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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Dec 11. 2017

불가리아 문화와 역사의 기념비-릴라(Rila) 수도원

어쩌면 소피아 인근에서 가장 포토제닉한 관광지


이전 포스트의 "보야나 성당"과 마찬가지로

릴라 수도원(Рилският манастир,

Rila Monastery)

교과서 속 독해 텍스트를 통해 알게 되었다.


불가리아어는 동사시제와 증거범주(Evidential)가

매우 발달된 언어라


같은 사건이라도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과

추측한 것을 다르게 표현하는데,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도, 추측한 것도 아닌

누군가가 말해준 걸 옮겨서 전달할 때 사용하는,

주로 옛날에 일어난 사건을 묘사하는

"레나라티브(Ренаратив)"라는

새로운 동사 형태가

처음 등장한 텍스트가

바로 이 "릴라 수도원"을 묘사하고 있었다.

 

그렇게 수업에서 텍스트로만 접할 때만 해도

난 릴라수도원에 큰 매력을 못 느꼈었다.


릴라 수도원에 대한 텍스트는 내용이 짧아서

핵심만 담고 있었는데,


그냥 10C 이반 릴스키(Иван Рилски)라는 인물이

릴라 산에 칩거하며

수도원을 만들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고,

그 이후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을 때

그곳에 독립운동가, 지식인, 종교인들이

많이 은신했으며,

식민지 시기 불가리아의 정신을 지탱한 곳이었다는

설명이 있긴 했으나,


그 밖에

산세가 유독 아름답다거나

건물이 아름답다거나 그런 얘기도 없고,


옆에 나온 자료 사진도 컬러이긴 한데

뭐 특별한 아름다움을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뭔가 눈에 보이지 않는

특별한 종교적 기적이나 전설 얘기도 없고 해서

그냥 별로 특별한 곳이라는 느낌이 없었다.


그냥 흔한 불가리아 정교회

건물이거니 했다.


그런데 이제 한국에 돌아올 즈음해서

불가리아어도 많이 늘고 해서

소피아 말고 다른 데도 가고 싶어졌지만,

"바르나"나 "플로브디프"같은

다른 유명한 먼 도시에 가려면

적어도 이삼일은 잡아야 될 것 같아,

시간이 없어 결국 포기했는데,


교과서에 나왔던

릴라 수도원은 소피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하루에 갔다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어디선가 릴라 수도원의 사진을 봤는데

꽤나 근사했다.


그래서 한국으로 떠나기 전 날

릴라 수도원을 가기로 했다.


릴라 수도원이 있는 릴라(Рила, Rila)

소피아 남쪽 120 km

릴라 산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다.


가장 가까운 대도시가 소피아라,

소피아 인근이라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시외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곳이다.


지도 출처 : http://www.weliverstravels.com/journal/11172015rila-monastery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더니,

소피아 서쪽의 버스터미널

옵챠 쿠펠(Овча Купел)에서

하루에 3대 정도 릴라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그런데 그 중 하나는 야간버스라

선택지에서 제외되었고,

나머지 둘은 같은 시간에 출발하는데

목적지가 "릴라"와 "릴라 수도원"으로 분리된다.


따라서 3개의 선택지 중에

실질적으로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건

그 중에서 10시 20분에 소피아에서 출발하는

릴라 수도원 행 시외버스를 타고 갔다가

릴라에서 3시 20분에 소피아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서둘러서

소피아 서쪽

옵챠 쿠펠(Овча Купел)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아래 지도에서 좌측 하단의

붉은 색 네모로 표시된 곳이 그곳이고,

다른 포스트에서 둘러본 버스터미널은

오른쪽 위에 붉은 밑줄로 표시하고,

소피아 중심가는 하늘색 네모로 표시했다.


지도 출처: 구글, 위 텍스트의 "옵차 쿠펠" 링크를 클릭하면 구글지도로 연결된다.


당시 내가 머물던 숙소는

소피아 동북부에 자리 잡고 있으니

거의 정반대 쪽이었다.


