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Poland)'는
폴란드어로 '폴스카(Polska)'인데,
Polska의 Pol-은 pole,
즉 "들판"을 의미한다.
이름만 두고 봤을 때 폴란드는 "들판의 나라"이고,
실제로 전반적으로 산보다는 평지가 많다.
하지만 폴란드에 평지, 들판만 있는 건 아니다.
남쪽으로 가면 산이 있고,
북쪽으로 가면 바다가 있다.
그리고 동북쪽에는 호수가 있다.
신이 폴란드를 만들 때
각각의 지역에 여러 지형을 골고루 나눠준 것이라고 폴란드인은 말한다.
그래서 폴란드인들에게 동서남북의 방위는
특정 지역도 연상시키지만,
"지형"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다.
즉
폴란드 남쪽이라고 하면 산,
폴란드 북쪽이라고 하면 바다를 연상하는 식이다.
또한 아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폴란드 전역을 관통하는,
모든 폴란드 강의 어머니 비스와(Wisła) 강이 있고,
서쪽으로는 오드라(Odra)강이 흐른다.
(사진출처: http://kingofwallpapers.com/poland.html)
지도에서도 보이듯,
폴란드는
서쪽으로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독일, 체코,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시, 리투아니아, 러시아를 접경하고 있다.
이중 리투아니아와는
16세기 중반부터 18세기 말까지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Polish–Lithuanian Commonwealth, Rzeczpospolita Obojga Narodów)을 형성했으며,
당시 그 영토가
현재의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러시아의 일부, 라트비아의 일부를
아우를 정도로 번성하였다.
따라서 현재에도 리투아니아에
꽤 많은 폴란드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폴란드 민족 시인
아담 미츠키예비치(Adam Mickiewicz)의
"Pan Tadeusz(타데우슈 씨)"라는 작품은
"Litwo! Ojczyzno moja! (리투아니아, 나의 조국이여!)"
라는 구절로 시작되기도 한다.
폴란드 민족시인이
폴란드어로 쓴 작품인데 말이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Vilnius)에는
폴란드 민족시인 아담 미츠키예비치가 살았던
박물관(http://www.vilnius-tourism.lt/en/what-to-see/museums/adam-mickiewicz-museum/)이 있고,
성 안나 성당 근처 Maironio 가에는
그의 동상도 있다.
사실 폴란드 역사에서는 무엇보다도
서쪽의 독일과 동쪽의 러시아가 중요하다.
현재 동쪽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는
예전에 러시아제국 및 소련에 속했다.
즉,
폴란드는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해 있었으며,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하면서
겪었던 것과 유사한 일들을 역사적으로 경험했다.
폴란드는,
유럽에 가장 동쪽 끝자락에 위치해서
여러 면에서
유럽 중심부과 가장 거리가 멀었던 러시아에
많은 유럽적인 문화와 새로운 개념 및 단어들을
전달해주는 통로가 되었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 때는
그 일부를 차지하기도 했는데,
18세기에는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강성해져
대제국이 되어
서쪽으로 진출하면서,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와 함께
폴란드를 삼분하여 통치하는 바람에
폴란드는 공중분해되고
폴란드라는 나라는
약 120년간 세계지도에서 사라졌었다.
2016년 6월 Brexit가 한참 화제가 되었을 때,
보수적인 영국 정치인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영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중에
유독 폴란드인이 언급되곤 했는데,
EU 가입 이후 폴란드인들이 영국에 많이 간 건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폴란드인들은 3국 분할과 같은 사건 때문에
나라를 잃고 일찍이 외국에 나가서 생활을 했었고,
폴란드에 유난히 많았던 유대인들 또한
2차 세계대전 전후로 외국으로 많이 이주하였다.
현재 폴란드 밖에 거주하는 폴란드 교포 수가
약 2천만명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
2014년 현재 폴란드 총 인구가 4천만명 정도 되니,
교포수가 본토 인구의 과반이나 차지하는
적지 않은 숫자다.
폴란드에서는
외국에 사는 폴란드인을
"폴로니야(Polonia)"라는 특별한 단어로 일컫으며,
그들을 폴란드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간주하고 있다.
