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서 가장 길고 깊은 피오르드, 송네(Sogne)
외지인이 노르웨이에서 피오르드를 방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Norway in a nutshell 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 사이트에 나온 투어를 그냥 신청할 수도 있고,
아니면 거기서 제시해주는 루트를 참고해서,
개인적으로 따로 교통편을 예매할 수 있다.
그 투어를 이용한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Norway in a nutshell 투어는
버스를 단체로 타고 다니는 투어도 아니고,
가이드가 있는 투어도 아니고,
원래 있는 노르웨이 대중교통수단에서
필요한 버스, 기차, 배표만 대신 사주고,
투어는 혼자 알아서 하게 한단다.
홈페이지엔 self-guided라고 표현되어 있다.
개인주의적이고 자립적인 북유럽인에
최적화된 투어인 건데,
노르웨이 피오르드 여행 자체가
그렇게 하는 게 더 합리적이고 경제적이기도 하다.
사실 피오르드는 그냥 "보면 되는" 거라
말이 필요 없어서,
가이드는 따로 필요 없고,
북유럽은 인건비가 비싸니,
특별한 가이드 안 하고,
교통수단 연계만 해주는 직원이 따라붙어도
비용이 아주 많이 올라갔을 거다.
그리고 피오르드를
배, 버스, 기차 하나만으로 돌아보기는 힘들고,
계속 갈아타야 돼서 단체로 다니기도 어렵다.
Norway in a nutshell이 제안하는 투어는
그 루트가 단정적으로 아주 명확하고,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고"가 없이,
최선의 단 하나 혹은 두 개의 선택만 제시한다)
교통수단을 갈아탈 때는 기다리는 시간도 짧게,
가장 경제적, 효율적인 동선을 제시하고,
기차, 버스, 배 시간까지
분 단위로 정확하게 명시해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투어는 구매하지 않은 채,
거기서 알려준 정확하고 효율적인 스케줄에 맞춰,
개인적으로 버스, 기차, 배표를 따로 예매한다.
그러면서 수수료를 조금 아낄 수 있다.
나도 Norway in a nutshell 투어를
직접 신청하지 않은 채,
거기서 제안하는 루트에 따라,
여러 교통수단을 따로 예매해,
송네와 하르당에르 피오르드를 여행했다.
그 결과
2018년 Norway in a nutshell에서
1750크로네(약 23만원)였던 송네 피오르드를
난 총 1504크로네(약 20만원)에 둘러봐서
246크로네(약 3만 2천원) 절약하고,
[2019년 1860 크로네(약 25만원)로 올랐다.]
Norway in a nutshell의 하르당에르 피오르드는
1570크로네(약 20만원)였는데,
난 1335크로네(약 17만원)가 들어,
235크로네(약 3만 천원) 절약해서,
이렇게 총 약 6만원 정도를 절약했다.
나는 두 개를 합치니 수수료가 비교적 크지만,
하나씩 따지면 그렇게 크지 않다.
따져보면 수수료가 14-15퍼센트인 건데,
혼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해보면
티켓 예약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모되니,
그냥 Norway in a nutshell 투어를 구입해서
그 수수료를 투자하여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거나,
직접 예매하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수수료를 절약하는
두 선택지 중 상황에 맞는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노르웨이 가기 전
피오르드를 몇 월에 가면 좋을지 검색해봤을 때,
마땅히 정보를 얻을 수 없었는데,
Norway in a nutshell에는
루트에 따라 여름 시즌이
5월 1일부터 9월 30일,
4월 1일부터 9월 30일이라고
명시되어 있기까지 하다.
난 6월 중순에 갔는데도 좀 추워서,
5월, 9월은 너무 추울 것 같고
6-8월쯤이 제일 좋을 것 같다.
여름 아닐 땐 피오르드 투어 못하는 줄 알았는데,
10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는
눈 내린 피오르드에서 하는 겨울 투어도 있다.
송네 피오르드(Sognefjord)는
길이 204Km, 깊이 1,308m로
노르웨이에서 가장 길고 깊은 피오르드고,
“피오르드의 왕”이라 불린다.
전세계적으론
그린란드, 캐나다 피오르드에 이어 세번째로 길고,
남극의 피오르드에 이어 두 번째로 깊다.