지도를 보니 대충 어떻게 가는지는 알겠는데

어느 정거장에서 내려야하는지 모르고,


하지만 혼자 택시 타는 건

아무래도 좀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버스를 타고 가다

그 근처 가까운 큰 길에서 내려서

걸어가면서 길을 찾기로 하고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출발했다.


마음이 급했던지

2정거장 정도 일찍 내리는 바람에

생각보다 오래 걷긴 했지만

그래도 제 시간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은 아주 작았는데,


마침 릴라 행 버스가 서 있는 걸 확인하고

역 안에 들어가서

'릴라 가는 왕복표 1장 주세요.' 했더니,


몇 분 후에 출발하는데

그건 운전기사에게 직접 사란다.


그래서 버스기사에게

똑같이 얘기했더니

10레바(약 7,500원)짜리 표 한장과

1레바짜리 표 한장을 준다.


그러고도

출발 시간까지 15분 정도 남았길래

터미널 사진을 좀 찍고 버스에 올랐다.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Sofia,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Sofia,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Sofia,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Sofia, Bulgaria)


버스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빈 자리도 많았다.


버스는 제 시간에 출발했고,

2시간을 달려

12시 10분에 "릴라"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소피아 외곽과 소피아 근교의 풍경이 보인다.


마을도 예쁘고

자연도 아름답다.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Sofia,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Sofia,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Sofia,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Sofia,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Sofia,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Sofia, Bulgaria)


"릴라"에 도착해서

승객들과 운전기사가 다들 버스에서 내리길래,

나도 따라 내렸는데,


사진에서 본 릴라 수도원 비슷한 건

어디에도 안 보였다.


거기서 어떻게 가야하는지 몰라

거기 앉아 계신 할아버지께

"여기서 릴라수도원 먼가요?"라고 물었더니

"멀다"

대답하셨다.


내가

"걸어서 갈 수 있나요?" 

질문했더니,


할아버지가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안 된다. 버스 타고 가야한다" 하셨다.


그리고 진짜 딱 그 순간

거짓말처럼

아까 우리 버스를 운전했던 기사 아저씨가

마을 버스보다 좀 작은

봉고차 하나를 몰고 나타났다.


그 버스 앞쪽에는

"릴라-릴라수도원"이라고 써 있었다.


아, 이걸 타고 가면 되는구나.


버스 탈 때 기사아저씨가 나한테 준

그 표 두 장 중 한 장은

"소피아-릴라"표

다른 한장은

"릴라-릴라수도원"표였던 거다.


내가 이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그 미니버스에 오르려고 하니,

기사 아저씨가 35분 후에 출발한다고 했다.


그래서 간이식당에서 커피 마시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릴라-릴라 수도원" 

미니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릴라"라는 마을도 꽤나 정감 있다.


여긴 버스터미널.


(2014년 2월, Rila, Bulgaria)
(2014년 2월, Rila, Bulgaria)
(2014년 2월, Rila, Bulgaria)


멀리 산도 보이는데,

불가리아의 산이 흔히 그렇듯

둥글둥글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4년 2월, Rila, Bulgaria)
(2014년 2월, Rila, Bulgaria)
(2014년 2월, Rila, Bulgaria)


자그마한 소방차도 세워져 있다.


(2014년 2월, Rila, Bulgaria)


산 밑이라

시냇물도 흐른다.


(2014년 2월, Rila, Bulgaria)
(2014년 2월, Rila, Bulgaria)
(2014년 2월, Rila, Bulgaria)
(2014년 2월, Rila, Bulgaria)
(2014년 2월, Rila, Bulgaria)
(2014년 2월, Rila, Bulgaria)


그 미니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산길을 올라가서

거의 30분 만에 릴라 수도원에 도착했다.


버스 안타고

걸어갔으면 큰 일 날뻔했다.


아까 걸어갈 수 있냐는 내 질문에

그 할아버지가 짐짓 놀라는 표정으로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던 게

이제는 이해가 됐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소피아로 가는 버스는

3시에 출발하니

3시까지 입구로 나오라고 했다.


그럼 1시간 30분-40분 정도

여유 시간이 있는 건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입구는 이렇게 생겼다.


