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도 현재도 겉보기보다 복잡한 크로아티아
나는 아직 보지 않았지만,
그리고 아마 당분간은 안 볼 것 같지만,
몇년 전 인기TV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이후
이제 크로아티아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관광지가 된 것 같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 만나는 동양인 단체관광객은
거의다 중국인이고,
혼자 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들이 섞여 있던 거 같은데,
(사실 그들의 국적은 이제 외모만 봐서는
구별이 안가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 동양인이라 싶은 사람을 보면
단체 관광객이든 개별 관광객이든
거의 다 한국인이다.
한국인 관광객을 “유혹하기 위해”
바깥에 한국어를 써놓은 가게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여긴 자그레브(Zagreb) 시내
아래 사진은 너무 작아서 안 보일 수도 있는데,
나무 창문 왼쪽에
입구, 음식과 음료
라고 써 있다.
여긴 스플리트(Split).
아마 내가 사진을 안 찍은 거 같은데,
두브로브니크 구시가 안에서도 역시
한국어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같은
인사를 하는 크로아티아인도 만날 수 있다.
두브로브니크에선
“맛있어요” 혹은
지금은 기억이 정확하게 나지 않는,
좀 더 긴 문장의 한국어로
호객행위하는 크로아티아 사람들도 봤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내부적으로 자평하는 것처럼,
한국인이 “미개하진” 않은지,
크로아티아인들이 한국인에 대해 갖는 이미지는
꽤 좋은 편이다.
두브로브니크에 머물 때 숙소 주인이랑 얘기하다가
유명 여배우들이 출연한 한국 리얼리티 쇼 때문에
한국인들이 크로아티아에 많이 오게 됐다고 했더니,
그 프로그램에 감사해야 한다고,
한국인이 많이 와서 정말 좋다고,
한국인들 다들 너무 괜찮다고,
외모도 괜찮고, 나이스하다고,
자기도 곧 한국에 놀러갈 계획이라고까지 말했다.
아주 강력하게 한국에 가고 싶다던 그녀가
정말 한국에 갈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진짜 간다면
사실 유럽인인 그녀에게 이국적일
한국의 자연이나 고궁이야 분명히 매력적일테지만,
혹시라도 예상치못한 미세먼지 공격에 당황할까봐
최근 몇년간 중국에 공장이 많아져서
한국의 공기가 좀 안 좋아졌다고 얘기하긴 했는데,
너무 많이 실망하진 않았음 좋겠다.
한국에 가고 싶다는 크로아티아인은
아직 그녀밖에 못 만났지만,
맛있는 한국음식 없이도,
이국적인 고궁이나 한국적인 기념품 없이도
한국 여행을 꿈꾸고
한국에 갈 계획을 세우는 크로아티아인을
만들어 낼 정도로,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한국인은 매력적인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크로아티아에 가서
자기도 모르게 긍정적 이미지를 생산하고 있는
많은 한국인 관광객은 물론이거니와
아직 안 가본 사람들도
“아름다운 나라” 크로아티아에 대한
동경같은 게 있는 것 같다.
내가 크로아티아에 갈까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 부러워했다.
내가 6개월간 외국에 있을거라는 말을 했을 때는,
부러움을 애써 감추면서
약간만 변한 표정과 목소리가,
그 외국이 크로아티아라는 나의 말과 함께
결국 감출 수 없는 단계에 이르면서
눈에 띄게 극적으로 변하고는
큰 목소리와 큰 제스처로 “폭발”하곤 했다.
그런데 사진찍기 좋은,
눈이 즐거운 예쁜 여행지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여행 취향 때문인지,
그 많은 관광객중 크로아티아를 잘 알거나
잘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보인다.
적어도 인터넷에서 그런 글은 못 본 거 같다.
어쩜 쉬러가는 여행에서까지
뭔가를 배울려고 하는 게 이상한 건지도 모르지만,
유럽의 인공적 구조물들,
그리고 세상의 자연은
넓게보면 어차피 다 비슷비슷해서,
그 안을 모르고 그냥 바깥만 보다 가면
그 “여행했던 나라”가 아니라,
그냥 “여행했던 과거의 나”만,
“내가 어디를 여행했다”는 사실만
사진 속에 그리고 기억 속에 남으면서,
떠나기전 “주인공”이었던 여행지는
다녀오면 그냥 사진 안에서
대사도 없이 혹은 웅성이며
가만히 서 있는 “엑스트라”가 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크로아티아를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은 많지만,
어쩜 앞으로 더 많아지겠지만,
그만큼 한국인들이
크로아티아를 많이 알게 된 거 같진 않다.