노르웨이 서남쪽,
제2도시 베르겐(Bergen) 동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루트 A]
아래 지도는 Norway in a nutshell에서 제안하는
송네 피오르드 투어인데,
윗부분의 빨간색 루트 중 가로선이
바로 그 송네 피오르드고,
빨간색은 배로 움직이는 수상 교통,
보라색은 기차로 가는 육상교통이다.
Norway in a nutshell이 제안하는
베르겐 출발 베르겐 도착 순환 루트는
(1) 베르겐에서 시계 방향 (배—>기차)
<—(배)—> <———(기차)———>
(2) 베르겐에서 반시계 방향 (기차—>배)
<——(기차)—>< —(배)—>
이렇게 두 가지이고,
이 중 진하게 표시한 부분이 피오르드다.
두 방향 모두 아침 일찍 시작해서,
밤늦게 끝나는 하루짜리 투어이고,
중간 지점에서 하루 쉬고
다음날 다시 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베르겐에서 베르겐까지 하는 투어는
2019년 현재 1860 크로네(약 25만원)다.
3-4만원 절약이 가능한
직접 예매 방법은 다음 포스트에서 이야기하겠다.
[루트 B]
이런 최선의 순환 루트 말고 다른 루트도 있다.
우선 아래 지도처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출발해서
그 순환 루트를 돌고 다시 오슬로로 돌아가는,
<—(기차)—><—(배)-><-(기차)->
오슬로<—>베르겐<—>오슬로 루트는
2019년 현재 3500 크로네(약 46만원)이다.
아마 이 루트로 “피오르드 투어”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베르겐<—>오슬로<—>베르겐 루트도
같은 가격이다.
[루트 C]
그리고 오슬로에서 출발해서
위 지도 순환 루트의 위쪽 빨간색 루트는 타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베르겐에 도착하는,
위 지도 왼쪽 순환 루트의 아래 보라색을 뺀
뒤집어진 국자 모양의 하루짜리
오슬로<—>베르겐 루트도 있다.
이것도 출발지와 도착지를 달리하는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1) 오슬로 출발 반시계 방향(기차—> 배)
<—(기차)—><—(배)——>
(2) 베르겐 출발 시계방향 (배—>기차)
<—(배)—>< —(기차)—>
투어의 비용은 2320 크로네(약 30만원)다.
2018년 6월 오슬로에서 베르겐까지 가는
그냥 기차가
977크로네(13만원)이었는데,
[이 가격은 시즌과 시간대에 따라 유동적인데,
난 좀 비싼 걸 샀고,
보통은 이보다 싸다.]
단순 순환인 “베르겐-베르겐”투어 [A루트]와
뒤집어진 국자 “오슬로-베르겐” 투어 [C루트]의
루트 차이는 “오슬로-베르겐” 기차의 유무이고,
그 가격 차가 420크로네(약 55000원)다.
[아마 내가 직접 예매해서
수수료 제하고 계산해도 비슷했을 거다]
오슬로에서 베르겐으로 갈 나에게는
비용만 봤을 때는
“베르겐-베르겐” A루트보다
“오슬로-베르겐” C루트가 더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우선 “오슬로-베르겐” 투어 끝나고
밤 10시쯤 베르겐 도착해서 너무 늦게
숙소 체크인하는 게 좀 힘들 것 같기도 하고,
둘째, 짐을 다 들고 다니는 것도 어려울 것 같고,
셋째, 뒤집어진 국자 모양 아래쪽
"뮈르달-베르겐" 기차 루트도 궁금해서,
나는 그냥
“베르겐-베르겐”
송네 피오르드 순환 루트 [A루트]를 선택하고,
“오슬로-베르겐” 기차 티켓은 따로 예매했다.
그리고 투어를 해 보고 나니,
이 투어는 주로 교통수단을 타고 움직이기 때문에
혼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거나 무겁지 않으면
짐을 들고 투어를 하는 건 어렵지 않고,
뒤집어진 국자 아래쪽 기찻길은
오슬로에서 베르겐 가는 기차에서 처음 봤을 때
너무 아름다워서 깜짝 놀랐는데,
2번의 피오르드 투어하면서 또 지나서
베르겐 오는 길에 안 지나도 됐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동네는
우리처럼 밤늦게까지 일하지 않기 때문에
숙소 체크인은
너무 늦게 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베르겐<—>베르겐”의 두 개의 순환 루트 중에서는
먼저 기차를 타고 나중에 배를 타는,
다음과 같이 8:43 출발해서 20:45 돌아오는
반시계 방향을 택했다.
