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름

by 최웅

긴 이동 끝에 온 고속도로 휴게소. 비록 내가 운전한 차가 아닌 후배가 운전한 차였지만, 많은 사람이 함께 탄 자동차라 비좁은 좌석에 허리도 아프고 불편함만이 가득했다.

휴게소에서의 짧은 휴식과 커피 한 잔은 비좁은 좌석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앞으로 1~2시간 더 버틸 수 있는 힘을 준다.


화장실 창문에 쓰여 있는 글자 ‘누름’.

왜 이 ‘누름’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눈에 띄고 집중하게 되지? 이 ‘누름’은 왜 이렇게 내게 다가오지? 창문에 쓰여 있는 ‘누름’은 물리적 행동에 대한 누름이다. 그럼 내가 느끼는 누름의 의미는 심리적 압박감과 고통에 대한 의미인 것 같다.


왜 이리 불안하고 압박감을 느낄까? 시간을 뒤로 돌려 보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1박 2일의 휴식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길. 그곳에서 느꼈던 즐거움은 점점 사라지고 내일이라는 일상으로 향해가는 시간. 그 변화가 내 감정에서 자라나고 있는 불안에 더해져 ‘누름’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 것 같다.


내일이라는 시간은 일상이라는 삶의 공간과 반복된 시간의 쳇바퀴 속으로 다시 들어가게 한다.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빠, 회사의 누구로. 난 작은 뗏목을 일상이라는 이름을 가진 강줄기에 띄울 것이다.


이 뗏목은 약간의 방향만 바꿀 수 있다. 큰 방향 전환을 하는 순간 뗏목은 균형을 잃은 채 크게 흔들리고, 강줄기의 강한 물결과 물살은 나와 내 가족을 차갑고 깊은 물속으로 빠져들게 할 것이다. 그럼 이것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올 것이다.


그럼 이 뗏목이 강줄기를 따라 영원히 갈 것인가? 그건 아니다. 이 강줄기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영원하지 않고 끝이 있는 이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강줄기를 따라 움직이는 이동은 어딘가에서 이 뗏목이 가라앉든가, 아니면 강가 옆 모래사장에 서서히 다가가 멈출 것이다.


아직은 모르겠다. 시간이 아직은 많다고 나 자신을 위로한 채, 물의 흐름에 따라 바위에 부딪히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경로를 수정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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