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한 팩과 담벼락 너머의 사람들

(너머의 사람들 시리즈.1)

by 최웅

2025년에 모든 도전은 끝이 났고 2025년의 모든 결과의 끝은 대형 할인마트에서 비정규직이라는 결과가 남았다. 모든 게 낯설고 일에 대해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들이 하라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약간의 일을 대하는 태도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난 운반 도구에 상품을 싣고 매장에서 상품을 진열하고 있는데 석구 담당이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정욱아!” “아, 네!” “정욱아, 이번에 회사에서 신입 사원을 뽑는데 너도 한번 지원해 봐라. 지금 네가 비정규직으로 일하지만, 정규직이 되면 연봉은 적을지 모르지만, 복지나 워라밸 부분에서는 지금보다는 좋을 거야. 그러니 한번 지원해 봤으면 하는데 너는 어때!”

<그런가? 지금의 일을 하다 보니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 것 같고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요, 그럼 언제까지 지원하면 되죠?”

“오늘이 월요일이니까 다음 주 수요일까지 접수하면 돼.”

“그럼 해볼게요!” 전공과는 전혀 다른 길이지만 같은 과 친구들이나, 동네 친구들 대부분 전공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모두들 정규직이라는 꼬리표를 가지려고 움직였다. 그들처럼 움직였지만 아직은 비정규직 꼬리표를 달고 있다. 부모님에게 미안하지만 가장 미안한 사람은 나 자신이다.

지원서는 정말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많이 써본 지원서이자 자소서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10년간 자소서를 쓴 노하우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자신한다.


시간은 지나가고 서류 전형 합격자 발표일이 다가왔다. 그리고 매니저가 다가와 내게 말을 전했다.


“정욱아, 일단 정말 축하한다. 서류 전형 통과했다. 이제 면접이 남았는데 인터넷 화상 면접이라 사무실에서 보통 면접 준비를 하는데, 화상 면접이라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어. 정욱이는 어떻게 할래?”


<그의 말에 ‘휴!’라는 감탄사와 함께 안도감이 들었다. 일단 한 단계를 넘어서 다행이다. 이제는 면접만 잘 보면 된다. 면접에만 집중하자.>


“매니저님, 면접은 우리 집에서 보겠습니다.” “그래, 집에서 볼 거니? 회사에서 보는 게 더 좋지 않아? 혹시나 서버 문제로 면접에 지장을 주면 안 될 것 같아서 하는 얘기야!”

<그런가? 그럼 회사에서 볼까? 아니, 심리적으로 확실하게 부담감을 줄일 수 있는 집에서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하는 게 면접을 더 잘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요. 회사에서 보면 부담이 돼서 그냥 집에서 면접을 보겠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정욱아, 네가 원하는 대로 하고 면접 잘 봐. 잘되면 형이 맥주 한잔 사주고 떨어지면 내가 술 한잔 사줄게. 정욱아, 잘 되길 빈다.”


난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떨어지면 꼭 술 사주셔야 해요!” “

야 인마, 네가 꼭 붙어서 형을 사줘야지!”

이렇게 웃으며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누지만,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일단 면접에만 집중하자.



면접날이 다가왔다. 충분히 준비하고 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자기소개만 머릿속에 있고 면접 질문들이 기억에 남지 않는다. 질문들에 정확히 답하지 못하고 버벅거리기만 한 것 같다.


예전 다른 회사의 면접 때와 똑같이 버벅거림의 연속이었다. 화면 속 면접관들은 사라지고 노트북 화면에 멍한 내 얼굴만이 비치고 있다.

아! 이번에도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수많은 면접 후에 공통으로 느껴지는 이 느낌.


면접이라는 문턱이 정규직이라는 마지막 관문의 수문장이 되어 강하게 밀치고 관문을 굳게 닫은 것 같다. 이제 정규직이라는 담벼락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이 담벼락을 넘어갈 수 있지.


점점 자라나고 있는 담벼락. 그들의 세상은 시간과 물질의 풍요를, 다른 세상에 있는 나에게는 담벼락 안 세상에 대한 상상력 또한 사라지게 하는 것 같다.


