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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Jul 29. 2018

난 자다르(Zadar)가 좋더라.

감당할 수 있는 크기와 친근한 아름다움


크로아티아어 문법연습 문제에는

크로아티아 지명이 많이 등장한다.


다른 언어 배울 때보다 유난히 많은 것 같다.


“자그레브”랑 “두브로브니크” 말곤

크로아티아 다른 지명은 들어본 적도 없던 내게는

모두다 낯선 지명이었는데,

아마 다른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거다.


처음에 내가 들었던 3주 수업은

알파벳부터 배우는 완전 생초보를 위한 수업이어서,

다들 크로아티아"어"는 물론이거니와

크로아티아 자체를 잘 모르는 상황이라,

연습문제에 지명이 나오면

선생님들이 그 곳이 어떤 곳인지 묘사도 하고,

지도를 짚어가며 위치를 설명해주곤 했다.


하지만 워낙 낯설어서

그렇게 친절한 설명을 들어도

단번에 지명을 기억하진 못하기 일쑤였다.


나중에 크로아티아어 좀 더 배우고

크로아티아에 좀 더 익숙해지면서

“아 이거 들었던 얘기네”

하면서

“그 때 그게 그거였음”을 깨닫는 순간도

여러번 있었는데,


아마 그 때 들었으면서

나중에도 기억못하는 것도 많았으리라.


자다르(Zadar)도 

그 뭐가 뭔지 잘 모르던 시기에 나왔던 지명인데,

당시 보충교사였던,

에너지 넘치고 표정 풍부하고 유머러스해서

우리가 다 좋아했던 아나(Ana)라는 선생님이

자다르라는 지명이 연습문제에 나왔을 때,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도시라고 했다.


그 선생님 고향이 어딘진 모르겠지만,

자다르가 고향은 아닌 것 같았고,


전치격에서 뒤의 a가 탈락되는 mobilno a라는

초급자에겐 까다로운 문법적 특징을 가진,

그래서 전치격이 u Zadru가 되는

그 어려운 지명 Zadar에 대한 특별한 묘사에

귀를 쫑긋 세운 우리에게


“두브로브니크 물론 좋지만,

거긴 정말 엄청난 곳인거고,

자다르는 거기에 비해선 작지만,

바다도 구시가도 예쁘고 정말 좋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곳이다”


고 이야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급자에겐 까다로운 문법이 나오니,

좀 한숨 돌리는 차원에서 얘기한 것 같긴 하지만,


아직 자그레브 바깥은 벗어난 적이 없던 당시의 난

그 엄청난 두브로브니크보다 더 좋다는

설명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나중에 꼭 가볼려고 “자다르”에 별표를 해두었다.


그런데 크로아티아 어학 코스가

대학 부속이라서 그런지

대학교 학기랑 수업이 같이 진행되고,

끝날 때 학점도 주면서

1/3 인가 1/4인가 빠지면 학점 안 주는,

내가 지금까지 했던 어학코스 중

가장 엄격한 시스템에,

수업이 월, 화, 수, 목, 금이고,

매일매일 과제가 있고,

주말엔 크로아티아어 에세이도 써야해서,


그리고 그게 “그래야해서” 라기보다는

그렇게 해야 외국어 실력이 느는 걸 너무 잘 알기에

크로아티아어 잘하고 싶은 욕심에

그러고 싶어서” 

크로아티아어 수업에 집중하느라,

그 좋다는 자다르에

제대로 놀러 갈 시간이 마땅히 나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5월초 노동절 4일 연휴가 생겼다.


마침 그 바로 전에

“국립공원”에 대한 수업에서 배운 바에 따르면,


자다르에서는

1호 국립공원 “플리트비체”가 가까울뿐 아니라,

다른 국립공원인 “코르나티(Kornati)”와 

“크르카(Krka) 국립공원도 가까워서,


자다르에 가면

거기도 가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3박4일 중 첫날과 마지막 날은 자다르,

그리고 하루는 코르나티,

하루는 크르카 국립공원 가는 걸로 계획을 세웠다.


내가 “자다르(Zadar)”가려 한다는 말에,

플리트비체 같이 갔던 헝가리 친구 라우라도

나랑 함께 자다르에 가겠다고 했는데,


첫날 자다르,

둘째날 낮 코르나티는 함께 가기로 했고,

둘째날 밤에 그녀는 시베니크(Šibenik)에 가지만,

셋째날 낮 시베니크에서

크르카 국립공원에 가겠다고 했다.


역시 플리트비체 호수 함께 갔던

프랑스친구 마레바는

스플리트에 친구가 있어

거기서 4일 연휴를 보낼거라며,

자기는

셋째날 크르카 국립공원 갈 때 합류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크로아티아어 수업 같이 듣는 친구들과

따로 또 같이

자다르에 가게 되었다.