배로 이동하며 피오르드를 보는 게
이 투어의 핵심이라서,
그걸 마지막에 배치한거다.
2018년 6월 송네 피오르드 투어에 지불한
교통수단 비용은 각각 다음과 같다.
(1) 기차(베르겐 7:47-뮈르달 9:48)
- 249 크로네(약 33,000원)
(2) 기차(뮈르달 10:58-플롬 12:01)
- 390 크로네(약 51,000원)
(3) 배(플롬 15:30-베르겐 20:45)
- 865 크로네(약 11만원)
[다른 건 잘 모르겠고,
(3)은 2019년 905 크로네로 인상되었다]
송네 피오르드 가는 날,
이른 아침을 먹고,
점심에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베르겐(Bergen)에서 7:57 출발하는
뮈르달(Myrdal) 행 기차를 타러 갔다.
찾아보니 노르웨이어에서 y는
입술을 /위/보다는 덜 동그랗게
/이/보다는 더 동그랗게 하고 내는 소리여서,
“뮈르달”과 “미르달” 중간 발음인데,
한국어에서는 “뮈르달”로 표기하는 것 같다.
비가 올 수 있어서 우비를 준비하고,
옷은 봄가을처럼 좀 따뜻하게 입고,
혹시 몰라서 추우면 좀 더 껴입을 것도 챙겼다.
Norway in a nutshell에서 제안한 안은
8:43 베르겐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10:51 뮈르달에 도착해서,
뮈르달에서 10:58분 출발하는
플롬 행 기차로 갈아타는 거였다.
대기 시간이 겨우 7분밖에 안 되는
매우 합리적인 안이다.
근데 그 기차가 인터넷 예매가 안 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베르겐 역에서 티켓 자판기로만
표를 구입할 수 있는 기차였다.
하르당에르 피오르드 투어 갈 때 타 보니,
기차라기보다 무슨 교외 전철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지하철을 미리 예매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예매하지 않고 가는 게 좀 불안해서,
그보다 한 시간 정도 전에 출발하는 기차를
자그레브에서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했는데,
내가 탄 7시 57분 기차는 오슬로(Oslo) 행으로,
중간에 뮈르달(Myrdal)에서 정차하는 거였고,
8시 48분 기차는 딱 뮈르달까지만 가는 거였다.
내가 탄 기차는 wi-fi가 됐는데,
노르웨이는 wi-fi 인심이 박하지 않아서,
대부분의 기차와 배에서 무료 wi-fi가 된다.
그렇게 9시 48분에 뮈르달에 도착했는데,
거기서 갈아타야 하는 플롬(Flåm) 가는 기차는
10시 58분 출발 예정이라,
중간에 시간이 좀 떴다.
아래 사진의 오른쪽 뮈르달 1번 플랫폼에서
베르겐-오슬로 간 이동하는 기차를 타고 내리고,
왼쪽의 11번 플랫폼에서
플롬 가는 기차를 타고 내린다.
6월 중순인데 산에는 아직 눈이 쌓여 있고,
그 동네가 풍경이 너무 예뻐서
기차 오기까지 1시간 정도 산책하기로 하고,
기차역에서 물어봤더니 길을 알려줬다.
기차역 출구에서 나가서
오른쪽으로 난 산책로로 가면 된다고 했다.
베르겐에서 오는 다음 기차 도착 시간
10시 51분 전에 돌아가려고,
10시 25분에 알람을 맞추고 걷기 시작했는데,
걸어보니 좋아서,
그보다 5-10분 더 걷다 돌아왔다.
처음엔 이런 예쁜 “주택가”가 보이는데,
뮈르달의 가장 중요한 시설이 이 기차역이고,
이 기찻길 옆 몇몇 주택이
뮈르달에 있는 유일한 마을이란다.
(동영상: 노르웨이, 뮈르달 역)
그다음엔 자갈길이 펼쳐지다가
“첩첩산중”이 나온다.
