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시간 속으로
요즘 심한 기침 때문에 밤에 잠을 설쳤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니 머리도 멍하고 온몸이 젖은 솜뭉치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아! 병원에 가지 않으면 정말 힘들어지겠구나’라는 생각에 병원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에 간 덕분에 다행히 대기 환자들은 몇 명 없어고 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으로 가보니 약국 안에는 수많은 약이 진열되어 있었고 그것들을 설명해 주는 글들도 수없이 보였다.
특히 아이들 눈높이에 진열된 캐릭터 비타민과 약들이 눈에 띄었다. 그 진열들을 보니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 우리 딸아이도 캐릭터 그림의 밴드를 사달라고 투정 부리고 떼를 써서 무척 힘들게 했었다. 바로 그 기억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생각에 내 얼굴에 작은 미소가 생겼다.
약을 받고 집에 왔다. 일의 특성상 나는 집에서 쉬고 있지만, 아내와 아이는 각자의 활동 공간으로 갔다. 집안은 나에게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이 시간과 이 공간을 어떻게 쓸지 몰라, 청소를 하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약을 먹고 앉아 있으니, 어제 잠을 설친 상태에서 약기운까지 올라왔다. 가수면이 된 것처럼 모든 감각이 느려지기 시작했고, 하나, 둘, 셋 하면 바로 깊은 잠 속에 들어갈 것 같았다.
자려고 침실로 향하는 순간 거실 유리창에 겨울햇빛이 가득 들어와 만들어진 따스한 햇빛 침대가 보였다. ‘아 그래 저 겨울 햇빛 속에 내 몸을 맡겨 치유하자.’라는 생각에 베개를 가지고 겨울 햇빛 속으로 들어왔다.
여름 햇빛처럼 얼음을 순식간에 녹이는 강렬함은 없지만 힘들고 지친 몸을 따스하게 해 주기에는 충분했다.
만약 밖이라면 이 겨울 햇빛이 나를 추위로부터 지켜주지 못하겠지만, 지금의 겨울 햇빛은 내게 치유의 시간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겨울 햇빛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잠의 온도를 알고 있었다. 좋아하는 잠의 온도로 겨울 햇빛은 날 인도하기 시작했다. 치유의 시간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