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만족스러웠던 아드리아해 항해
크로아티아는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자연이 있는 지역을
국립공원(nacionalni park)으로 지정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또 몇몇 지역은
자연공원(Park prirode)으로 지정해,
그건 각 지방 차원에서 관리한다.
하지만 수동적으로 보호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지로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다.
아마 방문객들이 지불하는 입장료로
국립공원과 자연공원 유지비를 충당하는 것 같다.
그래서 관광객들에게
크로아티아 국립공원과 자연공원은
야생이지만, 보호관리되어 훼손되지 않은,
특별한 가치가 있는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관광지다.
이건 크로아티아 국립공원과 자연공원 홈페이지.
물론 사진은 아름다움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지만,
워낙 엄선된 자연이어서 그런지,
사진만 봐도 감탄이 나오는 곳들이다.
크로아티아 국립공원은 모두 8개고,
그 중 4개는 바다에, 나머지 4개는 육지에 있다.
달마티아 해안 지방 중간에 위치한
자다르는 그 중 5개와 가깝다.
위 지도에서 붉은 점으로 표시한 곳이 자다르인데,
한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플리트비체(Plitvice) 호수,
파클레니차(Paklenica),
북 벨레빗(Sjeverni Velebit),
크르카(Krka),
그리고 코르나티(Kornati)섬이
자다르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
다른 5개 국립공원 중
믈리엣(Mljet)섬은 두브로브니크(Dubrovnik)에서,
브리유니(Brijuni) 섬은 풀라(Pula)에서 갈 수 있고,
리스냑(Risnjak)은 리예카(Rijeka)에서
버스 타고 1시간이면 간다.
플리트비체(Plitvice) 호수는 4월 중순 다녀왔고,
4월 말 자다르(Zadar)에 가면서,
다른 국립 공원 중
육지의 크르카 국립공원과
바다 위 코르나티 섬을 가보기로 했다.
198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코르나티 섬은
자다르(Zadar)와 쉬베닉(Šibenik) 서쪽에 위치한,
89개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군도(archipelago)며,
코르나티(Kornati)라는 이름은
그 중 한 섬인 Kornat(코르나트)의 복수형이다.
뭐 "코르나트와 다른 섬들" 정도의 의미인거다.
코르나트 섬은 예전에 독일어 Insel Incoronata,
크로아티아어 Krunarski Otok이라 불리었다는데,
Incoronata는 이탈리아 incoronare "왕관 씌우다"
에서 온 것 같고,
크로아티아어 kruna는 "왕관"의 의미다.
여기서 대관식을 했다는 기록은 못찾았으니,
진짜 왕관이랑 관련된 건 아닌 것 같고,
아마 그 동네에서 가장 큰 섬이라는 의미이거나,
사진을 보니 볼록한 언덕이 몇 개 있던데
옆에서보면 왕관 모양이라
그렇게 불렀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확한 어원은 알 수 없다.
사실 크로아티아엔 여기 말고도 섬이 많다.
약 1000개의 섬이 있단다.
크로아티아어 선생님이
수업에서 해준 이야기에 따르면,
그 중 어떤 섬들은
개인이 국가에 돈을 지불하고 빌릴 수도 있단다.
국가에 일정한 돈을 지불하면,
100년동안 어떤 섬의 주인이 되는거다.
물론 까다로운 세부규정도 있을거고,
임대금액도 만만치 않겠지만,
100년이면 거의 3대, 4대가
어떤 섬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서,
다들 눈을 반짝이며,
이런저런 질문을 해댔었다.
그 때 "우리도 그런 거 있다"
고 말하는 친구가 없었던 거 보면,
이건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흔치 않은,
크로아티아라서 가능한 제도인 것 같다.
크고 작은 섬을 천여개나 가지고 있는 정부는
그 중 몇 개 정도는 임대할 수도 있는거고,
크로아티아의 아드리아해는
어느 쪽이든 멋진 풍광을 자랑하니,
그 아름다운 바다 위 섬 하나를 장기임대하려는
부자도 등장할 수 있는거다.
여기선 섬 임대의 수요와 공급 모두 가능하다.