며칠이 지나 매니저가 날 부른다. “정욱아, 미안하다. 불합격이라고 하네. 형이 술 한잔 사줄게.” 매니저의 얼굴과 면접 후 느낌이 현실이 되었다.


애써 태연한 척 매니저에게 대답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다음에 보면 되죠. 그리고 술은 다음에 사주세요!” “아! 그래, 정욱아. 정말 괜찮니?”


“아, 괜찮아요. 면접 한두 번 떨어진 게 아니라 괜찮아요. 아, 매니저님, 저 연차 사용할 게 있다고 하셨죠?” “어 그래, 네가 사용해야 할 연차가 한 3~4개 정도 있을 거야!” “그럼 저 2~3주 후에 연차 3개만 쓰겠습니다!” “정욱아, 어디 가게?” “


네, 그냥 머리나 식히러 여행이나 가려고요!”

“그래, 그럼 보통 1주의 전에 다시 한번 얘기해 줘."


“네, 감사합니다.”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눈 후 휴게실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앱을 통해 가장 싼 비행기 표를 찾기 시작했다. 차라리 잘됐다. 이참에 그냥 나가자. 월급도 조금 모은 게 있으니 그냥 나가보자.


비행기 표를 확인해 보고 내일 가장 싼 표인 일본 후쿠오카행 비행기표가 보였다. 왕복 20만 원대의 비행기, 그리고 날짜에 맞추어 하카타역에서 가까운 호텔을 골랐다. 1박에 20만 원짜리 숙소.

그나마 다행인가. 몇 개월 동안 모은 돈과 부모님과 함께 사는 나에게는 2박 3일 정도의 여행을 갈 수 있는 돈의 여유가 있어서. 부모님께서는 뭐라고 하지 않겠지만 대기업을 다니고 있는 형과 누나는 뭐라고 할 것 같다.



나이는 서른에 제대로 된 직장도 없는 주제에 일본 여행이나 간다고. 핸드폰에 엄마 번호가 갑자기 떴다. 아, 웬일이지 엄마가?


“정욱아, 면접 결과는 나왔니?”


누가 말했지? 누나한테만 말했는데. 혹시나 떨어지면 실망하실 부모님이 생각나서 이야기 안 했는데 누나가 말했나! 아이고 짜증 나게 하네, 성은지.


“아! 그게 엄마, 면접 안 봤어. 이 일은 알바 개념으로 하는 거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거든. 그래서 면접 안 봤어. 아니 지원을 아예 안 했는데, 근데 누가 면접 본다고 말했어!”


엄마의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는 전화기로 들렸다. “아니, 누나가 면접 본다고 한 것 같아서 혹시나 해서 전화했어, 아들.”


난 화가 가득 찬 목소리로 엄마에게 대꾸했다. “아! 누나는 뭣도 모르면서 엄마한테 이야기하는 거야 진짜 짜증 나게. 엄마 끊어 봐, 누나한테 전화할 테니까!” 통화를 끊고 '성은지'라는 전화번호를 찾기 시작했다가 그리고 그것도 잠시, 누나한테 전화해서 뭐라고 하나.


어차피 면접에서 붙은 것도 아니고 떨어졌는데. 핸드폰의 잠금 버튼을 누르고 차갑게 식은 커피를 빠르게 마시고 일을 하러 휴게실 밖을 나갔다.


퇴근하는 길에 엄마가 좋아하는 딸기 한 팩과 아버지가 좋아하는 치킨 한 마리를 사서 집으로 들어갔다. 난 딸기와 치킨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내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방문 밖으로 들리는 아빠와 엄마의 목소리. “야, 우리 막둥이가 아빠가 좋아하는 치킨하고 제 엄마가 좋아하는 딸기도 사 왔네.”


왠지 모르게 방 밖에서 들리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처음 무대에 오른 연극배우처럼 어색함이 가득한 목소리가 방문을 뚫고 들어왔다. 마치 12년 전 고3 때의 집안 분위기를 난 다시 한번 고3 분위기의 집으로 만들었다.