즉, 여러 사정으로 몸은 나라를 떠나 있더라도
그들이 폴란드인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자기 자신이 외국으로 떠나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감이나 망설임이 덜하다.
친적 중 적어도 한 두명 이상은 외국에 살고 있고,
그들과 연락을 유지하고 있으니,
외국으로 떠나는 게
폴란드인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이라거나
폴란드에 있는 사람들과의 연대감을 없애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따라서 폴란드가 EU에 가입되었을 때도
폴란드인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다른 나라로 떠났고,
영어권인 영국에 특히 많이들 갔었다.
120여년 동안 3국으로 분할된 조국을 되찾은 이후
20세기에는
1차,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의 침략을 받아,
많은 폴란드인이 죽고,
많은 건물이 파괴되었다.
당시 사진 등을 보면
로만 폴란스키의 영화 "피아니스트" 마지막에
주인공 스필만이 폐허가 된 바르샤바를 걷는
그런 장면과 같은 상태였던 것 같다.
현재 수도인 바르샤바의 경우는
당시 거의 대부분이 폐허가 되었고,
사진과 그림을 참고하여 나중에 복구하여
지금의 바르샤바로 재건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폴란드는
2차대전 전승국이었던 소련에 의해
공산화가 되기도 하였다.
그런 큰 나라들 사이에서
수난을 겪은 역사가 있어서인지,
폴란드인들은
한국인들만큼 자기 나라에 대한 긍지가 강하다.
한국인들처럼 폴란드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은근히 좋아한다.
정작 자신들은 투덜거리지만.
폴란드인 중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로는
코페르니쿠스, 쇼팽, 퀴리부인, 요한-바오로 2세 등이 있는데,
이들이 폴란드인이었다는 데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하다.
폴란드인은 대부분 가톨릭신자다.
전체 인구 90퍼센트 이상이 가톨릭신자라 하는데,
그래서 최초의 비-이탈리아인 교황이었던 ,
그리고 사후에 성인으로 추대된
폴란드인 요한-바오로 2세에 대한
자긍심과 사랑이 매우 강하다.
2016년 여름 바르샤바 피우수드스키스키 광장(Plac Piłsudskiego)의 한 건물에
"위대한 폴란드인들" 이라는 그림들이 걸렸는데,
왼쪽 상단 2번째 "코페르니쿠스",
왼쪽 하단 5번째 "쇼팽",
오른쪽 끝에서부터 5번째 상단의 "퀴리부인"을
비롯한 여러 폴란드 위인들과 다른 특별한 크기로
한 가운데에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그림이
걸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폴란드인들은 책을 많이 읽고
(대중교통수단 안에서도 책 읽는 사람들이 많고,
서점도 많다),
다른 나라에 대한 상식도 많은 편이다.
적어도 남한과 북한을 헷갈려 하지는 않는다.
(사실 많은 미국인과 유럽인들이
어느 쪽이 어느 쪽인지 헷갈려한다)
2016년 여름
Kartuzy에서 만난 어떤 폴란드 아주머니는
(아마도 어릴적 공산주의 교육을 받았을 것 같은데)
한국은 대륙성 기후라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는 내 말에,
어떻게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데
대륙성 기후일 수 있냐고 되물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아
대답할 수 없는 그 질문에 놀랐고,
한국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라는 걸
아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아마 한국의 보통의 50-60대 아주머니, 아저씨는
폴란드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사실 나이에 상관없이
한국 사람들이
폴란드와 포르투갈을 헷갈려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폴란드 사람은
낯선 사람들에게 많이 웃는 편은 아닌데,
도움을 청하면 기꺼이 도와주는 편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많이 웃고,
더 많이 도와주려 하는 편인 것 같다.
가끔 폴란드 여행 관련 글에서
폴란드인이 영어를 못한다는 둥 그런 글이 있는데,
아마도
그 사람은
하필 영어 못하는 사람을 골라서 질문을 한
불운의 희생자였거나,
폴란드인의 영어 억양이 익숙하지 않아
잘 못 알아들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나 보다.
