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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Aug 02. 2018

그냥 흔한 크로아티아 바다 클래스

자다르(Zadar): 해지는 바다, 바다 오르간 그리고 그냥 바다



1. 히치콕도 반한 자다르 일몰


인터넷에서 Zadar를 검색하면,

1964년 5월 자다르를 방문한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이 했다는 말이 나온다.


Zadar has the most beautiful sunset in the world, more beautiful than the one in Key West, in Florida, applauded at every evening.



이 영화거장이

선명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한 이 문구를 넘어서는

자다르 일몰에 대한 묘사가 나올 것 같지 않다.


그저 우리는

“히치콕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이라고 극찬한”

이라는

그의 유명세에 바탕한 권위가 부여된

좀 더 길어진 묘사를 할 수 있을 따름이다.


만약 히치콕만큼 유명한 누군가가

유사한 평가를 한다면,

“히치콕과 ㅇㅇㅇ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이라고 극찬한”

이라고 이름 하나가 살짝 덧붙여질 것이며,


혹시나 완전히 상반된 평가를 누군가 한다면,

“히치콕은 가장 아름다운 일몰이라 극찬하였으나,

ㅇㅇㅇ은 가장 과대평가된 볼품없는 일몰이라

평가한”

과 같이 거기도 또 히치콕이 들어갈거다.


자다르 일몰에 대한 평가는

히치콕이 제대로 선점한 것 같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도대체 어떻길래,

부정적 감정에 포커스를 맞춘 그 영화나

사진 속의 뚱한 표정으로 봐서는

허투루 칭찬을 남발할 것 같지 않은

히치콕이 그렇게 극찬을 한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난 자다르에 3박 4일을 머물러서

그 유명한 일몰을 볼 기회가 3번이나 있었는데,


자다르 일몰을 세번 보기도 했고,

또 세번 다 보지 못하기도 했다.


나도 히치콕과 비슷한 시기인

4월말에서 5월초에 자다르에 갔는데,

해지는 시간은 8시였다.


(1)


첫날은 그 시간쯤 서쪽 바닷가에 갔는데,

그 때 찍은 사진 속

붉은 기운이 남은 어두운 하늘을 보아하니,

아마 해가 이미 진 다음이었나보다.


자다르에 같이 간 헝가리 친구 라우라랑

태양에 인사(The greeting to the Sun, Pozdrav suncu) 위에서 사진 찍고,

바다오르간(Sea Organ, Morskie orgulje)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일몰이 어땠는지 별로 기억이 안난다.


라우라랑 이야기를 나누며 응시했던

해가 다진 암흑의 바다와

바다오르간 소리만 기억이 생생하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동영상1: 첫날 일몰 후)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


둘째날은 코르나티(Kornati) 섬 투어 마치고

7시 대성당의 저녁미사 끝나고

라우라 시베니크(Šibenik) 보내고나서

혼자 구시가 여기저기 슬슬 구경하며 걷다가

아무 생각없이

습관처럼 바다오르간에 다시 갔는데,


태양이 막 진 다음이라,

조금 남은

붉은 기운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비로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두번의 기회를 놓쳤음을 깨달았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동영상: 둘째 날 일몰)

(2018년 4-5월, Zadar, Croatia)



(3)

마지막 날은

해지기 전에 자그레브 가는 버스를 타야해서

이제 기회는 세번째 밤 한번 남았길래,


도대체 몇 시에 해가 지나 검색까지 했는데,

그게 8시였다.


세번째 날

낮에는 “크르카 국립공원”에 갈 계획이었는데,

가까운 곳이라 거기 갔다 8시 전에

자다르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돌아올 때 퇴근시간 대라 그런지,

아님 길이 좁아 원래 그런지,

생각보다 길이 막혔지만,

그래도 8시엔

자다르 서쪽 해안에 도착했는데,

해가 거의 물에 잠겼다.


그러고보니,

일몰 시간의 기준이 뭔지에 대해 생각을 안해봤다.


