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oga Jul 16. 2017

바르샤바 프라가(Praga) 지구 "위"에서

사라져가는, 그리고 이제 곧 사라질 바르샤바 빈민가


체코 사람들이 "프라하(Praha)"라 부르는 도시를

폴란드인과 러시아인은 "프라가(Praga)"라 부른다.


예전에 어떤 체코어 전공자가


"러시아 사람들은 h 발음을 못하냐?

왜 h를 g라고 발음하냐?"


며 대답을 원하거나 기대하지 않은

냉소적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이상하게 어떤 외국어를 배우고,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그 나라 사람들을 알게 되면,

그 나라 사람들과 생각, 정서, 태도가 비슷해진다.


그래서 한국에서 오래 산 외국인들은

스포츠 한일전에서 한국을 응원하는데,


이 한국인 체코어 전공자도

대부분의 체코인들처럼 러시아에 반감이 있거나,

적어도 호감은 없는 것 같았다.


그 때 제대로 하지 못한 답을 뒤늦게 시도해보자면,

러시아인이나 폴란드인이나 그 밖의 슬라브인들이 /h/발음을 못해서

"프라하"를 "프라가"라고 발음하는 건 아니다.


러시아인이나 폴란드인은 /h/를

독일어 ch처럼 좀 강하게 발음하긴 하지만,

그래도 할 수는 있다.


그냥

다른 대부분 슬라브어에서 /g/라고 발음하는 걸

체코어, 슬로바키아어, 우크라이나어, 벨라루스어 등 몇몇 슬라브어에서는

/h/라고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다리'가 대부분 슬라브어에서 noga라면

체코어 등 몇몇 슬라브어에선 noha가 되는 식이다.


물론 그렇다고

체코나 슬로바키아 사람들이

/g/ 발음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건 언어 "능력"이 아니라 "경향"이고,

그냥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그렇게 다르게 말하게 되었을 뿐이다.


언어학적으로 말하면

/h/와 /g/는 모두 목구멍쪽에서 나는 

성문음(glottal sound)인데,

비슷한 위치에서 소리나는 음운들의

상호변화 현상은 매우 자연스러운 거라,

/h/와 /g/의 교차도

유럽어에서 드믈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독일어에서는

g를 대체로 /g/로 발음하지만(예, gehen)  

가끔 어말에서 /h/에 가깝게 발음하는 경우가 있고 (예, König)


영어에서

프라하(Praha)를 Prague [프라그]라고 하는 것

역시 이상한 게 아니다.




아무튼 이런 "프라하",

폴란드 식으로 발음하면 "프라가"라는 지명이

바르샤바인들에게는 서로 다른 두 장소를 의미한다.


만약 Praga 앞에

보통 '-안에'를 의미하는 전치사 w[브]를 쓰면

그건 체코 수도 프라하를 의미하고,


'-위에'를 의미하는 전치사 na[나]를 쓰면

바르샤바의 비스와강 동쪽 지역을 의미한다.


나는 처음엔

체코 "프라하"에 살던 유대인들이

바르샤바로 와서 모여살면서,

그 지역을 "프라가"라고 부른 줄 알았다.


그런데 바르샤바 "프라가" 지구에

유대인들이 많이 살긴 했지만,

가장 많이 사는 지역도 아니었고,

또 그들이 주로 체코 프라하에서 온 것도 아니다.


체코 프라하(Praha) 거주자가 바르샤바 프라가(Praga) 지구로 이주했다는 특별한 기록도 못 찾았다.


따라서

체코의 프라하(Praha)와

폴란드 바르샤바 프라가(Praga)의 지명은

뚜렷한 선후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체코의 수도 "프라하(Praha)"

바르샤바의 지역 "프라가(Praga)"

'태우다'라는 의미의 체코어 동사 pražiti ,

폴란드어 동사 prażyć에서 파생된,

'불에 타고 난 자리'라는 의미란다.


숲의 나무를 태워 없애고

거기에 마을을 세웠기 때문이다.


폴란드 자코파네(Zakopane)의 어원도

'나무가 제거된 땅'이라는 의미라던데,

예전 유럽에선 그런 식으로 마을이 세워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나보다.


이에 덧붙여

현대 체코어의 práh[프라흐] 가 '문지방'이라,

흔히 체코 사람들은 '문지방'이라는 의미의

práh에서 Praha가 파생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예전에 프라하 여행 갔을 때

어디선가 비슷한 얘길 읽은 기억이 있다.