요새 폴란드 젊은 세대는 거의 다 영어 잘한다.
영국에서 일하다 온 젊은이들도 많아서,
간혹 아주 강한 영국식 엑센트로 우아하게 말하는 폴란드인도 만날 수 있다.
이번에 폴란드 갔을 때
"3개 국어 유치원"이라는 광고를 본 적 있는데,
그건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고,
"2개 국어 유치원(거의 대부분 영어랑 폴란드어일 것 같다)"은 꽤 있다고 하니,
아마 10-20년 후에는
폴란드인들이 영어를 훨씬 더 잘하게 될 것이다.
폴란드 물가는 유럽국가에 비해 매우 싼 편이다.
환율에 따라 좀 차이가 있지만
한국이랑 비슷하거나 더 싸다.
대체로
아메리카노 커피는
6-10 즈워티 정도 (1800원-3000원 정도)에
식당에서 배부르게 제대로 먹는 밥 한 끼는
20-40즈워티 (6000원-12000원 정도) 선에서
해결 가능하다.
슈퍼마켓의 생필품은
한국보다 좀 더 많이 싼 편이다.
EU에 속해있지만
통화는 즈워티(złoty)를 쓰는데,
환전소(Kantor)에서
유로나 달러를 즈워티로 환전할 수 있고,
거의 대부분의 상점과 식당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30-40즈워티(10000원 내외) 같은
소액결제도 가능하다.
많은 서유럽 국가들의 상점은 일찍 문을 닫지만,
폴란드는 대도시의 경우
상점이나 식당, 카페등이 꽤 늦게까지 문을 연다.
대중교통도 새벽까지 운행하고
[자정이 넘은 새벽에 일반버스는 운행중단되지만,
N으로 시작하는 야간 버스나 트램이 다니고,
(직접 이용해 본 적은 없지만,
버스 정거장에 시간표가 붙어있다.)
바르샤바의 경우 지하철이
평일에는 12시넘어서까지,
주말에는 새벽 3시까지 다닌다
(http://www.ztm.waw.pl/?c=80&l=2)]
따라서 밤거리에 가로등도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하면 꽤나 밝게 켜두는 편이며,
밤 늦게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꽤 많아서
밤이건 낮이건 돌아다니기 꽤 안전한 편이다.
바르샤바의 치안에 대해선
서유럽에서 온 친구들도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적어도 바르샤바에서는
대부분의 상점, 식당, 카페가 휴일에도 문을 연다.
폴란드에는 여름에만 있었기 때문에,
1년의 기후를 체험하진 못했는데,
폴란드 친구는
겨울엔 날씨가 나쁘다고,
춥고 눈이 많이 온다고 했다.
검색한 자료에 따르면,
겨울은 춥지만
그래도 평균 영하 3도 ~5도 정도라고 하니,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춥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세 번의 여름을 폴란드에서 지냈는데,
여름은 아주 날씨가 좋다.
공기도 맑고,
하늘도 높고 파랗고,
쾌적한 편이다.
여름 날씨가 좋아,
결혼식도 여름에 많이 한다고 한다.
2013년에는 이상 고온으로
여름에 37도-38도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는데
그래도 건조해서,
후텁지근하지 않아 견딜만했다.
2008년과 2016년에는 별로 안 더웠고,
맑은 날이 많았는데,
비오는 날도 가끔씩 있었다.
요새 제조공장이 많아져서
간혹 공기가 나쁜 도시들도 있다 하던데,
내가 방문했던 폴란드의 도시들은
대체로 공기가 깨끗했다.
물론 시골에 가면 더 좋다.
2008년, 2013년에 갔을 때보다
미세먼지가 봄여름 내내 중요 이슈였던
2016년에 갔을 때
폴란드 여러 도시의 공기가 훨씬 더 좋게 느껴졌고,
하늘도 훨씬 더 파래 보였다.
한국 사람들뿐 아니라 유럽인들에게도
폴란드는 관광지로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도시와 자연도 가지고 있고,
첫인상의 강렬함보다
알고나면 더 좋아지는
그런 깊은 매력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