단순히

‘8시에 해가 지는구나’라고만 생각했지,

그게 해가 바다에 닿을 때인지,

바다에 반쯤 잠겼을 때인지,

아님 바다 속에 완전히 잠겼을 때인지 말이다.


그래서 세번 다

즉 “해가 지는 전체과정” 자체를 보지 못했지만,

해지고 난 붉으스레한 태양의 흔적은 봤기 때문에,


난 자다르 일몰을 세번 다 봤다고도,

세번 다 못 봤다고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일몰의 아름다움으로만 본다면,

아마 내가 세번째날 본 자다르의 일몰이

히치콕이 본 그것과 가장 비슷한 것 같다.


비록 해가 바다에 반쯤 걸쳐진,

일몰의 중간부터 일몰을 보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무척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지금까지 일몰을 많이 본 건 아니라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나에겐 유명세도 권위도 없으니,

내가 이런 말을 하나마나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본 일몰 중에선

가장 아름다운 일몰”이었다.


같은 태양,

같은 하늘이고,

심지어 같은 바다라도,

왜 특정 장소에선 일몰이 유독 더 아름다운걸까?


미러리스 카메라의 렌즈가 망가져서

스마트폰으로 찍은거라 화질이 좀 아쉽긴 하지만,

그냥 “흔한 자다르의 일몰”은 이렇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동영상: 셋째날 자다르 일몰1)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동영상: 셋째날 자다르 일몰 2)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 가장 핫한 자다르 명소 “바다 오르간(See organ, Morske orgulje)”과 “태양에 인사(Pozdrav suncu, The Greeting to the Sun)”



크로아티아에서 만든 2018년 홍보영상에

자다르가 짧게 등장한다.


[Croatia Full Of Islands To Discover 20]

https://m.youtube.com/watch?v=bjvZwNZQ49A



크로아티아 관광홍보를 위해 엄선된 몇개지역에

내가 좋아하는 자다르가 포함된다는 게

반갑기도 했고,

 

“바다 오르간”이

크로아티아의 대표 관광지가 된다는 게

좀 놀랍기도 했다.


사실 난 바다 오르간이 신기하고 재밌긴 했지만,

그 소리가 좀 괴이하다고 생각했고,


경험한 사람은 알겠지만,

크로아티아엔 아름다운 자연이 정말 많아서,

굳이 호불호가 갈릴

바다 오르간의 “아방가르드한” 음악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다 오르간은

자다르 구시가 서남쪽 해안에

딱 서남쪽 모서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건 바다오르간으로 가는

구시가 서북쪽 해안 풍경이다.


자다르 구시가 서북쪽으로는 멀리 육지가 있고,

서남쪽으로는 멀리 섬이 보이는 그냥 바다만 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바다 오르간은

크로아티아 건축가

니콜라 바쉬치(Nikola Bašić)의 작품으로,

2005년

자다르 해안 재건 작업의 일환으로 건설되었다.


아래 사진의 건반은 그냥 의자고,

사진 속 멀리 서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바다쪽으로 난

서너개의 낮은 계단이 바로 바다 오르간이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거기 앉아서

그 바다가 내는 소리를 들으며,

돌계단으로 전해오는 그 소리의 진동을

몸으로 느끼는 게,

바다 오르간의 연주를 감상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듣고 느낄 순 있지만

바다오르간의 생김새나

"연주하는 모습"은 볼 수 없고,

단지 드넓은 바다만 시야에 들어온다.


아래 사진은 코르나티(Kornati)섬 다녀오는

배 안에서 찍은 것 같은데,

사진 중간쯤 사람들 많이 앉아 있는 곳이

바로 그 바다 오르간 위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아래 사진처럼 이렇게 계단에 앉아

바다를 보며 음악을 듣고 느낀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아래계단의 일부는 바닷물에 잠겨 있고,

또 아래 사진처럼 해초 같은 것이 자라기도 한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난 “바다 오르간”이라고 해서,

처음에

“노래하는 분수”의 바다 버전을 상상했었다.