가운데 문이 출입구고

입장료는 따로 내지 않고

그냥 들어가면 된다.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입구에 들어가

우선 릴라 수도원을 한번 휘-익 둘러봤다.


꽤 근사하고 예쁘다.


10세기의 이반 릴스키(Иван Рилски)

수도사로 다른 수도원에서 생활하다

홀로 기도하며 지내기 위해서 수도원을 떠나

이곳저곳에서 수양하다가

릴라 산에 칩거하게 되었다.


"이반(Иван)"은 영어이름 John에 해당하고,

"릴스키(Рилски)"는 "릴라(Рила)"의 형용사라,

"릴라의 성 요한"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반 릴스키는

지금의 수도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처음엔 아무런 물적 소유물 없이

그렇게 영적 생활에 몰두하며

혼자 동굴 속에 살았다고 한다.


목동들에게 음식을 얻어먹으며 그렇게 살던

이반 릴스키는 사람들에게 기적을 행하게 되고,

그게 알려지면서

다른 지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를 따르는 수행자들이

만든 곳이 바로

릴라 수도원(Рилският манастир,

Rila Monastery)이라고 한다.


즉,

릴라 수도원의 기반을 닦는 사람으로 나오는

이반 릴스키는

정작 릴라 수도원에 살지는 않았고,

그걸 짓지도 않았다.


이후 14세기 초

흐렐리오(Hrelja, Хрельо)탑

작은 성당이 수도원 안에 추가로 건설되었지만,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게 된 14세기 말부터는

위기를 맞아,

약탈과 방화, 재건이 반복되고,

많은 장서와 성화가 불에 타기도 했다.


그 시기

불가리아 독립운동가, 지식인, 정교회 성직자들이

이 곳에 은신하면서,


릴라 수도원

18-19세기

불가리아 르네상스(Българското възраждане)

의 온상이 되었고,


현재의 릴라 수도원도 대부분,

화재로 손실된 것을

19세기에 재건한 형태로,

19세기 발칸반도의 건축 양식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의 릴라 수도원의 모습이

1000여년 전 처음 지어질 때 모습

그대로는 아니다.


하지난 릴라 수도원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역사적,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3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 되었다.


이건 유네스코 릴라 수도원 페이지,


그리고 이건 릴라 수도원 영문 홈페이지다.


릴라 수도원은 이렇게 생겼다.


닫힌 사각형을 이루는 수도원 건물 안뜰에

커다란 성당이 있고

그 옆에 높은 탑이 서 있다.

 


출처: http://www.robinsonlibrary.com/finearts/architecture/religious/rila.htm



우선 나는 다른 방문객들과 마찬가지로

위 도면의 5번

두프니차 문(Дупнишката порта,

Dupnitsa Gate)으로 들어갔다.


릴라 수도원은 15세기 말

세르비아 공주와 러시아 정교회의 지원을 받아

두프니차에서 온 3형제에 의해 리모델링되는데,

거기서 이름이 기원하는 것 같다.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성당 안에도 들어가 봤다.


밖에는 기하학적 무늬,

안에는 화려한 성화라서

겉모습은 좀 산만하긴 하지만,


[금욕주의자 이반 릴스키는

정작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다.]


성당 내부의 분위기는 경건했다.


비록 동방정교회 신자는 아니지만,

초 3개를 사서

하나는 나를 위해,

하나는 가족을 위해,

하나는 그 밖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했다.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성당 옆에는

위 도면 2번의 흐렐랴 탑(Хрельовата кула, the Tower of Hrelja)이 있는데


흐렐랴

14세기 릴라 수도원 안에

성당과 이 탑을 건설한 봉건 영주이다.


석조건물이어서 그런지

여러번의 화재에도 소실되지 않았고,

19세기에 재건된 이 수도원의 다른 건물과 달리,

이 탑은 14세기 건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딘지 모르게 남다른 아우라를 뿜어낸다.


이 탑의 1층은 기념품 상점인데,

나도 여기서

생각나는 지인 2명과 나 자신을 위한

기념품을 샀다.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날씨도 좋고,

건물도 거대하고 아름다워서,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으며

수도원 뜰을 좀 거닐다가

수도원 박물관을 발견했다.