길은 좁지만 차 한 대 정도는 다닐 수 있는 길이
어떤 높은 언덕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중간엔 산으로 들어가는
트래킹 루트 안내 화살표도 있다.
(동영상:노르웨이 뮈르달)
(동영상:노르웨이, 뮈르달 2)
그 언덕에 오르면 또 엄청난 전망이 펼쳐지겠지만,
갈 길이 멀어서
그쯤에서 되돌아왔다.
아래 사진은 플롬 가는 기차가 지나게 될 터널이다.
그 터널을 지나 좀 더 걸어가니,
벌써 플롬 행 기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일찍 돌아와서,
베르겐 발 10시 51분 도착 기차 오기 전에,
플롬 행 기차에 올라서
창가의 좋은 자리를 맡았다.
뮈르달에서 플롬 가는 기차는
기차 탈 때 오른쪽, 즉 터널 있는 쪽이 앞인데,
앞쪽을 보고 앉았을 때 왼쪽 자리는 계곡,
오른쪽 자리는 산이 계속 보여서,
풍경은 왼쪽 자리가 좋은 것 같다.
뮈르달-플롬 기차는 생긴 지
거의 100년이 되었다는데,
당시의 낡은 기차를 리모델링한 것 같은
멋스러운 빈티지 기차는
좌석과 인테리어가 다 목재다.
10개 정도 역을 지나는데,
그때마다 영어 안내방송이 나오는 관광기차이고,
승객은 거의 다 관광객인 것 같다.
(동영상: 노르웨이, 플롬 가는 길 폭포)
1시간 좀 넘게 달린 후 기차는
예정 시간보다 조금 일찍,
12시 좀 못되어 플롬(Flåm)에 도착했다.
이제 플롬에서 페리를 타고 송네 피오르드를 돌고
베르겐으로 돌아가게 된다.
Flåm은 “평지”라는 뜻에서 나왔다는데,
정말 평지인 마을 주위엔 높은 산이 둘러싸고 있고,
마을 가운데는 강이 흐르고,
마을 한쪽에서는 피오르드가 시작되는
아주 예쁜 산속 마을이다.
플롬(Flåm)에서 베르겐(Bergen) 가는 페리는
3시 30분 출발 예정이라,
3시간 30분 정도 플롬에서 보내야 한다.
우선 나는 아래 사진에 보이는
여행안내센터로 갔다.
이 곳에서 페리 티켓 예매도 가능하고,
노르웨이에서 흔치 않게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예매한 페리 PDF 티켓에 출력하라고 쓰여 있는데,
나는 미처 출력을 못해서,
승선하기 전에 PDF 파일을 표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냥 스마트폰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고 한다.
플롬 여행안내센터에는 아래와 같은
트래킹 코스가 나와 있는 지도가 비치되어 있다.
여러 트래킹 코스를 제시하고,
각각의 코스에 어떤 특징이 있고,
소요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적어 놓았다.
PDF 티켓 문의한 김에,
트래킹 코스를 추천해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직원이 자기는 5번과 4번이 좋다고 한다.
그 말에 나는 5번 루트를 선택해서 걸었는데
정말 좋다.
트래킹 지도에는
왕복 2시간 30분 소요 예정이라고 쓰여 있는데,
좀 천천히 걷는 걸 기준으로 한 듯,
빨리 걸으니 그보다 좀 덜 걸리는 것 같다.
플롬의 5번 트래킹 코스는
우선 피오르드를 옆에 끼고 걷는다.
물은 정말 맑고,
멀리 겹겹이 쌓인 산은 그냥 그림이다.
(동영상: 노르웨이, 플롬 산책길)
(동영상: 노르웨이 플롬 산책길 2)
해변 오른쪽엔 문화공원이 있는데,
무슨 벽화에 대한 안내문이 있어 뭔가 보니,
고대인들이 바위에 새긴 그림에 대한 설명이다.
처음에 난 그 바위에서 그 그림을 찾았는데,
이 그림들이 여기 바위에 그려진 건 아니고,
노르웨이 곳곳에서 발견된 그런 그림을
“교육적 차원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걷다 보면
집이 몇 채 없는 아주 작은 마을도 보인다.
그 트래킹 루트가 이제 끝나고 돌아오는 기점에
가옥이 27채만 있는 마을이 있다.
