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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Feb 08. 2018

불가리아 밖 구경 5: 비잔틴 도시 테살로니키 속구경

불가리아 지근거리 그리스 테살로니키 둘째날

 
본의 아니게 아테네에서
너무 전투적으로 관광을 해서
테살로니키에선 조금 "쉬엄쉬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좀 여유 있게 11시에 ㅎ이랑 만나서 

박물관에 가기로 했는데,

7시에는 하루를 시작해야 했던
아테네 강행군의 여파인지

또 생각보다 일찍 잠이 깨서

아침 먹고 준비 다 하고 났더니, 

1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그냥 좀 일찍 만나자고 할까 하다가,

ㅎ도 좀 쉴 시간을 주고,
나도 테살로니키에 대해 "공부" 좀 해야겠다 싶어
스마트폰 여행 어플리케이션을 보다가
11시에 맞춰 ㅎ를 만나러 갔다.
 

ㅎ를 만나 내가 이 얘기를 했더니
자기도 일찍 일어났는데
그냥 전화하지 그랬냐고 그런다.
 
그 때는 그냥 테살로니키라는 도시에 대해

좀 더 알고 싶기도 하고,

또 ㅎ에게 부담 줄까봐 연락 못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리스는 관광지가 다들 

일찍 열고 일찍 닫는 시스템이어서

무조건 일찍 시작하고 보는 게 맞는 것 같긴 하다.


아무튼 첫날은 그냥 겉모습만 쭉 둘러봤다면

둘째날은 테살로니키와 그리스의 

좀 더 “안쪽”을 들여다봤다.




숙소에서 박물관 가는 길에 있던

아래 사진 속 건물 위에 표시된 그림은

고대 마케도니아의 상징인데,

그 밑에 써 있는 글씨는

"마케도니아는 그리스다" 뭐 그런 의미란다.


지난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을 두고

국가 "마케도니아"와 갈등이 있던,

지역 "마케도니아"를 가진 그리스의 주장을

적어 놓은 셈이다.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한국에서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을 둘러싼

국제갈등에 대해 들었을 때는,

좀 더 큰 나라 "그리스"보다는

작은 나라 "마케도니아"에 감정이입 되면서,

결국 그 나라도 역사적으로 

마케도니아이긴 마케도니아였는데

그 명칭을 좀 쓰면 어떤가 생각했었는데,


테살로니키 가서 저런 글도 보고, 

또 이곳의 역사도 알고 보면,

그리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예를 들어 중국 북쪽의 어떤 지역이 독립하면서

그들 조상이 그 출신이라며,

"발해"나 "고구려"를 국명으로 삼거나,

일본의 어떤 지역이 독립하면서

"신라"나 "가야"를 국명으로 삼는 것이니 말이다.


이런 국제적으론 종결되었으나,

그리스 내부에선 계속 진행중인

국제적 갈등뿐 아니라,

뭔지 모르지만,

아마도 그리스 내부 갈등을 드러내는 것 같은

그런 문구들도 거리에 걸려있다.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지난 포스트에서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테살로니키는 "비잔틴 문화"가 융성했던 곳이어서
가장 중요한 박물관이

비잔틴 문화 박물관(Museum of Byzantine Culture) 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엔 "왠 비잔틴 박물관?" 그랬는데,


비잔틴 시대 제1의 도시는 콘스탄티노플이었지만,
현재는 이스탐불로 

비그리스도교 국가인 터키의 영토 안에 있으니,

비잔틴 제2도시였던 테살로니키에

"비잔틴 문화 박물관"이 있는 건

어쩜 매우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아마도 테살로니키 3번째 날이었던 것 같은데,

ㅎ의 통역을 통해,

그리스인 대부님이

아테네는 "이교도"의 도시고,

테살로니키는 그리스도교 도시라고,

그래서 아테네 별거 아닌 것처럼 말하는 걸 들었다.


그게 테살로니키인들만의 생각인지,

혹은 나이든 세대만의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난 그리스하면 당연히 "그리스 신화"나

"고대 그리스", 그리고 "아테네"를 떠올렸는데,

그리스에 와서 그리스인을 만나니

어쨌든 그리스 밖에서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그런 새로운 관점을 접하게 된다.


아무튼 이렇게 커다란 비잔틴 박물관을 지은 걸 보면,

그리스인에게 비잔틴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고,

비잔틴 제2도시였던 테살로니키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1994년에 건설된 이 박물관은

어딘지 모르게 예스러우면서 또 매우 현대적인

건물 자체도 근사하고,
전시된 내용도 풍부하고 알차다.


