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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May 09. 2018

그리스도교 건축을 심장에 품은 그리스도교 박해자의 도시

크로아티아 제2도시 스플리트(Split)


스플리트(Split)는 

수도 자그레브(Zagreb)에 이어

크로아티아 제2도시로,

달마티아(Dalmatia) 지방의 중심도시고,

지리적으로도 위 아래로 기다란,

아드리아해 연안 달마티아의 중간 지점이다.


(지도출처:http://www.worldeasyguides.com/europe/croatia/split/split-on-croatia-map/)


자그레브에서 비행기로 45분 걸린다니까,

서울-제주 거리 정도 되나보다.


비행기 요금은 400쿠나(약 7-8만원)에서

1700쿠나(약 30만원) 정도다.


기차로는 6시간 정도 걸리고,

170-250쿠나 (약 3만원-4만5천원),


버스로는 약 5시간 걸리고,

120-240쿠나 (약 2만원-4만5천원)의 비용이 든다.


자동차로 운전하면 4시간 정도 걸린단다.


이중 크로아티아인들과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은 버스고,

나도 자그레브에서 스플리트까지 버스로 갔는데,

중간에 한번 휴게소에서 좀 길게 쉬고

직행으로 간다.


인터넷으로 같은 회사의 버스를 왕복으로 예매하면 15-50퍼센트 정도의 할인이 있다.



단, 지지난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eco-ticket이 아닌 경우,

표 예매한 걸 출력해서 가지고 가야 한다.


더 남쪽의 두브로브니크로부터 스플리트까진

버스로 3-4시간 걸리고,

요금은 100-160쿠나(약 18000원-3만원) 정도다.


지난 포스트에서 크로아티아 “대륙” 사람들과

“해안” 사람들의 성향이 다르다고 했는데,


시외버스 탈 때도 좀 달랐던 게,


오스트리아 지배 하에 오래 있던

자그레브에서 탄 버스는 좌석이 다 지정석이라,

검표원이 일러준 자리에 앉아야만 했고,


이탈리아 지배 하에 오래 있던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에선 그냥 표 체크하고

아무 자리나 내키는 데 가서 앉으면 됐었다.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 사이 육로에

아주 작지만 보스니아의 영토가 끼어 있어서,

크로아티아 국경에서 한번,

보스니아 국경에서 한번,

이렇게 두번 여권 검사를 한다.


혹시 버스에 오른 국경수비대가

자신의 여권만 가지고

버스에서 내리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크로아티아인들은 주민등록증 같이 생긴걸로

그 자리에서 검사하고 돌려주고,

우리 여권은 가지고 내려서

출입국 도장을 찍은 후 다시 돌려준다.


한국인은 두 나라 모두 비자가 필요 없어서

대체로 별 문제 없이 통과되고,

다른 국경지역에 비하면 그것도 빨리 해준다.




스플리트(Split)는 가장 먼저 역사에 등장하는

크로아티아 도시 중 하나다.


크로아티아를 비롯한 여러 슬라브국가들은

9세기 이전엔 문자가 없어서

자기 역사를 스스로 기록하지 못했고,

그저 다른 나라 역사에 조금씩 등장했는데,

스플리트가 바로 3-4세기 

본격적으로 로마 제국의 역사에 등장한다.


당시 지중해 건너 아드리아해 연안까지

세력을 펼쳤던 로마제국의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Diocletianus)가

노년에 별장처럼 쓸려고,

이곳에 거대한 궁전을 지은 거다.


스플리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

브라치(Brač)라는 섬이 있는데,

거기에 있는 흰 대리석을 가져다가

궁전과 시가지를 건설했고,


그게 천여년이 지난 아직까지 남아있을 뿐 아니라,

1979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스플리트의 가장 큰 관광자원이다.




그래서 21세기 현재 스플리트는 무엇보다도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도시다.