사람들이 널리 아는 이지 클래식이나

고전적 팝음악이 흘러나오고,

파도 위에 레이저를 쏘거나 뭐 그런 식.


다행히 자다르의 바다 오르간은 그런 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운 소리가 나고,

시각적으로는

눈 앞의 바다 말고 아무런 장치가 없다.


바다 오르간이 연주하는 음악은

튜브와 구멍으로 이루어진 이 장치가

바람과 파도의 세기(?) 에 기반하여 만들어내는

우연성 음악(Chance misic)으로,

멜로디 없이

무슨 뱃고동 소리 같은 것이 난다


신기한 건

밤에 파도가 높아지면 그 소리도 증폭되어

튜브에서 나오는 소리가 거의 절규를 한다.



(동영상1:바다 오르간 낮)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동영상: 바다 오르간 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그런 소리가 너무 신기하고 자연스러워서

처음엔 너무 좋더니,

소리 자체가 딱히 아름답다고 할 순 없는

불협화음을 내는데다가

(보통은 harmony라고 묘사되던데,

그냥 단순히 소리가 모인 걸

harmony라고 하긴 힘들어 보인다)

아무리 자연스러워도 인공적인 소리라

오래 들으면 좀 질리긴 한다.


사람들이 바다 오르간을 좋아하고,

자다르에서 가장 핫한 장소가 되고,

또 나도 자다르에 있는 동안

괜히 자꾸 바다오르간 쪽에 갔던 건


“오르간” 때문이라기 보다는 “바다” 때문인 것 같고,

즉 소리보다는 풍경 때문인 것 같고,


“오르간”의 때문에 가더라도

그 음악의 아름다움 때문이라기 보다는

파이프와 구멍으로 파도와 바람에게

음악을 만들어보라고 해 볼 생각을 한

그 생각의 기발함,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낸 음악의 특이함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난 사실 그 바다오르간의 음악 자체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바다오르간의 아이디어,

그 존재 자체가 좋아서

무언가에 홀린 듯 자주 바다오르간에 갔었다.


하지만 나처럼 좀 까탈스러운(?) 음악취향의 사람은

바다오르간에서 조금만 동쪽으로 가도,


파이프 소리 말고,

그냥 순수한 바다소리,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바다와 중력과 바람이 쉼없이 연주하는,

그리고 가끔은 갈매기가 협연하는,

“아카펠라”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다.


(동영상)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자다르에 방문한 사람들을

서남쪽 해안으로 이끄는 또다른 명소는

“태양에 인사(Pozdrav suncu, The Greeting to the Sun)”다.


사실 “바다 오르간”이 보다 혁신적(?)이고,

이름을 듣자마자 머리에 떠오르는

“바다가 연주하는 음악”이라는 개념도

좀 더 분명하지만,

소리 나는 부분이 바다쪽으로 난

“바다오르간”을 찍어 올리기 쉽지 않으니,


자다르 여행 블로그에는

“바다오르간”이라는 제목으로

“태양에 인사” 사진이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다.


시각적으로 보다 선명한 자다르 명소다.


“태양에 인사”는 니콜라 바쉬치(Nikola Bašić)

즉, “바다오르간”의 건축가가 3년 후,

2008년에 만든 작품이다.


“태양에 인사”라는 이름은 사실

언뜻 잘 개념화되지 않는데,


그 뜻을 곱씹어보면 곱씹어볼수록,


습도는 낮고,

태양이 유난히 쨍쨍 내리쬐는 데다가

건물과 바닥의 흰색이 태양빛을 반사해서,

유난히 태양과 강렬하게 만나야 하는 곳이자,


바다가 서쪽에 있어

태양에게 매일 작별인사를 하는 곳에 걸맞는

이름인 것 같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난 사실 태양에만 관심을 가졌는데,

그 옆 동쪽으로 태양계의 모든 행성이

실제크기의 비율에 맞게 배치되어 있다.