아무튼 체코 "프라하(Praha)"

폴란드 바르샤바 "프라가(Praga)"

특별한 상호연관 관계 없이

우연히 비슷한 형태를,

폴란드어에서는 Praga라는 동일한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폴란드 바르샤바 "프라가(Praga)"

체코 "프라하(Praha)"와 별로 공통점이 없다.


아름다운 성이나 다양한 양식의 건축들,

멋진 강변 풍경이나 낭만도 없다.


그리고

폴란드인에게

Praga "안"에 있는 것(W Praze)과

"위"에 있는 것(Na Praze)은

완벽하게 다른 상태를 의미한다.


공간 자체의 지리적 위치의 차이뿐 아니라

외견상의 차이뿐 아니라,

사회적 위상에서도 그렇다.




바르샤바의 프라가(Praga)

바르샤바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비스와(Wisła)강 동쪽 지역이다.


행정상으론 아래 지도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

즉, 북 프라가(Praga Północ),

남 프라가(Praga Południe)지만,

하늘색으로 표시된 부분까지 포함하는

보다 넓은 지역이

바르샤바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프라가(Praga)라 일컫는

"광의의 프라가(Praga)" 지구다.


(지도 출처: http://www.warszawskapraga.pl/articles.php?category=6)


바르샤바 프라가 지구가 역사에 처음 언급된 건

15C 초반이다.


폴란드 왕이 처음으로 크라쿠프(Kraków)에서 

바르샤바(Warszawa)로 거처를 옮기고

바르샤바가 수도로 기능하기 시작한 건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초반이고,

그 때까지 바르샤바는

비스와(Wisła)강 서쪽에 국한되어 있었다.


현재 바르샤바에 남아있는 옛시가의 흔적도

다들 그 쪽에 있다.


비스와 강 동쪽  프라가는 수세기동안

서쪽의 바르샤바와 별개의 마을 혹은 도시로

독립적으로 발전했고,

17C 중반에는 폴란드 왕으로부터

개별 도시(Miasto, city)로 인정도 받는다.


서쪽 바르샤바와 프라가 지구 사이에는

오랫동안 다리가 없어서

배를 타고 통행했고,

18C 말에 가서야 다리로 연결되었다고 한다.


비록 한강만큼 크진 않지만,

바르샤바를 관통하는 비스와 강은 꽤나 넓어서

다리 놓기가 쉽지는 않았을거다.


하지만 건설된 다리와 상관없이

바르샤바는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비스와 강 서쪽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군과의 전투와 폭격도

대체로 비스와 강 서쪽에 집중되었다.


"덕분에"

2차세계대전 당시 피해를 가장 덜 입어서,

바르샤바 전체가 전후 85% 파괴되었는데

프라가 지역은 약 25%만 파괴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전후 바르샤바를 대대적으로 복구할 때

행정기관들이 이곳에 임시로 둥지를 틀기도 하고,

공장과 거대한 경기장도 이 지역에 건설되었다.


하지만 더 많이 파괴된 지역의 복구를 우선으로

바르샤바를 재건하다보니,

덜 파괴된 이 지역은

신경쓰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다시피하면서,

그 이후에 이렇다 할 개발이 없었다.


그래서 바르샤바에서 가장 부동산가가 낮고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둥지를 트는,

발전이 더디고 낙후된 지역으로 남고 말았다.




프라가지구는 구경하거나 체험할 꺼리도 별로 없고,

그래서 관광객들이 자주 가는 곳은 아니지만,

나처럼 여러번 방문하고 오래 머무는 외부인에게는

꽤나 흥미로운 공간이다.


외벽이 다 벗겨지고 낡긴 했지만

그래도 중요한 근현대사를 목격하고

평범한 주민들의 다양한 개별적 역사를 품고 있을,

2차세계대전 이전에 건설된

오래된 일반 주택을 볼 수 있는 곳도 있고,


워낙 개발이 덜 된 지역이다 보니

집세가 비싸지 않아,

가난한 예술가들이 몰려들어

젊은이들의 문화예술의 중심지가 된 곳도 있고,


다른 한편

최근에는 기업의 투자가 많아져서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세우기도 하고,

대형 쇼핑센터가 새로 들어서며

첨단의 상업 지구가 된 곳도 있다.


그래서 매우 다양한 것들이 공존하는 공간이고,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내가 여기에 갈 때마다 달라지는 걸 느끼는데,

아마 나중에 가서 보면 또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비스와강 동쪽 프라가지구로 넘어가보도록 하겠다.