자다르(Zadar)는 달마티아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데,

스플리트보다는 좀 더 북쪽이라,

자그레브에서 좀 더 가깝다.


아래 지도를 보면,

자다르, 시베니크, 스플리트가 가까이 붙어 있고,

그 서쪽 아드리아해에 여러 섬들이 있는데,


코르나티랑 크르카 국립공원은

시베니크랑 자다르 사이에 있어서,

시베니크에서도 갈 수 있고,


시베니크에서 갈 수 있는 섬이랑 인근도시는

또 스플리트에서도 가깝다.


크기는 스플리트, 자다르, 시베니크 순이니,

세 도시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곳에 짐을 풀고

이곳저곳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이 가능하다.


https://www.sunshine.co.uk/hotels/Zadar-Hotels-2229.html


자그레브에서 자다르까진

버스로 3시간 30분이 걸리고,


비용은 인터넷 예매를 하면

편도 100쿠나(약 18000원) 내외,

왕복 160쿠나(약 3만원) 내외다.


자다르 물가는 자그레브보다는 좀 비싼데,

스플리트나 두브로브니크 같은

다른 달마티아 도시들보다는 싼 편이다.


즉,

밥값은 한국보다 약간 더 비싸고,

카페랑 슈퍼마켓은 많이 싸다고 생각함 된다.


근데 구시가 내에도

허섭하지 않은 괜찮은 질의 값싼 패스트푸드,

즉 먹을만한 피자나 햄버거, 케밥 같은 거 파는 데가

꽤 여러군데 있어서

그걸 선택하면 밥값도 좀 더 절약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아드리아해”를

야드라(Jadra, Jadransko more)”라고 부르는데,


다른 유럽어들과 달리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 등에서는 J가

“짧은 i”에서 “dz(즈)” 발음으로 변하면서,

(라틴어 때만해도 짧은 i발음이었다)

이탈리아 영향권에 오래 있던 달마티아에서도

그런 언어 변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Jadra[야드라]를

“자드라”로 발음하게 되었고,

그게 “자다르”가 된거다.


즉 “자다르”라는 이름은 “아드리아 해”라는 뜻이다.


고고학적 자료에 따르면

자다르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건

석기시대 부터란다.


워낙 물 좋고 아름다운 곳이라 사실 놀랍진 않다.


그 후 역사에 기록된 바로는

라데르(Lader), 일리리야(Illyria)인의 거주 후

기원전 1세기 경에 로마제국의 일부가 되고,


서로마제국 멸망 후에는

(그리스) 비잔틴, 프랑크 왕국, 오스만터키제국, (이탈리아)베네치아 공화국,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지배를 받다가,


2차세계대전 이후 유고슬라비아 중

크로아티아의 일부가 되었다.


그 이름 자체가 “아드리아해”라는 뜻으로

아드리아해 연안도시의 대표성을 갖는 것에 걸맞게,

자다르는 비잔틴 제국 이후부터 줄곧

아드리아해 연안 “달마티아” 지역의

문화적, 행정적 중심이었다.


자다르에 현재 남아있는 유적은

로마시대 유적과,

비잔틴 제국의 달마티아 지역 수도였던

전력에 걸맞게 여러 개의 가톨릭 성당이 있고,

이탈리아 르네상스식 건축과

오스트리아 지배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바닷가 산책로(물론 이건 현재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어서 유적이라 하기 뭐하지만)가 있고,

생긴지 얼마 안된

그 유명한 “바다 오르간”과 “태양에 인사”도 

주목할만한 현대적인 조형물이다.


겉보기에 자다르(Zadar) 구시가에

사실 뭔가 매우 특별한 건 없다.


전반적으로 희멀건한 색을 띠는

전형적인 달마티아 지역 구시가다.


그런데 그 구시가가 따로 떨어져 있는

관광객만의 공간이 아니고,

자다르 사람들의 공간이기도 하고,

시각적으로 여러 시대 건축이

자연스럽게 어울어져,

두브로브니크나 스플리트처럼

어떤 “특별한” 독립적 공간이라기 보다는

현지인의 생활공간과 적절히 잘 섞여 있다.


그래서 낯선 이들에게 감상되고 사진찍히는

전시된 죽은 공간이라기 보다는

그냥 기분좋게 거닐고 또 생활하며,

현재도 계속 사용하고

역사적으로도 조금씩조금씩 자연스럽게 변화해온 살아있는 공간이다.


건물들 예쁜데,

남들한테 잘 보일려고

한껏 있는 멋, 없는 멋 다 낸 게 아니라,

그냥 그대로 자연스럽게 예쁘다.