달마티아 출신이었던 그 황제의 이름은

Diocles, 즉 현재의 크로아티아 도시

“살로나(Salona)”의 옛이름에서 나왔지만,


그가 지은 거대한 “시가지”때문에

스플리트 하면 무엇보다도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을 떠올린다.


크로아티아 도시 스플리트는 오랫동안

라틴어 “스팔라툼(Spalatum)”,

베네치아 공화국의 지배 이후엔

이탈리아식 “스팔라토(Spalato)”라고 불렸는데,


사람들은 이게 “궁전”을 의미하는

라틴어 Palatium에서 나온거라고 생각했고,

사료에도 그렇게 언급된 적이 몇번 있단다.


하지만 그 궁전 “이전부터” 존재했던 도시

“스플리트”는

이 지역에 많이 나는,

어떤 식물의 명칭에서 기원한단다.


“Split(스플리트)”의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어 명칭 Spalato(스팔라토)가

“궁전”을 의미하는 Palazzo(팔라쪼)와 비슷한 건

그냥 우연이거나,


어쩜 그 “궁전”때문에 이탈리아인들이

“스플리트”를 “팔라쪼” 비슷하게

“스팔라토”라고 불러서 그런 걸거다.




Dio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걸 보니

“신을 찬양하라”거나 뭐 그런 뜻인 것 같은 이름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초기 그리스도교들을 박해했던 걸로 악명이 높다.


그의 이름 속 dio가 그리스도교의 신이 아니라도,

로마나 그 어떤 다른 나라의 신도

무고한 사람을 죽이라 하진 않았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스플리트는 악명 높은 그 황제를 기리는

축제를 매년 여름에 하고 있다.



아무리 옛날 일이지만,

히틀러나 스탈린을 기리는 축제 같은 거니까,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좀 이상한데,

크로아티아인들은 아무렇지 않나보다.


내가 크로아티아 수업에서 이 얘길 했더니,

선생님은 그런 내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현재 크로아티아인들에게

그건 그냥 아주 옛날 일일뿐이라,

그에 대해 부정적 감정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사후 몇년 지나지 않아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공인하고,

스플리트는 이후 비잔틴, 

즉 그리스도교 중심의 그리스의 도시가 되면서,

교회 건축도 가지게 된다.


참고로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크로아티아와 매우 유사한 언어를 쓰는

옆 나라 세르비아의 니쉬(Niš)에서 태어났다.


즉, 악명높은 그리스도교 박해자와

그 오랜 박해의 사슬을 끊은 그리스도교 공인자가

모두 발칸반도,

그 중에서도 “구 유고슬라비아” 출신인거다.


아무튼 비잔틴의 일부가 되면서

중세 유럽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교가 지배적인 종교가 된 스플리트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악명높은 그리스도교 박해자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구시가 한가운데

그리스도교 순교자 이름을 딴 대성당을 품고 있다.


단순히 품고 있는 것 뿐 아니라,

스플리트 구시가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라

구시가 어디에서도 빼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스플리트에 처음 갔을 때 가장 눈에 띄었고,

도시에 대한 설명만 읽고,

생전 처음 간 도시에서 처음 본 풍경 속에서

단번에 중요한 성당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구시가에선 매우 두드러지는 외관이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스플리트 구시가 어디에서나 보이는 

돔니우스 성당(Kathedral od Saint Domnius, Katedrala Svetog Duje) 건물은 4세기에

원래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무덤으로 지어졌는데,


7세기에 순교자 돔니우스 성인의 이름을 가진

대성당이 되었고,


사실 성당의 일부이긴 하지만 예배당은 아닌,

스플리트 구시가에서 가장 높고

가장 눈에 띄는 건축인 교회의 종탑은

중세 초중기인 12세기경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단다.


높은 첨탑 때문에 로마네스크 양식보다는

오히려 고딕 양식같이 느껴진다 했더니,

(물론 다른 유럽도시에서 보는 흔한 고딕양식

성당과는 모습이 확실히 다르다. 

높이 솟아오른 것만 비슷하다.)

