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하지 않은 Old Town
만약 누군가가
바르샤바에 하루 혹은 반나절을 머무는데,
어디를 가면 좋겠냐고
질문한다면,
"구 시가(Stare Miasto, Old town)"와 "왕의 루트 (Trakt Królewski, Royal route)"를 추천할 것이다.
대부분의 유럽 도시에는
거의 다 "구시가(Old town)"가 있고,
지금처럼 큰 도시가 되기 전에
그 곳에서부터
마을이 발생하고 커져 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고풍스러운 유럽적인 건물들은
대체로 구시가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하루 또는 반나절을 머무는데 어디를 가면 좋겠냐'
혹은
'가장 먼저 어디를 가면 좋겠냐'
는 질문에 대한 가장 "안전한" 답은
유럽의 도시라면
대체로
"구시가(Old town)"가 될 것이다.
처음으로 유럽 도시에 방문하면
그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구시가에 반하게 되는데,
여러 도시들,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다 보면
대부분의 유럽 도시들이 비슷한 패턴의 구시가와 구시가 광장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나중에는 감흥이 좀 덜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럽 도시들의 구시가 광장이
모두 똑같은 모양인 것도 아니고,
똑같은 역사와
똑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바르샤바의 구시가(Stare Miasto, Old town)도
마찬가지다.
바르샤바의 구시가는
비스와 강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1) 버스정거장 "Pl. Zamkowy (잠코비 광장)", "Kapitulna (카피툴라)" 역에서 내려
Pl. Zamkowy (잠코비 광장)을 거쳐 들어가거나
(2) 버스/트램 정거장 "Stare Miasto (구시가)"에서 내려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Pl. Zamkowy (잠코비 광장)으로 올라간 후
그것을 통해 진입하는 방법이 있다.
[아래 지도에 버스 정거장을 파란 글씨로 표시했다]
비스와 강변의 버스 정거장 "Podzamcze(포드잠체)"나 "Boleść(볼레시치)"에서 내려
언덕을 올라가는 방법도 있는데,
처음 가는 사람은 아마 찾아가기 힘들 것이고,
"구시가"가 최종 목표라면 너무 먼길이 될 것이다.
바르샤바는 2차 대전 때 폭격을 심하게 당해서
거의 완전히 폐허가 되다시피 했고,
그것은 구시가도 마찬가지다.
이전 사진이랑 그림을 통해
옛 모습대로 복원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1980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바르샤바 "구시가"의 또다른 특이점은
구시가가 꽤나 높은 곳에 자리잡아서
구시가에서
강변이나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바르샤바의 구시가의 오래된 볼거리로는
잠코비 광장(Plac Zamkowy),
구시가 광장(Rynek Starego Miasta)
신시가 광장(Rynek Nowego Miasta)
왕의 성(Zamek Krolewski)
망루(Barbakan)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위 지도에 하늘색 로마자 숫자로 표시한 부분을
두 개의 포스트에 걸쳐
번호 순서대로 차례로 따라가 보도록 하겠다.
I.
잠코비 광장(Pl. Zamkowy)은
"왕의 루트(Trakt Królewski, Royal route)"에
포함되지만,
구시가로 들어가는 진입 통로니,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잠코비(Zamkowy)"는
"성(castle)"이라는 의미의 단어
"zamek[자멕]"의 형용사다.
즉, "성(castle) 광장"이라는 뜻이다.
잠코비 광장 입구에는
성 안나 성당 (Kościół św. Anny, St. Anne's Church)이 있는데
15세기 후반에 세워진 고딕 양식의 성당이며,
여러번 무너졌다가 다시 세워졌다고 한다.
겉모습은 수수한 편이지만,
성당 내부엔 금빛 번쩍 바로크 장식들이 가득하다.
성안나 성당 옆에는 전망대가 있는데,
가장 꼭대기층에서 도시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잠코비 광장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각도로
찍은 사진들이
아마도 다 이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인 것 같다.
이 성당에는 꽤 오래된 파이프 오르간이 있어
여기서 오르간 연주회도 자주 한다.
그래서 보통 윗 사진 하단 가운데에,
성당 입구 왼쪽에 세워져 있는 것과 같은,
오르간 연주회를 알리는 판넬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성당 오른쪽 하단에는
폴란드어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다음과 같은 의미다.
여러분을 찾아다녔는데,
지금 여러분이 나에게 와주었고,
그것에 감사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
2016년 8월에는
성당앞에 새로운 조형물이 등장했다.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있고,
옆에 지나가면 음성도 나온다.
좀 젊은 남자 목소리인데,
그게 교황의 당시 육성인지
아님
나중에 다른 사람이 다시 녹음한 건지는 모르겠다.
1979년 6월 3일 요한바오로2세가 성 안나 성당 앞에서 폴란드 젊은이들을 만났는데, 이것은 공산국가에 사는 폴란드인의 신앙 선언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미리 준비한 원고에서 벗어나 교황이 말했다.
"어제 내가 "그리스도"라고 말하자, 사람들이 15분 동안 박수를 쳤습니다. 오늘 내가 "성령"을 말했을 때는 좀 더 짧게 박수쳤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듯, 아직 모두 깨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도 매번 박수를 쳤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생각했습니다. 나는 생각했습니다. 이 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이 사회가) 어떤 신학적 사회가 되었구나 (생각했죠)."