마치 예쁘거나 잘생겼는데,

예쁜 척, 잘생긴 척 하지 않고,

성격 수더분하고 솔직한 매력적인 친구처럼

자다르 구시가는 예쁜 데도 편안하다.


그냥 그렇게 가만히 있는데도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긴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게 말과 사진으로 다 전달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 매력적인 자다르 구시가를 둘러보고,

다음 포스트에서는 바닷가도 산책해보겠다.




자다르를 가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버스를 이용하는 건데,


지난 포스트에서 둘러봤던 스플리트,

그리고 다다다다음 포스트에서 둘러볼 쉬베닉은

버스터미널이 구시가랑 가까운데,

자다르 버스터미널은 구시가랑 좀 떨어져 있다.


10-15분 정도 걸어가야했던 거로 기억한다.


그래도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두브로브니크는 더 멀었다.

거의 30분 걸었나보다.

자그레브도 꽤 멀어서 트램 5-6정거장 가야한다.

걸으면 20-30분 걸릴 것 같다.


자다르 버스터미널은 사진 찍지 않았는데,

그냥 평범하게 생긴 주택가 근처다.


특별히 상가가 형성되진 않았는데,

그래도 맥도날드도 있고,

길 건너편엔 대형 슈퍼마켓 Konzum도 있다.


크르카 국립공원 갈 때 좀 일찍 가서,

그 주변 동네를 좀 둘러봤는데,

유고슬라비아 시대 별장(vikendica)인가 싶은

공동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소련과 별개의 독자적 노선을 걸었던

공산체제였던 유고슬라비아는 모든 국민에게

그 단어 자체로는 “주말주택”이라고 이해될 수 있는

“비켄디차(vikendica)”를 나눠줬다고 들었는데,

그 때 내가 머릿속에 상상했던

“국가가 주는 별장”이 이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게 진짜 그 별장인지,

아님 자다르 사람들이 사는

그냥 보통 공동주택인지는 잘 모르겠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자다르 축구팀과 관련된 그림이 그려진,

지은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아파트도 눈에 띈다.

“자그레브” 축구팀은 디나모(Dinamo),

“스플리트” 축구팀은 하이둑(Hajduk)인 것만

알고 있었는데,

아마 자다르 축구팀이 토르나도(Tornado)인가보다.


예전엔 어땠는지 몰라도

크로아티아 축구 국내리그가 최근엔 주로

“하이둑”과 “디나모”의 2강구도인 것 같던데,

1,2등이 아니어도 이렇게 강렬하게 그리고

나름 예술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팬들이 있는게 괜히 보기좋다.


내가 갔을 땐 아직 월드컵 전이라

이번 월드컵의 스타들은 벽에 안 그려져 있었는데,

다음에 가면

이 옆에 자다르 출신 축구선수

루카 모드리치의 그림이 덧붙여질지도 모르겠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버스터미널에서 서쪽으로 10분 정도

평범한 주택가를 걸어가면

바다가 보이고,

곧이어 자다르 구시가가 눈앞에 나타난다.


자다르 구시가는 아래 지도처럼 생겼는데,

구시가 안에 들어서서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건

동쪽 끝에 위치한

페타르 조라니치 광장이다.


페타르 조라니치 광장을 비롯한

아래 지도의 중요 명소에 번호를 붙였는데,

그 번호에 따라

동쪽에서 서쪽으로

그리고 다시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도록 하겠다.


(출처:https://www.zadar.travel/en/multimedia/brochures/30-04-2015/the-zadar-city-map#.W1UKL9IzZH0)


1. 페타르 조라니치 광장(Trg Petra Zoranića)


페타르 조라니치(Petar Zoranić)는

16세기 크로아티아 르네상스 시기에

최초의 크로아티아어 장편소설을 쓴

자다르 출신 작가이고,

페타르 조라니치 광장엔

고대와 중세 그리고 근대의 다양한 유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페타르 조라니치 광장 동쪽엔

옐레나여왕 공원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좀 높은 위치의 그 공원쪽은

높은 담으로 막혀 있다.


그 공원 입구는

이 담 오른쪽으로 좀 더 걸어가면 나온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광장 남, 서, 북쪽은 붉은 지붕의

알록달록 예쁜 건물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광장에 들어섰을 때 첫인상은

‘아, 예쁘다’였다.


서북쪽엔 로마시대의 기둥이 하나 서 있는데,

여기 있던 로마시대 건축의 기둥이 남은 게 아니라,

18세기에 제우스 신전에서 옮겨다 놓은 거란다.


광장 남쪽엔 커다란 나무가 딱 한 그루 있고,

그 가까이 초록빛을 띠는 유리 바닥 밑에는

고대 유적이 보인다.