그런데 세상의 다른 모든 나라와 마찬가지로,
크로아티아라는 나라는
한국인이 흔히 생각하듯이
그냥 “예쁘기만 한 나라”는 아니다.
알고보면 생각보다 복잡하고 사연이 많은 나라다.
어쩌면 한국보다 더 복잡한지도 모르겠다.
크로아티아는 발칸반도 서쪽,
아드리아해 연안에 위치하고 있는데,
ㄱ 자와 좌우로 데칼코마니된 모양이다.
이중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주로 가는 곳은
비행기가 착륙하는 수도 자그레브(Zagreb),
거기서 가까운 자연공원 플리트비체(Plitvice),
아드리아해 연안의 스플리트(Split)와
두브로브니크(Dubrovnik),
그리고 가끔은 자다르(Zadar)나
스플리트에서 가까운 흐바르(Hvar)섬인 것 같다.
크로아티아는 공식적으로
아래 지도에서 보는 것과 같은
5개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중 자다르, 스플리트, 두브로브니크 등이 속한
“달마티아”는 그 유명한 달마시안의 고향이고,
달마티아 지역에 갔을 때
키 큰 점박이 강아지를 비교적 자주 봤다.
물론 모든 강아지가 다 달마시안일 정도로
자주는 아니고,
하루에 1-2번 정도로 자주 봤다.
그전에 난 실물로 달마시안을 본적이 한번도 없다.
흔히 크로아티아인들은 크로아티아를
대륙(Kontinentaljna Hrvatska)과
해안(Hrvatska na obali)으로 이분해서 얘기한다.
그 정확한 경계가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크로아티아인들이 흔히 말하는
크로아티아 대륙 쪽은
오랫동안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아서
성향도 좀 그들과 비슷하고,
외국어도 영어 다음으로 독일어를 많이 한단다.
크로아티아 해안 쪽은 오랫동안 이탈리아의
영향하에 있어서 성향도 그들과 비슷하고,
외국어도 나이든 세대는
이탈리아어를 많이 하는 편이란다.
건물들도 그렇다.
대륙쪽 도시는 아직 자그레브랑
인근 사모보르(Samobor)밖에 안가봤는데,
여긴 건물들도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같은,
내륙 유럽의 도시에서 흔히보는 건물이 대부분이고,
스플리트나 두브로브니크 같은 해안 도시에서는
이탈리아나 그리스 같은 지중해 국가들 가면
흔히 보는 그런 대리석 비슷한 암석으로 된
유난히 하얀 건축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생김새도 대륙과 해안 지역이 달라서,
크로아티아인들은 서로의 생김새를 보면서
서로 어디 출신인지 짐작한다.
둘이 너무 다르게 생겨서
이제는 나도 좀 구별한다.
머리야 염색도 하고 하니까 그렇지만
얼굴을 자세히 보면 눈동자 색은 정말 다르다.
대륙쪽은 금발이나 밝은 색 머리에
파란 눈이나 녹색눈이 많고,
해안쪽은 이탈리아인들처럼 짙은 갈색 머리에,
진한 갈색의 커다란 눈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인들과 달리,
크로아티아 해안 출신들은 키가 크다.
그냥 큰 게 아니라 아주 크다.
크로아티아에 오기전까지는
크로아티아인들이 그렇게 큰지 몰랐고,
그냥 유럽의 북쪽 사람들은 키가 크고,
남쪽 사람들은 아담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탈리아와 비슷한 위도의
비교적 남쪽에 위치한 크로아티아에서도
전반적으로 여자건 남자건 다들 키가 크고,
대륙쪽 남자들이 180정도로 “보통” 크다면
해안쪽 남자들은 190에서 2미터를 육박한다.
크로아티아어 어학코스에
남미나 호주에서 온 크로아티아 교포도 많은데,
그들도 대부분 키가 큰 걸 보면,
환경보다 유전자의 문제인거 같다.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크로아티아인들은
농구를 좋아하고 또 잘해서
미국 MBA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많단다.
뭐 그건 좋은데,
여기는 집이건 호텔이건 학교 화장실이건
선반이나 거울이 좀 높아서 그건 좀 불편하다.
크로아티아인 중에도 물론 키작은 사람이 있고,
아직 다 키가 크지 않은 아이들도 있는데,
너무 키큰 사람 시야에 높이가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집밖 카페에도
키높은 작은 탁자와 의자가
설치된 곳이 많아서,
커피 마시러 “한참 올라가야” 한다.
