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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Jul 26. 2017

"폴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 스카리솁스키

바르샤바 프라가 지구 "아래" 오아시스 Park Skaryszewski


국내 베스트셀러 교양 서적 제목이나

포털의 생활, 취미 섹션에 올라오는 인기글엔

흔히 숫자 순위가 달려 있다.


"무엇무엇 베스트 10",

"무엇무엇 탑 2",

"뭐뭐할 때 명심해야 할 7가지",

"뭐뭐하는 꿀팁 5가지"

"당신이 무엇에 대해 모르는 15가지"

"당신이 무엇하는 12가지 이유",

"아무아무개가 뽑은 최고의 여행지/음악/책"

등등으로 말이다.


언뜻 매우 과학적, 체계적이고

정보량이 많을 것 같아 보이는 이런 제목의 글들이

실제로는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을 담은

별로 새로운 정보가 없는 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게 처음엔 좀 이상했는데,

좀 더 생각해보면,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서

어떤 상황의 이유나 비결 등이

그렇게 명백하게 몇 개로 정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하거나,

몇 개로 딱 떨어지는 경우는

너무 뻔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베스트(best),

'가장 좋다', '좋다'는 평가 자체가

본질적으로 매우 주관적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객관성의 마법을 부여하는

그 숫자와 순위들이 들어간

"세계 3대 기타리스트",

"한국의 10대 비경",

"아시아 최고의 미항"

뭐 이런

불확실성과 가변성으로 가득찬 실제 세계에

걸맞지 않은,

뻔뻔하게도 확고하고 단정적인 표현이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고

단번에 머릿속에 기억되는,

그래서 쉽게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매력적인 표현법임을 부정할 순 없다.


어쩌면 그런 단순한 표현 안에

실제 세계의 복잡함과 불안을 잠시나마

묻어두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바르샤바의 스카리솁스키 공원

뭔가 숨겨진 사연이나 전설이 없나

인터넷을 검색하다 발견한

"2009년 폴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으로

선정되었다는 문구에

미혹된 나는


이번 포스트에

"객관성을 가장하였으나, 사실 매우 주관적인"

하지만

이 공원의 장점을 드러내는

"가장 짧고 효과적인" 제목을 붙여 보았다.


스카리솁스키(Skaryszewski) 공원

2009년 Briggs & Stratton이 선정한

"폴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

그리고 "유럽에서 3번째로 아름다운 공원"이라고 하는데,

(출처: http://naukawpolsce.pap.pl/aktualnosci/news,368931,park-skaryszewski-najpiekniejszym-polskim-parkiem.html)


물론

"아름다움"은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이므로,

사실

첫번째, 세번째라는 수식어를

"아름다운"이라는 형용사 앞에 붙이는데,

기본적으로 동의하긴 어렵다.


아마도

"이것은 폴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다"

라는 명제에

모든 폴란드인이 동의하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는 그런 명제가 유효할 정도로,

"그 정도로"

아름다운 공원이라는 걸 보여주기엔 충분하다.




스카리솁스키(Skaryszewski) 공원

바르샤바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비스와(Wisła)강 동쪽,

남 프라가(Praga-Południe)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포켓몬 출몰 지역이 표시된

아래 지도의 녹색네모 부분인데,

비스와 강 서쪽의

바르샤바 중심가에서 멀지 않다.


(지도 출처:http://pokemon-go.pl/niezbednik-gracza/pokemon-go-mapa-pokazujaca-spawn-pokemonow/)


스카리솁스키(Skaryszewski) 공원

지난 포스트에서 둘러본,

오랫동안 개발되지 않은 지역인

북 프라가(Praga-Północ) 지역

[위 지도에서 파란 네모로 표시]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데,


어쩌면

바로 그런 지리적 조건 덕분에

"폴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내가 처음 스카리솁스키 공원에 가봤을 때


도심에 그렇게 큰 공원이 있다는 게

매우 인상적이었고,

그 거대한 자연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더니,


폴란드 친구가

"오랫동안 개발이 안 되서 그런다"

며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그 친구 논리에 따르면

프라가 지역이 워낙 오랫동안 개발되지 않고

몇십년 전 상태 그대로 방치됐던 탓에


이 공원도 본의아니게 개발을 피해

손상되지 않은 채로

드넓은 대지를 차지한 채

도시 한 가운데 좋은 길목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을 수 있었던 건데,


그 때 그 얘기 들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너무 다행이다 싶다.