야, 정욱아. 근데 아빠가 좋아하는 맥주도 사 와야지 왜 치킨만 사 왔니!”

“아, 그래요. 아빠 그건 생각 못 했는데 제가 편의점에서 사 올게요.”


“야, 됐다. 아빠가 사 올 테니까 엄마가 차려준 밥 먹고 있어.” 엄마는 밥상을 차리며 밥 먹으라는 손짓 하며 대답하고 계신다.


“그래, 정욱아. 넌 밥 먹고 아빠 보고 사 오시라고 해.”


아빠는 내가 대학교 때 입던 학교 학과 점퍼를 걸쳐 입고 나가셨다. 형, 누나, 나까지 본인들이 보내고 싶은 대학에 모두 들어가 아빠와 엄마에게는 자랑 같은 저 학과 점퍼. 학과 점퍼의 글씨가 점점 색이 바래져 가고 있지만, 아빠는 저 학과 점퍼를 집 근처 마트나 편의점 갈 때 입고 나가신다.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고 아빠와 치킨에 맥주를 마시며 TV를 보고 있으니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 성정욱, 면접도 떨어진 주제에 치킨에 맥주를 마시네! 엄마, 이 새끼 면접 본다고 며칠 전에 내 노트북 빌려 달라고 했다니까?”


엄마는 누나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과 함께 “그래, 알았어 은지야. 그만하자. 정욱이 아빠랑 맥주 마시잖니!” 누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엄마, 아빠랑 정욱이가 맥주 마시는 게 뭐가 중요한 일이라고!”


누나의 그 모습에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누나에게 대꾸했다. “그래 면접 떨어졌다, 됐냐? 됐냐고!” 마시던 맥주캔을 탁자에 두고 일어나 현관문으로 향했고 현관문 앞에 서 있는 누나를 밀치고 나갔다.


엘리베이터의 층별 알림 화면은 25층을 가리키고 있어서 비상계단을 통해 내려갔다.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1월이라는 겨울 계절이 내 몸을 차갑게 하고 있지만, 마음속은 전혀 차갑지 않았다.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이제 내 마음속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누나의 말에 왜 발끈했지, 발끈한다고 뭐가 바뀌나. 핸드폰을 집에 놓고 와서 친구들한테 전화도 못 한다. 아니 핸드폰을 가지고 왔다고 했어도 이 시간에 전화할 친구들이 없다.



한참을 걷다가 갈 데가 더 없자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 앞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 보니 시계는 10시가 넘었고 식탁과 테이블은 정리가 다 되어 있었다. 집안의 분위기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시간 전의 과거로 온 것 같았다.


조용히 TV를 보고 있는 부모님께 조용하게 말했다. “엄마, 3주 후에 저 일본 가요. 그냥 회사에서 연차를 써야 한다, 하니까 2박 3일 일본 갔다 올게요.”

10살짜리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은 눈빛으로 엄마는 아버지를 향해 말하고 있다. “정욱이 아빠, 정욱이 3주 후에 일본 가면 인천공항까지 당신이 데려다줘요.”

“아니야, 엄마! 엄마 아들 서른 살이에요. 고등학교 졸업한 지 10년도 넘었어요.”

“그래 여보, 정욱이 이제 서른 살이야. 이제 혼자 갈 수 있어. 애가 아니잖아.” 아빠의 이 말에 세안 크림이 가득한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와 누나가 한마디 거들었다.

“엄마, 정욱이 서른 살이야. 엄마가 애를 감싸고도니까 애가 이렇게 나약한 거 아니야, 엄마.”

누나의 말에 화가 났지만 부모님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 방으로 들어갔다.


3주라는 시간은 빨리 지났고 일본을 가기 전날이다 가방을 싸고 아침 7시 비행기라 빨리 자야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침대에서 뒤치덕 거리다가 언제인지 모르게 핸드폰의 화면에는 1월 25일 03:00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알람을 끄고 가볍게 세수만 한 채 모자를 쓰고 작은 여행용 가방과 배낭을 가지고 인천공항 가는 버스를 탔다. 공항에 도착하고 항공사에서 게이트에서 발권하고 출국장으로 향했다.