아마 고대유적을 외부자극으로부터 보호하면서,

또 전시도 할 수 있게 하는 유리 바닥은

국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비교적 최근에 설치된 건축 디자인이긴한데,

튼튼하진 않은지,

“유리가 또 깨졌다”는

크로아티아어 신문 기사가 검색된다.


내가 갔을 땐 깨진 부분 전혀 못발견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제우스 신전에서 가져온 기둥

북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그리소고노-보보 궁전(Palača Grisogono-Vovo)

이 나온다.


이곳은

자다르의 유명한 그리소고노 가문의 저택이라

자다르 사람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 같지만,

겉보기엔 특별한 게 없어 보였는데,


건축학적으로는 창문이

전형적인 르네상스 양식이라는 게 중요한지,

건물 앞에 관광객을 위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그걸 몰랐을 땐 그냥 평범한 것 같던 건물과 창문이

괜히 고상해 보인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페타르 조라니치 광장의 남쪽엔

시장의 탑(The Captain's Tower/Kapetanova kula) 이 자리잡고 있다.


현대 크로아티아어 kapetan은 영어 captain처럼

“선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축구에선 “주장”이란 의미라서,

한국팀의 박지성, 손흥민이 captain이었던 것처럼,

크로아티아는 루카 모드리치가 kapetan이었다)

예전엔 시의 수장, 즉 시장을 의미하기도 했고,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시장의 관저가 있어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건 유럽에서 흔히 보는

돌로 두껍게 높이 쌓은 중세식 건축인데,

13세기에 만들어진 높이 26미터의 탑이다.


현재는 자다르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시장의 탑 옆으로

16세기 후반 터키의 침입에 대비하여 만든,

5개 우물 광장(Trg pet bunara, Five Wells Square)이 자리잡고 있다.


전쟁 때 도시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거였다.


이름에 걸맞게 광장에는

고풍스러운 장식이 가미된 5개의 우물이 있지만,

현재는 우물로 사용되지 않고,

폐쇄되어 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5개 우물 광장 서쪽에는 

중세식 높은 돌담이 서 있다.


수백년이 된 돌담은 이제 자연이 되어

꽃과 풀이 자라는 토양 역할을 한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5개 우물 광장 동쪽의 문으로 들어가면,

고풍스러운 철문 뒤로

옐레나 마디옙카 여왕 공원으로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 공원(Perivoj kraljice Jelene Madijevke/Perivoj Vladimira Nazora)


5개 우물 광장 동쪽의

옐레나 마디옙카 여왕 공원(Perivoj kraljice Jelene Madijevke/ Queen Jelena Madijevka Park)은

원래는 16세기에 군사적 목적으로 건설된

그리마니 요새(Bastion Grimani)로

자다르 구시가의 동남쪽을 방어하는 곳이었는데,

19세기에 그 군사적 기능을 잃고

공원이 되었다.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이라고 한다.


옐레나 여왕은 10세기,

크로아티아 왕이었던 남편 미하일 크레쉬미르 2세

(Mihajl Krešimir)의 사후

아들을 대신해 크로아티아를 다스렸던 여왕이다.


다른 곳에선 본 적이 없는 이름이고,

찾아보니 특별한 업적이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왜 자다르 대표공원에 그녀의 이름이 붙었나 보니,


그녀가 자다르의 유명한 가문

Madijevac(마디에바츠)의 시조라는 설이 있단다.


옐레나 마디옙카 여왕 공원은

공원으로서도 오래되었지만,

요새로서는 더 오래된 곳이라

흔한 공원들과는 왠지 다르다.


우선 방어의 목적으로 높이 쌓아올린 담 뒤에 있어

그 주변보다 바닥이 한참 높다.


그래서 공원 가장자리에서는 바다랑 구시가

전망을 볼 수도 있다.


고대 유적처럼 생긴 오래된 건축물의 흔적이

곳곳에 보이는 것도

흔한 공원들과 좀 다른 점이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그 옐레나 마디옙카 여왕 공원 동쪽 뒤로는

좀 더 크기가 큰

블라디미르 나조르 공원(Perivoj Vladimira Nazora)이 있는데,

블라디미르 나조르는 크로아티아 작가로

1945년 유고슬라비아의 일부였던,

크로아티아 사회주의 공화국의 초대대통령이었다.


그의 이름을 따 이 공원도 아마 요새의 일부였는지

바닥이, 특히 가장자리쪽이 매우 높고,

그 높은 공원 가장자리로

조깅로 혹은 산책로를 만들어놔서

주변 경관을 보면서 산책하고 조깅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래된 공원이다 보니

나무들이 크고 나뭇잎이 우거져서

그것도 참 좋았다.


내가 갔을 때는 아침이었는데,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난 그렇게 “좋다, 좋다”

하면서 산책하다가

변태 노출증 할아버지를 만나는 바람에,

끝까지 다 돌지 못하고,

그 좋은 걸 제대로 다 즐기지 못하고,

그를 피해 얼른 공원을 빠져나왔다.