고고학박물관도 입장할 수 있는 패키지표가 있는 걸
ㅎ이 알려줘서 그 표를 샀고,
다음 날 아침 일정은 자연스럽게
"고고학박물관"으로 정해졌다.


여기서는 ㅎ가 알아서 물어봐주고

알려주고 챙겨주니까 참 편하다.


2018년 현재는 일반 15유로, 할인 8유로를 내면,

고고학 박물관과 하얀 탑, 로마 아고라 박물관까지

입장할 수 있는 보다 확장된 패키지 표가 있다.


비잔틴 문화 박물관의 입장시간은 

4월부터 10월까지 8:00-20:00,

11월부터 3월까지 09:00-16:00.


그 밖에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



이 박물관은

우리가 흔히 그냥 "비잔틴"으로 알고 있는,

그리스도교에 기반한 중세 그리스제국의 역사를

시기별로 나누어 보여주고 있다.


그리스도교가 공인되기 전부터,

그리스도교가 공인된 이후 발전한 시기,

동방정교와 가톨릭으로 분리된 시기,

비잔틴제국이 몰락, 붕괴한 시기 등을

십여개로 구분하여

당시의 유물을 전시하고 또 설명하고 있다.


박물관에서 내가 항상 그랬던 건 아닌데,
오히려 대체로 설명문이 너무 어려워서
읽지 않고 보기만 하면서

대충 건너뛰기 다반사였는데,
그리스 가서는 전시 설명글을 열심히 읽었다.
 
아마도 여행 어플리케이션에 나오는
문어체 영어 설명에 익숙해져서
"박물관 영어"가 별로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거나,
 
그리스 박물관들이 설명을 잘 쓰거나,


어쩌면 모르는 내용이 너무 많아

뭘 읽어도 새로워, 재밌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리스 이후에 나는 다른 박물관에 가서도

설명을 매우 열심히 읽는 사람이 되었고,

이제는 그런 식의 관람이 꽤 몸에 배었다.


아무튼 "비잔틴 문화 박물관"에서도 설명 다 읽고

내가 이해한 것 ㅎ에게 다시 얘기도 하면서,
 
ㅎ의 동생은 30분 만에 다 보고 나왔다는
그 박물관을 2시간 조금 넘게 봤다.
 
전시를 실제로 보기 시작한 건 11시 반쯤이니까,
1시 40분이나 45분쯤 다 보고 나왔던 것같다.
 
ㅎ는 이미 여러번 가봤기 때문에

전날 내가 그냥 나 혼자 볼테니,
다 보고 만나자고 했는데도 
같이 보겠다더니

나의 꼼꼼한 관람과 느린 속도에 좀 지친 것 같았다. 


내가 그렇게 오래 볼 거라고 생각 못하고

ㅎ는 11시에 

비잔틴 문화박물관 가자고 했을텐데,


박물관 관람에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어

서둘러 다음 일정으로 넘어갔다.


그리스는 관광지가 대체로
일찍 문을 열고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시간 잘 체크해서 서둘러 입장해야 한다.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이건 비잔틴 문화 박물관 건너편에 있던 

그리스정교 성당이다.


같은 동방정교인데, 

러시아, 불가리아, 그리스 정교의 성당 건물이

다 다른 게 정말 신기하다.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다음 우리 목적지는 하얀 탑(White Tower).


구글에는 그리스어를 그대로 음차하여

레프고스 피르고스(Λευκός Πύργος )라 표기하고, 

영어 명칭을 음차하여 화이트 타워라고 쓰기도 한다.


그 전날 ㅎ의 그리스인 대부님이 가이드해주실 때
그게 테살로니키의 상징이라고 했고,
실제로 테살로니키 여기저기에 

그걸 형상화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원래는 좀 더 큰 성채의 일부였으나,
나중에 성채의 다른 부분들은 없어지고
그것만 남았다는데,

단단한 둥근 기둥 모양으로
해변가 니키스(Nikis) 거리에 우뚝 솟아있다.

12세기 비잔틴 시대에 건설되었고,
15C부터 400년간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을 때는
감옥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가,


독립후 20세기 초반 탑의 표면을 하얗게 만들면서,
하얀 탑(White tower)이라는 이름을 얻었단다.


비록 밝긴 빛이긴 하지만

이름처럼 그렇게 새하얀 탑은 아니다.