찻길을 건너 언덕을 한참 올라야 하는데,
올라갈까 말까 하다 그냥 올라갔다.
사진에 찍힌 이정표를 보니,
찻길에서부터 500m를 걸었나 보다.
높이 있는 마을이라 전망이 무척 좋다.
정상의 벤치에 연세 지긋한 동양인 커플이
우비 같은 걸 입고 앉아 계셨는데,
풍경사진 찍는 나를 본 남자분께서 한국말로
기념사진 찍어줄까 물으신다.
뭔가 어색해서 괜찮다고 대답했는데,
혼잣말처럼
“아니 어떻게 이렇게 멀리까지 왔어?” 하신다.
사실은 나도 그분들 보면서 같은 생각 했는데,
아마도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면,
그분들은 노르웨이나 그 근처에 사시는 것 같다.
그 언덕 위의 Otternes 마을은
외진 곳에 자리 잡아 발전이 더뎌
20세기 후반까지
17세기 노르웨이식 가옥과 마을의 형태를 유지했고
지금도 남아 있는 것도 그때 그 모습이다.
1996년 이후 거주민이 없어
27개의 옛날 노르웨이식 집과 마을은
이제 일종의 민속촌 같은 박물관이 되었다.
여러모로 꽤 괜찮은 장소인데,
방문객은 많지 않았다.
정상까지 갔으니,
이제 가던 길을 되돌아왔다.
같은 길인데도 방향이 바뀌니
풍경이 좀 달라진다.
플롬 시내로 다시 돌아오니,
배 타기까지 30-40분 남았다.
선착장 앞에 박물관에 들어갔는데,
플롬 철도 박물관 같은 거고,
입장은 무료다.
그리고 강변을 좀 더 걸었다.
17세기 건축한 오래된 성당에 가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거기까진 못 갔다.
배 보딩 시간이 3시 10분인데,
플롬을 떠나기 아쉬워서 좀 더 걷다가
3시 15-20분쯤 갔더니
배의 창가 자리가 다 찼다.
작지 않은 배고,
비용도 저렴하지 않은데
성수기엔 승객이 꽤 많다.
이제 송네 피오르드 투어의 핵심인,
약 5시간짜리 배 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아래 지도 가운데
거대 물길이 노르웨이 최대 피오르드 송네이고,
배는 지도 오른쪽 아래 플롬(Flåm)에서 출발해서,
송네 피오르드 여러 도시에 섰다가 출발했다 하며
서쪽으로 움직인 후,
노르웨이 서쪽 바다 쪽으로 나와
남쪽 베르겐까지 간다.
처음에는 그냥 감탄만 하면서 창밖을 바라봤는데,
나중에는 비슷비슷해 보이는 풍경이 반복되니,
좀 지루하기도 하다.
마치 악당도 없고 갈등도 없는
너무 아름다운 미담을 5시간 듣는 것 같다.
중간중간에 승객들이 타고 또 내린다.
이 페리는 하루에 한 대씩만 운행해서
만약 거기서 내리면,
그다음 날에야 베르겐에 돌아갈 수 있는데,
알고 보니 관광객이 아니라 현지인이거나,
송네 피오르드 연안의 도시에서
하루 이상 머무르는 계획을 세운
좀 더 시간과 사고에 여유가 있는 관광객인가 보다.
배가 출발한 지 1시간 반쯤 지나 5시가 좀 못되어
발레스트란(Balestrand)에서
승객들이 굉장히 많이 내렸고,
드디어 창가 자리가 났다.
이제 안정적이 되니 긴장이 풀린 데다가
아침 일찍 일어나느라 잠을 잘 못 자서,
그리고 비슷한 창밖 풍경에 졸음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런 귀한 기회를
졸음으로 낭비하면 안 되니까,
선실 밖으로 나갔다.
바람이 엄청나게 분다.
그 세찬 바람을 맞는데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며 기분이 좋다.
너무 추워서 선실 밖에 오래 있지 못했지만,
선실 안에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서
그렇게 "지루한" 송네 피오르드 투어를
기분 좋게 즐겼다.
잘 보니,
배 밖의 풍경은 비슷한 듯하면서 또 다르고,
하늘은 변화무쌍하게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고,
빛에 따라 풍경과 기분이 완전히 달라진다.
