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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Aug 06. 2017

스탈린이 선물한 바르샤바 랜드마크, 문화과학궁전

폴란드 최고층 건물 Pałac Kultury i Nauki와 주변 지역


다른 유럽 도시나 폴란드 도시에서

기차를 타고 바르샤바에 도착한 사람들이

가장 처음 보는 건물이 바로

바르샤바 중앙역(Warszawa Centralna, Warsaw Central Station) 

바로 앞에 서 있는

문화과학궁전(Pałac Kultury i Nauki, Palace of Culture and Science)이다.


(지도 출처:google, 위의 링크를 클릭하면 구글지도로 연결된다.)


중심부 Centrum에 자리잡고 있는

바르샤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랜드마크고,


폴란드에서 최고로 높은 건물이자

EU에서 8번째로 높은 건물로

위풍당당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이 거대한 구조물에 대해

외국인들은 거의 호감 어린 호기심을 갖지만,


폴란드인들은 대체로 매우 싫어한다.


폴란드에서 발행되는 바르샤바 안내 책자에서

이 매우 눈에 띄는,

무엇보다 바르샤바를 상징하는 건물이

표지로 나온 걸 본 적이 없다.


심지어 그냥 어느 유럽 도시,

아니 그냥 세계 어느 도시에나 있는

흔한 바르샤바 밤거리 사진을

표지에 실은 경우도 본 적이 있는데,

문화과학궁전(Pałac Kultury i Nauki)이 실린 건

적어도 나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우리도 우리거니와

비슷한 구시가를 가진 서유럽 사람들에겐

어쩌면

이것만큼 바르샤바를 강하게 연상시키는 장소가 없을 텐데도,


관광안내책자 표지엔 대체로

바르샤바 다른 곳의 사진이 담긴다.


학생들이 싫어하는 선생님들이 흔히 그렇듯


문화과학궁전별명도 많다.


우선 일차원적으로

Pałac Kultury i Nauki를 줄이면 PKiN [프킨]이 되고

그래서 비슷한 발음으로

Pekin[페킨](베이징)이라 부르거나,


궁전을 의미하는 폴란드어 Pałac[파와츠]와

비슷한 발음의

pajac[파야츠](광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모양을 빗대어

"주사기(strzykawka)",

"우주 로케트(rakieta kosmiczna)",

"레이스 입은 코끼리(słoń w koronkach)"

라고 부르거나,


그 모양과 더불어

소련, 스탈린, 공산주의와의 연관성을 담은

좀 더 높은(?) 차원의 별명


"스탈린의 8번째 자매(ósma siostra Stalina)",

"러시아 케익(ruski tort)",

"스탈린의 피라미드(piramida Stalina)",

"소비에트 부츠(sowiecki but)",

"스탈린 대성당(Katedra Stalina)"


등등으로도 부른다.


이런 별명에서도 강하게 느껴지듯,


바르샤바 주민들은

문화과학궁전을 너무 싫어해서


"바르샤바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문화과학궁전에 사는 사람이다.


그 건물을 안 봐도 되니까."


고 한단다.


내가 이 이야기를 했더니,

나의 지인이

그건 너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라며

가치 절하했는데,


물론 이건

에펠탑을 무척 싫어했던 프랑스 작가 모파상이

에펠탑 밑에 앉아 식사를 하며

파리에서 유일하게 에펠탑이 안 보이는 곳이라서

거기서 먹는다고 했던 것과 비슷하긴 하지만,


싫어하는 방법이 닮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난 이런 폴란드식 유머,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폴란드식 냉소적 투덜거림이 너무 좋다.




바르샤바 사람들이

문화과학궁전을 이렇게 싫어하는 건


공산주의 시대에

더군다나 소위 "스탈린 양식"으로 지어져서

공식 이름도

"요셉 스탈린 문화과학궁전(Pałac Kultury i Nauki im. Józefa Stalina)"

이 건물이


폴란드인에게 "공산주의"이자,

"소련"이자,

"스탈린주의"이기 때문이다.


문화과학궁전은 그 크기가 큰 만큼

건설에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어,  

전후 1952년 건설을 시작해 1955년 완성되었고,


그래서 1955라는 글자가

건물 표면에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기도 하다.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문화과학궁전

레프 루드녜프(Lev Vladimirovich Rudnev, Лев Владимирович Руднев)라는

소련 건축가에 의해 지어졌고,

당시 폴란드뿐 아니라 소련의 노동자들도

건설에 참여했다고 한다.


