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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Jun 24. 2018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특별한 선물

유네스코 문화유산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과 구시가


인기 미드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도 유명한

스플리트의 가장 중요한 관광지인

거대한 흰색 건축블록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Diocletian’s Palace)은

사실

“궁전”이라기보다는 “시가지”에 가깝다.


궁전이라는 이름을 듣고

우리가 흔히 상상하게 되는

그런 웅장한 하나의 닫힌 공간이 아니라,

여러 독립된 건물들과 길로 이루어진

열려 있는 공간이다.


4세기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자신의 별장으로 쓸려고 건설하면서

아마 거대한 궁전을 염두에 둬서

혹은 황제가 머무는 공간이어서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 같은데,

천여년의 시간동안 변형되고 또 확장되어서,

지금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궁전과 많이 다르다.


역사기술에 근거해서 재구성했을

“원래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모습을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정사각형 모양이고,

현재 궁전과 바다 사이에 “리바(Riva)”라는

넓은 보도가 있는 것과 달리,

원래는 궁전이 바다와 직접 연결되었다.


왕의 궁전은 그를 지키는 요새이기도 해야했을테니

전략적으로 아마 그게 더 나았을거다.


실제로 궁전의 반은 황제의 개인공간이고,

나머지 반은 군사 요새였다고 한다.


http://travelswithsheila.com/following-emperor-diocletians-palace-walking-map-in-split-croatia.html
(출처:https://www.pinterest.com/pin/403424079105864966/)


지금도 기본적으로 사각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러 방향으로 확장되었고,


무엇보다도 바다와 궁전 사이에 “리바”가 있어,

한쪽엔 바다를,

다른 한쪽엔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을 끼고

걸을 수 있다.


아래 조망적 사진에서 아래쪽에 좌우로 난

산책로가 바로 “리바(Riva)” 길이다.


(출처:https://www.whatsinport.com/Split.htm)


리바(Riva)길은 해변로니 그냥 놔둬도 좋을 길인데,

거기에 야자수를 심고

하얀 벤치를 바다 방향으로 겹겹이 배치했다.


리바(Riva)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가지게 된 건

200년전인 19세기초 나폴레옹이

일리리아 주라는 명칭을 부여하며

달마티아를 지배했던 때부터라고 한다.


(2018년 1월, Riva, Split, Croatia)
(2018년 1월, Split, Croatia)
(2018년 1월, Riva, Split, Croatia)
(2018년 1월, Riva, Split, Croatia)
(2018년 1월, Riva, Split, Croatia)
(2018년 1월, Riva, Split, Croatia)
(2018년 1월, Riva, Split, Croatia)
(2018년 1월, Riva, Split, Croatia)
(2018년 1월, Riva, Split, Croatia)


"리바"에서 바다를 보면 뭐 이런 느낌이다.


(2018년 1월, Split, Croatia)
(2018년 1월, Split, Croatia)
(2018년 1월, Split, Croatia)
(2018년 1월, Riva, Split, Croatia)

(동영상 1:Riva)

(2018년 1월, Riva, Split, Croatia)


낮에는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바다로 향한 벤치에 앉아 있어도 참 좋고,


밤에는 벤치 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밑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다.


벤치처럼 카페의 좌석도

궁전을 등지고 바다를 향해 놓여져 있는데,

마치 거대한 아드리아해와 하늘이 연출하는

멋진 자연의 아이맥스 영화를 관람하는 기분이다.


물론 자연이 보여주는 풍경은

모방물인 영화보다 더 편안하고 더 아름답다.


바닷바람과 냄새, 바다가 꼼지락거리는 소리

그 아름다움을 한층 끌어올린다.


거기에 앉아 있기만 해도 물론 좋지만

스플리트에 가서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을

안 보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니

이제 그 유명한 궁전에 들어가보자.


아래 지도 가운데 아래 하늘색 점선으로 표시된,

별 모양에 가까운 부분이 

1979년 UNESCO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플리트 구시가고,


(지도 출처:http://www.lakestevensflorist.com/split-croatie-carte.html)


그 중에서도 위지도에서 진한 회색으로,

아래 지도에서 네모로 표시된 부분이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이다.