(동영상: 노르웨이, 송네 피오르드)
(동영상: 노르웨이, 송네 피오르드 2)
(동영상: 노르웨이, 송네 피오르드 3)
(동영상: 노르웨이 송네 피오르드 4)
(동영상: 노르웨이 송네 피오르드 5)
(동영상: 노르웨이 송네 피오르드 6)
송네 피오르드가 노르웨이에서 가장 깊다고 해도
양 옆에 계속 산이 있어서
그걸 실감 못하고,
자연의 품에 안겨 안정감 있게 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시야에서 산이 안 보이기 시작한다.
아마도 이제 서쪽 바다로 나와서
남쪽으로 항해하나 보다.
피오르드 투어 하는 동안 계속
자연은 대단하고,
인간은 참 작다는 걸 새삼 느꼈는데,
바다 쪽으로 나오니,
내가 작다는 게 더욱 크게 실감이 되고,
그 거대한 자연이 좀 두렵기도 하다.
산과 이루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느라,
바다가 얼마나 거대하고,
끝도 없이 깊은
무시무시한 자연인지 잊고 있었는데,
산이 멀어지고 바다의 얼굴을 마주하니,
그 아름다움 뒤에 감춰진
거대한 힘을 새삼 느낀 것 같다.
그리고 그 거대한 상대에 비해
나라는 존재는 티끌보다 더 작은 것 같다.
그런 묘한 감정을 가지고 가던 중,
이제 다시 육지가 가까워지고,
(동영상: 노르웨이 송네 피오르드 8)
모든 심각한 생각을 다 날려버리는,
아름다운 베르겐의 모습이 눈 앞에 들어온다.
(동영상:노르웨이 베르겐)
그렇게 기나긴 송네 피오르드 투어는 끝이 났다.
다음날 하르당에르 피오르드 투어를 했는데,
거기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Norway in a nutshell 투어 가격도
하르당에르 피오르드 투어는
작년이랑 똑같은데,
내가 메모해둔 것이 맞다면,
송네 피오르드 투어는 작년보다 올해
약 110크로네(약 15,000원) 올랐다.
송네 피오르드 투어가 좀 인기 투어인 것 같다.
Norway in a nutshell에서 제안하는 투어 중
하루에 할 수 있는 대표 투어가
크게 3개인데,
Original이라는 이름의 투어엔
피오르드가 좀 많이 짧고,
거의 대부분 육지를 이동하는 경로이고,
"송네 피오르드"와 "하르당에르 피오르드" 중
만약 하나를 고른다면,
사람들이 아마도
한번 하는 피오르드 투어니
약간 비싸더라도
노르웨이 최대인 송네 피오르드를 고르나 보다.
하지만 송네 피오르드 투어는 길고 단조로워서
좀 지루하기도 하다.
나중에 한국에서 만난 지인이랑 대화 중에
노르웨이 얘기가 나왔는데,
자기도 갔었다고 반가워 하던 그 지인이
"근데 사실 전 피오르드는 좀 지루하더라구요"
라고 평가했다.
사실 나도 중간에 조금은 지루해서
괜히 이걸 했나 싶은 생각도 잠시 했는데,
그 긴 여정을 끝내고 나니,
"노르웨이에서 가장 긴 피오르드"를 경험하기 위해
노르웨이 여행 중 가장 긴 시간을 투자한 게,
결국 무척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송네 피오르드 투어의
숨겨진 컨셉이 "기다림"이었는지 모른다.
플롬에서 베르겐 가는 길이 5시간일뿐 아니라
배를 타기 전 플롬에서도 3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거기에다 나는 플롬 가는 기차 타기 전에
뮈르겐에서도 1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별 거 없이 무언가를 기다린 게
그렇게 기분 좋았던 기억이,
막연한 기다림을 즐겼던 기억이 별로 없다.
그렇게 몇 시간씩 별 생각 없이 앉아
창밖만 바라보며,
머리가 단순해지니,
영혼도 맑아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연의 어마어마한 아름다움뿐 아니라
힘과 크기, 그 위대함에 느끼는 겸손과 경외도
노르웨이에서 제일 길고 깊은 피오르드에서
한 5시간 계속 배를 타보고 나서,
생전 처음으로 경험한,
자연과 나 자신에 대한 매우 특별한 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