26년후 2005년 3월과 4월 사이, 성 안나 성당 앞에서는 죽음을 앞둔 요한 바오로 2세를 위해 기도하던 젊은이들이 들고 나온 수천개 촛불이 타올랐다.
성 안나 성당에서 조금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면,
잠코비 광장(Pl. Zamkowy)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잠코비 광장 우측에는
"성 광장"이란 이름에 걸맞게
"왕의 성(Zamek Krolewski, Royal Castle)"이 서 있다.
이 성은 15세기에 지어진 것인데,
당시
마조비아(Mazowsze)의 공후가 머무르던 곳이었고,
러시아가 3국 분할로 바르샤바를 지배할 때는
러시아 병사의 훈련소와 말의 축사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귀중한 예술품들이
러시아인들에게 도난당하거나 파손되었다.
그나마 건물은 명맥을 유지했는데,
구시가의 많은 옛 건물과 마찬가지로
역시나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당해
완전히 무너졌다 복원되었다.
그 보수작업이 실제적으로 끝난건
2009년이 되어서라고 한다.
이 성도 "구시가"와 더불어
1980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2016년 현재 이 성의 입장료는
보통 23즈워티, 할인 15즈워티인데,
일요일은 입장이 무료다.
여름에는 이 성에서 클래식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잠코비 광장(PL. Zamkowy) 한 가운데는
지그문트 왕 기둥(Kolumna Zygmunta, King Zygmunt Column)이 서 있다.
이것은
"가장 오래된 바르샤바 시의 기념비"라고 하는데,
가장 오래 전에 세워졌기 때문은 아니고,
폭격을 견디고 살아남아 있는 "원본" 중
가장 오래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 기둥은 1644년
자신의 아버지 지그문트 왕을 기리며
아들 브와디슬라프(Władysław) 4세가
만들었다고 하는데,
"왕의 성"과 그 밖의 "구시가"의 건물들이
2차세계대전을 견뎌내지 못했다면,
이 기둥은 2차세계대전의 폭격 속에서도
용케 살아 남았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무사했던 건 아니고,
독일군에 의해 넘어뜨려지는 정도의 수난은 겪었다.
아마도 그 이후에 폴란드인들에 의해
다시 우뚝 서게 되었을 이 기둥은
폴란드 구시가의 가장 중요한 이정표 중 하나이고,
그 아래쪽에는
대체로 사람들이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쉬고 있다.
동영상 (2016년 7월)
동영상 (2016년 8월)
잠코비 광장(Pl. Zamkowy)는
바르샤바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지만,
그런 아름다움 뒤에
어김 없이 슬픈 역사가 숨어 있다.
아래 사진은
잠코비 광장 지그문트기둥 좌측에 나란히 붙어있는
알록달록 아름다운 집들 중 하나를 찍은 건데,
폴란드 국기 옆에 쓰여진 글에는
조국의 자유를 위해 죽은 폴란드인의 피로 축성된 장소.
1944년 9월 2일 이곳에서 히틀러 잔당들이 50명을 총살했다.
라고 쓰여있다.
나중에 다른 포스트에서 따로 다루겠지만,
폴란드 바르샤바 곳곳에서
이런 표식을 드믈지 않게 만날 수 있다.
II
지그문트 기둥 좌측의 작고 예쁜 집들 쪽으로 가면,구시가 광장으로 통하는 좁은 돌길들이 나온다.
좁은 돌길들을 지나가면
"구시가 광장"이 나타난다.
동영상(2016년 8월)
"칼과 방패를 든 바르샤바 인어" 포스트에서
기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구시가 광장(Rynek Starego Miasta, Old Town Square) 한가운데에는
바르샤바를 상징하는
칼과 방패를 든 인어상이 서 있는데,
이것은
구시가 광장의 상징이자
바르샤바의 상징이며,
폴란드의 중요 상징이기도 하다.
그 인어상을 둘러싸고 있는
알록달록 아기자기하고 "예쁜" 건물들에는
카페, 레스토랑, 박물관, 기념품 가게 등이 있고,
항상 관광객들과 폴란드인들로 북적댄다.
2016년에는
외벽(facade)을 리모델링하는 건물이 많아서
생각보다 사진이 매끈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건물만 봐도 사실 예쁘고,
건물 하나하나가
벽의 색이며,
그 위에 새겨진 그림이며,
장식이며,
지붕이며,
하나하나 다 다르게 개성 있다.
인어 동상 밑엔 물이 살짝 고여 있는데,
여름엔 항상 거기에 어린 아이들이 몰려있다.
그 앞에는 벤치가 몇 개 놓여 있어
그냥 거기에 앉아
인어 동상을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잠시 쉴 수도 있다.
언뜻 보이는 모습은
그냥
여느 유럽 도시의 구시가 광장과 비슷해 보이지만,
이 모든 것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에 모두 무너졌고,
전후에
사진과 그림을 참고하여
1950년대에 복구한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Old town이
사실은 충분히 Old하지 않음을 상기하면,
어딘지 모르게 짠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