와! 엄청나다. 일부러 일요일 비행기 표를 구했는데 출국장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있다니. 다들 돈도 많고 시간적 여유도 많네.



[일본의 후쿠오카 공항]


1시간의 비행시간과 입국장을 통해 여행용 가방을 찾는 데까지 거의 1시간의 시간이 소비된 것 같다.

진짜 이웃 나라 일본이네. 짧은 비행시간이 가까움을 알려 주는 것 같다.


버스표를 사기 위해 배낭에서 지갑을 꺼내려고 하는데 배낭 깊은 곳에 하얀 봉투가 하나 보였다. 봉투에는 5만 엔이라는 돈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봉투에는 '누나가'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누나에게 카톡으로 왜 돈을 보냈냐고 물어봤다. 그리고 답변은 “그냥”이라는 두 글자와 웃음 이모티콘 하나가 왔다.


편의점에서 물 하나를 사 마시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 탑승구에 가서 안 되는 일어로 하카타 가냐고 물었고 직원은 빨리 타라고 말해 주었다. 버스 창밖 속 일본의 거리는 깨끗했다. 그리고 이 모습들은 내가 즐겨 보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았다.


[후쿠오카 하카타구의 한 작은 원룸, 미사키의 집]

알람이 울린다. 핸드폰에는 1월 25일 일요일 04:00과 후쿠오카 날씨 '흐림 3℃'라고 표시되어 있다. 세수하기 전에 냉장고에서 어제 산 350엔짜리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린다.


차가워진 도시락이 전자레인지에서 '땡' 하는 소리가 날 때까지 세수를 마치고 피부 로션 하나 바르고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어릴 적에는 엄마가 그렇게 먹으라고 해도 먹지 않았던 아침밥을 꼭 먹는다.


이 아침밥이 오늘 첫 끼니이자 마지막 끼니가 될 수 있으니까. 집에서 호텔까지는 자전거로 1시간 거리에 있다.

본가에서 가져온 중학교 때부터 탄 낡은 자전거를 타고 겨울의 찬 공기와 함께 바닷가의 찬바람을 맞으며 호텔로 향한다. 호텔 근처 공용 자전거 보관소에 자전거를 두고 나머지 10분은 걸어서 이동한다.


자전거를 타고 와 목이 마른 나에게 작은 사치를 부려 본다. 동전 지갑을 꺼내 150엔을 꺼내 좋아하는 커피를 편의점에서 사서 마신다. 달콤하고 쓴맛과 인공적인 커피 향이 가득한 편의점 커피.


탈의실로 향한 난 반쯤 마신 커피를 라커에 두고 걸어둔 유니폼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무전기를 차고 삐뚤어진 명찰을 다시 매만져 본다. 거울에는 은빛 명찰에 검은색 글씨로 '미사키'라는 이름이 보인다.


무전기에서 알림이 온다. “미사키 상, 빨리 주차장 쪽으로 가서 세탁된 수건과 침대 시트 등을 직원용 엘리베이터 쪽으로 옮겨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라는 대답과 함께 빠르게 주차장으로 갔다.


거기에는 함께 일하는 유이가 나와 있다. 유이는 나보다 4살 어리지만 3년 먼저 파견직 호텔 하우스키퍼를 하고 있다. 보통 선배라 하지만 유이는 나에게 선배라 하지 말고 그냥 이름을 불러 달라고 했다.


세탁물 트럭에서 수건과 침구를 내리면서 유이가 내게 가까이 오며 이렇게 물었다. “미사키, 나 오늘 생리할 것 같은데 생리대를 못 챙겨 와서 이따가 생리대 하나만 있으면 빌려줄 수 있어?” 유이는 미안함에 웃음을 더한 표정으로 내게 부탁한다. “알았어, 유이. 이따가 이 짐 다 내리면 라커에서 갖다 줄게!”


