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 구시가광장 재즈 페스티벌
(Międzynarodowy Plenerowy Festiwal Jazz)
여름의 바르샤바는 4계절 중
날씨가 가장 좋기 때문에
야외에서 하는 행사도 많은데,
그런 행사의 거의 대부분은 무료 입장이다.
2008년, 2013년 여름에 갔을 때는
6월말~7월초에 걸쳐
거리예술(Sztuka ulicy) 축제가
바르샤바 여기저기에서 펼쳐졌었다.
(2008년 6월, Centrum, Warszawa)
(2008년 6월, Warszawa)
(2008년 6월, Centrum, Warszawa)
(2008년 6월, Centrum, Warszawa)
(2008년 6월, Zamkowy Square, Warszawa)
(2008년 6월, Zamkowy Square, Warszawa)
(2013년 7월, Warszawa)
(2013년 7월, Zamkowy Square, Warszawa)
(2013년 7월, Zamkowy Square, Warszawa)
(2013년 7월, Zamkowy Square, Warszawa)
(2013년 7월, Zamkowy Square, Warszawa)
(2013년 7월, Zamkowy Square, Warszawa)
(2013년 7월, Zamkowy Square, Warszawa)그런데 2016년에 갔을 때는 그 행사가 없었다.
올해만 없었던 건지,
이제는 안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2016년 7월에 크라쿠프에 갔을 때
"거리예술"축제를 알리는 포스터를 본적이 있는데,
바르샤바에서 하던 걸 크라쿠프로 옮긴건가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따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게 그건지
아니면 다른 별도의 행사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현대 예술인데다가 거리예술이니,
정확하게 잘 이해가 안 되는
난해한 행위예술이 많았지만,
그래도 계획에 없이 그냥 지나가다 마주친,
예상치 못한 공연을 감상하는
그런 흔치 않은 경험 자체가 사실 짜릿했는데,
이번엔 그게 없어서 좀 아쉬웠다.
하지만 혹시 그게 폐지되었다 해도
바르샤바의 여름은 많은 야외행사들로 가득한데,
바르샤바에서 여름에 하는 야외행사들은
대체로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년동안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와지엔키 쇼팽 콘서트", "야외영화제"
그리고 "구시가광장 재즈 페스티벌"일 것이다.
구시가광장 재즈 페스티벌(Międzynarodowy Plenerowy Festiwal Jazz Na Starówce)
은 2016년에 22회가 되는,
벌써 22년째 이어오는 연례행사인데,
매년 7월 첫주 토요일부터 8월 마지막 토요일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 7시에
바르샤바
구시가광장(Rynek starego miasta)에서 시작하여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반정도 진행되며
(가끔 2시간 정도 하는 팀도 있다)
공식명칭은
Międzynarodowy Plenerowy Festiwal Jazz Na Starówce(구시가광장 국제야외재즈페스티벌)이지만,
그냥 Koncert Jazzowy Na Starówce(구시가광장 재즈 콘서트)라고들 부른다.
바르샤바의 주요 행사이고,
더군다나 구시가 광장에서 벌어지는 행사이니,
로고엔 어김없이 칼과 방패를 든 인어가 등장한다.
관객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밖에 없는
야외행사인데다가,
또 아무 때나 들어와서 듣다가
또 아무 때나 빠져나갈 수 있는
그런
공연장의 시간적, 공간적 경계가 없는
무료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바르샤바 시민들의 재즈 음악 감상 태도는
사뭇 진지하다.
요새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녹화를 하지만,
몇년 전만 해도
점잖은 바르샤바 시민들은
그런 부수적인 행위를 안하고,
그냥 정말 진지하게
재즈음악 감상에 몰두하는 분위기라서,
어디선가 사진 포커스를 맞추거나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나면,
아무말 없이
강한 눈빛으로 주의를 주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요새는 사진을 찍거나 비디오를 찍는 것에
눈총을 주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시끄럽게 말하거나,
전화벨이 울리거나,
그밖에
감상을 방해하는 어떤 눈에 띄는 행위를 하면,
어김없이 여러 개의 눈화살이 날아와 꽂힌다.
가끔씩 흥겨운 템포의 재즈 음악이 연주되면,
음악을 타면서
가볍게 몸을 흔들흔들 하는 사람은 있지만,
그나마 그런 사람들도 그렇게 많지 않고,
눈에 크게 띄게 몸을 흔든다거나,
시끄럽게 노래를 따라 부른다거나
하는 사람은 없다.
가끔 아이들을 동반한 경우도 있는데,
아이들도 꽤 조용하고 얌전한 편이다.
심지어 함께 온 애완동물들마저도 매우 얌전하다.
(2016년 7월, Old Town, Warszawa)'자유'가
그걸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어일 수 있는
재즈 음악의 감상 분위기가 매우 진지하고
사뭇 정적이라는 게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
사실
그런 식의 조금 진지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재즈콘서트에서
정작 재즈 "음악"은 빠진 채,
그냥 "느슨한 자유"만 떠돌아다니는
그런
(한국 무료 야외행사에서 드믈지 않게 만나게 되는)
고성방가, 음주가무 및 사교의 장에
재즈음악이 배경으로 깔리는
분위기가 되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다.
이 바르샤바 구시가광장 재즈 페스티벌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재즈 음악"이다.
여기서 재즈가 주는 "자유"는
내 몸을 아무렇게나 움직이고,
내 몸이 원하는 것들을 할 수 있는
그런 외적인 자유라기 보다는,
탁트인 하늘 위로 날아가는 새들을 보며
재즈 음악에 빠져들어가면서 느끼는 내적인 자유다.