크로아티아 주변을 둘러보면,
그 아름답기로 유명한 아드리아해 건너편에는
이탈리아가 있고,
대륙 쪽으로는 북서쪽으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슬로베니아, 헝가리, 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와 국경을 접하고 있고,
오스트리아와도 가까운데,
이 나라들과 모두
역사적으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크로아티아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건
구석기 시대부터라고 하고,
BC4C경 그리스, 로마의 역사가들이 이곳에
일리리야인(Illyria)들이 살았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그게 아마 가장 오래된 역사적 기록일거고,
아드리아해 연안 달마티아의 도시들이
국가의 일부로 역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4세기 로마제국 시대였다.
로마제국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지중해를 건너 아드리아해 연안까지 정복한거다.
스플리트(Split)라는 도시의 구시가에 있는 궁전을
그 때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지었는데,
디오클레티아누스(Diocletianus) 황제는
초기 기독교인들을 박해했던 걸로 악명이 높다.
그 후 4-6세기경 동쪽에 있던 슬라브인들이
크로아티아에 왔다고 하는데,
명확하게 역사에 적혀있다기 보다는
추정에 근거한거라서
이것도 하나의 학설일 뿐이긴 하다.
아무튼 그렇게 크로아티아에 자리잡은 슬라브인은
6-9세기에 공후가 지배하는
공국(dukedom)을 세운다.
즉 수세기동안 강력한 왕권이 성립되지 못한거다.
10세기에 처음으로 크로아티아 “왕”에 대한 언급이 역사에 등장한다고 하는데,
왕의 권력이 크게 강하거나
왕국(Kingdom)으로서 크로아티아가
크게 번성했던 것 같진 않다.
외부적으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지배한 적이 거의 없다.
어릴 때 국사를 배울 때는
지배하지는 못하고 항상 지배당하고 침략당한
한국의 역사가 좀 속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좀 힘이 강해졌을 때도
섣불리 남의 땅 넘보지 않고,
남에게 몹쓸 짓 하지 하고,
그냥 자기꺼 지키면서
수천년을 “버틴” 게 대단한거 같다.
아무래도 그러기가 더 힘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크로아티아도 대단하다.
한편, 크로아티아 내부적으로는
사보르(Sabor)라는 의회 비슷한 제도와
반(Ban)이라는 지역의 수장이
큰 힘을 가졌다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왕은 큰 힘을 쓰지 못했을거다.
참고로 자그레브 중심부엔
헝가리의 지배에 저항한 “반” 요십 엘라치치의
이름을 딴 광장(Trg bana Josipa Jelačića)이 있다.
9세기에 처음 “크로아티아인”이라는 민족을
묘사하는 표현이 라틴어로 쓰인 문서를 통해
처음 역사에 등장하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어디서 온 건지는 명확하지 않단다.
크로아티아인들은 자신을
Hrvat[흐르밧]이라 부르는데,
난 직관적으로 “용감한”이라는 의미의
크로아티아어 hrabri
(러시아어에도 Храбрый[흐라브리],
불가리아어는 Храбър[흐라버르],
폴란드어는 chrobry[흐로브리],
체코어는chrabry[흐라브리]라 한다)
랑 연관되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원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연구결과는
그렇지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어딘가 아쉽지만
“크로아티아”는 그냥
그게 무슨 뜻인지 자세한 건 알 수 없는
"흐르밧"이라는 민족명에서 기원하고,
“크로아티아인들의 나라”라는 뜻이라고
밋밋하게 설명할 수 밖에 없다.
한편 이후 아드리아해 연안 달마티아 지역은
8-18세기 그 인근을 지배했던
이탈리아 베네치아 공화국의 영향하에 들어가고,
대륙지역은 16세기부터 20세기초까지
합스부르그 및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으며,
사람들은 독일어를 사용했다.
17세기엔 이전에 크로아티아에 속했던
남동쪽의 보스니아가
오스만제국의 지배하에 놓이면서,
보스니아는 이슬람교가 우세한 지역이 되었고,
그 이후 다른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고,
크로아티아로부터 빠져나가서,
그 때부터 크로아티아는
남동쪽 부분이 비어 있는,
지금과 같은 부자연스러운,
거울에 비친 ㄱ자모양이 되었다.
한편 18세기 후반-19세기 초반에
나폴레옹은 달마티아를 점령하고
일리리야 주(Illyrian Province)라 명명한다.
나폴레옹의 지배기는 아주 짧아서,
몇년후 이 지역은 오스트리아의 손에 들어가지만,
“일리리야”라는 이름은 크로아티아인들에게
자기자신의 뿌리와 역사에 대한 관심과
낭만주의와 민족주의를 일깨웠고,
비슷한 언어를 쓰는 “남슬라브”민족의 국가를
세우고자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19세기 중반 합스부르그 제국 내
오스트리아와 헝가리가 협약을 통해
통치 지역을 나누면서
크로아티아 대륙지역은 짧은 기간 동안
헝가리의 지배 하에 놓인다.