인생이 달리기라면,


자꾸자꾸 뒤쳐지다가

결국 한 바퀴를 돌아오는 선두 그룹의 앞에 서며

본의아니게 앞서 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가 딱 그거다.


개발 위주의 발전 논리가 지배할 때는

뒤쳐져 있었는데,


그게 한바퀴 돌아서

친환경, 자연 친화 논리로 바뀌니

가장 선두에 서게 된 것이다.


아무튼 이 동네는 덕분에 살기 좋은 동네가 되었고,


위 지도에서 남쪽에 파란 네모로 표시한

근처

사스카 켕파(Saska Kępa)

지금은 바르샤바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동네가 되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스카리솁스키(Skaryszewski)라는 이름은

이곳에 자리잡았던 예전 마을 이름인

스카리셰프(Skaryszew)에서 나왔다고 한다.


찾아봤는데,

아쉽게도

이것과 관련된 다른 사연이나 뒷 이야기는 없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에는

폴란드 독립운동을 했던

작곡가 파데렙스키(Ignacy Jan Paderewski)

이름이 붙기도 해서,

지금은

파데렙스키-스카리솁스키 공원(Park Skaryszewski im. Ignacego Jana Paderewskiego)이라는

기다란 공식 명칭을 가지고 있다.


이 도심 속의 오아시스 같은 공원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조감적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았다.


 

(사진 출처: Adam Kliczek, http://zatrzymujeczas.pl)


여기 갈 때 마다

매번 그냥 스카리솁스키 공원만 둘러봤었는데,


2016년에는

공원 북쪽에 있는

북 프라가(Praga-Północ) 지역에서

남쪽으로 한번 걸어가봤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날이 마침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NATO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중요한 길들이 통제된 날이었다.


그래서 그 스카리솁스키 공원 북쪽에도

버스나 트램, 자동차는 안 다녔고,

보행자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 몇 겹으로 둘러싸인

차벽과 경찰관들 사이를 걸어다녀야했다.


괜히 위축되어서 사진도 몇 장 못 찍었다.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근처,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근처,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근처, Warszawa, Poland)


스카리솁스키 공원 자체가

중요 행정 시설인 건 아니고,

아마도 당시 NATO 정상들이

바르샤바 국립 경기장(PGE Narodowy)

근처를 지났거나

그 안에서 무언가를 했나보다.


아래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게 국립 경기장이고,

왼쪽에 보이는 게 극장인데,

그 극장 남쪽 끝에

공원 입구가 있다.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근처, Warszawa, Poland)


여름 시즌이라

포프셰흐니 극장(Teatr Powszechny)

공연은 하지 않는 것 같았는데,

대신 그 앞에 화분들이 놓여 있었다.


안내문을 봤을 때는

그냥 아무나 맘에 드는 씨앗을 골라 심고

계속 기르면 된다고 쓰여 있었고,

따로 씨앗이나 화분을 지키고 있는 사람도 없고

울타리나 출입구도 없는 것이

그냥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프로젝트인 것 같았다.


극장 홈페이지에 가서 살펴보니,

포프셰흐니 정원(Ogród Powszechny)에서는

실제 식물을 기를 뿐 아니라,

토론도 하고, 아이들을 위한 행사도 하고,

그 밖의 다른 여러 가지 체험과 문화행사도

공유한다고 한다.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근처,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근처,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근처,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근처, Warszawa, Poland)


이제 그 극장을 지나고 정원을 지나

조금만 걸어가면

스카리솁스키 공원 입구가 나온다.


하지만 여기는 일종의 쪽문이고,

거기서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공원 남서쪽에 좀 더 큰 입구가 나온다.


2016년 7월 NATO 회담중에는

차들은 오가지 못하게 막아놓고,

인도만 열어놓은 채

그나마 경찰들이 양 옆으로 지키고 서 있었는데,


그런 특별한 행사가 없으면

대체로 그냥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문도 딱히 없다.


대신 풀밭이 있는데

그 풀밭 안에 무심하게 서 있는 심상치 않은 바위엔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지엘레니에츠카 대로 (ALEJA ZIELENIECKA)

5월 3일 헌법 수호를 위해 싸운 폴란드 군대가 1792년 6월 18일 러시아군에 승리를 거둔 지역인 지엘렌체(ZIELEŃCE)에서 따온 이름.