[링크는 google 지도로 연결된다]


우선 실롱스크-돔브롭스키 다리(Most Śląsko-Dąbrowski)를 건너면,


그 북쪽에 1865-1871년에 세워진,

유서 깊은

프라가 공원(Park Prazki, Praga Park)이 나타난다.


그 공원 북쪽으로는 동물원도 있는데,

그래서 동물원에 오다가다 들르는지

아이들과 젊은 부모들이 많이 보인다.


프라가 공원

그 나이만큼 키가 큰 나무들이 자라는

커다란 자연 쉼터이고,

이런 거대한 조각과 작은 야외무대도 있다.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프라가 공원 건너편에 있는

성 플로리아노 대성당 (Katedra św. Floriana, St. Florian's Cathedral)

1897년에 세워진 고딕양식의 대성당이다.


보통 유럽 도시에는 도시마다

하나의 가톨릭 대성당(Kathedral)이 있는데,


프라가는 예전에 독립 도시였기 때문에

따로 대성당이 있어서,


구시가(Stare Miasto, Old Town)에

있는 것까지 합쳐서

바르샤바에는 총 두 개의 대성당(Katedra)이 있다.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대성당 뒤에는

음악가 동상 (Pomnik grajków)이 서 있는데,

그냥 흔한 동상이 아니라

뮤직박스다.


음악가가 들고 있는 북에 레파토리가 적혀 있는데,

1즈워티를 넣고 노래를 선곡하면

연주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내가 갔을 때는

항상 다들 그냥 조용히 벤치에 둘러 앉아 있었고,

음악이 나오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대성당에서 동쪽으로 가면

종브콥스카 거리(ul. Ząbkowska)가 나오는데,

이 길이 바로 젊은이들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새로이 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작년에 한국에 오랜만에 오신

어떤 폴란드 선생님과 서촌에 갔는데,


내가


"여기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 중 하나로

그냥 옛날식 집들이 많은 주택가였는데,

최근에 새로운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고 설명했더니,


폴란드 선생님이


"프라가(Praga) 같네."


라고 말씀하셨었다.  


종브콥스카 거리

2016년에 갔을 때 문화 축제중이었는데,

아쉽게도 내가 간 날 비가 와서

야외 전시나 행사는 없었다.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아래 포스터엔


열린 종브콥스카(Otwarta Ząbkowska)

문학
음악
예술
연극

무료 입장


이라고 쓰여 있다.


아마도 7월, 8월 동안 행사가 계속 열리나보다.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원래 트램이 다니던 길을 막은 것 같다.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종브콥스카 거리 중간에 바르샤바 보드카 공장

 "코네세르" (Koneser Centrum Praskie, Warsaw Vodka Factory "Koneser")

가 나오는데,

이 곳은 "보드카 박물관"이기도 하다.


http://koneser.eu/en/museum/


흔히 보드카는 러시아 술인 걸로 알려져 있지만,

보드카의 종주국은 폴란드다.


폴란드어로는 "부드카(Wódka)"인데,

러시아의 국력이 더 강하니

다른 나라엔

러시아어 "보드카(водка)"로 알려진거다.


뭐 그러니 폴란드에

보드카 박물관이 있는 건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이 안에 들어가면

보드카도 시음해볼 수 있다고 하던데,


난 혼자는 술을 안 마시는데다가,

혹시나 보드카 시음하다 맘에 드는 걸 사게 되면

또 짐이 너무 무거워지기도 하고,

또 그럴 시간에

이 근방에 다른 곳도 좀 더 구경해보고 싶어서,


항상

'나중에 와야지' 생각만 하고

결국 공장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2008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08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이 공장 옆엔 길거리 예배당이 있고,


(2008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길건너편 주택가 모퉁이에도 있었다.


이 모퉁이의 길거리 예배당의

성모성자상은

몇년후에 가니까 색깔이 바랬다.


(2008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08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종브콥스카 거리(ul. Ząbkowska) 끝에도

커다란 십자가의 작은 길거리 예배당이 보인다.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대로변에도

길거리 예배당이 세워져 있다.


폴란드에는 워낙 구석구석에

이런 길거리 예배당이 많은데,

이 동네는 또 유난히 이런 게 많은 것 같다.


(2016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아무튼 길모퉁이의

그 성모성자 길거리 예배당 옆으로 걸어가면

기찻길 옆에 아주 기다란 노란 건물이 나타난다.