20세기 초반 1차세계대전 후
크로아티아는 슬로베니아와 더불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를 포함하는 세르비아 왕국에 편입되면서,
유고슬라비아 왕국,
즉 “남쪽(Jugo)의 슬라브국가”가 된다.
그들의 유사한 언어가 이들에게
일리리아주의에서부터 싹트기 시작한
“남슬라브인”이라는
“민족”적 정체성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어,크로아티아어,보스니아어, 몬테네그로어는 방언으로 여겨질 정도로 아주 많이 비슷하고,
(그래서 예전엔 세르보크로아티아어라 불렸다)
슬로베니아어도 매우 유사해서,
크로아티아어 배우고나니,
비록 말은 못해도 슬로베니아어 읽으면
대충 무슨 뜻인지는 이해가 간다.
그정도로 비슷한 건 아니지만,
같은 “남슬라브어”라
마케도니아어도 많이 비슷한 편이다.
2차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엔 그 나라들이 연합한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공화국이 들어서는데,
다른 유럽 공산주의 국가와 달리
소련의 개입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성립되었기 때문에,
소련으로부터 독립적이었고,
소련과는 썩 사이가 좋지는 않았다.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설립 20여년후
1971년에 “크로아티아의 봄”이라 불리는
크로아티아 자립 움직임이 있었는데,
그건 실패했고,
이후 1990년 초반까지 약 20년간
유고슬라비아 “연방”은 계속된다.
정치적 이유와 경제적 이유로
유고슬라비아 시기 그리고 그 전후로
많은 크로아티아인들이
남미나 호주로 이민을 갔나보다.
처음 크로아티아어 수업을 들으러 갔을 때,
우리반 10명중 4명이 아르헨티나 출신이라,
그 멀리서 여기까지 오다니 하며 깜짝 놀랐는데,
여기서 크로아티아어 배우는 학생 과반수 이상이
조부모나 증조부모가 크로아티아인인 아이들이고
그들 대부분이 남미와 오세아니아 출신이고,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가
아르헨티나다.
1989-1990년 초반 유로 공산당이 무너지고,
1991년 크로아티아도
사회주의 공화국인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하지만 그런 “독립선언”을 달갑게 여기지 않은
유고슬라비아 정부군과 전쟁을 하게 되는데,
크로아티아 전역이 아니라,
두브로브니크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
지엽적인 전쟁이 있었다.
두브로브니크는 당시 고립되고 또 많이 파괴되었고,
한국인들이 “장미크림”사러 많이 가는
두브로브니크 구시가 수도원 박물관엔
그 때 폭격당한 벽과 파손된 조각들도
한구석에 전시되어 있을 뿐 아니라,
보통 케이블 타고 많이들 올라가는
스르드[sed] 산 위에는
당시 전쟁에 대한 내용을 전시한 박물관도 있다.
두브로브니크가 몬테네그로랑 가까운데,
당시 유고 연방이었던 몬테네그로의 연방 정부군이
가까운 크로아티아 도시를 공격한거다.
하마터면 한국인이 좋아하는 크로아티아 도시
두브로브니크가 폐허가 될 뻔 했다.
한달전, 2018년 2월엔 세르비아 대통령이
크로아티아를 방문했는데,
사람들이 자그레브에서 살인자라 부르며
반대시위를 했다는 뉴스를 라디오로 들었다.
결국 크로아티아는 독립하고,
슬로베니아가 1991년,
마케도니아가 1991-1992년에,
이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전쟁을 거친 후에,
그리고 2006년 몬테네그로가 평화롭게 독립하여
현재와 같은 지도가 되었다.
즉 크로아티아는
주변의 나라들과 다 역사적 갈등이 있었는데,
현재 다른 나라와는 사이가 괜찮지만,
가까운 과거의 앙금이 남아있는
세르비아와는 사이가 안 좋은 편이다.
물론 남한과 북한처럼
왕래가 불가능할 정도로 안 좋은 건 아니다.
이후 크로아티아는
2009년 NATO에,
2013년 EU에 가입했다.
그 이후 젊은이들이 다른 유럽국가로 떠나서
인구감소가 크로아티아의 가장 큰 문제다.
워낙 인구가 많진 않아서
총인구가 4백만 정도였는데,
그나마 지금은 그 정도도 안된단다.
폴란드에서 만난 노르웨이 친구 아드리안이
서울인구가 1000만이라는 말에
자기나라 총인구보다 더 많다고 했는데,
크로아티아도 마찬가지다.
크로아티아어 수업에서 종교 얘기하다
한국의 천주교도가 10프로 정도라고 하니,
그게 몇명정도냐고 해서
약 400-500만 되는거라고 대답했는데,
그러고보면 한국의 천주교도가
크로아티아 총인구보다 많은거다.