전투 이후 포니아톱스키 왕(KRÓL STANISŁAW AUGUST PONIATOWSKI)이 "VIRTUTI MILITARI"라는 군대의 십자가를 만들었고, 그 첫번째 십자가는 왕자 유제프와 코시치우슈코에게 수여했다.
(2016년 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거기서 조금 더 걸어 들어오면

뭔가 공산주의 양식의 느낌이 강하게 나는

낡은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양옆에 러시아어폴란드어로 쓰여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독립을 위한 전투에서 산화한 붉은 군대 영웅들에게 영원한 영광이!


좀 전에 그 지엘레니에츠카 거리 관련 기념비와

완전히 양립하는 내용이다.


한번은 내가 신기해서 이걸 찍고 있었더니,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던 젋은 폴란드 부부가

이걸 새삼 읽고는

입을 삐죽거리며

왜 이런 데 이런 게 있냐며 투덜거렸었다.


(2016년 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이 소련 붉은 군대의 희생을 기리는 동상에서

길은 사방으로 갈라지는데,

왼쪽과 오른쪽 길은 그냥 평범한 산책로이고,

그 동상 뒤로는

잘 가꾼 꽃밭길이 길게 펼쳐진다.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소련군 추모비 양옆으로 걸어가면

인간의 손이 좀 덜 탄,

보다 자연스러운,

나뭇잎 무성한, 키 큰 나무들의 숲이 나타난다.


그 나무숲 사이로 난 길은 대부분

산책로로 조성된 인공적 길이지만,

가끔씩은 아직 제대로 길이 안난

야생상태의 통로를 만나기도 한다.


사실 이런 숲과 산책로의 가장 큰 매력은

사진과 동영상으로는 다 보여줄 수 없는,

그 나뭇잎 지붕 밑을,

그 나무들 사이를 직접 걸어다녀야 경험할 수 있는

온몸과 온맘으로 느끼는 안락함과 만족감이다.


자연이 이래서 좋은 거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매년 여름이면

화요일이나 수요일 같은 특정 요일마다

이 곳에서

밤에 무료영화를 상영하는데,


바르샤바 야외영화제(Kina Plenerowe Warszawa)라는 이 행사는

바르샤바뿐 아니라 다른 폴란드 대도시에서도

여름마다 한다.


그리고

바르샤바에서도 도시 여기저기에서

요일에 따라 그리고 장르에 따라 

분배되어 여러 종류의 영화가 상영되는데,

(예를 들면 장소 A에서는 목요일마다 다큐멘터리,

장소 B에서는 월요일마다 헐리웃 로맨틱 코미디

뭐 그런 식이다.)


바르샤바의 가장 중요한 상영관 중 하나가 바로

이 스카리솁스키 공원 안 야외 무대다.


난 2013년 여름에 갔었는데,

그 날 상영된 오래된 폴란드 흑백영화는

너무 재미있었고,

그날 마침 도미노피자 판촉행사 중이라

공짜 피자도 얻어먹었는데,

영화가 너무 늦게 끝나는 데다가

모기가 너무 많아서

결국 영화 보다 중간에 나와야 했었다.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에 갔을 때는 여기서 말도 봤는데,

여기 아마 승마나 경마하는 곳이 있나 보다.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경기장도 큰 게 하나 호수 옆에 있는데,

2016년에 갔을 땐

그 경기장 옆 공간에서

 한 소녀가 양궁 연습을 하고 있었다.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바르샤바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2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추모비

여기서도 여러 개 발견할 수 있다.


이건 2차세계대전 당시 희생된 

스포츠맨들에 대한 추모비고,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이건 1944년 바르샤바 봉기 당시 도움을 준

영국 조종사들을 기리는 추모비다.


(2016년 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바르샤바 곳곳에서 만날 수 있던

문학 벤치도 있었고,


(2016년 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같이 산책 나온 애완동물의 배설물 처리와 관련된 설치물도 있었는데,

열어보진 않았지만,

밑에 설명을 읽어보면

아마도 여기서 비닐봉지를 꺼내

애완동물의 뒤처리에 사용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그리고

폴란드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는

길거리 예배당(street shrine, uliczna kapliczka)

역시나 발견할 수 있다.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이 공원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비록 작긴 하지만,

공원 안에 폭포가 있다는 거다.


폴란드는 대체로 평지라 폭포 보기가 쉽지 않은데

신기하다 했더니,

인공폭포란다.


어쨌든 폴란드 사람들이

이 공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이 폭포를 발견하고는

마치 보물을 찾은 사람처럼 좋아라하며,

이 앞에서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도 많이 찍는다.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그 밖에도 작은 운하, 연못, 호수들이

공원 곳곳에 있다.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하지만 스카리솁스키 공원의 가장 큰 자랑이자,

아마도 "폴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으로

뽑히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카미온콥스키에 호수(Jezioro Kamionkowskie)일 것이다.


