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주 만나고 있는 C는 18년전, 학교밖청소년 대안학교에 처음 일을 시작할때 만났던 첫번째 제자입니다. 어릴때는 참 고집스럽고 말도 안듣고 했는데 이제는 참 믿음직하게 일하는 30대 중반의 어른이 되었습니다.
몇년간 연락이 없더니 작년부터 자주연락하고 찾아옵니다. 오래 다니던 단순노무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일만을 오래해와서 낯선 일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도, 정부의 고용지원서비스를 찾아가 이용한다는것도 너무 불편하고 어려운가봅니다. 결국 고민고민을 하다가 다시 일을 하고, 고민하다가 다시 일을 하고를 반복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마음을 먹었을때, 뭔가 시작하게 하려고 함께 새로운 분야를 찾아보고, 함께 밥먹고 술먹으며 많은 대화를 합니다. 옛 선생님 옛친구들 만나러 함께 여행도 갑니다. 한발만 더 내디디면 될텐데.. 나이가 한참 든 지금에도 힘들게 고민을 하네요.
배우는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낯선 사람을 만나 상담하고 낯선 환경에서 긴시간 어떤것을 배운다는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위기/고립환경 청년에게 직업교육이나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헛된 일이라고 하는거죠. 교육이든 상담이든, 그것을 하고자하고 할 수 있는 상태까지 이어가주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정부든 지자체든, 그런 조력자의 역할필요성을 도무지 모르는 것인지.. 잘되건 안되건 상관없다는 것인지..
결국 그런 역할을 민간단체에서 담당하게 됩니다.
온갖 노력을 해서 이 청년이 직업훈련에 참여하게 되고, 취업을 하게되면 그것은 어떤 직업학원의 교육수료 실적이 되고 고용센터의 취업성공 실적이 되고 정부의 고용성과가 됩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자연히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보이지 않은 사람들의 노력과 뒷받침을 통해 그런 실적과 성과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한이 없는 긴 시간동안, 끊임없이 연결하고 지지하고 동행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노력속에.. 공공정책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제발 정부/지자체/사회가 그런것을 깨닫게되면 좋겠습니다.
C는 운전면허자격증부터 따기로 하고 돌아갔습니다. 모처럼 먹은 마음이 꺾이기 전에 어떻게든 자격증을 따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될런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