그 변태 노출증 할아버지가

거기에 자주 출몰하는 존재인지,

아님 내가 그날 더럽게 운이 없었던 건진 모르지만,


나무가 우거지고,

붐비지 않는 공원의 장점이

그렇게 순식간에 단점으로 변할지는 몰랐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공원과 페타르 조라니치 광장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면,

양옆으로

성 시메온 성당(Crkva sv. Šimuna/St. Simeon Church)주지사 궁 (Deputy’s Palace, Providurova palača) 이 나타난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주지사 궁 안에는 콘서트 홀이 있어서,

내가 자다르에 갔을 때는

무료 재즈 콘서트를 하기에 들어가 봤는데,


밖에서 본 건물은 매우 낡았지만,

건물 안은 매우 깔끔하게 리모델링되어 있었다.


콘서트 홀도 작지만 장식은 매우 클래식했다.


재즈 콘서트는 매우 좋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정말 발딛을 틈이 없었다.


이런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행사는

그냥 대충 구색맞추기인 경우가 많은데,

무언가 형식적인 행사가 아닌

사람들이 원하는 공공행사를 기획하고,

사람들도 자주 찾는 곳인 것 같다.


(자다르 재즈 콘서트)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성 시메온 성당과 주지사 궁 사이에서

쉬로카 길(Ul. Široka) 혹은 칼렐라르가(Kalelarga)길이 시작된다.


“쉬로카”는 크로아티아로 “넓은”의 의미고,

Calle larga는 이탈리아어로 “넓은 길”이란 의미다.


실제로 자다르 구시가에선

이게 가장 중심에 있는

가장 넓고 또 긴 길이며,

가장 중요한 길이기도 해서,

이 길을 따라가면

가장 중요한 장소들을 다 거치게 된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하지만 “칼렐라르가” 말고

다른 좀 더 좁고 짧은 길들도 좋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3. 나로드니 광장(Narodni Trg)


칼렐라르가 길을 따라 서쪽으로 걷다보면

나로드니 광장(Narodni trg)에 도달한다.


중세 때 생긴 이 광장은

대광장(Platea Magna)으로 불리다가

2차세계대전 이후 “민중” 혹은 “국민”이라는 의미의

“나로드니” 광장이 되었다.


“Volim Hrvatsku(사랑해요, 크로아티아)”라는

단체에서 뽑은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으로 선정될 정도로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여러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며 서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기능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광장 북쪽의 시청(Gradska vijećnica)일텐데,

보기보다 “어려서”,

20세기초반에 새로 지은 건물이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그 앞 쪽에는 서로 마주보고 있는

고풍스런 건물은 둘 다 16세기에 건설된 것이다.


서쪽의 시계 있는 건물은 “도시 경비대(Gradska straža)”로 현재는 민속학 박물관으로 사용된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동쪽 건물은 정치적 모임을 위한 장소인 “도시 집회소(Gradska loža/City Lodge)”였는데,

현재는 미술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된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나로드니 광장은 자다르 최초의 카페가

생긴 곳이기도 하며,

아직도 자다르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사람들을 만나는 중요한 장소라고 한다.


여기는 내가 자다르 가 있는 동안에도

사람들로 항상 붐볐고,

“도시 집회소” 앞 계단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시청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바다로 통하는 문이 나온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4. 자다르 봉기 요새 거리(Ulica bedemi zadarskih pobuna)


자다르는 예전 베네치아 공화국에서

가장 큰 요새였고,

덕분에 오스만 터키에 함락되지 않았단다.


그런 “요새-도시” 답게

자다르 구시가 북쪽으로도

높고 두꺼운 담이 둘러싸고 있는데,

그 높은 담 사이에 높은 길이 있다.


그 길 동쪽 끝엔 고대유리박물관(Museum of Ancient Glass/Muzej antičkog stakla)이 있고,

거기서부터 “자다르 봉기 요새 거리(Ulica bedemi zadarskih pobuna)”를 따라 걸으며,

왼쪽으로는 구시가를,

오른쪽으로는 바다를 보면서,

구시가 서쪽 끝까지 걸어갈 수 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5. 성 베드로 성당(Crkva sv. Petra i Andrije starog)


나로드니 광장 북서쪽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 자리에는

5세기부터 성당이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는 그림과 기념품을 파는 갤러리가 되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6. 성 크리소고노 성당(St. Chrysogonus Church/ Crkva sv. Krševana)


좀 더 서쪽에 있는 성 크리소고노 성당

12세기에 건설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이다.


크리소고노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박해를 받은

고대 로마그리스도교 순교자로,

자다르의 수호성인이다.