이 호수는

공원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던 오래된 호수


20세기 전에는

비스와 강과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비스와 강과 이 호수 사이에

지엘레니에츠카 대로(al. Zieleniecka)가 놓여 있어,

땅 밑으로 보이지 않게 연결된다고 한다.


카미온콥스키에 호수 남쪽에 서면

호수 북쪽의 산책로와 그 뒤의 주택가가 보인다.


생긴지 얼마 안 된 고급 아파트촌에 가려

전망이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높은 건물이 없어

하늘이 드넓게 보이는데다가

잔잔한 호숫물 자체가 아름다워서

벤치에 앉아 그냥 호수를 바라보는 것 자체도 좋다.


그리고 호수 남쪽에서는 카누 선착장이 있어서

2016년 현재

9-20즈워티(약 2700원-6000원)를 내면

1시간 동안 카누를 탈 수도 있다.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하지만 역시 전망은,

호수 뒤로 나무와 숲밖에 안 보이는

카미온콥스키에 호수 북쪽이 더 좋다.


동쪽에 있는 다리를 통해 북쪽으로 건너갈 수 있다.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다리를 건너서 곧장 걸어가면

호수 북쪽 주택가로 통하고,

좌회전을 하면,

좀 더 좁지만 좀 더 걷기 좋은

호수 북쪽 산책로가 보인다.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산책로 뒤쪽으로도 또다른 추모비가 등장하는데,

이건 2차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와 나치에 저항하다

희생된 공장노동자들을 추모하는 거다.


내용이나 단어들을 보면

공산시대에 세워진 것 같다.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산책길은 두 겹으로 되어 있어서

바깥쪽은 호수 바로 옆으로 산책할 수 있게

그리고 안쪽은 좀 더 뒤쪽, 좀 더 높은 곳에서

나무들 사이를 걸으며 산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산책로 중간중간에 두겹의 산책로를 연결하는

계단이 나온다.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계단이 없는 곳에 커다란 나무들이 있는데

그 중 사과나무가 꽤 많다.


작고 단단한 서양 사과가 가득 달려 있다.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이제 본격적으로 호수 북쪽 산책로에서 본 풍경이다.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에는

실험적인 야외콘서트가 있었다.


근처의 포프셰흐니 극장(Teatr powszechny)에서 하는 것 같았는데,

이 공원 곳곳에 무대를 마련해서

각 장을 각각 다른 장소에서

각각 다른 형식으로 공연하는

"공원-오페라(Park-opera)"라는

그런 실험적인 오페라 무대였다.


난 처음부터 본 건 아니었고,

이게 거의 끝날 때쯤 도착했는데,

뭔가 신기하고 특별하긴 했지만

기대만큼 멋지진 않았다.


서로 멀리멀리 떨어져 앉은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딱딱 맞지 않고

시간차가 생기면서

약간 불협화음 비슷하게 났다.


물론 그게

원래 연출자가 의도한 것일수도 있지만 말이다.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호수 건너편 파라솔이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앉아 있는 자리다.

저렇게 호숫가 남쪽에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아마도 아래 사진의 파라솔 많은 곳이

본부이거나 무대이거나 한 것 같은데,

다리가 동쪽에 하나 밖에 없어

물 건너 돌아돌아 저기까지 갈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그냥 호기심을 꾹 참고 앉아서

공연을 감상했다.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이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동영상: Park-Opera 1)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동영상: Park-opera2)

(2016년 7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공연 끝나고 호숫가 남쪽으로 가보니

공연 스텝이 무대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비가 와서 그랬는지,

뭐가 생각대로 안 되었는지,

스텝 중 한 명이 욕을 섞어가며 화를 내고 있었다.


(2016년 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파라솔 밑 연주 공간에는

이제 악보대만 남아 있었다.


(2016년 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스카리솁스키 공원은 워낙 커서

한번에 가서 다 보기 어렵다.


그리고 여기는 "구경"보다는

"체감"의 공간이기 때문에,

공원을 다 "보는" 건 사실 큰 의미가 없기도 하다.


그냥 시간 날 때

동쪽도 갔다가 서쪽도 갔다가

북쪽도 갔다가 그러면서

자연을 느끼고 즐기면 좋을 것 같다.