라트비아 출신의 이 건축가는

스탈린 시대에 모스크바에,

외국인들은 소위 "일곱자매(Seven Sisters)"라고,

러시아인들은 "스탈린 마천루(Сталинские высотки, Stalinist skyscrapers)"로 부르는

7개의 비슷하게 생긴 건물을 설계했는데,

고딕양식과 러시아식 바로크 양식에

뉴욕식 아르데코 양식을 접목하여

독특한 러시아식 마천루를 만들어냈다.


다른 모든 독재자들과 마찬가지로

스탈린도 어김 없이

눈에 띄는 건축과 대규모 건설 같은

그럴싸한 하드웨어로

자신의 위대함(?)을 드러내며,

후세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자 한 것이다.


당시 적국이었던 미국 뉴욕의

아르데코 양식을 참고한 건

지금 생각하면 좀 흥미로운데,


좀 더 생각해보면

당시 가장 높은 건물이자

가장 첨단이었을,

마천루란 의례 저렇게 생겨야 하려니 생각할만한

마천루의 시작이자 원형이었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소련 마천루의 모델로 삼은 것은

어쩜 너무 당연한지 모른다.


아무튼 이렇게 7개의 마천루를

뚝딱뚝딱 만들어낸 소련은

전후 재건 작업이 한참이던 폴란드에까지

그것을 선물하며,

그 새로운 사회주의 리얼리즘(Social Realism) 혹은

사회주의적 고전주의(Social Classicism) 건축양식을 전파한 거다.


그런데 그 소련 건축가는 바르샤바에 지은 건물에

폴란드 르네상스 양식을 가미했다고 한다.


그의 건축 의도는 매우 평면적이고,

지극히 촌스럽지만,


그래도 건축가 자체는

비록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거나

많은 사람을 감동시킬 정도의

대단한 실력자는 아니더라도,

당성이나 충성심 하나로

그 자리에 오른 사람이 아니라,

그래도 나름 꽤 예술적 감각을 갖춘

실력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게 정확히 뭔지 모르지만,

그래서 폴란드 르네상스 양식에

고딕 양식, 아르데코 양식 등을 결합한

이 건물의 외관은 모스크바의 "일곱자매"와 다르다.


물론 모스크바의 "일곱자매"들도

그 크기며, 모양이며,

서로서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모스크바의 "일곱자매" 건물 중 가장 처음 지어진,

가장 큰 건물인

"모스크바 국립대학" 기숙사에 산 적이 있는 나에게,


바르샤바 문화과학궁전

"모스크바 국립대학"과

매우 비슷하게 생기긴 했지만

그것보다 작고,

좀 더 섬세하고, 아기자기하다.


내가 폴란드인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면

다들 처음엔 살짝 놀라고,

나중엔 '뭐 러시아인데 당연히 그렇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한다.


문화과학궁전

폴란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아니던가?


만약 미국 시카고에서 온 외국인이

자기 나라에서 63빌딩과

거의 똑같이 생긴 건물에서 사는데,

그게 63빌딩보다 그게 좀 더 크다고 하면

우리 반응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만 봐서는 크기 비교가 안되겠지만,

아래 모스크바 국립대학 건물의

지붕과 윗부분의 장식을 보면,

바르샤바 문화과학궁전

좀 더 고전적이고 장식적이라는 느낌이 들 것이다.


(2008년 모스크바국립대학,  Moscow, Russia)
(2013년 모스크바국립대학,  Moscow, Russia)
(2008년 모스크바국립대학,  Moscow, Russia)
(2008년 모스크바국립대학,  Moscow, Russia)
(2008년 모스크바국립대학,  Moscow, Russia)


폴란드 바르샤바 뿐 아니라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도

이렇게 생긴 건물을 본 적이 있다.


리가의 구시가 바깥은 어떻게 생겼나

걸어다니다 우연히 발견했는데,

이 건물을 보고,

난 구소련과 그 위성국가들엔

이렇게 생긴 건물이 다 하나씩 있나보다 했다.


그런데 그건 아니다.


발트3국으로 묶이는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에는 없다.


대부분의 중앙아시아 국가와

카프카즈 지역 국가들에도 없다.


