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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Jan 11. 2017

길고 넓게 흐르는 광장, 그단스크 구시가

굴곡진 사연을 가진 반듯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의 교향곡

그단스크(Gdańsk)

바르샤바, 크라쿠프, 포즈난, 브로츠와프에 이어

내가 가본

5번째 폴란드 도시였는데,


구시가(Stare Miasto)에 들어서자마자

무언가 다른 폴란드 도시의 구시가와는

다르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나는 그게 오랫동안 독일의 지배 하에 있던 도시라

독일색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부서진

그단스크를 재건하면서

폴란드인들은

독일색을 모두 걷어내고,

원래 독일식이었던 건물의 토대 위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양식을 덧입혔다 한다.


따라서 내가 느꼈던 그단스크만의 독특함이

독일의 영향일 리 만무하다.


그단스크 구시가는

다른 폴란드 도시뿐 아니라

내가 가 본 다른 유럽 도시들과도 변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구시가가

광장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형상이 아니라는 것,

구시가 중심에 광장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기다란 길"이라는 의미의,

이름처럼 기다란 드우가 길(Ulica Długa) 끝에

"기다란 시장(Długi Targ, Long Market)"이 있다.


보통 폴란드 도시들의 구시가 중심에 있는 광장은

폴란드어로 rynek[리넥]이라 불리는데,


이건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터라는

구체적 차원뿐 아니라,

무언가에 대한 수요를 가진 영역이라는

추상적 차원의 "시장"을 의미하고,


여기에 덧붙여 역사적으로는

"도시 중앙의 주요한 거래 광장(główny plac targowy w centrum miasta)"(http://sjp.pl/rynek)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마도 물물교환과 매매가 이루어지던 장터가

경제적 중심에서 행정적, 정치적 중심으로까지

발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도시마다 구시가 중심에 있는 특별한 공간을 가리키는 폴란드어 rynek은

영어로 market으로 번역되기도 하고,

square로 번역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단스크 구시가의 가장 핵심이 되는 지역은

rynek[리넥]이 아니라 targ[타르그]라 불린다.


폴란드어 targ는 '흥정',

그리고

'장터'라는 의미의 "시장"만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단스크 구시가에서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드넓은 공간인,

"긴 시장"라는 의미의 Długi Targ는

영어로도 Long Market으로만 번역된다.


그렇게 보면 그단스크 구시가엔

엄밀한 의미의 광장(Square)이 없는 거다.


그리고 실제로

기다란 시장(Długi Targ, Long Market)

한 곳으로 집중된 느낌이 없고,

길게 분산되어 있어서,

비교적 넓지만 광장의 느낌이 별로 없고,

머무르는 장소보다는 이동하는 통로 같다.


기다란 시장(Długi Targ, Long Market)

13세기에 상인들의 거래가 이루어지던

타원형 공간이었는데,

14세기에 독일이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그단스크의 가장 중요한 장소가 되었단다.


아마도,

그단스크라는 도시의 본격적인 발전이

내부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바다를 타고, 강을 타고 흘러들어온

외부인들의 유입과 함께 이루어진 관계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자연스럽게 광장이 생성되고

그것이 점점 크기를 키워가는 형상이 아니라,


배가 정박하기 가장 좋은 곳에서부터

도시 안쪽 방향으로

길쭉하게 도시가 커져갔던 것 같다.


즉,

중심에 광장이 없는, 특이한 모양의 구시가 또한

그단스크만의 특별한 역사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이다.




기다란 시장(Długi Targ, Long Market) 

드우가 길(Ulica Długa)

그야말로 길게 연결되어 있는데,

아래 지도에서

여행안내센터를 의미하는 i만 3개가 있는,

그 기다란 길이 바로 거기다.


그 길과 그 옆의 피브나 길(Ulica Piwna),

그리고 그것과 나란히 그 북쪽으로 난 길들을 따라

아기자기하고 예쁜 건물들이 쭈욱 늘어서 있는데,

북쪽으로 가면 갈수록

고풍스러운 건물이 이제 점점 드물어지고

현대적인 건물의 숲을 지나,

지난 포스트에서 언급했던

그단스크 조선소에 이르게 된다.