지금의 모습은 20세기초에 리모델링된거란다.


아마도 그 때 리모델링하면서

여러 건축의 영향을 골고루 받았을 것 같은데,

아무튼 그래서 망쳐진 게 아니고

확실히 아름다운 건축으로 재탄생했다.


돔니우스 성인은 바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박해로 죽고 시성되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황제의 무덤 바로 위에

돔니우스 성인을 기리는 성당을 지은거다.


멀리서보면 언뜻 첨탑이 성당인 것 같은데,

다른 유럽 대성당에서처럼

첨탑이 성당 건물의 일부인 건 아니고,

수세기후에 따로 지어진 별도의 건축이다.


스플리트의 중요 이정표인 첨탑 옆

서쪽으로 난 계단을 한 층 정도 올라가면

성당 입구가 나온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계단을 올라 성당 입구에서 입장권을 지불하고,

계속 올라가면 스플리트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2018년 현재 입장료는 종탑 20쿠나(약4천원)

성당+종탑+크립트+유물은 45쿠나(약 8천원)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핫한 관광지 답게

계속 조금씩조금씩 오르고 있는 것 같아서,

내년, 내후년엔 또 다른 가격일지도 모른다.


계절에 따라 오프닝 시간이 다른데,

인터넷 홈페이지는 따로 없고,

인터넷의 여행정보는 예전 것인 경우도 많아서

직접 가서 입장시간을 체크하는 게

가장 믿을만 하다.


어떤 계절이든 적어도 정오까지는 여니까,

오전에 가보는게

실패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난 1박 2일 스플리트에 있다가

두브로브니크 가서

자그레브 돌아가는 길에

다시 스플리트에서 1박 하는 일정이어서,

처음엔 그냥

“나중에 올라가야지”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다시 스플리트에 갔을 때는

계속 비가 내렸던데다가,


다다음 포스트에서 이야기하겠지만,

그 옆 마리안 산에 올라 “다른” 전망을 보기도 했고,


또다른 포스트에서 이야기하겠지만,

두브로브니크에서 도시전망을 “제대로” 본 상태라


별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길래

올라가지 않았다.


성당 자체는 미사 때 그냥 들어갈 수 있는데,

일요일 미사에 관광객이라고 못 들어가게 막길래,

내가 묵주를 보여주며 천주교 신자라고 했더니

마지못해 들여보내주면서

사진 찍지 말고,

미사 중간에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성당은 꽤나 아담했고,

신부님은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천천히 강론을 하고

계속 반복적으로 말해서,

지금까지 크로아티아에서 간 미사 중에

가장 잘 이해했고,

전반적으로 미사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그래서 기분 좋게 미사 보고 나오는데,

한국인 신혼부부처럼 보이는 커플이

내 뒤에 앉아서

슬쩍슬쩍 성당 내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차피 유럽 성당 내부야 거기서 거긴데,

그리고 그 성당도 별로 특별한 거 없었는데,

어차피 나중에 그게 어디였는지

기억도 잘 못할거면서,

그냥 찍지 말라면 안 찍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래 보이는 낮은 육각형 건물이 성당이고

그 옆에 우뚝 솟은 게 종루다.

그 뒤로는 로마시대의 폐허가 있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첨엔 종루 모양이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돌아다녀보니

스플리트 대성당만 그런 게 아니고,

크로아티아 해안 달마티아 지방의

많은 교회 첨탑이 이렇게 생겼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성당 서쪽으로는

그리스어로 “건물로 둘러쌓인 기둥들이나 안뜰로 이루어진 열린 공간”을 의미하는

페리스틸(Perystile, Peristil)이 있는데,

대표적인 페리스틸인 Pločata sv.Dujma 즉

스플리트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앞 광장은

로마 황제가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은

“궁전”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전체적으로 보면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만,

아주 좁은 골목들로 연결되어 있어서

뭔가 미로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그 좁은 골목들을 걷다가 이 공간에 도달하면

비로소 좀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이 광장 남쪽에는

모자이크 지하(Mozaik Podrum, Basement Mosaic)로 통하는 통로가 있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성당 바로 옆엔 스핑크스도 있다.