사각형의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안의 길은

미로 같이 얽히고 섥혀 있지만,

그냥 마구잡이로 길이 난 건 아니고,

잘보면 동서와 남북으로 가운데 길,

카르도(Cardo)와 데쿠마누스(Decumanus)가

십자 모양으로 교차된다.


동서로 난 데쿠마누스 길의 남쪽,

즉 바다로 난 부분은 황제의 거처였다고 하고,

그곳에 좀 더 중요한 건축이 많고,

건축 장식도 보다 화려하다.


(지도 출처: https://www.whatsinport.com/Split.htm)


두번째 지도의 1번 닌의 그레고리 동상, 

4번 돔니우스 성당,

11번 건강 성모 성당과 프란치스코 수도원,

12번 국립극장,

16번 성 로크 성당,

17번 페리스틸,

21번 버스터미널 등은

이전 포스트에서 이야기했다.



이 포스트에서는 이제 다른 부분들을 둘러보겠다.

편의상 두번째 지도의 번호를 그대로 붙였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에는

동서남북으로 4개의 문이 있는데,

북쪽엔 (황)금문(The Golden Gate, Porta Aurea/Porta septemtrionalis),

동쪽엔 은문(The Silver Gate, Porta argentea),

남쪽엔 동문(The Bronze Gate, Porta Aenea),

서쪽엔 (강)철문(The Iron Gate, Porta ferrea)이 있다.




2. 북쪽 금문(Golden Gate, Porta septemtrionalis)


궁전 북쪽은 군사 요새였고,

금문도 그에 걸맞게 두 겹으로 배치되어 있다.


궁전 남쪽 페리스틸 광장에서 북쪽으로

카르도(Cardo)거리를 따라 걸으면

금문이 나오는데,

그 선을 좀 더 연장하면

4세기 당시 로마제국 달마티아주의 수도였던,

그리고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태어난 도시인

살로나(Salona)에 닿는단다.

 

이 문은 황제와 그 가족만 이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황금”이라는 이름이 붙었나보다


스플리트 주요 유적 앞에는

이렇게 여러 언어로 설명한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금문 근처로는 그냥 엄청나게 길고 높은

거대한 성벽뿐이다.


언뜻 봤을 때는 그냥 폐허인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면 창문이 있고,

사람이 사는 흔적이 보인다.

이런 지은지 거의 2천년이 다 되어가는 건물에서 사는 건 어떤 느낌일까?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동영상 2: The Golden Gate)

(2018년 1월, The Golden Gate, Split, Croatia)


금문의 바깥문과 안쪽문 사이에는

작은 뜰 같은 공간이 있다.


아래 사진은 그 뜰의 동쪽벽이다.


금문의 원래 이름은 

Porta septemtrionalis(북문)였는데,

나중에 Porta Aurea(금문)라 불렀다고 하니,

이 벽에 쓰인 라틴어 문구는

나중에 덧붙여진 것 같다.


예전에 라틴어를 배웠는데,

읽어보니 내용은 알 듯 알 듯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이건 작은 뜰에서 바깥문을 바라본 구도.

멀리 닌의 그레고리 동상도 보인다.


밖에서 볼 때는 벽이 균일해 보였는데,

안에서 보니 층이 보인다.


처음 지을 때 그렇게 층을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나중에 좀 더 높게 쌓아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이건 두겹으로 된 금문의 안쪽 문이다.

뒤로 카르도(Cardo) 길이 보인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금문 밖 서쪽에는

발굴하다 만 것 같은 고대 유적도 있다.


교회유적인 것 같았는데

그러면 그리스도교 공인 전 악명높았던

박해자의 궁전보다 나중에 만들어진 걸거고,

그래서 구시가의 유적들보다 덜 중요한건지

설명도 없고, 보호막도 없고

그냥 방치되어 있다.


다른 도시였음 아마 중요한 관광지였을텐데,

여기선 이런 게 너무 흔하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 동쪽 은문(The Silver Gate, Porta argentea)


로마시대 동문(Porta orientalis)이라고 불렸던

동쪽의 은문은 데쿠마누스(Decumanus)길을 통해

서쪽의 철문(The Iron Gate)과 연결된다


금문과 달리 은문은 천여년 동안

변형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중세시대부터 1952년까지는 막혀 있었고,

대신 “베네치아 문(The Venetian Gate)”이라

불리는 다른 작은 문이 있었단다.