(지도 출처: http://www.mapkazdaszkiem.com/mapa%20Gdanska%20-%20hotel%20w%20Gdansku.html)


위 지도에는 나오지 않지만,

기다란 시장 드우가 길 남쪽으로는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별로 없고 ,

간혹

오래된 성당들과

이제 현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하려는

낡은 역사적 건물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그 그단스크 구시가 끝에는

성 게르트루다 보루(Bastion św. Gertrudy)가 자리잡고 있다.


이제

두 포스트에 걸쳐 그단스크 구시가를 둘러보는데,


이번 포스트에서는

기다란 시장(Długi Targ, Long Market) 

드우가 길(Ulica Długa),

그리고  그 북단을,


다음 포스트에서는

그 남단과  

모트와바(Motława) 강변을 둘러볼 것이다.


기다란 시장 드우가 길이 연결된

길고 넓은 길에는 예전에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거주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공들여 지은 것 같은 다채로운 건축양식의

형형색색의 고상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옆 건물들과 서로 조화를 이루며 줄지어 서 있다.


또한 이곳은

예전에 폴란드 왕이 그단스크에 방문할 때마다

지나갔던 길이라

왕의 길(Droga Królewska, Royal way)이라고도 불린다.


당시 폴란드 왕은 북서쪽 끝의

고지 문(Brama Wyżynna, Upland Gate)에서

행진을 시작했다고 한다.


원래 이 문은 해자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 해자보다 높은 곳에 있다고 해서

"고지"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2013년 8월, Upland Gate,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Upland Gate, Gdańsk 구시가, Poland)

그 뒤에는

감옥 탑(Wieża Więzienna, Prison Tower)

고문실(Katownia, Torture Chamber)이 있다.


14세기 후반에 세워진,

그단스크에는 많지 않은 중세식 건물로

19세기까지도

실제로 여기에서 처형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서로 다르게 생긴 두 건물이 연결되어 있는데,

좀 더 높은 건물이 감옥 탑,

좀 더 낮은 건물이 고문실이다.


현재는 호박 박물관(Muzeum Bursztynu, Amber Museum)으로 활용중이며,

탑 꼭대기에 올라가 구시가 전망도 감상할 수 있다.


(호박 박물관 링크)


(2013년 8월, 감옥탑과 고문실,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감옥탑과 고문실,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감옥탑과 고문실,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고문실,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고문실,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고문실과 감옥탑 연결 통로 및 박물관 매표소,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고문실과 감옥탑 연결 통로 및 박물관 매표소, Gdańsk 구시가, Poland, 아이들이 고문기구를 가지고 놀고 있다.)
(2016년 8월, 감옥탑 출입구,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감옥탑, Gdańsk 구시가, Poland)


감옥탑과 고문실 바로 뒤에는

금문(Golden Gate, Brama Złota)이 서 있다.


17세기에 네덜란드 건축가에 의해

네덜란드 양식으로 지어졌는데,

2차 세계대전 때 심하게 파손되어,

1997년에야 겨우 복원되었다고 한다.


(2016년 8월,  금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금문, Gdańsk 구시가, Poland, 아치 사이에 보이는 게 Długa길이다.)
(2013년 8월, 금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Długa길과 금문, Gdańsk 구시가, Poland)


그리고 이제 드디어

본격적으로 드우가 길(Ulica Długa)이 시작된다.


드우가 길엔

알록달록 예쁜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

이 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가장 중요한 공적인 건물은 아마도

주시청(Ratusz Głównego Miasta, Main Town Hall)일 것이다.


주시청은

14세기 후반 처음 지어진 고딕-르네상스식 건물로

2차세계대전 때 거의 완전히 파괴된 걸

전후에 재건한 것이 현재 모습이라고 한다


지금은 그단스크 역사 박물관

(Muzeum Historyczne Miasta Gdańska, Gdansk History Museum)으로 사용된다.


(그단스크 역사 박물관 링크)

(2013년 8월, Długa길, Gdańsk 구시가, Poland, 가운데 우뚝 솟은 건물이 시청이다.)
(2016년 8월, Długa길, 주시청,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Długa길, 주시청,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Długa길, 주시청,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Długa길, Gdańsk 구시가)

고딕 양식의 우뚝 솟은 첨탑 덕분에

이 기다란 길 어디서도 눈에 띄는 이 건물은

시각적으로뿐 아니라 행정적으로도

이정표로 작용해서

여기에서 드우가 길(Ulica Długa)이 끝나고 

작은 골목 뒤로 이제 기다란 시장(Długi Targ, Long Market)이 시작된다.