이집트에서 직접 가져온 거란다.


그리스에선 중세시대에

많은 고대 그리스 신의 동상이

우상숭배로 간주되어 파괴되었다던데,


여기선 그대로 남아있을 뿐 아니라

대성당 바로 옆에 있다.

스핑크스는 신이 아니라 괜찮았는지,

아님 비잔틴 시대 이곳에서는

그리스도교 규율이 좀 덜 엄격하게 적용됐나보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북쪽과 서쪽으로 올라가면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의 다른 건물들과 폐허로

가는 통로로 연결된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대성당 북쪽엔

성 로크 성당(St. Roch Church, Crkva sv. Roka)이 있는데,

지금은 여행안내센터로 사용된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대성당 맞은편에는

그리소고노-칩치 궁전(Grisogono-Cipci Palace, Palaca Grisogono-Cipci)이 있다.


고대엔 비너스 신전으로 사용됐다는데,

현재엔 Luxor라는

이집트 도시 이름을 가진 카페가 자리잡고 있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광장 북쪽을 바라보고 찍은 아래 사진의

왼쪽이 그 룩소르 카페고,

오른쪽이 대성당 입구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1월말 어느날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모자이크 지하로 잠시 내려가 있다가

비오는 광장 동영상도 찍었다.


(동영상)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이렇게 스플리트에선

로마황제의 사적 건축과 그리스도교 공적 건축이란

서로 다른 목적과 기원을 가진 두 종류의 건축이

겉모습만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고,

아름답기까지 하지만,

그리고 다양한 관광객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좋은 기능적 조합인 것 같기도 하지만,


박해자 디오클레티아누스와 순교자 돔니우스,

육적인 사랑과 욕망의 여신 비너스와

영적인 사랑과 자기희생의 그리스도가

공존하고 있단 사실을 떠올리면,

이런 부조화가 또 없다.


박해자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한가운데 있는 대성당 말고도

구시가만 해도 가톨릭 성당이 한두개가 아니다.


이건 6세기경 지어진

성 마틴 성당(The Church of Saint Martin)인데,

스플리트에서 가장 작고

가장 오래된 성당중 하나란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이건 성 필립 네리 성당(Akademska crkva Sv. Filip Neri)이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구시가 북쪽에는 십자가 달린 첨탑 밑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거대 동상이 서 있는데,

그도 그리스도교와 관련된 인물이다.


닌의 그레고리(Grgur Niski, Gregory of Nin)인데,

10세기경 크로아티아 추기경으로,

교회에서 라틴어 대신 크로아티아어를

사용할 수 있게 하면서,

크로아티아어와 문화를 진흥함과 동시에

크로아티아 내의 그리스도교도 크게 발전시켰다.


20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8.5미터짜리

이 거대 동상의 발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있어

다들 한번씩 만지고 지나가기 때문에

발가락 부분이 맨들맨들하다.


물론 나도 만지고 지나갔다.


그 속설의 기원이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바라쥬딘(Varaždin)이라는 북쪽 도시에는

좀 더 작은 크기의 똑같은 모양의

"닌의 그레고리" 동상이 있고,

거기도 사람들이 발을 꼭 한번씩 만지고

소원을 빌며 지나가기 때문에

그 동상도 발이 맨들맨들하다.


거기서도 다른 사람들 하는대로

동상의 발을 만지면서 지나갔다.

속설을 믿진 않지만,

크로아티아인들 하는대로 따라하는 게

별거 아니어도 솔솔한 재미가 있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4세기 비잔틴 도시가 된 스플리트는

11세기 크로아티아 왕의 지배하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크로아티아 도시”가 된다.