은문 바깥 쪽에는 17세기초

도미니크 교회와 수도원이 세워졌는데,

현재도 그곳에 자리잡고 있다.


1952년에 원래 모습으로 재건하면서

천여년 동안 닫힌 은문에 덧붙여졌던 건축들은

모두 제거되었다.


예전 자료사진을 보면

1940년대만 해도

닫힌 은문 앞에 낮은 건물이 붙어 있었다.


지금은 아마 이곳에 장이 서는지

부스가 여러 개 서 있었는데,

내가 갔을 때는 닫혀 있었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fㅗ


19. 서쪽 (강)철문(The Iron Gate, Porta ferrea)


로마시대 서문(Porta Occidentalis)이라 불렸던

서쪽의 철문은 궁전의 4개의 문 중에서 유일하게

계속 열려 있던 문으로,

매우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을 겪었다.


로마시대엔 승리의 여신 니케(Nika)의 부조가

새겨져 있었고,

(현재는 다른 그리스도교 관련 인물의 부조가 있다)

중세엔 철문 위로 작은 교회가 세워지고,

문 안쪽이 법정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의 4개의 문 중에

여기가 가장 아름답다.


아마도 그건 다른 문들과 달리

문 옆에 죽어 있는 듯 황량한 벽만 있는 게 아니라,

무언가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건물이 있고,

사람이 사는 흔적이 있어

가장 활기 가득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활기뿐 아니라

문 위에 달린 작은 교회종과 

12개의 눈금이 아닌 24개의 눈금이 새겨진

예쁜 시계탑도 철문을  특별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장식적 요소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철문에서 데쿠마누스(Decumanus) 길을 통해

동쪽의 은문과 연결되는데,

그 길엔 여러 종류의 상점이 즐비하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철문 바깥 서쪽엔

나로드니 광장(Narodni trg)이 있는데,

그곳도 예쁜 건축물과 카페, 레스토랑으로

사람들이 붐비고 활기가 넘친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7. 남쪽 동문(The Bronze/Brass Gate, Porta Aenea)과 18. 지하 홀


로마시대엔 남문(Porta Meridionalis)으로 불렸고,

르네상스 시대부터

동문(Bronze/Brass Gate)으로 불리는 남쪽 문은

그 규모도 매우 작고

그 기능도 다른 문들과 달랐다.


예전에는 바다에 곧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적의 침입을 받았을 때

바다로 통하는 탈출구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리스인들이나 바이킹, 영국인등과 달리,

육로를 통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며

제국을 키워간 로마인들에게

아마 해상로는 중요하지 않았나보다.


그 넓은 바다를 겨우 탈출구로 활용했다니 말이다.


현재는 스플리트 관광객들이 투어를 시작하는

중요한 시작점이 된다는 이 동문

정말 작고 소박하고 어둡고 눈에 안 띤다.


아래 사진에서 성당첨탑 아래쪽 야자수 사이에

자리 잡은 작은 통로,

아래아래 사진 가운데 아래쪽

붉은 빛이 아스라히 뿜어나오는 곳이 바로 거기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Croatia)

안쪽에서 보면 이렇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그 문으로 들어가 지하통로를 계속 걸으면

페리스틸로 연결된다.

아래 페리스틸 사진의 가운데 하단의 통로가

바로 동문으로 통하는 입구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동문페리스틸 사이의 지하는

궁전의 창고 기능을 했고,

중세시대에는 거주지로,

19세기경에는 쓰레기 하치장으로 사용되었단다.


현재는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2018년 1월에 갔을 때는

동서로 난 통로에 꽃시장이 서서

나무랑 꽃이랑 씨앗 같은 걸 팔고 있었는데,

원래 이곳에선 그런 행사나

다른 문화적 이벤트를 많이 한다고 한다.


서쪽엔 무슨 박물관도 있었는데

나는 들어가보지 않아서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르겠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페리스틸에서 지하통로로 들어가지 않고

반층정도 바깥 계단을 걸어올라가면,

황제의 거처가 나온다.


본격적으로 황제의 거주지로 들어가기 전 입구의

한 가운데에는 위가 뻥 뚫린 돔 모양

베스티불(Vestibule)이라 불리는

커다란 둥근 방이 있다.