(2016년 8월, Długa길과 기다란 광장의 경계, Gdańsk 구시가, Poland)


주시청 입구는 약간 높은 곳에 있어

그 양쪽으로 반층 정도 높이의 계단이 있는데,

사람들은 여기 앉아 쉬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지도를 펼쳐보거나 한다.


여기 서면, 양쪽으로

드우가 길과 기다란 시장이 한 눈에 펼쳐져서

꽤 전망이 좋다.


(2016년 8월, Długa길, 주시청,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Długa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Długa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Długa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Długa길, Gdańsk 구시가, Poland)


그리고 이제 그단스크의 상징인

넵투누스 분수(Fontanna Neptuna, Neptune Fountain)가 바로 눈 앞에 나타난다.


넵투누스는 영어로는 넵튠(neptune)이라 하는,

그리스신화에서 포세이돈에 해당하는,

로마신화의 바다의 신인데,

항구 도시인 그단스크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동상이다.


바르샤바에 인어가 있다면,

그단스크엔 넵투누스가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단스크 하면 떠오르는,

가장 상징적인 조형물이다.


16-17세기에 만들어진 이 분수는

2차세계대전 중에 크게 손상되어

다른 도시로 옮겼다가 전후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완벽하게 복원된 건

2011-2012년이 되어서라고 한다.

내가 2013년에 처음 그단스크를 갔으니,

내가 가기 바로 전해에 복원이 완료된 셈이다.


(2016년 8월, 넵투누스 분수,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넵투누스 분수,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넵투누스 분수,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넵투누스 분수 뒤로

눈에 확 띄는 금장식의 연하늘색 건물

아서 홀(Dwór Artusa, Artus Court)이 보인다.


17세기에 네덜란드 양식으로 지어진

이 홀의 이름은

아서 왕(King Arthur)의 이름을 딴 것으로,

당시 부유한 부르주아 상인들만의 사교의 장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입장료를 내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아서 홀 링크)

(2016년 8월,  아서 홀과 넵투누스 분수,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아서 홀과 넵투누스 분수,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기다란 시장과 왕의 길의 끝에는

녹색 문(Brama Zielona, Green Gate)이 있다.


벨기에 앤트워프(Antwerp) 시청을 본따

16C 네덜란드 프랑드르 건축양식으로 지은 건물로,

그 이후 여러번의 리모델링을 통해

지금은

암스테르담 중앙역과 무척 많이 비슷해졌다는데,

사진을 찾아보니 정말 그렇다.



원래는 왕의 거처로 지어졌으나,

실제로 이 곳에 거주한 폴란드 왕은 없고,

그단스크 출신 전 대통령 레흐 바웽사(Lech Wałęsa)의 집무실이 이 곳에 있다고 한다.


그단스크 국립 미술관의 일부 전시가

이 곳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미술전을 감상하며

건물 내부도 구경할 수 있다.


(2013년 8월, 녹색 문 바깥쪽 ,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녹색 문 바깥쪽 ,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녹색 문 바깥쪽 ,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녹색 문 안쪽 ,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녹색 문 안쪽 ,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녹색 문 바깥쪽 ,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녹색 문 바깥쪽 , Gdańsk 구시가, Poland)


아무리봐도 "녹색"이 아닌데

왜 "녹색 문"인지 알 수 없어,

인터넷에 어원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이 녹색 문(Brama Zielona, Green Gate)에 붙어 있는 다리 이름이

녹색 다리(Zielony Most, Green Bridge)이기

때문인 것 같은데,

이 다리 이름에 "녹색"이 들어간 건

재료가 된 돌이 녹색빛을 띠었기 때문이란다.


현재는 이 다리도 딱히 녹색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 밖의 이 기다란 거리의 풍경은 이렇다.


(2016년 8월, Długa 길,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Długa 길,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Długa 길,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Długa 길,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Długa 길,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Długa 길,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Długa 길,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Długa 길,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Długa 길,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아래는 "창문 속의 극장"이라는 공연이였는데,

내가 갔을 때

아직 공연 시간이 아니어서 보지는 못했다.

아마도 저 창문 안에서 사람들이 공연을 하나보다.


(2016년 8월, Długa 길,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여기서도 폴란드 "연대자유노조(Solidarność)" 깃발을 만날 수 있다.