아, 그리고 또 재미있는 건,
크로아티아는 해안선이 꼬불꼬불 아주 복잡한데,
그래서 해안선을 포함한
국가 경계선의 길이만 놓고 보면
프랑스보다도 길단다.
이 이야기 들었을 때
그 정도로 해안선이 복잡한 게
정말 신기하다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이건 작은 나라만 할 수 있는 셈법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대로도 어마어마한 크기인
러시아, 미국, 중국, 캐나다 뭐 그런 나라가 굳이
해안선 길이를
계산하고 있을 것 같진 않으니 말이다.
자다르 체류하는 날 중 하루는
코르나티(Kornati) 군도에 갈려고 검색해보니,
자다르에서 "코르나티"가는 일반 배편이 없다.
관광객 대상으로 하는 투어만 있다.
가기 전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
코르나티(Kornati)엔 사람이 안 살기 때문에
배편이 안 다닌다고 누군가 쓴 걸 읽었는데,
코르나티 투어하는 배 타고 보니까,
투어배 아닌 것 같은 다른 작은 배도 다니고,
섬들 안에 집도 보인다.
89개 섬 중에는 사람이 안사는 섬들이 많겠지만,
코르나티 군도에
사람이 전혀 안사는 건 아닌 것 같고,
복수형 Kornati는 군도이기 때문에,
그 중 특정한 섬 하나를 가는 게 아니라,
코르나”티”의 여러 섬을 가기 위해선
이리저리 둘러보는 투어(Tour)를 해야하는거다.
이렇게 관광객이 가는 방법이 하나밖에 없는
코르나티 군도 투어는 좀 비싸다.
나와 헝가리 친구 라우라가 선택한 건
360쿠나(6-7만원)짜리였는데,
대체로 400쿠나(7-8만원) 내외였다.
아마 50유로를 쿠나로 환산한 가격인 것 같다.
그리고 달마티아에서 흔히 그렇듯이
어김없이 현금결제다.
간단한 아침식사와 점심식사, 음료,
그리고 국립공원 입장료가 포함된 가격이라,
전혀 근거가 없거나
완전 바가지거나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좀 많이 비싸다.
그래서 더 싼 데 없나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약간의 차이가 나긴 하지만,
크게 다르진 않았다.
그렇게 "시장조사"를 마친 후,
자다르에 같이 간 헝가리 친구 라우라가
나더러 갈건지 안갈건지 물었다.
자다르 온 김에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리고 계속 계획한더라 안 가면 후회할 것 같아서,
난 가겠다고 했더니,
라우라도 함께 하겠다고 했다.
코르나티 군도 가는 배는
아침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당일이 아니라 전날 낮에
항구에 서 있는 부스에 가서 미리 신청을 했다.
코르나티 군도 가는 투어는
항구에 있는 여러 부스와 구시가의 여행사에서
신청할 수 있는데,
그게 한둘이 아니니, 찾는 건 어렵지 않을거다.
내가 알아본 데보다
라우라가 알아본 데가 더 싸길래,
우린 그 배로 가기로 했고,
선금으로 100쿠나(약 18,000원)씩을 지불했다.
전날 접수받는 분들이
어떤 배를 타야하는지 알려주면서
아침 8시에 출발하니,
7시 45분까지 오라고 우리에게 신신당부했는데,
우리처럼 시간 맞춰 온 사람이 많지 않았다.
크로아티아는 좀 그렇다.
항상 그렇다곤 할 수 없지만,
많은 경우 정시에 출발하고, 시작하기보다
좀 기다렸다 5분 정도 늦게 시작하는 편이다.
우리가 탄 배는 별로 크지 않아서,
승객이 100명이 채 안되었던 것 같다.
배 앞에 있는 부스에
잔금 260쿠나(약 4-5만원)을 지불하고,
배에 오르니,
선글래스 쓴 남자분이 앉아서,
점심으로 고기를 먹을지, 생선을 먹을지 선택하란다.
생선을 먹겠다고 하니,
생선쿠폰을 주면서 점심 먹을 때 그걸 내라고 했다.