비록 그가 라트비아 버전의 스탈린 건물을

직접 설계하진 않았지만,

아마도 이건

건축가 레프 루드녜프가 라트비아 출신이라

라트비아에서 이 건축양식에

좀 더 호의적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1950년대 건설된 이 건물을 라트비아에서는

라트비아 과학 아카데미(Latvian Academy of Sciences)로 사용하는데,

모스크바 국립 대학뿐 아니라

바르샤바의 문화과학궁전보다도

좀 더 크기가 작다.


모스크바와 바르샤바의 두 건물 다

건물 하나가 한 블록(bloc)을 가득 채우는데,

이건 그 정도는 아니다.


위층 전망대가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리가 구시가와 그 밖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리가 구시가와 가깝진 않지만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2008년 라트비아 과학 아카데미, Riga, Latvia)
(2008년 라트비아 과학 아카데미, Riga, Latvia)
(2008년 라트비아 과학 아카데미에서 바라본 구시가, Riga, Latvia)


체코 프라하에 갔을 때도

비슷하게 생긴 건물을 발견했다.


Crowne Plaza Hotel인데,

스탈린 시대의 건축 양식답게

역시 1950년대에 건축되었으며,

처음엔 Hotel Družba라고 불리었단다.


그건

'우정 호텔'이라는 뜻인데,


'우정'은 체코어로 přátelství[프(르)샤텔스트비]고,


Družba[Дружба, 드루쥬바]는 러시아어로,

 

당시 소련과의 친근한 관계에 대한 소망

혹은 그런 호의를 이름에 담고 싶었나보다.

  

(2012년 1월, Crowne Plaza Hotel, Praha, Czech)
(2012년 1월, Crowne Plaza Hotel, Praha, Czech)
(2012년 1월, Crowne Plaza Hotel, Praha, Czech)
(2012년 1월, Crowne Plaza Hotel, Praha, Czech)


그밖에 우크라이나, 루마니아에도 

비슷한 양식의 대형 건물이 있다고 하는데,


사진으로 본 그 건물들도 그렇고,

직접 본 체코와 라트비아의 건물들도 그렇고,

건축가 레프 루드녜프가 직접 디자인한 게 아니고,

그걸 살짝 따라한 것이어서 그런지,


아무리봐도

규모도 그렇고, 미학적으로도 그렇고,

모스크바의 "일곱자매"와

폴란드 바르샤바의 문화과학궁전보다 못하다.


만약 스탈린이 1953년에 사망하지 않고,

1956년 스탈린 격하 운동이 시작되지 않았다면,


그렇게 어딘지 모르게 미학적으로 아쉬운,

그리고 원조와의 시공간적 간격이 커지면 커질수록

점점 그 미학적 수준이 눈에 띄게 퇴보하던

사회주의 리얼리즘 건물들이

유로 공산주의 국가들 여러 도시에

마구잡이로 세워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스탈린의 자매들"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미모를 뽐냄에도 불구하고,

스탈린 및 소련, 공산주의와의 연상 작용 때문에

문화과학궁전

바르샤바 시민들의 사랑을 별로 받지 못했고,

그건 지금도 그렇다.


그렇게 싫다면

아마 우리 같았으면

공산정권 무너지자마자 바로 허물었을텐데,

폴란드인들은

껄끄러운 역사를 그런 식으로 덮지 않는다.


바르샤바 시내 어디에서나 보이는

이 "흉물스러운" 건물을 허물어버리자는 의견도

물론 있었지만,

남겨두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미워하지만

그대로 세워두면서,

기억하고,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잘 관리하면서,

이름에 걸맞게

"문화"와 "과학" 분야에서

알뜰하게 사용하고 있다.


2007년에는

이 건물이 20C 공산정권시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여

폴란드 유물(Zbytek)에 등재하기도 했다.


혹여 이걸 헐었어도

그걸 헌 자리에

그걸 기억할만한 무언가를 남겨두었을 것이다.


폴란드인들은

부끄럽고 서글픈 과거를

쓱쓱 덮고

없던 일인 척 하거나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냥 그렇게 쉽게 잊지 않는다.




난 사실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도

그 건축양식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문화과학궁전 옆을 지나면

습관처럼 사진을 찍게 된다.