“미사키, 고마워!” 다행이다. 유이같이 밝은 아이가 내 주변에 있어서 다행이다. 코로나가 유행일 때 다니던 회사에서 잘리고 엄마 집에서 살다가 후쿠오카라는 도시로 온 지도 벌써 3년이나 지났다. 그리고 파견직 회사를 통해 이 일을 한 지는 1년이 되었다.


처음부터 모든 일을 유이한테 배웠고 모르는 일이 있을 때마다 유이는 항상 웃으며 날 도와주고 힘들어할 때는 유이는 위로해 주었다. 수많은 수건과 시트 등을 각 층에 옮기다 보니 등과 얼굴에는 땀이 흐른다. 1월의 추운 날씨라 하지만 따듯한 호텔에서 일을 하다 보니 상당히 덥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춥고 비 오는 날에도 선전 간판을 들고 서 있었는데 그 일에 비하면 지금의 일은 힘들지만 춥지 않아서 좋다.

객실당 수건이 5장 정도 되니 층당 50장, 그리고 침구까지 있으니 부피도 만만치 않고 무겁다. 그리고 세탁업체에서 온 수건들은 100장 묶음이라 일일이 배분 작업을 통해 작업의 효율을 늘려야 한다.


시계를 보니 벌써 8시가 되었다. 이제 분류한 수건과 침구를 층마다 분리해서 옮겨 놔야 한다.

무전이 온다. “미사키 상, 809호에 샤워용 수건 2장 가져다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샤워용 수건 2장을 가지고 809호로 향했다. 중국어가 들린다. 그리고 10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나와 수건을 받고 아이는 내게 “땡큐”라고 대답했다.

809호 아이처럼 해외여행을 부모님과 함께 가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난 여권조차 없다. 가끔 엄마는 예전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하와이에 간 이야기를 한다. 그곳 날씨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랑 같이 먹었던 음식과 칵테일 마시던 이야기를.


아마 엄마에게는 하와이의 추억이 엄마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추억이었던 것 같다. 엄마의 가장 행복한 시절.


손목시계는 9시를 가리키고 있다. 진짜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객실 내 체크아웃 연락과 방마다 붙어 있는 하우스키핑 표시.

빨리 움직여야 한다. 방문에 청소 필요 없음의 표시가 많길 빈다..



[하카타역의 버스 정류장]


핸드폰의 시간을 보니 오전 10시 30분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구글맵을 통해 호텔의 위치를 확인해 봤다. 정류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호텔이 하카타역 중심부에서 멀지 않아서 조금 비싸긴 하지만 2박 3일이라는 짧은 여행을 하기에는 이동하기가 편해서 좋은 것 같다.


10분이라는 짧은 거리지만 확실히 이곳이 한국이 아닌 일본이구나를 느낄 수 있다.

특히 간판에 쓰여 있는 일어가 내게는 그냥 그림처럼 보인다. 이 그림들이 건물과 어우러지니 마치 도시 풍경화 같다.

영어로 표기된 '호텔 후쿠오카 캐슬'이라는 호텔이 보인다. 호텔 내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호텔의 체크인 시간은 오후 2시라 체크인은 안 되지만 작은 여행용 가방이라고 해도 끌고 돌아다니는 게 힘들어 호텔 프런트 직원에게 여행용 가방 보관을 부탁했다


난 일본 여행 중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온천욕을 하기 위해 온천장으로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구글맵상으로는 온천은 호텔에서 걸어서 40분 거리에 있다. 다시 여행자의 발걸음으로 천천히 도시를 음미하면서 걷기 시작했다. 20분쯤 걷다 보니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한 가게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게 보였다.

사람들에게 핸드폰 번역기를 돌려 여기가 무슨 줄이냐 물어보고, 마침 이곳이 유명한 라면집이라고 해서 나도 그들 뒤에서 줄을 서며 그들과 함께 라면 한 그릇 하기로 했다.



[후쿠오카 캐슬 호텔의 객실 오후 1:00시]


쉴 새 없이 일하다 보니 오후 1시가 지났다.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유이에게 전화가 왔다. “미사키, 내가 요 앞 마트에서 점심 사 왔어. 같이 먹자.” 유이는 참 대단하다. 요 앞이라고 하지만 마트는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왕복 30분.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가까운 편의점이 아닌 마트에서 사 온 것이다.