(2016년 8월, Długa 길,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Długa 길,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Długa 길,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Długa 길과 기다란 시장 길 사이 골목 ,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Długa 길, 기다란 시장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이 길에서 북쪽으로 가면

피브나 길(Ulica Piwna)이 나오는데,

그 길의 한 쪽 끝은 "대 무기고(Wielka Zbrojownia, Great Armoury)"로  막혀 있고,

다른 한쪽 끝은 흘레브니츠카 길(Ulica Chlebnicka)을 통해 강변으로 이어진다.


대 무기고(Wielka Zbrojownia, Great Armoury)

17세기에 지어진

그단스크에서 가장 아름다운 르네상스 건축물로

사진에서도 보이듯,

매우 화려하고 아름답다.


역시나 2차 세계대전 때 심하게 손상되어

전후에 복구되었고,

지금은 "미술 아카데미" 건물로 사용된다.


2016년 여름에 갔을 때는

1층에서 일반인들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그 학교 학생들의 작품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이 건물의 뒷쪽 문도 열려 있어서

이 건물 1층을 통해

건물 뒤쪽으로도 넘어갈 수 있었는데,

1층에 꽤나 모던한 카페도 있던 걸 보면

작품 전시회가 없어도 1층 공간 자체는

일반인에게 열려있는 게 아닌가 싶다.


(2016년 8월, 대 무기고, Piwna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대 무기고, Piwna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피브나 길(Ulica Piwna)이라는 이름은

piwo(맥주)라는 단어에서 나왔다.


예전에 그단스크에서는

유럽에서 유명한 매우 강한 맥주가 생산되었다는데,

아마도 그것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것 같다.


한편, 이 길과 연결된

흘레브니츠카 길(Ulica Chlebnicka)

chleb(빵)이라는 단어에서 나왔는데,

예전에 이 곳에 빵을 파는 가판대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2016년 8월,  Piwna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Piwna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Piwna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Piwna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Długa길과 Piwna길 사이,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Chlebnicka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Chlebnicka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Chlebnicka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Chlebnicka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그 다음 길은 마리아츠카 길(Ulica Mariacka)인데,

"마리아의 길"이라는 뜻에 걸맞게

이 길의 한 쪽은 성모마리아 성당(Bazylika Mariacka, St. Mary's Church)으로 막혀 있고,

다른 쪽은 마리아츠카 문(Brama Mariacka)을 통해 강으로 연결된다.


여름엔 그단스크 도시 구석구석에 장터가 서는데,

이 길에선 주로

액세서리, 보석 호박, 수공예품, 그림 등을 판매한다.


그런데 상인들이 일부러 여기 와서

따로 가판대를 설치했다기 보다는,

원래 쓰던 자기 가게나 자기 앞에

가판대를 펼친 것 같은 분위기다.


그래서 아마 장터가 안 설 때도 이 곳에 가면

그런 공예품과 그림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 길 한쪽 끝에 있는 성모마리아 성당(Bazylika Mariacka, St. Mary's Church)

14-16세기에 지어진

전세계에서 가장 큰 벽돌 성당 중 하나이며,

그 크기뿐 아니라

성당 내부의 화려한 장식으로도 유명하고,

입장료 5 즈워티(약 1500원)를 내면 입장할 수 있다.


(그단스크 성모마리아 성당 링크)

(2016년 8월, Piwna 길과 Mariacka 길 사이,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Mariacka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Mariacka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Mariacka 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Mariacka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성당 뒷길이라 그런지

종교적인 모티브의 건물 장식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


(2016년 8월, Mariacka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Mariacka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Mariacka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Mariacka 길, 성당 뒷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Mariacka 길, 성당 뒷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성모 마리아 성당,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성모 마리아 성당,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성모 마리아 성당,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성모 마리아 성당,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성모 마리아 성당 앞 건물, Gdańsk 구시가, Poland)


그 다음에 나오는 길은

시벵테고 두하 길(Ulica Świętego Ducha)쉐로카 길(Ulica Szeroka)인데,

전자는 "성령의 길",

후자는 "넓은 길"이라는 의미다.


