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에서 미대입시 성공하기
2.화
괜찮아, 엄마만 믿어!
아이와 나는 입시를 하는 내내 한 팀이었다.
우리는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았고 아이의 감정을 함께 공유했을 뿐 아니라 엄마가 해주는 볼품없는 집밥 도시락으로 아이는 힘을 내곤 했다. 힘들어 지칠 때마다 엄마의 한마디에 아이는 주저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1년이라는 시간을 악착같이 함께 견뎌냈기 때문이다.
그림은 온전히 아이가 그리고 스스로 성장해야 하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힘과 동기부여는 엄마의 몫이었다. 묵묵히 지켜봐 주고 딜리버리해 주는 일은 아빠의 몫이었다. 늘 시답지 않은 이야기로 아이와 웃어주고 눈치껏 휴식 시간을 확보해 주려는 아빠의 노력도 있었다. 또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미국에서 혼자 공부하며 타지 생활을 오로지 홀로 견뎌낸 오빠를 보며 아이는 박차고 일어날 수 있었다. 또 우리 집 8살 막둥이도 집에 도착한 언니가 지치고 힘들어 쓰러질 때면 언니를 꼭 앉아주며 언니의 등을 토닥거리면서 에너지 충전기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모두 한 팀이었다.
그래서 결과를 기다리는 5일 동안 우리 가족은 모두 숨죽여 있었다.
우리는 한 팀이었기에 불합격 소식으로 서로를 부둥켜안고 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창피할 겨를도 없이 어린 애와 같이 우는 아이를 달래줄 말이 없었다.
그저 아이와 부둥켜안고 서로 울음을 토해 내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 엄마, 나 이제 어떻게 해?" 한참을 목 놓아 울던 아이가 말했다.
" 괜찮아. 엄마만 믿어"
" 이리 가나 저리 가나 가려는 곳을 향해 계속 가면 돼!"
" 엄마가 네 손잡고 끝까지 갈 거야. 걱정하지 마!"
나도 모르게 오기가 섞인 말이 나왔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그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 시간만 생생하고 그날의 나머지 기억은 내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지워졌다. 어떤 기억도 남겨두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일반고를 다니던 어느 날 아이가 나에게 이야기했다.
그때 엄마가 나에게 확신 있게 말해줘서 정말 좋았다고... 이후 나의 역할은 아이가 온전한 휴식의 시간을 갖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펌프질하는 것이었다. 매일 하루를 꽉 채워 쓰던 아이는 잠시의 여유 시간도 감당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잠이 보약인 아이라 아무리 힘들어도 자고 나면 오뚝이처럼 일어나던 아이였다. 잠만보, 잠순이, 집순이가 별명인 아이가 잠도 온전히 자지 못하는 눈치였다.
결과야 어떻든 입시가 끝났는데도 아이는 아직 받아들이고 인정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엄마인 내가 더 부정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필 왜? 라는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와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 와 고백하지만 신앙이 있는 나로서는 원망 섞인 마음도 들었다. 엄마의 욕심에 괜한 예고 준비를 해서 아이가 맛보지 않아도 될 불합격이라는 선물을 먼저 준 건 아닌지 후회가 되기도 했다.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예고에 합격한 친구들을 보면 아이도 나도 부러웠다.
원하는 것을 끈기와 노력으로 성취해 낸 아이들의 온전한 쉼이 부러웠다.
그 아이들은 등에 날개를 장착하고 높이 부상할 것만 같았다.
'내 아이는 날개 하나가 꺾인 채 비상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사실 그때만 해도 이것이 꺾인 날개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이제까지 살아온 것처럼 열심히 하면 못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열심히 했으니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는 쉴 자격이 있고 쉬어야 한다고 억지 휴식을 자처했다.
한동안 아이랑 이야기하다 울고 재밌는 넷플릭스를 보다가도 울었다.
시작은 다른 이야기라도 끝은 입시 불합격으로 늘 똑같았다. 한 달은 꼬박 실성한 듯 더 환하게 웃고 울기를 반복한 것 같다. 시간이 약이라고 괜찮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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