근데 사실 나는 스카리솁스키 공원

"폴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원이 "아름다워야" 하는 공간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굳이 아름다움을 따진다면,


바르샤바에만 해도

와지엔키 공원(Park Łazienki Królewskie)도 있고,

빌라누프(Wilanów)도 있다.


그리고 바르샤바엔 잘 정돈된 공원뿐 아니라

보다 야생적인 숲도 몇군데 있고,

그 밖에 이름 없는 작은 공원들도 있는데,

그것들도 다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무엇이 가장 아름다운가"

순위를 정하는 게 아니라

"어떤 순간이, 어떤 부분이 가장 아름다운가"를

찾아내는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스카리솁스키 공원이,

특별히 꽁꽁 마음이 닫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쉽게 그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는,

그 밖에 다른 장점들도 쉽게 느낄 수 있는,


보이는 아름다움 이외에도 많은 좋은 것을 품은,  

자주 찾아가고 싶은,

그런 몸과 마음을 끄는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스카리솁스키 공원은 교통의 요지에 자리잡고 있어,

이 앞을 지나는 버스도 꽤 많고

트램도 많다.


그 중에서도 난 이 앞에서 트램 타는 걸 좋아하는데,

트램길이 인도에 가깝게 놓여져 있는데다가

공원의 무성한 나뭇잎이 바깥으로 뻗어나가

심지어 트램 안에서도 자연을 느끼며

공원 속을 달리는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Warszawa, Poland)


트램을 타지 않고

큰 길을 건너서 남쪽으로 가면

사스카 켕파(Saska Kępa)라는 지역이 나오는데,


이 곳은 제1,2차 세계대전 전

고급 빌라가 많았던 상류층의 주거지이자,

20세기 작가들와 음악가들이

보헤미안적인 생활을 영위했던

문화와 자유의 공간이며,

2006년부터는 5월에

다채로운 예술, 음악 행사가 펼쳐지는

사스카 켕파 페스티벌(Święto Saskiej Kępy)

열린다고 한다.


현재는

많은 대사관들과

고급 주택뿐 아니라,

특히 프란추스카 길(Ulica Francuska)엔

괜찮은 식당과 카페가 많이 자리잡고 있기도 해서,


스카리솁스키 공원에서 산책을 마치고

이 곳에 들러 요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사스카 켕파로 가는 길엔 긴 지하도가 있는데,

"문화 거리"에 걸맞는,

바르샤바의 모습을 담은

점잖은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2016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사스카 켕파에선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가득한 상업지구

프란추스카 거리(Ulica Francuska), 

즉 "프랑스 거리"가 가장 유명하다.  


(2013년 7-8월, Skaryszewski 공원 근처,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프란추스카 거리 중간에

이 길 이름에 걸맞는

"Rue de Paris(파리의 길)"이라는 카페 앞에

[참고로 이 카페는 여기뿐 아니라

바르샤바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지역에 살았던

다재다능한 폴란드 시인이자 감독

아그니에슈카 오시에츠카(Agnieszka Osiecka)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2016년 7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동상 옆엔 문학 벤치도 있다.


지금보니

문학벤치에 쓰인 시가

그 옆 동상의 시인

아그니에슈카 오시에츠카(Agnieszka Osiecka)

"하지 마라(Nie bądź, Don't be)"라는 시다.


(2016년 7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내가 여기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자그마치 1937년에 생긴

"이레나(Irena)"라는 오래된 베이커리인데,

주택가 사이에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지만,

 집의 플로렌틴키(Florentynki)가 맛있어서

이 근처 갈 때마다 들르곤 한다.


(2016년 7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프란추스카 길에서 멀리 않은 곳에

20세기에 지어져 매우 현대적인

가톨릭 성당(Kościół św. Andrzeja Boboli)도 하나 있다.


(2016년 7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이 근방의 주택가를 따라 걷다

남쪽으로 가면,

와지엔콥스키 다리(Most Łazienkowski)

그 옆 산책로가 나온다.


(2016년 8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그냥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다리인데,

눈이 부시게 맑은 날

그 다리의 유리 가림막에 해가 가득 비치니,

갑자기 어느 순간

기대하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2016년 7월, 사스카 켕파(Saska Kępa), Warszawa, Poland)


역시 "아름다움"은

누군가가 권위를 가지고

순위를 정하여 줄을 세울 수 있는

불변의 객관적인 그 무엇인게 아니라,


모든 존재에

모든 순간에 깃들 수 있고,

모든 사람이 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시간"과 "가치"와 "관점"의 상호작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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