(2016년 8월, 시벵테고 두하 길 분수,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시벵테고 두하 길 분수,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시벵테고 두하 길과 쉐로카 길 사이,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쉐로카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쉐로카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쉐로카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쉐로카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아래 동상은

시비엥토페우크 대공후(Świętopełk II Wielki)라는

어떤 유명한 그단스크 공후의 동상인데,

아래에는 폴란드어와 카슈비아어 방언으로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뭉치면 아무도 우리를 꺾을 수 없다"
Zrzeszonëch naju nicht nie złómie(카슈비아 방언)
Zrzeszonych nikt nas nie złamie(폴란드어)
(2016년 8월, Szeroka 길, Gdańsk 구시가, Poland)


여기서 북쪽으로 좀 더 걸어가다가 찻길이 나오면

이제 그단스크 구시가는 거의 끝이 나고,

그 북쪽으로는

고풍스러운 옛 건물들이 얼마 없다.


그런 구시가의 끝을 알리는 듯,

우뚝 서 있는 것이

바로 야첵 탑(Baszta Jacek)이다.


1400년 즈음에 지어진 고딕 양식의 중세 건물로,

그단스크 구시가를 둘러싸고 있던

중세 시대 성채의 일부가 남아 있는 것이다.  


(2016년 8월, Jacek 탑,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Jacek 탑,  Gdańsk 구시가, Poland)


"야첵 탑" 서쪽으로는 넓은 풀밭이 있는데

2013년, 2016년 모두

여러가지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그 풀밭 사이 사이에는 산책로가 나 있다.


(2016년 8월, Targ Drzewny,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Targ Drzewny,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Targ Drzewny,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Targ Drzewny, Gdańsk 구시가, Poland)


조형물 중에는

1997년 그단스크 1000주년 기념으로 설치한

밀레니엄 나무(Drzewo Millennium)도 있다.


"연대자유노조(Solidarność)"를 비롯한

여러가지를 상징한다고 하는데

난 아무래도 이 나무가 별로 근사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예술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

아님

예술가가 나같은 1차원적 관객을 이해시키는데

실패한 건지는 모르겠다.


(2016년 8월, 밀레니엄 나무, Targ Węglowy,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밀레니엄 나무, Targ Węglowy, Gdańsk 구시가, Poland)


이 근처 삼거리에는 폴란드왕 얀 소비에스키(Jan Sobieski) 3세 동상이 서 있다.


얀 소비에스키가 그단스크와 무슨 관련이 있어

여기에 동상이 서 있나 찾아봤더니,


원래는 얀 소비에스키 왕이 태어난,

당시 폴란드 도시 르부프(Lwów),

지금은 우크라이나 도시가 된

리비우(Львiв)에 세워져 있던 건데,


1944년 소련 정부가 그 도시에

다른 우크라이나 영웅 동상을 세우게 하는 바람에

이 동상은 바르샤바를 거쳐

1965년 그단스크에 정착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동상 아래에는

얀 3세 왕
르부프 시

라고 쓰여 있다.


이런 기구한 사연을 가진 동상이라

1980년 폴란드 연대자유노조(Solidarność) 파업 이후

1981년 폴란드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했을 때,

그단스크 사람들은

 이 동상 밑에서 계엄령 반대 시위를 했다고 한다.


그들이 부르짖은 자유의 외침은

공산 폴란드 정부를 향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 배후의 좀 더 큰 공산 정부,

즉 소련을 향한 것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2016년 8월, Jan Sobieski 3세 동상, Targ Drzewny, Gdańsk 구시가, Poland)


여기서 다시 야첵 탑(Baszta Jacek)쪽으로 가면

운하 옆에

큰 물레방아(Wielki Młyn, Great Mill)가 보인다.


14세기 독일인에 의해 세워져

2차 세계대전 말까지 작동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쇼핑센터가 되었다.


그 옆에는 자물쇠가 잔뜩 달린 사랑의 다리(Most Miłości)가 있다.


(2016년 8월, 큰 물레방아, Gdańsk, Poland)
(2013년 8월, 큰 물레방아, Gdańsk, Poland)
(2016년 8월, 큰 물레방아, Gdańsk, Poland)
(2013년 8월, 큰 물레방아, Gdańsk, Poland)
(2016년 8월, 큰 물레방아, Gdańsk, Poland)


큰 물레방아 옆에는 17세기 폴란드 천문학자

얀 하벨리우스(Jan Heweliusz, Johannes Havelius)의 동상과

그와 관련된 기념비들이 서 있다.