아래 사진은 목성이었고,

다른 보다 작은 태양계 행성들도

그 거리와 크기에 맞게 배치되어 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태양에 인사”는

낮에 반짝이는 태양 아래

밝게 인사를 하고 있을때도 아름답지만,

어두운 밤 사라진 태양을 대신할 때는

좀 더 특별해진다.


그래서

“태양에 인사”가 포토존이 될 때도 주로 밤이다.


저렇게 계속 전기를 써도 되나 걱정되기도 하는

이 설치물은 다행히 태양열을 낮에 모았다가

밤에 그걸 빛 에너지로 전환한다 하는데,


수많은 작은 사각형 안에서 발산되는 빛이

랜덤으로 모양과 빛깔을 변환하면서

시시각각 그 모습이 바뀌면서

환상적인 광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동영상: "태양에 인사" 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3. 걸어보면 좋은 그냥 바다


자다르에 3박 4일 있으면서,

첫날은 자다르 구시가를 구경했고,

둘째날은 코르나티(Kornati)섬에,

셋째날은 크르카(Krka) 국립공원에 다녀왔다.


그리고 자그레브로 돌아가는 네번째날

체크아웃하면서 숙소 주인에게 물었다.


“제가 오늘 자다르에 5시까지 머물 예정인데,

혹시 자다르에 구시가 말고 추천하실 곳 있나요?”

(Danas ću ostati ovdje do 5 sati. Što biste preporučili osim starog grada?)


라고.


그런 질문은 처음 받아봤는지

주인이 재밌는 질문이라는 표정으로

미소지으며 잠깐 생각해보더니,


지도를 펼치고 어떤 곳을 가리키며


“나라면 여기 이 바닷가를 좀 걸을 것 같다.


여기 바다가 좋은데,

여기 이 쯤에 카페도 있어서,

여기서 커피 마시는 것도 좋다”


라고 대답했다.


현지인들은 너무나 익숙한 구시가를 구경하고

사진 찍지는 않을 거니까,


더군다나 자다르 구시가는 그렇게 크지 않아서

자다르 시민들은 구석구석 속속들이 다 알테고,

거기서 새로운 곳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을 테니까,


그 주인이 설명해 준 루트가 아마

현지인들이 자다르를 즐기는 방법일 것 같다.


그리고 네번째날은 현지인이 알려준,

아직 여행시즌이 안 되어

비교적 한적한 그 바닷가를 거닐었다.


아드리아해 연안의 도시 자다르는

아래 지도에서 보듯이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다.


아래 자다르 지도에서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구시가는

주황색 네모로 표시한 부분이고,


그 네모 안의 검은점이

"태양에 인사",

좀 굵은 선이 "바다 오르간"이다.


즉, 관광객이 "자다르(Zadar)"라고 방문하는

그 지역은

자다르 전체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거다.


http://www.orangesmile.com/travelguide/zadar/high-resolution-maps.htm


위의 지도에서 파란 바다 위에

하늘색으로 표시된 곳은 낮은 바다니,

아마도 해수욕을 할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그 중 숙소 주인이

지도를 손으로 짚으며 알려준 곳이 바로

구시가 동쪽의 콜로바레(Kolovare) 지역이었다.


난 4월 말, 5월초에 갔어서

해수욕을 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전통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해변이라니,

아마 여름에 가면

해수욕객들로 가득할 것 같다.


자다르 현지인의 추천대로

자다르 마지막 날은

구시가와 그 해안 지역을 걸어다녔는데,


위 지도에서 붉은 색 긴 네모로 표시한,

그 해안지역 끝에서 끝까지 한번 가는 데는

1-2시간 걸리는 것 같다.


난 현지인의 조언대로

걷다가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그랬는데,


여름엔 좀 많이 덥겠지만,


4-5월엔 딱 걷기 좋은 산책로가 있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바닷가였다.


사실 그런 바닷가 산책로까지 걸어가지 않더라도,

바다와 인접한

자다르 구시가에서도

멋진 바다를 보는 게 가능하다.