아마 선택한 승객 수에 맞춰
점심을 배에 싣나보다.
그리고나서 우린 배에 가서 자리잡았는데,
예정 시간인 8시보다 조금 늦게 배가 출발했다.
(동영상1)
(동영상 2)
(동영상 3)
배가 출발한지 30분-1시간쯤 지났을까,
8시 출발이라 아침을 제대로 못 먹어
슬슬 배가 고파지고,
빵을 좀 사올 걸 그랬나 후회할 무렵,
아까 점심메뉴 주문받던 그 남자분이,
그런 게 크로아티아식이라며,
(아마도 식전 음주를 말하는 거 같은데,
모든 크로아티아인이 그러진 않을 것 같다.)
발칸반도의 40-50도 증류주
라키아(Rakija)를 한잔씩 돌린다.
무딘 나는 잘 모르겠지만,
목넘김이 깔끔한 게 괜찮은 술인 것 같다 했는데,
헝가리 친구 라우라는 냄새를 맡더니
자기나라에도 비슷한 술이 있다며,
우리가 마신 건 배로 만든 거라고 감별하고,
(라키아는 배, 포도, 사과, 견과류 등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다)
마치 전문가인 양, 꽤 괜찮은 라키아라고 평가했다.
4월말이니 아침에는 날씨가 좀 춥고,
배가 속도를 내 움직이니 바람도 많이 불었는데,
그걸 마시니 체온도 올라가고,
기분도 업되었다.
그리고 아침으로
두툼한 빵 사이에 치즈와 햄, 야채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나눠줬다.
그전날 여기저기 가서 물어보느라 헷갈려서,
우리가 선택한 게 아침 포함인 걸 까먹었던 우리는
마치 뜻밖의 선물을 받은 듯 좋아하며
아침을 맛있게 먹었다.
배까지 부르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배가 움직이면서,
선내 방송으로 가이드를 해주는데,
같은 내용을 크로아티아어, 영어, 이탈리아어, 독일어로 반복한다.
나중에 보니,
아침에 점심메뉴 주문 받고, 라키아 돌렸던
바로 그 선글래스 쓴 남자였는데,
진짜 못하는 게 없는 "멀티 플레이어"다.
우리는 배 안쪽에 앉아 있다가
좀 더 시야도 넓고,
햇살도 따뜻한 갑판으로 나왔다.
바깥에 나오니
가이드 방송이 잘 안들리긴 하는데,
바다가 더 가까운 느낌이라 더 좋다.
그리고 중요한 내용은
그 선글래스 쓴 멀티플레이어가 갑판에 나와서
한번 더 영어로 설명해줬다.
원하는 사람에게는 이탈리아어 설명도 덧붙이면서.
그 때 들은 설명에 따르면,
아래 사진의 성당이
지은 지 수백년된 성당이란다.
지금 좀 더 찾아보니,
16세기에 건설된
Crkva Gospe od Sniga(대 성모 성당)으로,
여자들이
배타고 나간 남편, 아버지, 아들의 무사귀환을 빌던
성모상이 있단다.
아래 다리는 Most Ždrelac(주드렐라츠 다리)인데,
19세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에 파서 만든
통로 위에 1970년대에 다리를 건설한거란다.
이 통로를 그렇게 일부러 만들지 않았으면,
자다르에서 출발한 배가
한참 돌아서 바다로 나가야했을거다.
이 다리 밑을 지나기 전엔
정면에 수평으로 서 있던 섬들이
이 다리 이후에는 옆으로 흩어지고,
좀 더 밀도가 낮아진
크고 작은 섬들 사이 바다를 항해하는 배는
점점 육지에서 멀어지며
아드리아해 중심에 가까워진다
(동영상 4)
아래 사진의 섬은
코르나티 군도 거의 서쪽 끝에 있던건데,
벨라 자매(Sestrica Vela) 섬이라고 하고,
그 섬에 있는,
코르나티 군도에서 유일한 등대는
1876년에 건설된, 무려 140년이나 된 등대다.