유이나 나나 월급 15만 엔 정도 받는다. 거기에 월세 4~5만 엔, 식비, 공과금 등을 빼면 남는 돈은 4~5만 엔 정도이다. 그런 시간과 돈을 나에게 쓴 그녀가 고맙다.

“유이야, 도시락 얼마 주고 사 왔어? 내가 돈 줄게!”

“아니야, 미사키. 주지 않아도 돼. 아까 생리대 빌려줬잖아!”

“유이야, 그건 그거고 도시락은 그거랑 상관없잖아.” 난 유이에게 500엔을 억지로 유이의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우린 잠시 세탁물 보관 장소에 세탁해야 하는 수건을 깔고 둘이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뒷주머니에 걸려 있는 무전기를 바닥에 내려놨다. 바닥에 둔 무전기의 벨소리가 울리지 않기를 바라며.



[후쿠오카 캐슬 호텔의 프런트 앞 오후 3:00시]


라면을 먹고 온천욕을 하니 벌써 오후 3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프런트에서 체크인 후 610호의 키를 받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객실로 향하는 복도길에 검은 바지에 회색 유니폼의 상의를 입은 직원이 보인다.


그녀의 등은 연한 회색이 아닌 진한 회색이 되어 있어다. 작은 체구에 짧은 쇼트커트를 한 그녀는 내가 들기에도 부피가 커 힘들어 보이는 짐들을 청소용 카트에 옮겨 담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다가가고 있는데도 나라는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그녀의 뒤를 지나갈 때, 그녀는 깜짝 놀라며 "쓰미마셍"이라 말했다.

덩달아 놀란 나도 "죄송합니다" 한국어가 나왔고 그녀의 명찰에 이름이 보였다 은빛이 반짝이며 보이는 영어로 쓰여있는 미사키라는 이름. 그녀의 명찰은 삐뚤어져 있었다.


그녀의 삐뚤어진 명찰은 격한 노동의 흔적처럼 느껴졌다. 정말 열심히 일을 하는 그녀.’


“삐”라는 소리와 함께 객실 문이 열린다. 객실은 20만 원 정도라 내 경제적 여력을 봐서는 비싼 호텔이지만 역시 돈값을 하는 것 같다.

청결하고 정리 정돈 잘된 침구와 객실 내 비품들, 아마 아까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하우스키퍼들의 노력에 호텔 객실이 완벽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 같다.


여행용 가방을 의자에 올리고 핸드폰 충전기에 핸드폰을 충전하고 침대에 누웠다. 침구에서 연한 세제 향과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햇볕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새벽부터 바삐 움직이고 온천의 뜨거운 물에 담그고 나온 몸이라, 침대에 누우니 바로 날 잠들게 한다…. 깊은 잠에 빠져든 날 영상통화 알림음이 잠에서 깨운다.


영상통화에서 보이는 엄마의 모습. 난 엄마에게 잘 도착했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안심시켰다. 엄마는 매번 나 혼자 해외여행을 가면 이렇게 영상통화를 통해 안부를 확인하신다.


엄마에게는 나이 서른 살 먹은 아들도 영원히 10살짜리 어린아이로 보이시는 것 같다. 커튼에서 비추던 햇빛은 사라졌지만, 도시의 불빛들이 창문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배가 고픈 난 핸드폰을 꺼내 맛집을 검색한다.


검색에서 나온 맛집. 맛집을 향해 호텔 밖을 나오니 확실히 도시의 중심지이자 교통의 중심지라 수많은 직장인이 각자의 길을 향해 가고 있다.

특히 그들 중 세련된 정장과 깔끔한 머리 모양의 직장인이 눈에 띈다. 그리고 그의 목에 걸린 사원증이.




[후쿠오카 호텔 캐슬의 직원 통로 오후 6:00]

퇴근 태그를 하고 손목시계를 확인해 보니 오후 6시이다. 오전 6시에 출근해서 꼬박 12시간을 일해 호텔이라는 공간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오전 6시에는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깔끔한 투피스를 입은 여사무원들.