천장의 둥근 구멍이 너무 제대로 원이어서,

일부러 그렇게 지붕없이 만들어놓은 듯

보이기도 하는 이 방은

원래 황제의 거처로 들어가는 통로의 로비였는데,

 

이후엔 그냥 일반인들의 공간이 되면서,

20세기 중반까지도 여기에

보통 사람들이 닭 키우고

식물도 재배하며 살았다고 한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동영상 3: Vestibule)

(2018년 1월, Vestibule, Split, Croatia)


황제의 거처의 현관이었던 베스티불로 들어가도

지금은 황제의 거처의 유적이 거의 없다.


대신 베스티불로 들어가면

다른 오래된 건물들이 나오는데,

좀 더 나중에 10세기에 건설된 중세시대 건물이란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그 오래된 건물들 사이를 걸어서

좀 더 동쪽으로 걸어가면 탁 트인 공간이 나오는데,

트리클리니움(Triclinium)이라 불리는 곳으로,

황제가 식사를 하며 연회를 배풀던 곳이라고 한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비스듬히 누워서

황제는 음식을 먹고,

가운데서는 무희가 춤추고 그런 광경이 상상되는,

아주 넓은 공간이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동영상 4: Triclinium)

(2018년 1월, Triclinium, Split, Croatia)




10. 나로드니 광장(Narodni trg)


슬라브어에서 “나로드(narod)”는

“민중, 민족”을 뜻한다.

고등학교 때 배운 “브나로드”운동의

“나로드”가 바로 이거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서쪽

“철문” 바깥 쪽에 위치한 “나로드니”광장

13세기 스플리트가 확장하면서 형성되었다고 한다.


흔히 스플리트인들은 피야짜(Pjaca)라고 부르는데,

“광장, 시장”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piazza처럼,

크로아티아어 Pjaca도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을 뜻한다.


아마 예전에 이곳에 장이 섰었나 보다.


이 광장 동쪽엔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철문”,

시계탑, 종이 있고,


북쪽엔 구 시청(Stara gradska vijećnica, Old Town Hall)이 자리잡고 있다.


2018년 1월에 갔을 땐 구시청건물에서

책을 팔고 있었다.


정식 서점은 아닌 것 같았고

그냥 가벼운 주제의 저렴한 책들이 놓인

가판대 같은 게 있었다.

건축학적으로는 16세기 르네상스 건물이란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나로드니 광장은 반듯한 네모 모양이 아니라

두 개의 서로 다른 네모가 붙어 있는 모양인데,

좀 더 큰 네모인 서쪽 부분엔

돌로 된 스플리트 시의 문장과 깃발이 서 있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이 광장의 건물들이 다 아름다운데,

하나같이 크로아티아어로

"궁전(palača)"이라 불리는 걸 보면

아마도 예전에 귀족들이 살았나보다.




3. 스플리트 시 박물관(Muzej Grada Splita, Split City Museum)


스플리트 시 박물관은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북동쪽 골목에 위치해 있는데,

어슬렁어슬렁 골목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했다.


건물이 너무 예뻐서 들어가 봐야지 했는데,

박물관 문닫는 시간 20분 전이라

“나중에 가야겠다” 하고는

결국 나중에 가지 못했다.


14세기 초반에 어떤 귀족의 집으로

지어진 궁전이란다.


인터넷에 보니 건물도 근사하고

전시물도 괜찮고

또 전망이 좋다고 한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보치니 광장(Voćni trg)


디오클레티아누스 광장 바깥 서남쪽에 위치한

보치니 광장(Voćni trg)의 공식명칭은

라디치 형제 광장(Trg Braće Radić)이지만,

예전에 여기서 과일(voće)을 사고 팔았기 때문에,

흔히 보치니 광장, 즉 “과일 광장”이라 부른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이 광장 남서쪽엔 높고 두터운

베네치아 탑(Venerian Tower)이 있다.

15세기에 건설된 요새의 일부가 남은거다.


이런식의 탑은 유럽의 다른 도시에서도

자주 만날 수 흔한 중세건축 스타일이긴 한데,

그게 몇 개 연결되어 있으니

좀 더 웅장하고 거대하고 더 막혀 있는 느낌이다.