투어할 땐 그런 설명을 못 들은 것 같은데,
검색해보니,
이 등대 건물에 있는
4인용 아파트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비용은 성수기 150유로, 비수기 106유로다.
이 섬까지 가는 배값도 따로 지불해야 한다.
조용하고 한적한 걸 좋아하는 여행자에겐
정말 더할나위 없는 숙소지만,
너무 작고 외딴 섬이라
그냥 쉬는 것 말고
다른 건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인다.
서쪽 끝에 있는 그 등대 옆에서
이제 배는 우회전하여,
“긴 섬”이라는 의미의 “두기(Dugi)섬”을 향해간다.
(동영상 5)
(동영상 6)
멀리 있는 깊은 바다는 짙은 파랑,
배가 정박한 낮은 바다는 초록색이다.
물이 맑고 물고기도 많다.
(동영상 7)
이제 이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바다에
배가 정박하면,
우선 배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승선할 때 받은 쿠폰을 내고
점심과 와인 한 잔을 받았다.
그밖에 큰 통 속에 담긴 물과 쥬스는
무료로 계속 마실 수 있고,
커피는 유료였던 걸로 기억한다.
와인은 평범했고,
쥬스는 좀 묽었지만,
그래도 뭐 마실만했다.
승객들이 점심을 다 먹으면,
1시간 30분인가, 2시간인가
섬에서 보낼 수 있는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투어 스케줄에 따르면,
바닷물이 담긴 염수호 미르(Mir)에서
수영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야말로 “자유시간”이기 때문에,
수영할 사람은 수영하고,
선탠할 사람은 선탠하고,
산책할 사람은 산책하면 된다.
라우라와 나는 우선 산책에 나섰다.
라우라는 수영복을 안 가져왔고,
난 수영복을 가져오긴 했지만,
처음 간 곳이니,
수영보단 어떻게 생긴 데인지 구경을 하고 싶었다.
우리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섬구경 먼저 하러 갔고,
우린 그들과 함께 언덕 위를 걸어 올라갔는데,
섬의 절벽이 새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만들어내는 비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알고보니,
두기 섬 절벽 (dugootočke Stene)이라
불리는 명소였다.
우린 여기서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찍었는데,
라우라는 내가 여기서 찍어준 사진을
나중에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으로 내걸었다.
이 메마른 절벽에 나무도 자라고
드믄드믄 꽃도 핀다.
우리 배를 탔던 사람들이 다 사라지고 난 후,
우리도 절벽에서 내려와
염수호 “미르”쪽으로 갔다.
그 "멀티플레이어"가 승객들에게 명심하라 당부한
귀환시간까지 40분 정도 남아 있어서,
20-30분 정도 호수에 발을 담그고
4월의 햇살 아래서 광합성을 했다.
“미르”호는 염수호일 뿐 아니라,
바닷물인데도 물이 차갑지 않고 따뜻하다.
전날 투어 판촉하던 분들이
거긴 물이 따뜻해서 4월말인 당시에도
수영할 수 있다고 했었다.
지금 검색해보니,
여기 말고 다른 루트로 가는
코르나티(Kornati) 투어도 여럿 있는데,
당시에는 우리가 알아본 모든 투어가
다들 여기를 거쳤다.
아마도 수영하는 거 좋아하는 유럽관광객에게
4월말에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야외수영장”이었는지 모르겠다.
(동영상 8)
우린 시간 맞춰서 배로 돌아갔는데,
가는 길에
뱀이 빠르게 우리 앞길을 가로지르는 걸 목격했다.
지나가고 나서 소리를 질렀을 정도로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우리 바로 앞에서 중년커플이 걸어가고 있어서,
직접적 위험을 느끼지 않은데다가,
야생의 공간에서 실제 뱀을 처음 본 난
좀 신기했는데,
계속해서 나에게 “여기 뱀 있을까?”물어보며,
유난히 뱀을 경계했던 라우라는
거의 질겁을 하며,
“독뱀일까?”라며
그 길을 걷던 중년커플과 나,
어느 누구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했다.
난 “가이드가 독뱀 있다는 얘긴 안 했으니,
독뱀은 아닐거”라고
라우라와 나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가능한한 긍정적인 대답을 짜냈다.