이 건물은 "얌닉(Jamnik)"이라고 불리는데,

이건 폴란드어로 닥스훈트를 의미하고,

낮고 긴 건물이

다리가 짧아 낮고 상대적으로 몸통이 긴 모양의

닥스훈트를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별칭이다.


(사진 출처: http://psy-pies.com/artykul/jamnik-krotkowlosy,105.html)


이렇게 닥스훈트처럼 낮고 긴 모양의

"얌닉(Jamnik)"은

바르샤바에서 가장 긴 건물로,

총길이가 508미터라고 한다.


100미터 달리기 레인 5개가 붙어있는 길이인거다.


그래서 여러 각도로 찍어봤는데

사진 하나에 담기가 쉽지 않다.


보통은 위로 높게 짓는데,

왜 여기는 옆으로 길게 지었을까?


이 옆에

바르샤바 동부역(Dworzec Wschodni)이 있는데

그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가

주변의 빈민가를 보지 못하도록

외부인의 시야를 차단하기 위해서

집을 길게 지었다는 설이 있다.


근데 정말

기찻길 쪽에서 보면

이 노란집 뒤의 집들이 하나도 안 보이긴 한다.

 

(2008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08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아래 통로로 건너편 바르샤바 동부역(Warszawa Wschodnia)이 보인다.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이 긴 건물엔 도서관도 있다.

닫힌 도서관 유리에 비치는 것도

역시 "바르샤바 동부 기차역"이다.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이 근처의 건물들은 2차세계대전 이전에 지어진

(19세기 중반에 지어진 건물도 많다)

붉은 벽돌 건물들이다.


오래된만큼 낡았다.


그래도 건물 자체가 가진 역사성이 있어서,


폴란드 출신 감독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ński)

2002년작 "피아니스트(The pianist)"

촬영 장소로 활용되기도 했다.


아래 사진에 나오는 거리 장면이

아마도 프라가(Praga) 지구에서 촬영된 것 같다.


(사진 출처: http://focusfeatures.com/the_pianist)


아무튼 그래서

난 이 프라가 지구의 낡은 건물들 앞을 지날 때마다


영화 "피아니스트"를 떠올리며,


'혹시 여기서 영화를 찍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개발되지 않은 가난한 동네"라는 느낌보다

나한테는

"옛날 동네"의 느낌이 강하고,


괜히 정이 간다.


서촌 같고, 연남동 같다.


하지만

프라가 지구에 점점 자본이 들어오고

재개발 혹은 리모델링이 되면서

점점 그런 2차세계대전 이전에 지어진

낡은 건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갈 때마다 달라진다.


이건 2008년 여름 사진들이다.


(2008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08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08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이건 2013년에 갔을 때 사진들.


2013년엔 프라가 지구 여기저기에서

공사가 한참이었다.


첫 사진의 담장은 공사용 담장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담장 너머 건물은 이미 철거되었을 것 같다.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이건 2016년에 찍은 사진들.


주로

빌렌스카 거리(Ulica Wileńska)와 그 근처 길에

이런 옛 건물이 남아 있고,

다른 곳은 거의 다 새롭게 바뀌었다.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아마 이 동네도 곧 저 담벼락 뒤의 건물들 같은

새 건물들로 다 바뀔거다.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하지만 프라가(Praga) 지구도

타르고바 길 (Ulica Targowa)을 중심으로

겉모습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넓은 대로인 타르고바 길(Ulica Targowa)에서는

새로 지은 크고 높은 건물이나

다국적 기업의 간판을 자주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에서도

옛 건물과 새건물,

낡은 외벽과 리모델링이

공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타르고바 길(Ulica Targowa)에서는

바르샤바 프라가 지구 박물관(Muzeum Warszawskiej Pragi)도 만날 수 있는데,


어쩜 이제 그 낡은 붉은 벽돌 건물들은

이제는

이 박물관에서만 만나볼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


(2016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타르고바 길의 가장 중요한 상업 중심은

아마도 대형 쇼핑센터 "바르샤바 빌렌스카(Warszawa Wileńska)"일 것이다.


이 초대형 쇼핑센터 바로 앞에

지하철 2호선 역

"빌렌스키 기차역(Dworzec Wileński)"도 있고

트램 노선도 많아서

항상 이 앞은 사람들로 북적북적된다.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그리고 이 근처에 러시아 정교 교회가 있다.


18-19C 폴란드를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러시아

3국이 나눠서 통치할 때

바르샤바는 러시아의 관할이었는데,

아마도 그 때 바르샤바에 있던 러시아인을 위한

교회가 필요했나보다.


