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차선책을 찾아라!

일반고에서 미대입시 성공하기

by 그림티

4화.

차선책을 찾아라!



예고 불합 후 바로 일반고를 가기로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싶었다.

생각보다 미술을 전공 할 수있는 학교가 예고와 미고 이외에 일반고에서는 거의 없었다.

미술 중점고와 거점고도 알아보았다. 서울에 유일한 미술 중점 학교인 송곡여자고등학교도 알아보았지만, 일단 너무 먼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라 아이의 체력이 따라주지 않을 것 같아 일찌감치 포기했다. 사실 새벽에 일찍 깨워 보낼 자신도 없었다. 나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 1시간 정도의 거리를 극복할 만한 열정은 샘솟지 않았다.


송곡여고의 교육 프로그램을 보니 미술 교과 수업이 일반고 15시간에 비해 60시간 내외로 어마어마한 메리트임은 분명했다. 방과후 프로그램과 동아리 활동까지 생각하면 두둑한 생기부 활동이 가능하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원서 접수를 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어쩌면 상위 예고 아니면 가기 싫다는 자존심이 그때 발동했을지도 모르겠다.

자존심과 귀차니즘의 콜라보로 내 마음에서 밀어내고 있었던 것 같다.

아이가 관심을 둘까 봐 아예 말도 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홍익대 등을 생각한다면 일반고보다는 충분히 좋은 방향임은 확실했다. 멀다는 핑계로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톡톡한 대가를 치르며 학교를 다녔고, 내신 성적을 올리느라 너무 고생한 것은 사실이다. 거리와 환경을 고랴하여 나의 선택과 다르게 누군가는 송곡여고 미술 중점반도 좋은 선택지임이 분명하다.


어쩔수 없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역의 미술 거점 학교를 알아보았다.

일반고에 들어가서 수업을 하며 부족한 미술 활동을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거점 학교로 이동해서 수업하는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거점 학교 제도가 처음 시행되어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홍보도 되지 않았고 아는 사람만 알아서 찾아야 하는 분위기였다. 시행하고 있는 학교조차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없어 우왕좌왕할 때였다.

지금 거잠학교는 생기부가 들어가는 학교는 꼭 선택해야하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당시 일말의 희망을 갖고 알아봤는데, 학생들 현실에 맞지 않는 시간 구성과 수업 내용에 실망스러웠다. 심지어 우리 교육청 관내에는 음악, 체육, 과학 거점 학교는 있는데 미술 거점 학교는 없었다.

옆 지역 교육청 관내 고등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어야 하니 이동 시간부터 요일, 시간이 하나도 맞는 게 없었다.


'아니 무늬만 거점 학교잖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그러니 이 좋은 동네에 진학률이 이 모양이지...'

화가 치밀어 올라 전투 준비를 해야 했다.


학생들의 대변을 한다는 입장으로 교육청에 전화도 수없이 해보았다. 서울 반대편에 꼴랑 미술 중점고 하나 있는데 거점고도 없다고 하니 그저 탁상행정이다 싶고, 학생들의 진학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숨겨두었던 내 안의 잠자는 사명감 가득한 내가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웬만한 일에 화가 나지 않는다. 가끔 누군가는 화를 내지 않는 나를 의아해하기도 한다.

웬만하면 서로 좋게 상의해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잘 조율하고 타협하는 편이다.

아이들에게도 늘 겸손하고 조금 손해 본다는 생각으로 늘 베풀며 살라고 한다.

그게 이기는 거라고... 이렇게 잘 포장해 놓은 사회적인 나와는 달리 가끔 전투적인 내가 튀어나올 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나는 교육 사업을 하며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공의 문제 같은 일이 생기면 늘 확인하고 바로잡으려고 시도했던 것 같다. 아이들 도서관 개방 문제도, 아이들의 문해력이 중요한 요즘 가까운 곳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달라고 우리 지역의 문제에서 구의 문제로 시청 구청 할 것 없이 통화를 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정책 위원회에서 다음 도서관 건립 예정 시 우리 지역에 도서관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을 받아냈다. 코로나 이후 자연스럽게 굳게 닫힌 학교 운동장 덕분에 거리로 내몰리고 골목에서 미디어에 의존하는 아이들을 보며 학교 운동장 개방과 아이들이 뛰어놀 권리를 위해 끊임없이 학교와 교육청에 연락했다.

결국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뛰어놀지는 못하지만 학교 교문을 늦게 닫아 이용할 수있게 관철해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에 대해 새로 알게 된 것 같다.


나는 절대 싸우지 않는다. 그렇지만 꼭 해야 할 말은 한다.

아무래도 이번 일도 내 아이만의 문제는 아니니 누군가 목소리 높여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라에서 시행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그 안으로 편입되어야지, 버텨봐야 결국 내 손해임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래서 교육부에서 고교 학점제를 시행한다는 발표로 선제형 시범 학교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자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빨리 바로잡아야 했다.

나는 교육청에 전화하기 전에 거점 학교와 고교 학점제에 대해 미리 공부했다. 다음 날 교육청으로 전화를 걸었다. 나의 알량한 체면상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꽁한 마음에 전화를 건 건 맞는 것 같았다. 공무원도 교육청도 쫄면 안된다. 용기를 내야한다. 쫄면 지는것이니까...

나긋나긋한 여자 장학사님과 전화가 연결되었다.


"안녕하세요? 교육청 관내에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예비 고등학생의 엄마입니다."

"거점고에 관련해서 교육청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잠시만요..." 한참을 대답을 안 하시는 것이 아무래도 팸플릿을 찾아보면서 설명해주시는 것 같았다.

나도 질세라 조용하지만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지역에 다 있는 미술 거점 학교가 우리 관내에는 왜 없는지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한참의 대화 끝에 결론은 예산 문제로 차후 계획하고 있다는 답변 외에는 소득이 없이 끊었다. 그런데 그 후 4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관내에는 미술 거점고가 없다. 미술 전공 자녀를 둔 엄마들의 적극적인 건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 말인즉은, 이 지역의 상위권 미대 진학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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