그러고보니, 그 뱀이 독이 있을수도 있는건데,
난 너무 경계심이 없었나보다.
독뱀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혹시 여길 가게 되면 뱀 조심들 하시길...
뱀이 지나간 이후 잔뜩 경계하고 걸으면서,
배가 정박한 선착장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승선하고,
배의 모터가 돌아가니,
또 물고기들이 모여든다.
배의 모터 소리나 움직임에
물고기를 끌어모으는 무언가가 있나보다.
(동영상9)
배는 다시 넓은 바다 쪽으로 나와,
좌회전해서 자다르를 향해 한참을 항해했다.
(동영상 10)
(동영상 11)
(동영상 12)
아까 지났던 다리 밑을 지나,
자다르에 거의 가까왔을 즈음
우글랸(Ugljan) 섬의
쿠클리차(Kukljica) 마을에 정박했다.
13세기에 건설된 오래된 성당이 있는 곳인데,
거기서 하선해서
커피도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하라며,
30-40분의 자유시간을 줬다.
이게 13세기에 건설된 성 히에로니무스 성당
(church of St. Jerome, Crkva sv Jerolima)인데,
최근에 리모델링되어서
그렇게 오래된 성당처럼 보이진 않는다.
성당도 보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산책도 좀 한 다음에
다시 배에 올라
약 1시간 항해 후 자다르 항구로 돌아왔다.
5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아래 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게
그 때 배에서 본 자다르(Zadar)다.
라우라와 나, 우리 둘 다
코르나티 군도 투어에 만족하고,
투어 끝나고 서로를 마주보고 웃으면서
투어한 거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자평했다.
사실 난 코르나티 군도 가야겠단 생각을
한번도 바꾼 적이 없었는데,
아직 학생인 라우라는
비용이 부담되어 망설였는지
나한테 고맙다고까지 했다.
사실 우리가 한 투어가 최고급은 아니어서,
배 자체도 그렇고,
음식이나 음료도 그렇고 마구 좋은 건 아니었는데,
우린 처음부터 크게 기대하지 않고,
그냥 코르나티가 어떤 데인지
"경험해보겠다"는 열망만 품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 둘다 지불한 비용 대비
서비스가 좋은지 아닌지를
분석할 정도로 계산적이기도 않기 때문에,
실망하지도, 불평하지도 않고,
모든 상황에 진심으로 만족하면서,
둘다 "맛있다", "좋다"라는 말과
활짝 웃는 진짜 미소를 마구 남발하며,
긍정적 기운을 마구마구 발산했다.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아드리아해라는 바다와 그 섬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최고급이었고,
우린 그거면 됐다.
아니, "그거면 된" 정도가 아니라,
우리 둘 다 코르나티 군도에 대한
구체적인 기대도 없고,
딱히 시각적 자료도 찾아보지 않고,
머릿속에 “코르나티”라는 개념만 가지고
투어를 시작해서,
머릿속 “Kornati”라는 언어적 기호가
시각적 이미지로 변환되어
눈 앞에 나타난 결과물에,
상상하지도 못한 아름다운 풍경과
바람, 햇살, 하늘, 바다와 함께 항해하는
그 형언하기 어려운 유쾌함과 행복감에
그저 감탄만 했다.
코르나티 군도도 근사했지만,
그냥 그 짙은 푸른 색 바다와 하늘을 보면서,
따뜻한 태양 아래서
바람을 온몸으로 만나며 하는
그 아드리아해 항해의 느낌이 참 좋았다.
나에게 아드리아해 항해는 그 때가 처음이었고,
그 이후 아드리아해 연안의
크로아티아 도시를 여럿 방문했는데,
아드리아해를 그렇게 오랫동안 항해한 적은 없다.
즉, 가장 처음이면서, 가장 오랫동안
아드리아해에 머물렀던 경험이어서
나에겐 매우 특별하다.
만약 전혀 다른 루트가 아니라면,
다음에 가서 그걸 또 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한번 정도는 해볼만한 꽤 괜찮은 경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