성당 앞에는

크로아티아 최초의 장편소설 작가

페타르 조라니치(Petar Zoranić)

의 동상이 서 있고,


성당 북쪽엔 도시 박물관

(Muzej grada/ The City Museum)이 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7. 로마 포럼(Forum)


자다르 구시가의 중심에 있는 포럼은

로마시대인 기원전 1세기-기원 후 3세기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포럼의 남쪽 끝엔 바다가 보인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로마 포럼이지만

로마시대 유적만 있는 건 아니라서,


포럼 북쪽엔 9세기 건설된 둥근 몸통의

비잔틴 양식 혹은 초기 로마네그크 양식 건물인

성 도나투스 성당(St. Donatus' Church)이 있다.


몽골의 침입을 견뎌내고 남은,

얼마 안되는 초기 크로아티아 왕국의 유물이라는

흔치 않은 외관의 이 성당은

자다르를 로고로 표현할 때도

자주 등장하는

자다르의 상징 같은 건물이다.



2018년 4-5월엔 원래 기능이 아닌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국제 중세 르네상스 음악 페스티벌이

개최되기도 한단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포럼 동쪽엔 11세기 건설된

성 마리아 성당(St. Mary Church)과 첨탑이 있고,


그 북쪽엔 고고학 박물관(Arheološki muzej/Archeological Museum)이 있다.


일반 30쿠나(약 5500원), 할인 12쿠나(약 2000원)

문여는 시간은 아침 9시지만,

문 닫는 시간은 계절에 따라 요일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포럼 서쪽엔 높은 담과 기둥이 서 있는데,

로마신전이 있던 자리란다.


그리스도교의 유일신이 아닌

제우스, 헤라, 아테나 "신"을 모시던 그곳을

완전하게 없애는 대신,

중세시대의 자다르인들은 이 기둥을

죄지은 사람을 세워두고 수치를 느끼게 벌주었던

수치 기둥(Pillar of  shame, Stup seama)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폴란드 포즈난 구시가에도

그런 기둥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그게 유럽중세에 널리 통용되는 벌이었나보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8. 대성당(Cathedral of St. Anastasia, Katedrala sv. Stošije)


로마 포럼 뒤쪽에 대성당이 있다.


4-5세기부터 성당이 있던 자리인데,

지금의 대성당은 12-13세기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단다.


12-13세기면 중세 시대라 고딕양식일 것 같은데,

12-15세기 서유럽을 휩쓸었다는

고딕양식이 아닌 걸 보면,

아마 이 지역은 좀 더 보수적이었나보다.


하지만 그래서

다른 대부분의 유럽 도시와 달리

대성당이 고딕양식이 아니라,

너무 익숙하거나 뻔하지 않아서 좋다.


가끔은 이렇게 뒤처짐이 특별함이 되기도 한다.


마침 내가 자다르를 일요일 끼고 가서

라우라랑 일요일 미사에도 참석했는데,

일요일 저녁 미사에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미사 분위기 꽤 좋았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고딕양식이 아닌 대성당에는

높은 첨탑의 전망대는 없지만,

15세기에 건설된

별도의 높은 종루(Zvonik, Bell tower)가 있다.


이런 모양의 종루가 달마티아 양식인지,

스플리트에도, 트로기르에도, 쉬베닉에도,

달마티아 지역엔 이렇게 생긴 종루가 있다.


얼마인지 지금은 기억 안나고 검색도 안되는

소정의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면

자다르의 전경을 볼 수 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9. 무기고(Arsenal)


대성당에서 서쪽으로 가면

그냥 평범한 현대식 건물이 모인

주택가와 상가가 나온다.


공산시대 때 지어진 것 같은,

아기자기한 건물로 가득한

자다르 구시가에서는 보기 힘든

거대한 건물도 있었다.


아파트라고 생각했는데,

빨래도 없고 열려진 문도 없는 걸 보니

다른 용도의 건물인가보다 싶다.


뭔가 오래되고 지저분한 건물인데,

그 안에 어떤 기하학적 규칙성이 발견되는 게

재밌어서 사진을 찍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근데 이게 자다르 구시가가

다른 달마티아 지역 구시가와 다른 점인 거 같다.


“구시가(Old Town)”적이지 않은 건축이

구시가에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으면서,

구시가가 단순히 전시용이 아님을 보여준다.


거기서 좀 더 서쪽으로 가면

구시가 서쪽 끝에 좀 더 먼 과거의 건축이 등장한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5개 우물 광장에 있던 것과 똑같이 생긴

우물이 두 개 있고,


(2018년 4-5월, Zadar, Croatia)


그 건너편엔 18세기에 건설된

무기고(Arsenal)가 있다.