북쪽 국경에 가까운 곳의 마을들은
거의 몇명, 몇십명 안 남고 텅비어 있기도 하단다.
수도 자그레브나 달마티아의 유명한 관광지들은
재정 사정이 좋은 편인데,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는
다른 내륙지역의 마을이나 도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하긴 나 같아도 임금도 많이 주고
새로운 경험도 할 수 있는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났을 것 같다.
그리고 떠나지 않고 크로아티아에 남은 사람들도 출산을 많이 하지 않는단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한가정당 평균 2명이 안되기 때문에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거란다.
크로아티아는 출산 후 월급 전액을 받는
유급출산휴가를 9-10개월 쓸 수 있고,
원하면 일부만(아마도 50프로) 받으면서
몇년을 더 쉴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정책도 별 소용이 없나보다.
인구가 줄어서 크로아티아는 생산성이 떨어졌고,
경제수준도 EU가입국 중 하위권이라고
크로아티아어 선생님은 한탄하는데,
덕분에 여기선 붐비거나
줄을 오래서며 기다리거나 할 일이 거의 없어서,
미안하지만
이방인인 나는 너무 좋다.
여기 사람들은
스스로를 “동유럽”이 아닌 “중부유럽”으로 여긴다.
크로아티아 뿐 아니라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중부유럽”을 자처하는 나라들은
동쪽의 다른 국가들과 차별화되고 싶어한다.
언어는 “동유럽”의 러시아, 세르비아 등과
유사하지만,
이 동네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종교도 동방정교가 아닌 가톨릭으로 다르고
문자도 키릴문자가 아닌 라틴문자로 다르고,
“동유럽” 국가들과 사이에서 형성된
가까운 과거의 외교적 갈등과 심리적 앙금이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싶은 사람들은
“동해”와 “일본해”를 생각하면 된다.
“일본해”라는 표현에 아무런 느낌이 없으면
이들 나라를 그냥 “동유럽”으로 불러도 좋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동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라는 등의 칭찬은
크로아티아인들에게 하지 않는 게 좋다.
“아름다운”이라는 형용사에 기뻐하기보다는
“동”이라는 표현에 티 안내면서 거슬려할 수 있다.
이건 폴란드나 체코에서도 마찬가지고,
특히 밀란 쿤데라를 위시한
체코인들이 민감한 것 같다.
크로아티아는 공기도 물도 깨끗하다.
나는 끓여먹는 물은 수돗물을 쓰지만,
그냥 먹는 물은 생수를 사다 먹는데,
여기선 수돗물을 먹어도 된다고들 말한다.
그리고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면
대체로 물 한잔을 함께 주는데,
그게 수돗물이다.
나는 둔해서 잘 못느꼈는데,
자그레브보다는 두브로브니크 같은 달마티아 쪽이
물이 더 좋단다.
Wikitravel에 보면
크로아티아 수돗물은 매우 안전하고,
여기서 파는 Jana라는 생수는
세계 최고의 생수로 여러번 상을 받기도 했단다.
공기도 물론 좋다.
어떻게 지내냐는 지인의 카톡을 받고
마침 시내에서 커피 마시던 중이라
그냥 눈앞의 “평범한” 골목을 사진 찍어 보냈는데,
첫 반응이 “공기가 정말 깨끗한가보다”였다.
순간 최근 몇년간
한국의 봄 하늘이 어떤지 떠올렸다.
한국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주춤하는 순간이었다.
EU 가입국이지만 유로가 아닌
쿠나(Kuna)라는 자신만의 통화를 쓴다.
2018년 현재 1쿠나는 180-182원 정도 하는데,
계산도 불편하고,
쓰는 돈에 좀 더 경각심을 가질려고,
난 그냥 200원을 곱해서 계산한다.
시티은행은 없으니,
외국에 체류하는 한국인들이 많이 쓰는
수수료 적은 시티현금인출카드는 쓸 수 없고,
일반 현금카드나 신용카드를 쓰거나
유로나 달러를 환전해서 쓴다.
물가는 한국과 대체로 비슷한 편인데,
어떤 건 비싸고 어떤 건 싸다.
우선 자그레브의 교통비는 싸고,
두브로브니크는 비싸다.
자그레브는 일회권이 4쿠나(700원 정도)다.
몇년전만해도 10쿠나(1800원 정도)였는데,
무슨 이유였는지 4쿠나로 내렸단다.
하지만 두브로브니크는
가판대에서 사면 12쿠나(2200원 정도),
버스기사에게 사면 15(2700원)으로 비싼 편이다.
집세는 전반적으로 싸다.