이후 크로아티아가 헝가리의 지배를 받으면서

스플리트도 이 지역 새로운 강자 헝가리와

오랜 강자 이탈리아 베네치아 공화국의

파워게임의 최전선으로

두 세력에 의해 번갈아 지배받는다.


결국 그 파워게임에서 승리한

이탈리아 베네치아 공화국이

15세기부터 수세기 동안 스플리트를 지배한다.


이후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일리리야 지방”이

잠시 되었다가,

(이건 이전 포스트에서 이야기 했었다)



이번엔 합스부르그, 즉 오스트리아,

19세기 중반 이후엔 헝가리의 지배를 받는다.


그리고 20세기초에 남슬라브인의 나라인

유고슬라비아 왕국의 일부가 되었다가

제2차세계대전 이후엔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공화국의 일부가 되고,

1991년 독립 크로아티아의 제2도시가 된다.




스플리트는 이렇게 생겼다.

아드리아해 쪽으로 난 일종의 곶이다.


(지도 출처:https://viagallica.com/croatie/lang_en/ville_split_-_carte_ville.htm)


크로아티아 제2도시인만큼

도시 전체의 크기는 작지 않은데,

흔히 관광객들은 구시가만 방문하니까

관광지 스플리트는 비교적 크기가 작은 편이다.


위 지도의 중앙 하단 부분을 따로 표시한

아래 지도에서도 하늘색 점선으로 특별히 표시된

유네스코 문화 유산이 바로 거기다.


(지도 출처:http://www.lakestevensflorist.com/split-croatie-carte.html)


그리고 매우 고맙게도 주요 관광지가

버스터미널에서 아주 가까와서

(위 지도 하단의 버스 그림이 거기다)

버스에서 내려 5-10분만 걸으면

눈 앞에 구시가 건물이 나타난다.


아마도 스플리트 버스터미널은

세계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버스터미널 중에 하나일거다.


(2018년 1월, Split, Croatia)
(2018년 1월, Split, Croatia)
(2018년 1월, Split, Croatia)
(2018년 1월, Split, Croatia)

(지도 출처:https://viagallica.com/croatie/lang_en/ville_split_-_vieille_ville.htm)


위 지도에서 표시된 부분이

1979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구시가고,

이후 개발이 금지되었다.


2006년 지역상인들의 로비를 등에 업고,

스플리트 시에서

구시가를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웠는데,

그게 유네스코 문화유산규정에 어긋나서

“다행히도”무산되었단다.


이 개발금지 구시가 내의 레스토랑은

개발은 금지되었지만

가격 인상은 금지되지 않아서

물가가 비싼 편이다.


일인분에 100-200쿠나(2-4만원)가 보통이다.


자그레브에 3주 지내다 간 나는

레스토랑 물가가 자그레브의 거의 1.5배-2배여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만 벗어나도

가격이 좀 싸져서 50-100쿠나(1-2만원) 짜리를

찾을 수 있다.


아마 좀 더 멀어지면 더 싸질거다.


보통 10쿠나(약 2천원),

비싸봤자 대체로 20쿠나를 넘지 않는

커피나 아이스크림은 구시가에서 즐기고,

밥은 구시가 바깥에서 먹는게

좀 더 경제적일 것 같다.


그리고 다른 크로아티아 도시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상점이나 레스토랑이 일요일엔

거의다 문을 닫고,

관광시설 입장도 오후 3-4시에 끝나는 편이다.


스플리트 뿐 아니라 크로아티아는

전반적으로 물이 좋은 편이라

수돗물을 마시는 분위기인데,

스플리트를 비롯한

달마티아 지역이 물이 더 좋다고 한다.


스플리트 구시가 북쪽 공원엔

크로아티아 시와 물이 흐르는 작은 구조물 옆으로

공공 급수대도 있다.


(2018년 1월, Split, Croatia)


관광객은 주로 스플리트 구시가에 머무르지만,

사실 유네스코 영역 밖도 나쁘지 않다.