난 한 번도 저들이 입고 있는 옷을 입어 본 적이 없다. 내가 10살쯤에 부모님은 이혼하시고 엄마는 힘들게 날 키웠다.


외할아버지는 그런 엄마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시고 힘들게 살고 있는 우리 모녀를 모른 체하셨다. 엄마는 외할아버지가 하지 말라는 결혼으로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작은 회사와 저녁에는 아르바이트 다니며 날 키웠다.

우리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아 난 고등학생이 된 후 쭉 아르바이트를 하며 엄마와 함께 살아남았다. 특히 우리 모녀에게 가장 힘든 코로나에서도 살아남았다.


[후쿠오카의 어느 꼬치구이 가게]

호텔에서 20분 걸어서 온 꼬치구이 가게다. 일단 직원에게 생맥주 한잔을 부탁한다. 생맥주의 시원함과 부드러움이 여행의 여독을 풀어 주는 것 같다.


메뉴판을 번역기를 통해 탐색하며 꼬치를 하나씩 시켜 본다.

매장 안으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고 작은 가게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매장 내 들리는 노래가 마치 이들과 같은 공감대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후쿠오카 하카타구의 거리]

오늘따라 새벽에도 찬바람이 불어 힘들게 했는데 퇴근길도 바람이 많이 부니 자전거를 타고 가기 힘들다.

도시의 강한 불빛도 사라지고 가정집에서 비추는 온기 가득한 불빛도 보이지 않는 이 길.

새벽에는 무섭지 않지만 저녁에는 이곳을 지날 때면 항상 긴장이 된다. 자전거의 페달을 좀 더 빠르고 힘차게 밟아 본다.

몸은 피로로 가득해 느려지지만 이곳을 지나려면 긴장이라는 마음의 부담감으로 육체를 더욱더 강하게 밀쳐야 한다.

조금씩 보이는 가정집의 온기를 가진 불빛과 거리를 다시금 밝혀주는 가로등 불빛.


마지막으로 이런 긴장감도 편의점의 불빛에서 다시 사라지고, 억지로 밀치며 내달린 자전거의 속도는 줄어들고 다시금 오늘의 끝남을 알려주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말해 준다.


찬바람에 코는 빨개지고 손이 시려 자전거에서 내려와 끌면서 천천히 마트로 향한다. 자전거를 보관 장소에 두고 천천히 마트에 들어갔다.


하얀 타일 바닥에 밝은 LED 등이 어두운 바깥과 확실히 구분되게 한다. 이곳은 언제나 밝고 환하게 당신을 반길 거라는 듯.

먼저 도시락 코너에 간다. 수많은 도시락에 붙어 있는 할인 라벨들, 천천히 구경한다. 가장 싸 보이고 맛있어 보이는 도시락을 찾는다.


도시락 코너 옆에 보이는 빨간 과일 딸기가 보인다. 한 팩에 300g짜리 딸기. 환한 조명이 더욱더 딸기의 색을 돋보이게 한다.

딸기를 들어 향을 맡아보고 향긋함과 달콤함이 살까 말까 하는 고민의 순간을 만든다. 직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 남자는 살짝 눌린 딸기에 할인 라벨을 붙이고 있다. 작은 웃음이 나도 모르게 그의 손을 보고 나오고 있다. 할인된 딸기를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는 마트 장바구니에 첫 번째로 담고, 할인된 도시락 두 개가 두 번째로, 그리고 맥주 한 캔과 차갑게 식은 치킨 가라아게를 바구니에 담았다.


오래간만에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여유를 준 것은 손님들이 넣고 간 얼마 안 되는 팁이다.


그들의 팁을 통해 산 음식들이 네게 오늘 마지막을 웃음 짓게 해 준다 그리고 맥주 한잔과 치킨 가라아게를 먹고 마지막으로 딸기의 향과 과즙을 느끼고 싶다. 입안 가득 천천히 뭉게지는 딸기 과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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