무기고의 원래 기능을 잃은 현재는

내부에 미술전시회, 콘서트홀, 부티크가 있는,

겉모습보다는 내용이 중요한

문화적 건물이 되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무기고 가까이에 있는 것 보니,

여기 이 우물도 5개 우물 광장의 우물처럼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졌나보다.



10.  건강 성모 성당(Church of Our Lady of Health/Crkva Gospe od zdravlja)


우물 남쪽에는 건강성모성당이 있는데,

18세기에 건설된 아주 작은 성당으로,

15세기 크로아티아 화가의 작품을 소장한 것으로 문화적 가치를 지닌다.


현재 성당으로는 사용하지 않는것 같은데,

내부는 관광객에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11. 소무기고(Mali arsenal)


건강성모성당 북쪽,

우물 서쪽에는 소 무기고가 있다.


겉에 매우 귀여운 부조가 새겨진 이 작은 건물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된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12. 프란치스코 수도원(Monastery of St. Francis Assisi /Samostan sv. Franje Asiškog)


13세기에 세워진 프란치스코 수도원과 성당은

겉보기엔 별로 특별한 것을 잘 모르겠지만,

자다르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이다.


우선 건축학적으로

달마티아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양식 성당이다.


첨탑은 없지만,

아마도 초기 고딕양식이 이랬나보다.


또한 14세기 설립된 최초의 크로아티아 대학인

자다르 대학의 전신,

프란치스코 학파가 시작된 곳이며,


14세기 베네치아 공화국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달마티아 지배권을 넘긴

자다르 조약을 체결한 장소이기도 하다.


입장료는 일반 15쿠나(약 3000원),

할인 5쿠나(약 1000원).


입장시간은 9시-6시.


(2018년 4-5월, Zadar, Croatia)



13. 엘리야 성당(Crkva sv. Illije/ St. Elias’s Church)


18세기에 세워진 정교회 성당이다.


정교회 성당은 보통 둥근 지붕이 있었는데,

이 성당은 가톨릭 성당처럼 생겼다.


16세기 어떤 자다르 공후가

망명한 정교도 그리스인들을 위해

여기 원래 있던 가톨릭 성당을

정교회 성당으로 사용하도록 했던 게

그 시작이었다.


그 이후에 정교도인 세르비아인들이 자다르에

점점 더 많아지면서

정교회 성당으로 자리 잡았는데,


18세기에 무너진 그 정교회 성당을 다시 지으면서,

당시 달마티아를 지배했던 베네치아식

바로크 양식으로 짓게 되어서,

정교회 성당이면서도

겉모습이 가톨릭 성당 같은 것이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14. 자다르 시 법원(Municipal court/ Palača suda)


원래 이곳엔 다른 법원 건물과 감옥이 있었는데,

새 법원의 필요성이 대두되어서

20세기 초 새로 지은 건물이다.


오스트리아 그라츠 출신 건축가의 설계로

비엔나 건축회사가 건설한

달마티나에선 흔치 않은

매우 오스트리아적 건축이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15. 데 푸스테르라 마리아 성당(Church of St Mary “de Pusterla” Stomorica /Crkva sv. Marije “de Pusterla” Stomorica)


11세기 성당터로 19세기에 발견되었고,

1960년에 발굴되었다.


비록 벽은 없지만,

그 모양이 매우 선명하게 남아있는

작은 성당터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내 카메라에 담을 순 없었는데,

위에서 보면 이런 모양이 될거다.


이 흔적이

전형적인 달마티아 성당의 윤곽을 담고 있단다.


https://www.inyourpocket.com/zadar/church-of-st-mary-de-pusterla-stomorica_4552v

16. 성 미카엘 성당(St. Michael’s Church/Crkva sv. Mihovila)


나로드니 광장 아랫쪽

좁은 골목길에 있는 성 미카엘 성당은

14세기 후반에 세워진 고딕양식의 건물이다.


모든 슬라브어를 위한 문자지만,

주로 크로아티아에서만 사용되었던

글라골리차 문자를 사용했던 수도사들의

성당으로 유명하다.


슬라브어를 위한 문자로 만들어진 글라골문자를

다른 슬라브 국가들에선 사용하지 않았지만,

크로아티아 해안지역에선 20C초까지 사용했는데,

아마 이런 수도사들이 그 선도적 역할을 했나보다.


현재 크로아티아인들에게

글라골문자는 크로아티아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매우 중요한 문화적 유산이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그 밖에 좁은 골목 골목

고풍스러운 장식을 만날 수 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17. 자다르 대학교 (University of Zadar /Sveučilište u Zadru)


자다르 대학은 1396년

도미니크회 수사들에 의해 설립된

크로아티아 최초의 대학으로,


그 캠퍼스가

자다르 구시가 동남쪽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오스트리아에서 많이 본 스타일인 것이

건물 자체는 14세기보다 늦게 건설된 것 같은데,

그래도 고풍스럽고 아름답다.