(2016년 8월, Hawelius 동상, Gdańsk, Poland)
(2016년 8월, Hawelius 동상, Gdańsk, Poland)
(2013년 8월, Hawelius 동상, Gdańsk, Poland)
(2016년 8월, Hawelius 동상 옆 벽, Gdańsk, Poland)
(2016년 8월, Hawelius 동상 옆 벽, Gdańsk, Poland)
(2016년 8월, Hawelius 동상 옆 벽, Gdańsk, Poland)
(2016년 8월, Hawelius 동상 옆 해시계, Gdańsk, Poland)


그 북쪽으로 좀 더 올라가면

폴란드 학술원 그단스크 도서관(Biblioteka Gdańska PAN)이 나오는데,

도서관 자체는 1596년에 세워졌고,

건물은 1902-1904년에 지어진 거라 한다.


(2016년 8월, 폴란드 학술원 그단스크 도서관, Gdańsk, Poland)


여기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이제 드믄드믄 고풍스러운 건물이 등장하는데

그런 건물은 대부분 다 성당이다.


성 야곱 성당 (Kościół św. Jakuba)

(2016년 8월, 성 야곱 성당, Gdańsk, Poland)


그리스-가톨릭 성당(Konkatedra greckokatolicka św. Bartłomieja i Opieki Najświętszej Bogurodzicy w Gdańsku)

(2016년 8월, 그리스-가톨릭 성당, Gdańsk, Poland)


성 브리짓다 성당(Bazylika św. Brygidy w Gdańsku)

(2016년 8월, 성 브리짓다 성당, Gdańsk, Poland)


성 카타리나 성당 (Kościół św. Katarzyny)

(2016년 8월, 성 카타리나 성당, Gdańsk, Poland)


성 엘리자벳 성당 (Kościół św. Elżbiety)

(2016년 8월, 성 엘리자벳 성당, Gdańsk, Poland)
(2016년 8월, 성 엘리자벳 성당, Gdańsk, Poland)


성 요셉 성당 (Kościół św. Józefa)

(2016년 8월, 성 요셉 성당, Gdańsk, Poland)
(2016년 8월, 성 요셉 성당, Gdańsk, Poland)
(2016년 8월, 성 요셉 성당, Gdańsk, Poland)


7월말에서 8월말까지 그단스크엔

성 도미니크 장터(Jarmark św. Dominika, St. Dominic's Fair)가 열린다.


이건 중세시대부터 내려오는 오래된 전통으로

그단스크뿐 아니라 많은 도시에서 행해진다 하는데,

그단스크의 성 도미니크 장터가

가장 크고 가장 볼거리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7-8월에 그단스크에 가면

구시가 구석구석에 가판대가 설치된 걸 볼 수 있다.


말발굽에다 이름을 새겨주는

생전 처음 본 가게부터,

액세서리, 옷, 인형, 인테리어 장식품, 그릇, 기념품 등등을 파는 가게,

중고 물품을 파는 가게,

갖가지 음식을 파는 가게까지 아주 다양한

가판대를 만나는 재미가 있다.


(2013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보다시피 빵가게다.)
(2013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2016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어둠이 내리면 대형 빵도 닫힌다.)
(2016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2013년 8월, 성 도미니크 장터, Gdańsk 구시가, Poland)


그러고보면 그단스크엔

도시 중심부에 하나의 시장이 있는 게 아니라

도시 여기저기에 시장이 분산되어 있는 셈이다.


그 시장에서 사람들은

물건을 교환하며 소통하였을테니,

그단스크 구시가엔 광장이 없는 게 아니라,

커다란 구시가 구석구석이

다 광장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1980년 그단스크에서 시작된 연대자유노조(Solidarność) 운동을 생각하면

어쩌면 구시가뿐 아니라

그단스크 도시 전체가 광장이었는지 모른다.


난 2013년과 2016년 모두

우연히도 8월 15일을 전후에서

그단스크에 머물게 되어서

성 도미니크 장터가 서 있는 모습만 봤다.


이 가판대들이 없는 그단스크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없어도

아마 이 도시의 풍경은 비슷했을 것 같다.


하나의 중심이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곳에 중심이 분산되어

구시가 구석구석의 건물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작은 중심이 되고,

커다란 구시가 전체가

결국 커다란 중심이 되는 그런 풍경.


언뜻 뚜렷한 광장이 없어 보이는

자유 도시 그단스크는

어쩌면

폴란드에서 가장 큰 광장을 가진

도시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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