여긴 스플리트 구시가 북쪽의

가야 불라트 광장(Trg Gaje Bulata)인데,

한쪽엔 18세기에 지어진

건강 성모 성당과 수도원(Crkva i samostan Gospe od Zdravlja , Monastery and Church of Our Lady of Health)이 있고,


(2018년 1월, Split, Croatia)

다른 한쪽엔 스플리트 국립 극장(Hrvatski Narodni Kazaliste)이 있는데,

달마티아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극장인

이 예쁜 노란색 건물은

19세기 말에 건설되었다고 한다.


(2018년 1월, Split, Croatia)

여긴 좀 더 북쪽의 주택가인데,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도시"임을 드러내는

커다란 그래피티도 벽에 그려져 있다.


(2018년 1월, Split, Croatia)


그리고 여긴 마리안 산에서 내려오는 길의

그냥 흔한 주택가다.

별 특별한 것 안하고

그냥 이렇게 골목을 걷기만 해도 기분 좋은 도시다.


(2018년 1월, Split, Croatia)
(2018년 1월, Split, Croatia)
(2018년 1월, Split, Croatia)
(2018년 1월, Split, Croatia)
(2018년 1월, Split, Croatia)
(2018년 1월, Split, Croatia)
(2018년 1월, Split, Croatia)


하지만 스플리트의 가장 중요한 관광포인트는

뭐니뭐니해도

그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이 있는 구시가이고,


거기 하나 더 덧붙이자면 아름다운 바다,


거기 또 하나를 덧붙이자면

아름다운 바다와 구시가를 볼수 있는

전망 좋은 작은 산인 것 같다.


나는 2018년 1월말 6박 7일 일정으로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를 갔는데,


스플리트에서 낮 일찍 도착해서

담날 저녁에 출발하는 꽉찬 1박 2일 지내고,

두브로브니크에서 4박 5일 지낸후,

다시 자그레브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스플리트에 밤에 도착해서

그 다음날 저녁에 자그레브로 출발하는

짧은 1박 2일을 지냈다.


즉, 스플리트에서 다합쳐서 

2박 3일 정도를 지낸 셈인데,

만약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틀 안에서

그냥 구시가만 둘러볼 생각이라면

스플리트는 당일치기나 1박 2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유네스코가 정한 틀에서 벗어나

유네스코가 미처 보지 못한

좀 더 넓은 스플리트를 보려면

이 크로아티아 제2도시는 2박 3일도 부족하다.


1월말에 갔을 때

스플리트건 두브로브니크건 계속 비가 오길래,

한국인들의 블로그엔

해가 쨍쨍내리쬐는 사진만 있는데,

내가 운이 안 좋아서

유독 비가 많이 오는 때 딱 맞춰 간줄만 알았다.  


그런데 얼마전 만난

스플리트 출신 크로아티아애들한테

내가 스플리트 갔을 때 계속 비가 왔다고 하니,

원래 겨울엔 그렇단다.


겨울에 가니 관광시즌이 아니라

안 붐비고 줄 안서도 되고

호텔이건 유적지건 덜 비싼 건 좋은데,

달마티아 지방은 또 날씨가 그렇다.


근데 여름에 가면 관광객으로 넘쳐난단다.


그 스플리트 출신들의 증언(?)에 따르자면

여름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구시가 골목에 서 있어야 하는 수준이란다.


그래서 스플리트를 비롯한 달마티아는

시즌 전 5,6월, 혹은 시즌 후 9월이

가장 관광하기 좋은 때라고들 한다.


워낙은 이번 포스트에서

구시가를 쭉 둘러볼까 했는데,

그럼 또다시“브런치”가 아니라

“디너”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짧게 쓰라”는 지인의 충고를 받아들여,

우선 이번 포스트는 짧게(?) 워밍업을 하고,


다음 포스트에선 유네스코가 인정한

스플리트의 인공적 구조물을,


다다음 포스트에선

스플리트 출신들이 더 좋아하고,

2박3일 체류자인 나도 스플리트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아름다운 자연을 둘러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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