버스 출발 시간이 별로 오래 안 남았는데,

그 시간에 박물관의 전시물을 다 볼 수 있을까

망설였다.


바로 그 때 그 옆에 창문으로

수도원 바깥 풍경이 보이기에

거기에 우선 가봤다.


그리고 돌아와서

결국은 박물관에 들어갔다.


안보고 가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기도 하고,

막상 딱히 이거보다 중요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였다.


1시간 정도 밖에 안 남았는데

그 시간안에 다 구경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서둘러 구경을 했더니,

그리고 전시물이 아주 많은 건 아니어서,

30-40분 만에 다 보고 나올 수 있었다.


생각보다 재밌는 전시물들이 있었다.


관람하길 잘했다.


이건 박물관 담벽에 붙어 있던

이반 릴스키가 제자들에게 남기는 유언이다.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이건 박물관 입구인데,


이반 릴스키가 사망 후

당시 수도이던 "벨리코 터르노보"로 옮겨졌다가

15세기에 다시 이곳으로 옮겨졌다고 하더니,

아마도 이건 그걸 묘사하는 그림이 아닌가 싶다.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이건 수도원 바깥 풍경.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박물관 입구의 창문에서 보이던

수도원 바깥 풍경을 보러

바깥으로 나갔다.


위 도면의 3번

사모코프 문(Самоковската порта, Samokov Gate)을 통해 나갔다.


사모코프는

19세기 성당의 프레스코를 그린 화가로,

당시 "사모코프 학파"라는

일정한 화풍을 이끈 프레스코의 대가였다.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사모코프 문 바깥은

성스러운 릴라 수도원과 크게 관련 없어 보이는,

흔한

속의 세계다.


식당도 있고, 기념품 샵도 있다.

호텔처럼 보이는 하얀 건물도 있다.


식당에서는 수도원 외벽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긴 했는데,


거기서 보는

수도원 외관이 그렇게 멋지지도 않았고,


주문하고 먹고 하는데

최소 30-40분은 걸릴텐데,


그럴 시간 있으면

박물관을 보는 게 더 낫겠다 싶어,


그냥 기념품 가판대 옆 도넛 가게에서

간단하게 허기를 채웠다.


뭔가 좀 대충 먹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거기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아마 이 길을 통해

릴라산의 다른 쪽으로 갈 수도 있나보다.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 말고는

딱히 멋진 것이 없길래,

그냥 산을 보면서

좀 걷다가

다시 수도원 안으로 들어와서

수도원 안도 여기저기 구경하고

아까 망설였던 박물관도 들어갔다.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시간이 다 되서

수도원을 나오려는데,

어떤 불가리아인 관광객 남녀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길래

나도 그들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그렇게 셀카 아닌

기념 사진도 남기고,

3시 5분전쯤 수도원 밖으로 나왔다.


수도원 입구에 서 있는 미니버스에서는

운전기사 아저씨가

나를 알아보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나는 되웃은 후에

주변을 좀 더 돌아다니며

사진을 한두컷 더 찍고,


딱 3시에 맞춰

버스에 올랐다.


다들 어떻게들 집에 돌아가는지,

아까 올라올 때보다

내려갈 때 사람이 더 없는 것 같다.


(2014년 2월, Rila 수도원, Bulgaria)


이번에도 기사 아저씨는

10레바짜리 한 장,

1레바짜리 한 장

이렇게 티켓 두 장을 주었다.


버스는 역시나 제 시간에 출발했고,

30분 후에

아까 그 "릴라" 시내에 정차했다.


아까처럼 큰 버스로 갈아타고

소피아까지 가겠지 싶어

거기서 내리려 일어섰는데,


운전기사 아저씨랑 다른 사람들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길래

나도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거기에서 휴식하지 않고

사람들이 다 타자마자

버스가 출발했다.


