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2018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방송'
여기저기서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시간과 돈을 투자한 티가 났다. 지난 13일, MBC의 <선택2018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방송> (이하 ‘선택 2018’)’ 은 무려 여덟 시간 가까이 시청자들과 개표과정을 함께 했다. 새로워진 MBC를 보여줄 기회라는 듯이 영혼까지 갈아 넣어 만든 방송이었다. 자체 개표분석 프로그램인 ‘적중 2018’을 이용해 예측을 정확도를 높이고, 후보와 지역, 이슈에 관한 정보를 정리, 시각화하여 시청자들에게 제공했다. 시사예능의 형식으로 좌우논객과 결과를 분석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줄 수 있는 것은 다 주겠다는 의지가 전해졌다.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와 함께하는 ‘배철수의 선거캠프’는 MBC의 비장의 카드였다. 자타공인 진보논객인 유시민 작가와 직설적인 화법으로 할 말을 쏟아내는 전원책 변호사의 합이라니, 이미 상상만으로도 재밌다. 보지 않아도 능글거리며 웃는 유작가와 버럭하는 전변호사의 모습이 이미 머릿속에 그려진다. 비장의 카드였던 만큼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좋았다. 방송 전, ‘배철수의 선거캠프’예고가 나가자 MBC 개표방송을 봐야겠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방송 이후에도 두 논객의 만담식 분석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두 논객은 각자의 입장을 날카롭지만 유쾌하게 풀어나갔다. 덕분에 하루의 방송 사이에도 수많은 어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과연 먹히는 조합이었다.
그러나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의 만남이 새롭지는 않다. 유시민과 전원책, 이름만 들어도 너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우리의 머릿속에는 타 방송국의 시사예능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능적 요소가 가미된 토론형식이라면 더욱 그렇다. 배철수씨를 사회자로 섭외에 ‘약간’의 새로움을 더하기는 했지만, 약간일 뿐이다. 즐겁게 방송을 보았지만 타 시사예능의 생방송 버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MBC만의 것을 원하다면 욕심일까.
또한 단연 돋보였던 것은 CG이다. 특히 투표종료 카운트다운과 동시에 나타난 영상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훑는 이 짧은 영상의 퀄리티는 다큐멘터리의 뺨을 세대정도 치는 수준이었다.
이번 MBC 개표방송 선택 2018 덕분에 이름 몰랐던 친구의 이름도 알게 되었다 . 어벤져스에 출연하고, 무한도전에도 간혹 나왔던 이 동상 친구에게도 이름이 있었다는 것, 알았는가? 무려 ‘미러맨’이라는 삐까뻔쩍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선택 2018'에서는 이 미러맨을 개표방송에 자주 활용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얼굴도 없는 미러맨이 이상하다는 의견과 이상하지만 재밌다는 의견이었다. 이상하다는 의견에는 모두 동의하는 모양이다.
젊은 시청자층을 겨냥한 시도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CG를 통해 후보의 개표 상황을 자객, 월드컵, 카레이싱 등으로 구성했고, 유행어를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젊은층의 눈길을 사로잡기에는 2% 부족했던 모양이다. 일명 ‘약빤 ’CG로 유명한 타 방송국과 비교해 볼 때 트렌드의 반영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분명 그래픽은 화려하다. 앞서 말했듯이 MBC가 이번에 CG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없다. SNS 상에서 이슈가 되지도 않는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신선한 개표방송과 중장년층을 겨냥한 정통 개표방송 사이에서 자리를 못 잡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비록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있었으나, ‘선택2018’의 정보 전달력에 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리라고 생각한다. 한번 만져보고 싶을 만큼 현란하게 터치스크린을 자랑(?)했던 '터치 201;8은 각 후보의 특징, 지역구의 성향 등 다양한 정보를 세세하게 제공했다. '적중2018' 프로그램은 타 방송국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당선확률을 예측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래픽을 활용하여 남북정상회담, 드루킹 사건과 같은 핵심 이슈, 현 정권 지지율, 국회 의석수 등 관련 정보를 분석하고 제공하는 방식도 유익했다. '선택 2018만'의 강점을 유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다음선거부터는 개표방송의 절대 강자자리를 지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