비잔틴 문화 박물관하얀 탑은 무지 가까와서
사진 찍으면서 천천히 갔는데도
거의 15-20분 만에 입구에 다달았다.


입장료는 일반 3유로, 할인 2유로.

(일반 15유로, 할인 10유로 패키지 티켓을 사면

다른 박물관과 더불어 여기도 입장할 수 있다.)


개장 시간은 화-일요일 08:30-15:00.

 
매표소에서 표 살 때 탑은 3시까지 연다고

그 전에 보고 내려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각 층에는 중앙의 둥근 공간에 전시물이 있고,
아마도 오스만제국 시기에 감옥이었을 

그 주변에 있는 작은 방들에 또 작은 전시들이 있었다.
 
"다행히" 거기 전시된 내용은

그리스어로만 쓰여 있어서, 
이제 더 이상 읽지 않고
그냥 그림만 쓰-윽 보면서 올라갔다.
 
ㅎ가 말해준 내용도 대체로
그리스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들이 봤을 때
재밌을 만한 그런 근현대사이었던 것 같다.
 
만약 영어로 쓰여 있어서 다 읽으면서 올라갔음
옥상에 채 올라가기도 전에
시간 다 되서 내려왔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큰 방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방엔

작은 창문이 있어 바다와 주변 경관이 보이긴 하는데,

그 방이 너무 작은 공간인데다가, 

창문도 너무 작아서 그런지 

빛이 들어와도 어두웠다.


거기에 갇혀 자유를 꿈꿨을 죄수들이 생각나서
기분이 좀 이상해서 

들어갔다 얼른 나오곤 했다.
 
만약에 죄수들에게 그 창이 개방되어 있었다면,
그 바깥 풍경 때문에 더 강하게 자유를 꿈꿨을꺼고,
만약에 그 창이 개방되어 있지 않았다면
정말 완벽한 감옥이었을 것 같다.
 
바로 몇 센티미터 옆에

그런 아름다움이 있는 걸 모르고
갇혀 있어야 한다니 말이다.
 
암튼 그래서 전시물은 열심히 보지 않았지만,
하얀 탑은 매우 굳건하게 지어진 돌탑이어서
돌탑 자체도 매우 아름다운 데다가
그 돌계단에 나 있는 창으로

아름다운 풍경들이 보여서
올라가면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날씨도 이 날은 그렇게 화창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옥상에 도착했는데,
거기서 보는 바다도 너무 멋지고,
테살로니키 시내도 무지 근사하다.
 
ㅎ 말대로 거기서 그냥 바다만 바라봐도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생겼다.
 
'정말 너무 좋다'를 연발하며
사진을 계속 찍다가 밖으로 나왔다.


사실 비잔틴 시대에 만들어지긴 했어도

이 탑이 특별히 비잔틴스러운 것 같진 않다.


비잔틴과 큰 관련 없는 폴란드 그단스크에서도,

크라쿠프에서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도,

체코 프라하나 체스키 크룸루프에서도

비슷하게 생긴 두꺼운 돌탑을 본 것 같다.


그냥 유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중세식 석조 건물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에게해변의 모퉁이라는 그 지리적 위치가

이 하얀 탑을 푸른 하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시각적으로 무척 두드러지게 하고,

또 이것이 수백년간 겪은 극적인 역사가

이것을 매우 특별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 같다.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우리가 거기서 나온 게

2시 40-50분이었을것 같은데,
그 때 탑을 올라가려다가 
그냥 나가는 사람들이 몇 명 보였다.
 
언뜻 그리스 사람들인 거 같았는데,
그리스 사람들도 대체로

관광지는 3시에 개방이 끝난다는 걸 모르는걸까?
 
하얀 탑에서 나와서
이제는 테살로니키에서 가장 큰
성 소피아 성당 쪽으로 갔는데,
거기는 몇 시에 여는지 닫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그냥 닫혀 있었다.
 

소피라 성당 옆 지하에 성당이 하나 있는데,

세례자 요한 성당(Church/Baptistery/Catacombs John the baptist)이다.


이곳에 샘이 있어서

테살로니키 사람들이 이곳에서 세례를 받았다고 하고

지금도 세례식을 한다고 하는데,

다른 건물보다 좀 아래 쪽에 자리잡은,

좀 숨겨진 장소여서 그런지

초기 교회의 카타콤이기도 했다고 한다.


신약성경에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도 있듯이

테살로니키가 초기 그리스도교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는데,

그걸 잊고 있다가
이 "카타콤"에 가니 새삼 그 사실을 상기하며

괜히 숙연해졌다.


