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임식

핸드폰 사진첩 속의 사진들

by 최웅

회사에 정년 퇴임식이 있었다. 회사 내에 있는 교육실. 교육실 정면 벽면에 커다란 현수막 “당신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보였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오면서 의자의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나도 빈자리에 앉았다.

앞쪽의 빈자리에 쓰여 있는 이름들. 퇴임을 앞둔 분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노란 포스트잇 종이에.


정년퇴임식은 오후 3시를 가리키며 시작되었다. 사회자가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으며, 이름이 붙은 의자에 앉은 직원들이 하나둘씩 호명에 맞추어 꽃다발과 감사패를 받기 시작했다. 한 명씩 이름이 불릴 때마다 사원들의 박수와 사원들이 선물로 그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전했다


사회자는 퇴임하는 사원들에게 소감을 물어보았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이 마지막 6개월 동안의 회사 생활은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겪었던 시간을 잊게 해 줄 만큼 행복했습니다.” 이 말과 함께 흘리는 눈물.


그분의 모습에 감정이 이입되어 내 눈에도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눈물을 참기 위해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핸드폰 사진에 나온 딸의 아기적 웃음 가득한 사진들.


아마 저분들의 핸드폰 배경 사진은 이제 어린아이가 아닌 결혼한 자녀의 사진, 손녀, 손자의 사진이 가득할 것이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사진이 가득한 사진 파일들. 시간의 흐름은 자신만의 시간뿐만 아니라 세상의 시간도 함께 흘려보냈다.


‘당신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라는 말. 새로운 시작이다. 회사라는 집단에서의 20여 년이라는 시간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이름을 사라지게 만든다. 회사는 직책이 곧 내가 되는 마법을 부린다


이제 나도 정년이라는 종착점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이 종착점에 다가가기 전에 찾고 싶은 게 있다.

내 이름과 ‘뭐 하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방황하던 시절의 나로 돌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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