소피아로 돌아가는 길의 산과 풍경들은


이제 눈으로 익숙해진

아는 곳이라서 그런지,


아님 그 때쯤 햇빛이 비춰서 조명발이 좋아 그런지,


아님 그 다음날 한국으로 떠나니

더 아쉬워서 그런지,


릴라 수도원으로 갈 때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Bulgaria)


산이 참 아름답다 생각하며 가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연기가 날아왔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뭔가를 일부로 태우고 있는 것 같았는데,


아름다운 산과

하늘과

맑은 공기의 균형을 깨는

그 회색 연기가 괜히 야속했다.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Bulgaria)


중간중간에

작은 마을에도 멈춰서

소피아 가는 승객을 태웠다.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Bulgaria)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Bulgaria)


역시나 그렇게 1시간 50분을 달려

5시 20분에 소피아 서부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2014년 2월, Rila 수도원 가는 길, Bulgaria)


고정된 버스 시간 때문에

릴라 수도원의 체류 시간이

너무 짧아지는 건 아쉬웠지만,

그렇게 일찍 오니

하루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

한국으로 떠나기전

마지막으로 소피아 시내를 둘러볼 여유도 생겼다.




릴라 수도원 다녀오고 나서,

나중에 서울에서 만난

동방정교도 ㅎ과

종교에 관심 많은 ㅈ에게

릴라 수도원에서 산 기념품을 선물했다.


내가 소피아 있을 때

ㅎ은 옆나라 그리스에서

6-7개월째 체류중이었는데,

내가 소피아 있는 동안

불가리아 놀러오려고 하다가

비자인가 거주자 등록인가가 생각보다 오래 걸려

결국 오지 못했다.


처음에는

ㅎ이 소피아에 곧 오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나중에는

내가 없을 때라도

불가리아 오게 되면 들르라는 의미로,

내가 뭔가 중요한 장소를 갈 때면

카톡으로 메시지도 보내고 사진도 보냈었는데,


그래서 "릴라 수도원"의 존재 역시

그렇게 ㅎ에게 알렸었는데,


몇달 후 서울에서 만난 ㅎ이

얼마전에 TV에서 릴라 수도원 나오는 것 봤다며,

그 때 소피아 들러서

릴라 수도원 갔었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했다고 말했다.


내 기억에

사실 그건 ㅎ의 잘못이나 적극적인 선택이 아니라,

그리스 정부의 행정적 절차의 문제였는데,

시간이 흐르면 그 후회의 화살이

자신에게 향하나보다.


아무튼 그때는

ㅎ가 동방정교도라

TV 화면 속

"릴라 수도원"이 특별하게 다가와서

그렇게 자기 잘못도 아닌걸 후회하나보다 했었다.


그런데 올해 5월에 오랫만에 만난,

여름에 유럽 여행을 할 계획이었던 지인이

"릴라 수도원"에 가볼려고 한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시간이 없어

자세한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아마 그도 TV나 사진에서 봤나보다.


나는 "릴라 수도원"이 예뻐서만 간게 아니고,

갔다 와서도

수도원만큼이나

수도원 가는 길의 마을과 자연이

기억에 남는데,


그래서 "릴라 수도원"을 예쁜 관광지로만

기억하진 않는데,


아마 사람들에게는

 "릴라 수도원"의 예사롭지 않은 비주얼이

꽤 매력적으로 느껴지나보다.


그러고보면,

소피아 근처에서

"릴라 수도원" 만큼

한 눈에 멋지고 이국적이고 독특하면서

또 포토제닉한 관광지가 없다.


물론 사진발만 좋은 건 아니고,

직접 봐도 근사하다.


비록 "릴라 수도원"이 가진 가치가

그렇게 "멋진 외모"만은 아니지만,


그것의 역사적, 종교적, 민족적 의미가,

그리고 이반 릴스키의

금욕적인 종교 생활

불가리아인에겐

어쩜 몇 만배는 중요한지 모르지만,


그리고 나한텐

거기 가는 길에서 만난,

한국에 돌아오는 걸 무지 아쉽게 만들었던

정감있는 근사한 풍경이 더 기억에 남지만,


그래도 그렇게나마

불가리아가 가진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알게 되는 건

반가운 일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좋은 걸

혼자 알고 있는 건 짜릿한 일이지만,


그 좋은 걸 공유하는 건

또 뭔가 다른 차원의 행복감을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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