한 프레임에 쏙 들어가지 않아

어떻게 해도 만족스러운 사진이 안 나와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또 멀리서 찍으면

실루엣이 나쁘지 않아서인 것 같기도 하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08년 6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08년 7월, Centrum, Warszawa, Poland)


아래 사진 왼쪽에 보이는 서쪽의 둥근 부분은

의회 홀(Congress Hall, Sala Kongresowa)

공산정권 때 공산당 회의를 하던 곳이라고 하는데,


공산정권 붕괴 후 콘서트홀로 전환되었고

2014년에 리모델링에 들어가서

2018년 재개관한다고 한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i가 붙어 있는 관광안내센터가 있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그 밖에

기술 박물관(Muzeum Techniki),

폴란드 과학 아카데미 진화 박물관(Muzeum Ewolucji PAN),

인형의 집 박물관(Muzeum Domków dla Lalek)

청소년 궁전(Pałac Młodzieży) 등의

과학 관련 시설이 있고,


Teatr 6. piętro,

Teatr Studio,

Teatr Dramatyczny

같은

연극을 상연하는 극장

Kinoteka라는 영화관이 있다.


건물 1층 곳곳에

이런 "과학"과 "문화" 관련 기관과 행사를

알리는 표시를 발견할 수 있고,


그 밖의 여러가지 행사가 야외에서 열리기도 한다.


(2008년 6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08년 6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매우 더운 여름날엔

바르샤바 시 곳곳에서

시민들에게 식수를 무료로 나눠주곤 했는데,

문화과학궁전 앞에도 그런 게 세워져 있었다.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나는 2016년 우연히 여름동안 휴관하지 않고

(보통 유럽의 극장들은 여름 휴가시즌동안 쉰다)

연극을 올리는 극단을 발견했는데,

마침 그 극단이 여기서 공연을 해서

Teatr Dramatyczny(드라마 극장)에서

연극 공연을 몇 편 봤다.


공연 보느라 안에 들어가보니,

밖보다 안이 더

공산시대 느낌이 더 많이 나는 것 같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연극이 끝나고 나오는데,


7월 초 백야라서 아직 밝긴 했지만,

그래도 꽤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배경으로 한

문화과학궁전이 꽤 근사해보인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그 밖에 몇 번 해질녘에 근처를 지난 적이 있는데,

문화과학궁전

낮보다

해질녘 드라마틱한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했을 때

더 근사해 보이는 것 같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하지만 해가 완전히 지면

조금 더 인상적 모습으로 변모한다.


인공적이긴 하지만

더 선명한 빛을 내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형형색색의

관광명소스러운 자태를 드러낸다.


이것도 다른 연극을 보고 나오다 보게 되었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이 곳이 Centrum[첸트룸]이라 불리는

바르샤바 중심부이기 때문에,

그 주변에

폴란드에서 가장 높은 문화과학궁전보단 낮지만

그래도 꽤 높은 고층건물들이 몰려 있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고층건물까진 아니지만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건

아마 "황금 테라스(Złote Tarasy, Golden Terraces)"라 불리는

곡선 유리로 덮인 건물일 것이다.


고층건물들 사이에 희안하게 서 있는 이 건물은

미국 캘리포니아 건설회사에서

디자인한 것이라고 하는데,

내부에는 대형 쇼핑센터가 있다.


볼록볼록한 완만한 곡선 라인의 유리 지붕이라,

밖에서 보면

네모난 고층건물들 사이에서 눈에 띄고,

안에 들어가 있으면

머리 위로 하늘이 펼쳐지는 경험은 신기한데,


그래서 2007년에 건설되었다는 이 건물을

2008년에 처음 갔을 때는

마음에 들어 매우 자주 갔었는데,


몇번 가니까 좀 감동이 덜해지며

자주 안 가게 되었다.


2층, 3층, 4층에는 식당가도 있는데,

다 패스트푸드점이라

몇번 가니 거기도 자주 가게 되지 않았다.


아래 두 사진을 비교하면

2008년과 2016년 사이

"황금 테라스(Złote Tarasy, Golden Terraces)" 

근처 풍경이 변한 걸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6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08년 7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08년 7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이 안에서도

문화과학궁전 꼭대기가 보인다.


(2008년 7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처럼

폴란드에서도 우리식의 2층부터 1층이 시작되어서

우리식 1층엔 "0층(poziom 0)"이라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보통 폴란드에서는

"0층(Poziom 0)"이라고 쓰지 않고,

"바닥(Parter)"이라는 단어로

우리식 1층을 표시한다.