자다르 서쪽엔

크고 작은 섬들이 많이 있어서,

자다르 바다의 수평선엔

항상 섬들이 줄지어 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자다르 구시가 중간

로마 포럼(Forum) 앞 바다에는

배가 잠시 정박하는 선착장이 있는데,

거기서 보는 바다 풍경이 참 좋다.


그 선착장에는 지나가는 배가

잠시 서서 승객을 태우긴 하지만,

계속 정박해있는 배가 없어서

시야가 확 틔여 있다.


구시가에서 급히(?) 바다가 보고 싶으면

그곳에 가면 된다.



이건 포럼앞 바다 선착장에서 본

자다르 구시가 서쪽.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이건 구시가 동쪽.

멀리 보이는 건물이 자다르 대학이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이건 포럼에서 정면으로 바라본 바다다.

사진 오른쪽에 선착장이 보인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구시가 해안가에는 바닥에 장신구나 장난감을 놓고 파는 사람들도 많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자다르를 비롯한 달마티아 지방엔

갈매기도 많고,

도시의 비둘기처럼

사람이 다가가도 피하지 않는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이건 둘쨋날 코르나티(Kornati) 섬 다녀오는 길에

배에서 찍은 자다르 구시가 모습이다.


자다르 구시가는 바다와 매우 가까워서

이렇게 배에서도 보인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사람들이 끊임없이 돌아다니지만,

만취한 채 행패를 부리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밤바닷가도 안전하긴 한 것 같은데,

그래도 가로등이 한국처럼 밝지는 않다.


덕분에 보름달도 선명하게 보인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아무튼 이렇게 자다르 구시가에서도

만날 수 있는 바다지만,

시간도 좀 있고,

구시가 바깥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해서

자다르 체류 마지막날,

동쪽 콜로바레(Kolovare) 쪽으로 걸어갔다.


여긴 구시가 동쪽에서 처음 만나는 바다,

자다르대학 건너편 선착장이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여긴 그 선착장에서 본 구시가 동쪽 바닷가.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여긴 그냥 바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여긴 콜로바레 호텔의 해변인데,

아직 시즌이 아니어서 그런지

아님 원래 그런지,

호텔 투숙객이 아니어도 들어가볼 수 있었다.


바다 바로 옆엔 카페가 있고,

바다엔 바다 위에 담을 둘러 만든 수영장과

다이빙대가 있었다.


아직 시즌이 아닌데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두 명이 약간 추워하면서

수영도 하고

다이빙도 하면서 놀고 있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그렇게 동쪽으로 걸어가니

이제 구시가는 점점 더 멀어진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동영상: 자다르 그냥 바다 1)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아직 시즌 전이라

문이 닫힌 카페도 있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동영상:자다르 그냥 바다 2)

(2018년 4-5월, Zadar, Croatia)


그렇게 걷다가

초록빛 바닷물에 한번 발을 담가봤는데,

발을 담가보니

맑은 물이 더 두드러진다.


근데 5월 초의 바다가

특별히 많이 차갑진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역시나

아드리아해는 별로 차가운 바다는 아니란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동영상: 자다르 그냥 바다 3)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그렇게 걷다보니,

심상치 않은 인공적인 구조물이 나타난다.


황제 분수(Carska fontana, Imperial Fountain)라는 곳인데,

자다르 주민들과 베네치아 선박들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16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곳이란다.


좀 오래되어 보이긴 하지만,

그렇게나 오래되어 보이진 않는다 했더니,

18세기에 대대적으로 리모델링되었단다.


기둥 안쪽에 있는

우물 안에는 아직도 물이 담겨있다.


하지만 마실 수 있는 물인지는 좀 미심쩍다.


일찍이 자다르의 시인과 작가들이

이 분수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고 하는데,


사실 나도 멀리서 봤을 때는

나도 뭔가 특이하고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특별하게 예쁘다는 느낌은 없다.