물론 두브로브니크는 좀 더 비싸지만,
자그레브는 아파트 월세가 싸다.
크로아티아에 오는 교환학생들은
주로 학생들을 상대로 친절하고 빠르게
영어로 응대하는 Home in Zagreb라는
사이트를 통해 월세집을 구한다.
나도 학교를 통해 추천받고
거기를 통해 방을 구했다.
이 사이트를 통하면 가장 저렴하게는
월세 250유로 정도의 방이나
350유로 정도의 원룸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
물론 비싼 곳은 더 많이 비싸다.
Home in Zagreb가 믿을 수 있는 곳이긴 한데,
크로아티아어를 모르고
크로아티아 사정을 잘 몰라서
여기를 통하는 외국인은 크로아티아인들보다
집세를 좀 더 많이 내야한다.
크로아티아어 좀 늘고나서
크로아티아어로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자그레브 시내에 있는 월세 200유로짜리
방 2-3개 있는 아파트도 아주 많다.
물론 계약조건이 좀 더 까다롭거나
뭐 그밖에 다른 게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인터넷에 쓰인 월세만 봐서는 그렇다.
커피도 싸다.
보통 커피는 8-12쿠나 정도로 2000원 내외고,
뭔가 이것저것 들어간 비싼 커피도 3-4천원,
두브로브니크의 전망좋은 호텔에서 마셨던,
내가 마신 가장 비싼 커피는 25쿠나(4500원)였다.
아마 그보다 비싼 일반 커피를
크로아티아에서 발견하긴 쉽지 않을거다.
여기 사람들은 커피 마시면서
오랫동안 담소나누는 거 좋아해서
오래 앉아 있어도 별로 눈치 안준다.
단, 다른 유럽과 마찬가지로
진하고 양이 적은 에스프레소가 대부분이고,
아메리카노를 시켜도 역시 양이 좀 적고
한국 아메리카노보다 좀 진하다.
난 어떤 나라에 여행 가면,
어차피 며칠이니까,
그냥 그 나라식을 경험하는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자그레브에서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다면,
Kim’s Coffee 라는 미국식 카페를 추천한다.
관광객들이 가는 중심부에선 좀 떨어져 있어서
10-20분 정도 동쪽으로 걸어가야 하는데,
한국에서 마시던 그 양 많고 연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아직까지는 내가 아는 유일한 곳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크로아티아도
커피뿐 아니라 제과점 빵도 싸다.
작은 빵은 5쿠나(900원) 정도,
하나 먹으면 끼니가 해결되는
큰 빵은 10쿠나(1800원)정도다.
근데 레스토랑에서 먹는 밥과
마트 물가는 비싸다.
마트는 사실 한국보다는 안 비싼 것 같은데,
서유럽에서 온 친구들은
다들 자기 나라보다 비싸다고 한다.
레스토랑에서 먹는 밥값은
도서관 식당이나
학교앞에 학생들 많이 가는 식당은
가장 싼 게 30쿠나(약 5000원)정도인데,
그런 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싸다해도 50쿠나(9000원) 정도다.
보통 시내에서 먹으면
자그레브는 한 끼에 보통 50-100쿠나
즉 1-2만원 이상 줘야하고,
관광지인 두브로브니크나 스플리트는
100-200쿠나 즉 2-4만원짜리도 많다.
물론 거기서도 시내에서 조금만 멀어지면
1-2만원 짜리를 먹을 수 있지만
달마티아에선 그보다 싼 데는 없는 것 같다.
햄버거나 샌드위치 등
패스트푸드는 30-60쿠나
(5000-11000원 정도) 하는데,
음료랑 함께 먹어야 하니
햄버거 하나 먹으면 거의 만원 돈이 나간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언급했지만
두브로브니크나 스플리트 같은 곳은
신용카드는 아예 안 받거나
수수료를 웃얹어서 계산하는 경우도 있어서,
신용카드로 계산하면
또 여기서 돈을 더 내야한다.
책도 비싸다.
보통 한권에 3-4만원은 하는 것 같다.
한달간 내가 책을 4권 샀는데,
다 합쳐서 600-700쿠나(약12만원) 정도 들었고,
가장 비싼 건 230쿠나(약4만원)이었다.
국립 도서관 등록비도
한달에 50쿠나(약 만원),
외국인은 1년에 150쿠나(약 3만원)를 내야한다.
문화생활에서는
갤러리는 갤러리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40-80쿠나(7000- 13000원) 정도로
한국보다 아주 약간 싸거나 비슷한 거 같고,
극장이나 영화관은 좀 많이 싸다.
