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아프지만 의미 있었던 예고 입시 경험

일반고에서 미대입시 성공하기

by 그림티

3.화

아프지만 의미 있었던 예고 입시 경험



나의 일반고 미대 입시는 아이가 불합격한 그날 밤부터 시작되었다.

어차피 내내 허탈감에 잠도 오지 않았다. 무기력해지고 멍해지는 느낌이었지만 기계적으로 더 냉담해지고 눈에는 독기가 가득 찼던 것 같다. 아이가 잠들고 나면 나는 새벽을 가르며 온라인 세계에서 정보들을 찾아 헤맸다. 자료들을 취합하고 확인하고 책을 쌓아 놓고 읽기 시작했다. 무식하고 무작위적으로 책에 파고들었다. 돌아보니 엄마의 힘은 새삼 놀라웠다. 아이의 실패를 뒷짐 지고 두고 볼 수 없었다.


행여나 아이가 그림에 몰두했던 중3 시기의 학습 공백기가 클까 봐 학원을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상담을 하고 학원을 세팅했다. 강남 아이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먼 거리의 대치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내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모든 과목을 다 공부했던 터라 다른 학원 세팅은 쉽지 않았고 어디서든 열심히 하면 된다는 나만의 신조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강남 울렁증이 있는 나로서는 딸을 위한 대단한 노력이었다. 열심히 검색하고 발품 판 덕에 학원 세팅은 생각보다 순조로운 것처럼 보였다.

한 달을 일 년같이 썼으니 말할 것도 없었다. 한 달 정도 쉬고 공부 시작하자고 아이와 이야기했는데 아이도 나도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2주간의 불편한 쉼을 뒤로하고는 공부에 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때의 시작은 불안함에서부터였을 것이다. 한 달 정도의 폭풍 검색과 교과목 학원 세팅을 잘 마쳐야만 했다.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한 아이들은 중학교 3학년 기말고사를 11월 초에 마무리하고 전적으로 고등 준비를 시작했다. 그래서 늦어도 12월 초부터 개강하는 학원을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슬퍼하고 넋을 놓을 겨를이 없었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니 내 살길 내가 찾아야만 했다.

또 예고 합격한 아이 친구들의 인스타에 즐겁게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보면 한 번씩 속이 쓰린 건 어쩔 수 없었다. 함께 같은 예고를 준비한 가장 친한 친구의 합격은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얼마나 고생했는지 서로 잘 알기 때문에 너라도 붙어서 다행이라는 마음이었다. 진심으로... 아이가 친구를 시기 질투 하지 않는 것을 보며 ‘우리 딸 꼬이지 않았구나!’ 잘 버텨내고 있는 것 같아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고에서 펼쳐질 작업 상황들과 일반고에서 펼쳐질 많은 상황을 알지 못하니

막막하기는 서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단지 좀 더 미술로 특화된 공간에서 한 곳을 바라보는 아이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며 힘들 때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었다.


반면 일반고에서의 미술 입시는 외로운 싸움이 될 것이 뻔했다.

예고 합격한 아이들도 동고동락한 친구들의 불합격 소식으로 마냥 즐겁게 지내기에는 맘 한편이 묵직했을 것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너무 가혹한 상황이지만 입시의 세계가 냉혹하니 어쩔 수 없이 현실을 서로 받아들여야 만 했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며 아이가 천천히 발동을 걸 여유도 없었다.

그냥 바로 달려야 했다. 중3 1년 동안 다른 친구들이 얼마나 공부에 몰입했을까 생각하면 한 번씩 아찔했다. 어느 정도 공부를 많이 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불안함이 아이와 나에게 몰려왔다.

공부를 아무리 해도 시간과 양이 어느 정도 누적되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방학 동안 공부를 열심히 해도 무언가 겉도는 느낌이었다.


아이는 불안해하면서도 꼭 만회해야 한다는 절실함 때문인지 악착같이 매달리는 느낌이었다.

중학교 때 예고 입시를 위해 교과 공부를 하는 동안 참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했다.

상위권 예고를 준비하니 전 과목 내신이 완벽해야만 했고 성취도로 나오는 전 과목에서 A를 놓치면 안 되는 상황이라 모든 과목을 완성도 있게 준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에 가장 상위권 예고에 원서를 넣을 수 있었다. 중학교 때 내신 점수를 악착같이 관리하던 경험과 오랜 연습 끝에 실기를 치러본 경험이 아이에게 녹아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있었다.


공부한 것은 어디 가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방학을 이용해 아주 조금은 한발 나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쓸데없는 짓을 한 건 아닌가 보다.

아프지만 떨어진 경험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일반고 미대입시 #미대입시 #예고입시 경험 #예고 불합격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