흔히 보던 서양 건물과 달라서 그런건지,

외벽의 색이 균일하지 않아서 그런건지,

아님

생명의 원천인 물을 공급하는

원래 기능을 활발히 하지 못해

생기가 없어서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오래된 구조물이어서 그런지,

주변 자연과 아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아직 관광시즌 전이라,

"친환경적" 파라솔 밑도 한적하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시즌에 상관없이

그래도 바다는 아름답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그렇게 한참 걷다보니,

커다란 나무가 울창한 공원이 나온다.


이제 거의 다 걸었는데,

이제서야 콜로바레(Kolovare)라는 표지판이 등장한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러시아를 의미하는 게 틀림없어 보이는

RUSS라는 글자가 쓰레기통에 쓰여있다.


그걸 써야하는 것도 아닌데,

“쓰레기통”에 굳이 RUSS라고 쓴 것이

반러 정서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옆에

러시아어로 "친구(друг)"라 써놨다.


그것도 아주 서투른 키릴문자로...


이건 뭐지? 반어인가?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이 좋은 곳에

왜 하필 이런 걸 붙여놨는지 모르겠지만,


김정은과 트럼프를 합성한 그림도

전봇대에 붙어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그 공원을 지나면 해변가의 모래와 자갈이

어느새 선이 굵직굵직한 바위로 바뀌고,

이제 방파제와 거대한 자다르 항구가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는 이제 한참동안 항구인 것 같다.


더 이상은 산책로가 없길래,

딱 거기까지 걸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동영상: 자다르 그냥 바다 4)

(2018년 4-5월, Zadar, Croatia)


현지인의 추천한 대로 걸어보니,

역시나 좋은 산책길이었다.


길 옆으로 보이는 바다풍경은 더할나위 없이

근사하고,

길 자체도 뻔한 아스팔트 길이 아니라

흙도 있고 돌도 있어 걷기 좋았다.


구글 지도를 검색해보니,

그 길에서

자다르 버스터미널이 멀지 않길래,

이 길을 걷다가 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타고 자그레브 집으로 돌아왔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자다르는 달마티아 중간에 위치해 있어

시외버스 종점이기 보다는

다른 도시로 가는 버스가 중간에 서는 곳이다.


내가 탄 자그레브행 버스도

여기저기 들렀다 오느라,

예정보다 좀 늦게 도착했다.


겨우 3박 4일 있었는데,

정이 들어서

아쉬운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자그레브로 돌아왔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자다르 다녀와서

이탈리아 친구 키아라가 그랬다.


"크로아티아엔 정말 예쁜 데가 많은 것 같아

(There are so many beautiful places in Croatia)”


내가 웃으면서,


"이탈리아에도 많잖아(But there are so many beautiful places in Italy, too).”


그랬더니,


"그래도 크로아티아 만큼은 아니야.(Not as many as in Croatia)”


라고 했다.


이탈리아에 가본 게 너무 옛날이라

그리고 이탈리아를

크로아티아처럼 구석구석 가본 게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이탈리아의 관광지가

콜롯세움이나 피사의 사탑이나

뭐 그런 인공적 건축물을 주로 구경하는 거라면,


크로아티아의 관광포인트는 “자연”인 것 같다.


크로아티아는 어디 가나 자연이 아름답다.  

바다는 바다대로,

육지는 육지대로.


적어도 내가 가본 크로아티아의 바다는 다 좋았다.


다들 빛깔은 어찌나 그리 예쁜 초록-파랑이며,

또 어찌나 그렇게 맑은지

계속 감탄했다.


자다르의 바다도 그랬다.


물론 그 유명한 석양과

“바다 오르간”, “태양의 인사” 때문에

자다르의 바다가 좀 더 특별하긴 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그냥 평범한 바다도 근사하다.


폭염에 거의 실내에 갇혀 있다시피 하는 요즘

그 평범한 해안마저도 근사한

흔한 달마티아의 바다가 그리워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난 자다르(Zadar)가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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