영화관은 내가 가본 예술영화 상영관만 그러는지
다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난 20-30쿠나(4-6천원) 정도만 냈고,
발레, 오페라, 연극을 상연하는
국립극장은 90-150(17000원-28000원)정도,
필하모니는 공연에 따라 차이가 좀 나는데,
내가 본 건
80-250(16000원-45000원)정도였다
집에서 사용하는 인터넷은
내가 따로 사용요금을 내는 게 아니라 모르겠지만,
휴대폰 통신료는 싸다.
솔직히 통신료는
어느 나라에 가도 대체로 한국보다는 싼 것 같다.
얼마나 사용하냐,
어떤 통신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bonbon이라는 통신사인데,
한 달에 45쿠나(8천원 정도) 내고 있고,
지금 전화는 거는 일이 거의 없어서
그건 다음달부터 패키지에서 뺄까도 생각중인데,
그럼 한달 30쿠나(6천원 정도)도 가능할 것 같다.
한국은 wi-fi가 어디가나 잘 터져도
통신사 가입 없이 쓰기는 어렵지만,
크로아티아에선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면
보통 와이파이 비번 알려주고,
자그레브 시내에선
Grad Zagreb라는 무료 공공 와이파이가 잡히면
통신사 가입 없이도 길에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단, 지하에선 전화가 안터지는 곳이 많다.
팁은 특별히 주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다
독일이나 체코 같은 데서는
친절하던 종업원이 팁을 안주면
표정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는 안 그렇다.
관광지인 두브로브니크나 스플리트 같은 데선
영수증에 “팁은 포함되지 않은 가격입니다”
라고 써 있는 곳이 꽤 있는데,
아무래도 팁을 따로 달라는 이야기를
점잖게 하는 것 같다.
물론 그런 거 영수증에 안 써 있어도
정말 친절해서 팁을 주고 싶을 때가 있는데,
촌스러운 나는
그런 푼돈을 남기고 나오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생각만 하다가 결국 그냥 나온 적이 대부분이다.
다른 서유럽에선 그게 그들의 월급이니까
팁을 줘야하지만,
크로아티아에서 팁은 그냥 서비스가 맘에 들 때
주면 되는 선택사항인 것 같다.
아 그리고 “흡연자”들에겐 반갑고,
“비흡연자”에겐 매우 안타깝고 짜증나는 일인데,
여기 사람들은 담배를 많이 핀다.
그냥 길거리에서도 많이 피고,
젊은 엄마, 아빠들은
애들 유모차 태우고 산책시키다가
멈춰서서 유모차 옆에 두고도 피고,
이제는 한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인,
카페 안에서 흡연을 허용하는 곳도 많다.
실내 흡연 못하게 하는 카페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은 허용해서
추운 날 카페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담배 냄새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배고
그게 2-3일은 간다.
법으로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있긴 했는데,
상인들이 로비해서 못하게 했단다.
여름엔 그래도 카페 밖에 나와서 핀다니까
좀 나을 것 같은데,
겨울엔 추우니까 실내에서 다들 담배를 핀다.
혹시 담배냄새에 민감한 사람은
카페에 자리 잡기 전에
탁자 위에 재털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바란다.
아니면 카페는 거의 흡연 허용해도
식당은 거의 금연이니까
식당에서 밥먹고나서
커피까지 마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먹는 거 좋아해서
길거리에서도 먹고 다닐 뿐 아니라,
트램 안에서도 뭐 먹는 사람 많고,
경찰서 안에서도,
도서관 안에서도 사람들은 뭔가를 먹는데,
나는 심지어는
박물관 안에서 의자에 앉아
가방에서 요거트 꺼내서 떠먹는 것도 봤다.
참고로 폴란드에선 대중교통 안에서 먹으면 안된다.
자코파네에서 크라쿠프 갈 때
먹는 거 들고 못타게 하는 엄한 기사 아저씨 만나서
가면서 먹을려고 산 피자조각을
버스 밖에서 우걱우걱 다 먹고나서야
버스에 올랐던 경험이 있다.
자그레브에서 스플리트 가는 버스 안에서
그게 생각나서 옆의 아주머니에게
버스안에서 뭐 먹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당연한 걸 왜 묻냐는 식으로 대답했다.
길에 돌아다니면서 먹는 것 좋아하는 사람은
크로아티아에서 맘껏 그 자유를 누리기 바란다.
크로아티아의 공식어는 크로아티아어지만,
젊은 사람들은 다 영어 곧잘한다.
관광지에선 나이많은 분들도 잘하는 편이다.
뭐 크로아티아인들이
다들 엄청나게 유창한 영어를 하는 건 아니지만,
여행 가서 낯선 사람과
깊은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기본적인 가장 필요한 이야기만 나눌거니까,
아마 큰 의사소통의 문제는 없을거다.