여긴 작고 소박한 곳이라

특별히 오래 머물거나 

특별히 무언가를 하진 않았는데도,

이상한 존재감이 있어서

나중에 한국에 와서도 

가끔씩 이 곳이 기억이 나곤 한다.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세례자 요한 성당에서 나와 

그 옆에 있는 카페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리스식 샐러드와 무지 단 초콜릿 빵을 먹었는데
양도 푸짐하고 맛도 좋았다.

그리고 카페 안 한 가득 햇볕이 들어오는데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여기는 햇볕도 푸짐하고 맛있다.


그 비현실적으로 눈부신 햇살에

내가 있는 그리스가 현실이 아닌 마치 꿈속 같다.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이제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성 데메트리우스 성당.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으며, 
그 도시의 수호 성인의 성당이다.


성당 내부의 키보리움(ciborium)이라 불리는

독특한 성전/예배당과 

지하에 있는 크립트(crypt)가 유명한데,

키보리움은 성당 안 왼쪽 공간에 있어서

들어가면 그냥 볼 수 있고,

크립트는 지하에 내려가야 한다.

내가 지하 무덤 보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니,

ㅎ도 안 좋아한다고 해서 그건 건너뛰기로 했다.
 
우리가 성당에 들어갔을 때
마침 저녁기도인 "만과"가 진행되고 있었다.


동방정교의 하루는 "만과"로 시작되어,

매우 중요한 기도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별로 없었지만,

원래 "만과" 가 그런건지

이 성당 분위기가 그런건지
분위기가 숙연하고 경건하다.


나는 이름만 들어보고 처음 직접 접하는 

"만과"라는 의식을 

그냥 신기하게 지켜봤고
동방정교도 ㅎ는 같이 기도에 참여했다.
 
나한테는 그것도 매우 특별한 경험이라
그거 끝날 때까지 
거기 계속 앉아 있어도 될 것 같은데,
 
손님을 "접대"하는 마음은 그렇지 않았는지,
해지기 전에 어서 "성"을 보러 가자고 했다.
 
"만과" 더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내가 물으니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성 데메트리오스 성당에서 나와서
버스를 타고 성을 보러 가려고,
그 건너편에 있는 가판대에 갔다.
 
버스표를 달라고 말하던 ㅎ의 손가락을 감싼
묵주반지를 본 가판대 점원이
정교도냐고 물어봤나 보다.
 
그러면서 둘이 매우 반갑게 그리스어로 얘기하는 걸
난 옆에서 듣고 있는데,
얘기 중에 '세르비아' 뭐 그러는 걸 얼핏 들었다.
 
점원이 나를 보면서 나에 대해 묻는 것 같길래,  
소피아에서 불가리아어 공부하고 있는데
잠깐 그리스 놀러 왔다고,

여러 슬라브어 비교 연구 하고 있다고 

영어로 말했다.

 
난 속으로 이름도 모르는 낯선 사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말했나 했는데,
 
그녀는 박사과정인데 

여기서 일주일에 3번인가 4번인가
이렇게 일하고 있다는 얘기를 영어로 했다.
 
그리고 그리스 사람들이 정교를 많이 믿지 않고,
러시아인들이 신앙심이 더 두터운 것 같다는 둥,
뭐 그런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내가 슬라브어 비교연구하고 있다고 하니,
자기 이메일 적어주며 

세르비아어에 대해 궁금한 것 있음 연락하라고 했다.
 

우리가 타야하는 버스는 두 대나 지나갔고,
ㅎ이랑 그 사람은 따로 연락하겠다며
인사하고 헤어졌다.
 
나중에 ㅎ한테 물어보니
여기서 신학 박사과정 중에 있는 사람이고,
세르비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다는데,
둘이 함께 아는 신학과 교수님이 있어서
그렇게 반갑게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분 다시 만날거냐고 했더니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근데 뭘 그렇게 열심히 이야기를 한 거지?

생각했는데,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

그리스사람들이 보통 그런 식으로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단다.


그리스에 몇 개월 있으면서

그리스어를 배우다보니,

ㅎ도 그리스인을 닮게 된거다.


근데 그런 거 낯설긴 해도 

좋아보였다.


특별히 계산하거나 많은 것을 고려하지 않고,

낯선 사람과도 쉽게 말을 하고 

오래 안 사이 아니어도 

말이 통하면 금방 친해지는 문화 좀 부럽다.


