떨리는 목소리에 직감적으로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엄마, 나 어떻게 해?"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이었다.

내내 마음을 졸이며 아이의 예고 입시 결과를 기다리던 날, 애써 시계를 보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 일을 해보았지만 허둥대기 일쑤였다.

"어디야? 엄마가 갈게!" 말문이 턱 막혔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대답했다.

아이는 숨조차 쉬기 힘든 듯이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한참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하필 그날은 차도 없어 겨우 택시를 잡아타고 망원동 한강 입구 마을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택시를 타고 아이에게 가는 내내 해줄 말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내 머릿속은 하얄 뿐이었다. 한강 공원에서 혼자 결과 발표를 확인하고 좌절했을 아이의 심정을 생각하니 아이에게 빨리 달려가고 싶었다.


아이는 마을버스 종점 옆에서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고 있었다.

누구보다 남의 눈을 의식하는 아인데, 소매로 연신 눈물을 닦아내며 처절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주위를 지나가던 어른 중 무슨 일인가 싶어 멈춰 서서 안쓰럽게 보는 이도 있었다. 택시에서 내린 엄마와 오빠도 합세하여 아이를 부둥켜안고 함께 울었다. 얼마나 안타깝게 지켜봤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그곳에 계셨던 분들은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걱정 반 궁금증 반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많은 상상의 나래를 폈을 것이다. 우리는 남을 의식할 겨를이 없었고, 그만큼 절실했다.


예고 합격자 발표가 있던 날 아이는 중학교 방송부 친구들과 한 번도 못 놀았다며 한강 공원으로 놀러 나갔다. 기껏해야 한강에서 자전거 타며 치킨을 시켜 먹겠다고 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소소한 행복감을 느낄 새도 없이 바쁘게 지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또 아이는 친구들과 노는 내내 5시가 오지 않기를 얼마나 간절하게 바랐을까?

"엄마, 한강에서 자전거 타니까 정말 날아갈 것 같아. 나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하늘도 맑고 진짜 기분 좋다. 이 시간이 안 끝났으면 좋겠어." 아이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들떠 있는것 같았다. 긴 머리를 흩날리며 자전거를 타는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니 나도 흐뭇했다. '라라라 라라라~' 광고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행복해하는 아이의 시간이 나의 머릿속에 그림처럼 그려졌다.


실기시험이 끝나고 합격자 발표까지 5일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아이는 웃기도 하고 뒹굴거리기도 하며 행복해 보였다. 말로 다 못 할 초조함을 숨긴 채 행복한 척했던 것 같다. 친구들과의 중학교 졸업 단체 사진도 입시와 바꾸었다. 졸업 사진 야외 촬영이 있던 날도 다가오는 실기 시험일에 대한 불안함을 이기지 못하고 아이의 발걸음은 미술 학원으로 향했다. 그래서 하나뿐인 중학교 졸업 사진에는 아이의 웃음기 쏙 빠진 개인 사진만 덜렁 남아있다.


누군가는 대입도 아니고 예고 떨어진 걸 유난 떠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는 입시를 준비하는 1년 내내 진심이었고, 누구보다 성실했다.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이렇게 몰입하고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엄마에게 증명하려는 듯했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열심히 했고, 영혼을 갈아 넣었다. 한순간도 자신을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합격해야만 하고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실은 매번 노력과 결과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에게 설명해 줄 수 없었기 때문에 그저 막연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아이와 앞만 보고 달려간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을까? 인생의 쓴맛을 너무 일찍 알게 한 것 같아 더욱 속이 상했다.

시련을 딛고 일어서라고 아이를 다그치기에는 에너지도 다 쓰고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우리에게 플랜 B는 없었다. 예고에 떨어지면 어차피 일반고로 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대안이었다. 그 사실을 알기에 우리 둘 다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것뿐이다. 정말 피하고 싶었던 일반고에서의 미대 입시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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