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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삘 Jun 18. 2018

나를 다시 떠나고 싶게 하는 이야기

추천하는 여행 예능 <선을 넘는 녀석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 이상이었다. 또 여행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에 기대가 낮아서였을까. 의외의 유익하고 재미있는 '교양 예능'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또?'라는 물음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아는 여행 예능프로그램만 10개가 넘어간다. 우리는 더 이상 '여행 예능'에서 참신함을 기대하진 않는다. <선을 넘는 녀석들>을 처음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여행지에 가서 역사 이야기를 듣는다고? 그게 더 지루해 보여. 설민석 선생님이 나온다는 건 공부를 하겠다는 거잖아. 요즘 다들 힐링을 외치는데. 여행 예능에 특이점이 온 걸까.' 그렇게 생각했다.


웬걸, 오히려 설민석 선생님이 해주신 역사이야기가 이 프로그램을 살리고 있다. 단순히 '여행 예능'이라 단정 짓는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모토를 내세운 만큼, 프로그램은 충실히 시청자들에게 '알고 보는 것의 기쁨'을 맛보게 한다.


가깝고도 먼 두 나라
'멕시코-미국'편에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국경을 넘는 장면들

<선을 넘는 녀석들>은 말 그대로 국경선을 넘는다. 맞닿아 있는 두 나라의 국경을 '직접' 넘는 것을 중요한 이벤트로 두고 있다. 이 중요한 이벤트 앞뒤로 두 나라의 역사, 문화, 예술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지금까지 3편의 에피소드, 총 9회가 방영되었다. 첫 번째는 '멕시코-미국'편, 멕시코 이민사에 대해 집중하였다. 두 번째는 '프랑스-독일'편,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과 독일의 통일을 이야기했다. 세 번째 '요르단-이스라엘'편, 현재 방영 중인 에피소드이며 중동국가 분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보통 해외로 나가는 프로그램들은 한 장소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한 장소의 건축, 사람, 음식을 경험한다. 반면, <선을 넘는 녀석들>은 맞닿은 '두 나라'에 대한 이야기다. 두 나라 사이의 역사와 관계를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흐름에 인과가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에서 독일로 넘어가며 자연스럽게 2차 세계대전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나라 사이의 이슈와 역사를 잘 짚은 매끈한 전개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말 추천한다. 몇 년 전에 갔던 유럽 여행이 떠오른다. 그때 이런 스토리를 알고 갔더라면 어땠을까. 다시 그곳으로 떠나고 싶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어떤 부분에서 추천하는지 세 가지를 꼽아 보았다.


첫 번째, 이 여행엔 설민석이 있다.

힐링을 주제로 하든, 꿀팁을 목표로 하든, 여행 예능은 여행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전달하지 않을 수 없다. 주로 자막을 통해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우리는 몇 줄의 자막을 읽으며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한다. 어쩌면 알려주는 것만 알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부가적으로 궁금한 것은 직접 찾아볼 수밖에!

'요르단-이스라엘'편 아르테미스 신전 앞에서 '오리온 자리'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선녀들

반면,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는 설민석 선생님이(앞으로 '설쌤'으로 부르겠다!) 주요 정보 전달자를 맡고 있다. 정보 전달자가 출연자들과 함께 여행을 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출연자들은 장소를 둘러보다가도 한 곳에 멈춰 서서 설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주요 대화는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이에 대한 대답으로 흘러간다. 가끔 내가 궁금한 것을 출연자가 질문했을 때의 나이스란! 아는 것의 힘인 걸까. 설명이 시작되면 펼쳐지는 배경 장면에 아름다움뿐 아니라 깊이감 마저 느껴진다.




두 번째, 자막 CG 그림의 삼박자

설쌤이 주요 정보 전달자라고 자막이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설쌤의 이야기가 정리된 자막을 통해 우리는 내용을 한번 더 이해할 수 있다. 선녀들은 (선을 넘는 녀석들을 줄여서 '선녀들'이라 부른다) 한 곳에 머물러 설쌤의 설명을 듣기 때문에 장면이 자칫 지루하게 연출될 수 있다. 한 자리에 그대로 몇 분간 있으니. 그런데 적절히 CG와 그림이 들어온다. 역사 공부도 연표나 지도와 함께하는 것처럼, 그림이나 자료화면을 곁들여 설쌤의 설명을 눈으로 또 한 번 이해하도록 돕는다.

'요르단-이스라엘'편에서 설쌤의 설명과 이를 시각화한 CG

특히, '요르단-이스라엘'편에서 샤이니 민호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그 관계가 대체 어떻게 된 거냐'라는 질문을 했다. 그때 설쌤의 설명과 자막, 그 관계를 보여주는 CG의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졌다. 매번 얼핏 들었던 복잡한 종교사를 이제야 제대로 이해한 기분!




세 번째, 그렇기에 최소화된 멤버 구성

여행 예능 치곤 출연진 구성이 꽤 단출하다. 김구라, 이시영, 설민석 세 사람이 등장한다. 여행지마다 스페셜 게스트가 한 두 명 추가되는 형태지만, 여행하는 프로그램 치곤 등장인물이 적은 편이다. 고로 출연진 관찰 예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스트는 처음 대면할 때 빼곤 큰 비중을 갖지 않는다. 게스트를 통해 이번 에피소드를 홍보하긴 하지만 그도 함께 여행하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화제성도 살리되 프로그램 콘셉트도 살리는 적절한 게스트 비중이라 느꼈다. 

메인 출연자인 이시영, 설민석, 김구라와 '프랑스-독일'편의 특별 게스트 차은우

주요 출연진 세명의 합도 좋아 보였다. 프로그램에서 이 세 명을 캐스팅한 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더라. 역사 강사로 유명한 설쌤이 주요 이야기를 풀어내면, 이시영 씨가 반응하고 세부 질문을 한다. 김구라 씨는 그 특유의 캐릭터답게 때론 너무 현실적인 딴지를 걸어 감동 파괴를 일으킨다. 이 감동과 현실을 오가는 '핑퐁핑퐁' 이야기 흐름이 꽤 재미있다. 또 이야기를 잘 끝맺어 주더라.






9회 요르단 여행이 가장 인상 깊었다. 다른 예능에서 다루지 않은 나라였기 때문이다. '세계의 화약고'로 알려진 중동지역을 여행한다는 것. 생각보다 안전한 것에 놀랐고, 한국의 국산차(탈 것을 의미한다!)가 흔히 보이는 풍경에 신기했다. 이 프로그램이 요르단을 갈 수 있는 이유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막 '요르단-이스라엘'편을 재미있게 보던 찰나 들려온 결방 소식에 아쉬울 뿐이다. 어서 빨리 본방 날이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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