자연스럽게 편안한 

Greek hospitality도 

이런 사회적 관계에 기반하고 있는 것 같다.

 

암튼 그렇게 신기한 구경을 한 나는 

버스를 타고 ㅎ와 함께 북쪽 성곽쪽으로 갔다.
가는 도중에 벌써 해는 지고 있었다.
 
그래도 조금 남은 해의 도움으로 사진을 찍고 하면서
북쪽 성곽에서 야경도 감상했다.
 
전날 낮에 갔을 때도 좋았는데 

범에도 정말 근사했다.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우리에게는 아직 일정 하나가 더 남아 있었다.
 
대부님이 그 날 그리스 음악 들으러 가자고 했는데,
거긴 9시 넘어서 가서
새벽 2시까지 있을 거라고 했었다.
 
그래서 ㅎ는 버스타고 잠깐 집에 가고,
난 테살로니키의 마지막 밤에 야경도 더 보면서
좀 더 돌아다니고 싶어,

난 그냥 혼자 좀 더 걷기로 했다.
 
북쪽 성에서 도심으로 내려오는 길은
가로등이 밝진 않았지만,
위험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버스가 꼬불꼬불 올라갔던 그 길을 되돌아 

나는 다시 꼬불꼬불 내려왔다.
 
사진으로 그대로 다 담을 수 없었지만

야경도 정말 근사했다.
 
그리고 우리 숙소에서 거기까지 대강 30-40분 정도면
올라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아마 나 혼자 왔음 거기 3일 내내 올라갔을거다.
 
그렇게 북쪽 성에서 도심으로 내려와서
마지막으로 해변가를 좀 더 걸어보기로 했다.
 
ㅎ와 대부님을
9시 반에 내 숙소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거기 한 번 걸어갔다오면 얼추 시간이 맞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해변가 산책은 정말 멋졌다.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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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2014년 1월, Thessaloniki, Greece)



그렇게 산책하다가
약속 장소에서 ㅎ와 대부님을 만나
그리스 음악이 나오는 식당에 갔다.
 

대부님 친구들과 함께 한다고 해서
대부님 연배의 어르신들이 계실 줄 알았더니,
20대부터 50대 정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7-8명 정도 앉아 있다.

낯선 사람들과 쉽게 터넣고 이야기를 할뿐 아니라,

여기선 나이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또 쉽게 친구가 되는거다.


내가 그리스에서 찍은 여러 사진을 보여줬는데

내 친구가 나중에 유독 여기서 찍은

기념사진을 꼭 찝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했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친구가 되는 것도 좋아 보이고,

사진 속의 사람들의 따뜻한 분위기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나보다.

 
ㅎ도 그 친구분들을 만난 적은 없다고 했으니,
우리 둘의 등장에 그 친구들도 좀 놀란 듯한 분위기.
 
그래도 처음 만난 사람하고도 금방 친해지는
그리스인들의 특성상
어색함은 금새 약해지고,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아주 따뜻하고 좋았다.
 
그 대부님과 친구들이 만난 장소는 일종의 bar 같았는데,

한편에서 계속 라이브로 그리스 음악을 연주했다.


가사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그리스 전통 악기 '부주끼'와 기타로 연주하는
그 음악이 참 듣기 좋았다.
 
예전에 한참 발칸 음악 열심히 들었었는데,

한국에서 그걸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곳은

고란 브레고비치의 내한 콘서트 공연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한국 뿐 아니라 
그리스 밖, 발칸반도 밖에서 이런 음악 들으려면
엄청난 입장권을 지불해야할텐데,
대부님 덕분에 정말 제대로 호사를 누렸다.
 
음식도 역시나 맛있었고,
역시나 이번에도 배 터지게 먹었다.
 
담날 회사를 가야 하는 대부님 친구들은
12시쯤 다들 집에 갔고
우리는 좀 더 앉아 있다가 12시 반 쯤 나왔다.
 
그렇게 ㅎ 덕분에 이것저것 겉구경도 하고

여행자들은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속구경도 하면서,
정말 알찬 하루를 보냈다.


함께 동행할 시간과 의향이 있는

아는 사람이 있는 곳을 여행하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실감했다.

ㅎ가 아니었으면,

그냥 겉만 구경하다 왔을텐데, 

덕분에 테살로니키 안까지 보고 온 기분이다.


그리고 그래서 나에게 테살로니키는 

볼 것 많은 아테네보다 더 특별한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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