(2008년 7월, Centrum, Warszawa, Poland)


유리 천장 너머

바르샤바 중앙역(Warszawa Centralna)도 보인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08년 6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문화과학궁전 동쪽에서는

"마샬"이라는 의미의

마르샤우콥스카 거리(Ulica Marszałkowska)와

"예루살렘"이라는 의미의

예레졸림스키에 대로(Aleje Jerozolimskie)

교차되는데,


이곳에 있는 지하로는 정말 넓고,

다양한 상점도 많고

그래서 바삐 오가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그 지하로 입구엔 항상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2008년 7월엔 여기에

러시아 절대주의(Suprematism) 화가

엘 리시츠키(Эль Лисицкий)

"붉은 쐐기로 흰 것들을 쳐라 (Клином красным бей белых!)"라는 작품이 그려져 있었다.


난 이런 빈공간을 아무 거로나 뒤덮지 않고

현대적 예술작품을 그려넣은,

폴란드인들의 높은 문화적 수준과,

그 공간과 작품의 어울림에 감탄했는데,


아마 2008년 여름은 예외적 경우였나보다.


2013년 여름엔

그냥 흔한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었고,

2016년 여름엔

그냥 선명한 색깔의

알록달록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물론 그래도 그냥 아무것도 없거나

혹은 상업광고로 뒤덮여 있거나

혹은

보기 흉한 낙서로 덮여 있는 것보다는 나아보인다.

 

(2008년 7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08년 여름엔 "쿵푸팬더"가 개봉되어

교차로 다른쪽 모서리에

거대한 쿵푸팬더가 서 있기도 했다.

 

(2008년 7월, Centrum, Warszawa, Poland)


그 밖에 이 근방의 풍경은

여느 대도시와 비슷하다.


하늘을 좀 덜 가리는

적당한 높이의 건물들 사이로

해지는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이랑은 조금 다르지만 말이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문화과학궁전 남쪽의

예로졸림스키에 대로(Aleje Jerozolimskie)엔


문화과학궁전 같은

공산주의 시대의 건물들이 아직 조금 남아 있다.


"신세계" 관련 포스트에서 이미 훑어 본 것처럼


전국민(혹은 전인민, 전체 민중)이 자기 수도를 건설한다
(CAŁY NARÓD BUDUJE SWOJĄ STOLICĘ.)


라고 쓰인 서점 체인 "엠픽(Empik)"건물도 있고,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8월,Nowy Świat, Warszawa )


멀지 않은 곳엔

흰색 외벽 때문에

하얀 집(Biały Dom)으로도 불렸다는

공산당사(Dom Partii)가 서 있기도 하다.


지금은 은행-재정 센터(Centrum Bankowo-Finansowe)로 사용된다.


(2016년 7월, Nowy Świat, Warszawa)
(2013년 8월, Nowy Świat, Warszawa)


그 건너편 국가 개발 은행(Bank Gospodarstwa Krajowego)

1920년대 세워져

오히려 공산주의 시대에 유명무실해졌다가,

1989년 공산정권이 붕괴되고 나서부터

다시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벽의 부조가 공산주의 시대의 양식인 줄 알았는데,

1930년대,

아직 폴란드가 공산국가가 되기 전

작품이라고 한다.


(2013년 8월, Nowy Świat, Warszawa)


2016년엔

그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대적인 공사가 한참이었다.


공사가 끝나면

아마 여기도 이제 다른 모습을 띨거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Bar Mleczny라는

폴란드식 Milk bar도

공산주의 시대의 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주 싼 가격에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셀프서비스 스타일의 간이식당이다.


물론 이젠 거의 사라져서

바르샤바 시내에선

아주 드물게 발견할 수 있는 식당인데,


2013년까지만 해도

예로졸림스키에 대로에 있었지만,

이제 다음에

바르샤바에 가면

이런 건 더이상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사실 따지고 보면

바르샤바엔 문화과학궁전 말고도

공산주의 시대의 잔재들이 많이 남아 있다.


제2차세계대전, 특히

1944년 바르샤바 봉기 이후 공습으로 폐허가 된 후

새로 지어진 것이나 다름 없는 바르샤바엔

어쩌면 다른 폴란드 도시보다

더 많은 공산주의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과학궁전 만큼

바르샤바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 건물은

또 없을 것 같은데,


그건 아마도

그것이 가진

독보적인 규모와 디자인, 선명한 연상작용

그리고 그 때문에 담게 되는

큰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문화과학궁전

아직 바르샤바 시민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리고

아마 그런 집단정서가 쉽게 바뀔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문화"와 "과학"의 기능은 유지하면서

뭔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듯이,


다른 바르샤바의 공산주의 "유적"들도

뭔가 다르게 변모하거나,

사라지면서

새로운 바르샤바의 풍경을

계속해서 만들어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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