이 건물 뒤쪽 뜰에는 대학도서관도 있다.


아름다운 바닷가와

유서깊은 건물들 사이에 자리잡은

이런 고풍스러운 건물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자다르대학 출신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1991년 크로아티아 독립을 이끈

독립 크로아티아의 초대 대통령

프란요 투즈만(Franjo Tuđman)인 것 같은데,


자다르 대학 앞 해변에는

스피리돈 브루시나(Spiridon Brusina)의 동상이 있다.


찾아보니 연체동물학자라는데,

누군지는 몰라도 그냥 신기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 다 한번씩 기념사진을 찍고,

나도 여기서 셀카를 찍었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이건 코르나티(Kornati) 군도 갔다 오는 길에

찍은 사진인데,

자다르 대학은 이렇게나 바다에 가깝다.


오른쪽 끝에 있는 높은 벽의

중세식 성채를 돌아가면,

구시가의 다른 입구 "육지문"이 나타난다.


(2018년 4월, Kornati, Croatia)



18. 육지 문 (Kopnena vrata, Land Gate)


자다르대학 앞 해안가를 걸으면

또 곧 성채가 나오고

높다란 담 옆으로

북쪽으로 꺾어지는 좁은 해변로가 나타나는데,

그길을 걸어 가면,

구시가로 들어가는 육지 문이 보인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16세기 중반에 건설된 르네상스 양식의

육지문은

이름 그대로

바다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문인지,

(육지의 관점이었으면 “바다문”이어야했을거다)


바다에서 바라본 동쪽면은

날개달린 사자와

말을 탄 크리소고노,

두 남자 얼굴,

베네치아 공화국의 문장,

그밖의 여러 장식으로 화려한,

자다르에서 가장 아름다운,

어쩌면 달마티아에서 가장 화려할 것 같은 문인데,


그 뒤쪽은 정말 이래도 되나싶게 아무것도 없다.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2018년 4-5월, Zadar, Croatia)




자다르 가기 전 내 미러리스 카메라의

번들렌즈(카메라 살 때 딸려오는 표준렌즈)가

망가져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그 회사 카메라렌즈가

워낙 잘 망가져서 유리렌즈라고 불린다던데,


난 5년이나 썼고,

그중 몇달은 여행하면서 매일 들고다녔으니,

쓸만큼 써서

사실 뭔가 고장날만한 시점이었던 것 같다.


자다르 놀러가기 전에

자그레브에서 수리를 맡기려보니,

수리비가 수십만원 들고,

그래서 차라리 새 렌즈를 사려고 찾아보니

그것도 한국보다 아주 많이 비싸다.


결국 비교적 싸고,

한국이랑 가격 차이 많이 안나면서,

품질에 대한 평가가 좋은 걸 발견했는데,

당시엔 재고도 없고,

마침 긴 연휴 전이라 카메라 가게도 어수선했다.


그래서 새 렌즈 주문만 하고,

그냥 스마트폰만 들고 자다르로 떠났다.


여행 가면서 카메라를 안 가져간 게

생전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사진 찍을 때마다

그리고 사진 찍고 싶을 때마다

계속 뭔가 허전했는데,

자다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좋았다.


자다르에 다녀온 이후 6개월 간 총 10여개의  

크고 작은 크로아티아 도시를 가봤는데,

나도 자다르가 참 좋다.


자다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크로아티아 도시 중 하나고,

기회가 되면 또 가고 싶은 곳이다.  


가기 전부터 자다르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준

아나 선생님의 영향인가 싶기도 했는데,


나랑 함께 자다르 다녀온 헝가리 친구 라우라도,

따로 다녀온 이탈리아 친구 키아라도,

자다르가 좋다고 한 걸 보면,

아나 선생님의 좋은 평가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자다르 자체가 가진 매력이 있다.


달마티아 지역 구시가 특유의

이국적인 아름다움이 있으면서도,

낯설어서 거리감이 느껴지기 보다는

아담하고 예쁘고 편안해서

친해지면 친해질 수록 더 좋아진다.


그리고 나 개인적으론

미러리스 카메라 가지고 갔음

사진 계속 찍고 있었을 시간에

카메라가 손에 없어서

오히려

자다르 자체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자다르랑 보다 많이 직접 소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보다 좋은 사진을 찍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자다르 자체에,

그 시각, 청각, 후각적 감각에 보다 더 집중했다.


이런 장점이 있다는 걸 이제 잘 알지만,

그래도 여행가면서 카메라를 놓친 못하겠다.


사실 카메라는 보장하지도 않는

그 “좋은 사진” 욕심을 버리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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