근데 우리처럼 대중교통에서
영어로 안내방송을 해주거나,
혹은 길에 안내문이 영어로 써 있는 건 아니다.
지지난주에 유명한 크로아티아 화가
Vlaho Bukovac 그림 전시회에 갔는데,
크로아티아인들 사이에서만 유명해서
거기에 외국인들은 별로 안 올거라 생각했는지
설명을 다 크로아티아어로 써놔서,
크로아티아어 모르는 외국인은
그냥 그림만 봐야하는 식으로 되어 있었다.
역시나 그 전시회를 본
크로아티아어 안 배운 이탈리아 친구에게
내가 나중에
“그 화가 아버지가 이탈리아인이라
원래 성이 다른 이탈리아 성이었는데,
나중에 크로아티아어식으로 성을 바꿨다”
고 설명했더니,
그게 다 크로아티아어로 쓰여 있어서
그 전시회 보고도 전혀 그 사실을 몰랐던
그 친구가 놀라며,
“어쩐지 그림이 좀 이탈리아적이었다”
고 말했다.
유럽 미술에서 이탈리아적이지 않은 그림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여행 중에
안내가 영어로 안 써 있거나
안내방송이 영어로 안 나오더라도
당황할 건 없다.
주변의 젊은 크로아티아인들에게 물어보면
아마 아주 친절히 알려줄거다.
날씨는 내가 아직 한달 조금 넘게 있어서
잘은 모르지만,
적어도 겨울은 한국이랑 비슷하거나
좀 더 따뜻한 거 같다.
근데 올해는 이상 기온이라,
1월에서 2월초까지는 “지나치게” 따뜻했고,
2월말에서 3월은 또
늦겨울, 초봄치곤 너무 춥다.
3월 하순인 이번주에도 눈이 내렸다.
크로아티아 남부 달마티아 지역은 더 따뜻하지만,
올해는 2월에 달마티아에도 눈이 내렸다는
뉴스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크로아티아 대륙 쪽은 대륙성 기후고,
해안 쪽은 지중해성 기후라고 할 수 있다.
아직은 경험하진 못했지만,
여름도 대륙쪽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좀 덜 더울 것 같다.
치안은 매우 안전하다.
그냥 길에 다녀보면 사람들 눈빛이 선량하고,
뭔가 음울한 분위기로 모여있는 사람들이 없다.
그리고 공식적으로도
유럽에서 가장 치안이 좋은 나라 중 하나라고 한다.
크로아티아 수업 같이 듣는 우리반의
일본 친구 유타로가
새벽 4시에 다녀도 안전하다고 하길래,
내가 일본도 그렇지 않냐고 물었더니,
일본도 안전한 편이지만
일본보다 더 안전한 것 같다고 했다.
적어도 한국과 일본만큼
혹은 그보다 더 안전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근데 내가 아는 유럽 애 한 명은
시내에서 소매치기 당할 뻔 했다고 하고,
인터넷에 보면 자그레브 버스터미널에서도
그런 일을 당할뻔한 한국인들이 있다니까,
그래도 귀중품은 잘 챙기는 게 좋을거다.
그리고 크로아티아어 선생님은 그래도
밤에는 잘 안돌아다닌다고 하고,
진짜 밤에는 인적이 드믄 편이고,
가로등은 어두우니,
밤에 다닐 때도 좀 조심하는 게 좋을거다.
은행은 저녁 7시까지 열지만,
박물관이나 공공기관의 서비스는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인이 좋아하는 두브로브니크의
성벽투어나 박물관은
오후 3-4시까지 하는 경우가 많으니,
가능하면 일찍 가서 보는 게 낫다.
그리고 불가리아나 폴란드, 체코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많은 가게가 문을 여는데,
다른 서유럽 국가들처럼
크로아티아는 일요일에 문 닫는 곳이 많다.
두브로브니크엔 주말에 안 있어봐서 모르겠는데,
자그레브의 식당이나 상점은
일요일에 거의 문을 닫는다.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지만,
슈퍼마켓도 일욜엔 안하거나
문 열어도 오전에만 열고 오후 일찍 문을 닫는다.
혹시나 토요일에 자그레브에 도착한다면,
일요일 아침에 먹을 걸 좀 사두는 게 좋을거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은
“누구든지” 쉬는 게 맞는 거고, 그게 정상인데,
그렇지 않은 사회에 있다 오니,
그런 당연한 게 처음엔 불편했다.
하지만 그 다음주부터 바로 익숙해져서
이제는 전혀 불편하지 않다.
우리도 “쉴 때 쉬는 거” 시작만 하면 곧 정착될텐데,
과연 누가 어떻게
그 어려운 걸 시작을 할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