(2016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2016년 7월, Praga 지구, Warszawa, Poland)




내 사진 속에 담긴,

바르샤바 프라가 지구의

"역사적"이지만,

또 누군가의 삶의 터전으로 "현재적" 의미도 가지는,

그래서 나같은 외부 관광객이나

그 내부에 아직 살고 있는 거주자들에게는

좀 더 오래 그대로였으면 싶은,

그 이제 얼마 안 남은 낡은 붉은 벽돌 건물들도

이제 곧 거의 다 사라질거다.


사실 2008년만 해도

프라가 지구에서 본 그런 낡은 건물들을

바르샤바의 다른 동네에서도 간혹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에 바르샤바 중심부에 있던 이런 건물들도

2013년에는 사라졌고,


(2008년 7월, Warszawa, Poland)
(2008년 7월,  Warszawa, Poland)
(2008년 7월, Warszawa, Poland)


2013년 젤라즈나 거리(Ulica Żelazna)에 있던

유대인 게토의 건물도

2016년에 다시 찾았을 때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2013년 8월,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Warszawa, Poland)


2013 년

바르샤바 고층건물들 사이

시엔나 거리(Ulica Sienna) 근처의 낡은 건물들도

이제 아마 다 새 건물로 바뀌었을거다.


이 동네는 2016년에 다시 찾지 않았지만,

2013년 당시 곧 재개발될 것 같은 분위기였고,

여기는 바르샤바 가장 중심부라

재개발을 피할 수 없는 지리적 위치다.


(2013년 8월,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Warszawa, Poland)


사실 2차세계대전에 세워진 유대인 게토도 그렇고

19세기 중반에 세워진

프라가 지구의 100년 넘은 건물들도 그렇고

난 그것들이 사라지는 게 좀 많이 아쉽다.


가슴 아픈 역사를

폴란드 사람들은 그냥 잊지 않기 때문에,


개발로 없어진 의미 있는 옛 건물 자리엔

아마 무언가 표시가 남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유대인 게토가 없어진 자리에

이런 표시를 남기듯이 말이다.


(2013년 8월, Warszawa, Poland)
(2013년 8월,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Warszawa, Poland)
(2016년 8월, Warszawa, Poland)


그래서 옛 건물이 사라지면서

혹여 그 역사도 잊혀질까 하는 걱정은 없다.


폴란드인들은 자신의 아픈 역사를 잊는 법이 없다.


그런데

개발되어 새로 생긴 깨끗한 아파트들과

유리가 잔뜩 달린 고층 건물들이 가득한 프라가가

이제 프라가 같지 않고

그냥 흔하디 흔한

다국적 기업들의 로고가 가득한

여느 유럽 도시의 번화가가 된 것이 좀 아쉽다.


그리고 100여년이 넘은,

이 도시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목격한

"독하게" 살아남은 옛 건물들이 헐린

그 자리에

앞으로 몇 십년을 채 견디지 못할 듯 보이는

그런 여리여리한

새 현대 건물들이 들어서게 되는 게 좀 슬프다.


아직은 갑자기 오른 집세 때문에

프라가 지구에서

문화예술가들이 쫒겨난다는 얘기는 못 들었지만,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말을

흔히 쓰기 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도시 문제 중 하나였던,

아파트 재개발로

외부인과 몇몇 소수의 원주민만 이익을 보고

가난한 주인과 세입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일은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프라가 지역, 특히 "남 프라가" 지역의 부동산가가

최근에 부쩍 많이 올랐다고 하는 걸 보면,

아마 우리가 지금 겪는 것과 비슷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곧 생길거다.


우리처럼 빠른 속도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즉 겉모습만 변한 것이 아니고

그 안쪽도 변하고 있다.


그 낡은 건물들의 외관을 그대로 살리면서,

그 오래된 거주자들도 그대로 살게 하면서

그렇게 개발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것일까?


이미 옛 것이 많이 사라지는 걸 보고,

다른 것들도 곧 사라질 걸 예감하고 있어서 그런지,


프라가 지구에 가면

어떤 영속성을 가진 공간 "안"에 안착한 게 아니라

이제 곧 사라질 그런 공간 "위"에 잠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제 다음에 오면 이것들은 없을지 모른다.'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

는 생각에

눈 앞의 낡고 거칠고 촌스런 것들이

그것들을 마주한

그 짧은 현재적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르샤바 대학 도서관(BUW)의 "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