비가 오면,
그냥 서서
우산을 쓰거나 우산을 쓰지 않은 채로
비를 맞으면서
재즈 음악을 감상하는데,
또
재즈가 비랑 궁합이 워낙 잘 맞아서
그것 또한 나쁘지 않다.
또 7월초에서 8월말까지
매주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해가 점점 짧아져서,
같은 시간이어도
7월초에는 "환한 낮"에 공연을 감상하고,
8월말엔 "어두운 저녁"에 공연을 감상하게 되는데,
역시나
낮의 재즈와
밤의 재즈
모두 근사하다.
비록 관객들에게 입장료로 수익을 챙기는 공연은 아니지만,
"국제"적인 행사인만큼,
폴란드의 재즈뮤지션뿐 아니라
외국의 재즈 뮤지션들도 많이 출연하고,
비록
재즈 전문가의 정확한 평가를 덧붙일 순 없지만,
적어도 아마츄어 애호가인 내가 보기에는,
연주 기교가 뛰어나고
감정이 풍부하게 표현되는
꽤나 수준 높은 좋은 연주를 선보인다.
재즈뮤지션들의 국적이 매우 다양할 뿐 아니라,
재즈 음악 자체의 장르도 매우 다양하다.
보컬이 들어간 음악도 있고,
전혀 보컬이 없이 연주만 계속하는 그런 팀도 있고,
끈적한 여름에 걸맞는 보사노바 음악도 있고,
약간 나른한 뉴에이지의 옷을 입은 재즈도 있고,
약간 클래식 음악의 변주같은 연주도 있으며,
전통 민속음악과 결합된 재즈 음악도 있고,
그냥 전통 재즈음악도 있다.
귀에 익은
기존의 재즈 넘버들을 연주하는 팀들도 있고,
전혀 새로운
자신만의 재즈 음악을 연주하는 팀들도 있고,
귀에 익은 다른 장르의 음악을
재즈로 편곡하여 연주하는 팀들도 있다.
따라서
한번 가봤다고 해서
그 다음부터 안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도시에 갈 일이 있거나
다른 약속이 있는 게 아니라면,
바르샤바에 머무는 동안은
토요일 저녁마다 "재즈"를 들으러 갔고,
2013년에는 마침 토요일 끼고
바르샤바에 놀러온 후배랑도 함께 갔는데,
그 후배도 무척 좋아했었다.
연주 수준도 높고,
레퍼토리도 다채롭고,
관객들의 감상태도도 수준 있고,
그 음악을 들으며 느끼는 내적인 자유도 좋고,
그러면서 올려다보는 하늘도 아름답고,
구시가광장을 둘러싼 알록달록 건물들도 아름답고,
구시가광장 가운데 서 있는 인어 동상 밑에서
품어나오는 물소리마저도 아름답다.
공연이 끝나면
항상 만족스러움과 아쉬움이
마구 교차되는 경험을 하곤 했다.
그 중 몇몇 공연의 사진과 영상은 다음과 같다.
[2008년 7월 12일 Tony Lakatos - Tribute To Antonio Carlos Jobim]
(2008년 7월, Old Town, Warszawa)
(2008년 7월, Old Town, Warszawa)
(2008년 7월, Old Town, Warszawa)[2008년 7월 19일 Benni Chawes Quintet]
(2008년 7월, Old Town, Warszawa)
(2008년 7월, Old Town, Warszawa)[2013년 7월 13일 Jacky Terrasson Trio]
(2013년 7월, Old Town, Warszawa)
(2013년 7월, Old Town, Warszawa)
(2013년 7월, Old Town, Warszawa)
(2013년 7월, Old Town, Warszawa)
(2013년 7월, Old Town, Warszawa)
(2013년 7월, Old Town, Warszawa)
(2013년 7월, Old Town, Warszawa)동영상
[2013년 8월 3일 Enrico Pieranunzi Trio]
(2013년 8월, Old Town, Warszawa)
(2013년 8월, Old Town, Warszawa)
(2013년 8월 Old Town, Warszawa)
(2013년 8월, Old Town, Warszawa)[2013년 8월 10일 Jorge Pardo Trio]
(2013년 8월, Old Town, Warszawa)[2016년 7월 2일 Bireli Lagrene Trio (France)]
(2016년 7월 Old Town, Warszawa)
(2016년 7월, Old Town, Warszawa)
(2016년 7월, Old Town, Warszawa)
(2016년 7월 Old Town, Warszawa)동영상
[2016년 7월 9일 Vladislav „Adzik” Sendecki Polish Blue Note Quartet (Poland)]
(2016년 7월, Old Town, Warszawa)
(2016년 7월,Old Town, Warszawa )
(2016년 7월, Old Town, Warszawa)
(2016년 7월, Old Town, Warszawa)동영상
[2016년 7월 16일 David Helbock Trio feat. Simon Frick Project (Austria)]
(2016년 7월, Old Town, Warszawa)
(2016년 7월, Old Town, Warszawa)동영상
[2016년 8월 20일 Adam Bałdych & Helge Lien Trio - „Bridges” (Poland / Norway)]
동영상
이 날은 이 공연 보기 전에
좀 많은 일을 하고
좀 많이 돌아다닌 관계로
좀 피곤해서
광장 가운데에서 서서 듣다가
구석으로 걸어 나와서
벤치에 앉았다.
이 날따라 공연은 길었고,
해가 완전히 저물 때까지 콘서트가 계속되었는데,
공연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약간 비켜서서
시각이 차단된 채
아니
시선을 좀 더 넓은 공간에 풀어놓은 채
음악만 듣는 것도 사실 나쁘지 않았다.
뭔가 느슨하고 편안한 느낌이면서도,
새로운 시도라서 그런지
여전히 감각은 약간 긴장하며 깨어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