근데 다행히 옆에 바다로 향한 통로가 있어서

답답하지는 않다.


마치 덩치 크고 무섭게 생긴 사람이

사실 허술한 사람인 걸 알았을 때 느끼는

어떤 안도감과 반가움 그런 비슷한 느낌이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광장 한 가운데는

마르코 마룰리치(Marko Marulić)의 동상이 있다.

그는 15세기의 철학자로,

"크로아티아 문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중세,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으니

주로 라틴어로 작품을 썼지만,

크로아티아어로도 쓰고, 이탈리아어로도 썼단다.


또 특이한 건 자신의 작품에

"Marcus Marulus Spalatensis"(스플리트의 마르코 마룰리치) 혹은

“Marcus Marulus Delmata(달마티아의 마르코 마룰리치)”라는 서명을 남겼다는 거다.


스플리트 사람, 달마티아 사람이라는 정체성

강하게 가지고 있던거다.


그리고 Psychology라는 개념을

가장 처음 도입한 사람이라고 한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광장 동남쪽엔 리바(Riva)길로 통하는 통로가 있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스플리트 여행안내 사이트에서 알려준 바에 따르면 

나로드니 광장과 보치니 광장은

스플리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는데,

그 숨은 이야기와 사연을 모르는

관광객들이 보기에도 둘다 참 정이 가는 공간이다.




마몬토바(Mamontova) 길


내가 스플리트에서 가장 좋아했던 길은

마몬토바(Mamontova) 길이다.


나폴레옹이 19세기초 달마티아를

"일리리아" 지방으로 명명하고 통치했을 때

이 지방을 담당했던 프랑스 장군이

마몽(Marmont)이다.


그 때 그는 스플리트를 도시화하고, 근대화하며,

불필요한 것을 없애고 정리하는 작업을 했고,

스플리트에 전기도 놨다고 한다.


그런 그의 이름을 딴 이 길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지구

가장 서쪽에 위치한 길 중 하나인데,


브라치 섬의 대리석이 깔린 길 때문에

언뜻 고급스러워보이면서도,

또 어딘지 모르게 만만하고 친근한 느낌이다.


스플리트 구시가의 다른 부분들이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라면

여기는 스플리트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해서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보통 사람들의 자연스런 생기가 가득하다.


그리고 바다로 난 전망이 또 그렇게 좋을수가 없다.


마몬토바 길 중간엔 어시장도 있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중간에 재기발랄한 설치미술도 있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흰색 대리석 바닥이 조명이 되는

밤에 걸어도 좋고,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좀 미끄럽긴 하지만,

비를 맞아 바닥이 좀 더 반짝이는,

그리고 지나다는 사람도 많지 않은,

비올 때 걸어도 좋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프로쿠라티베(Prokurative)


프로쿠라티베(Prokurative)의 공식 명칭은

공화국 광장(Republic Square, Trg Republike)이지만,

이 광장의 삼면을 둘러싼 아치의 이름을 따

흔히 “프로쿠라티베”라고 부른단다.


프로쿠라티베의 서쪽, 북쪽, 동쪽의 건물은

베네치아 스타일로

19세기 중반 스플리트 시장에 의해 건설되었고,

남쪽은 리바(Riva)길로 연결된다.


단순히 베네치아 스타일이 아니라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 건물의 카피라고 하는데,

당시 시장이 이탈리아와의 강한 연계성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만든거란다.


남쪽에는 원래 신고전주의 양식의 분수가 있었는데,

1947년 유고슬라비아 공산정부에 의해

제거되었단다.


유고슬라비아는 2차세계대전 전후에

이스트라와 달마티아 지방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이탈리아와 영토분쟁을 겪었는데,

그 분수가 이탈리아와의 연관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없앤거다.


그 건축 의도로 보면 단순히 연관성이 아닌

정치적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건축물이라

뭐 이해는 가지만,

굳이 그걸 없애기까지 할 필요 있나 싶다.


같은 의도로 건축된

이 건물은 건드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현재 광장 밑엔

그냥 평범하고 단순한 분수가 있는데,

사실 건물 자체가 매우 화려해서

단순한 분수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동영상 5:Prokurative)

(2018년 1월, Prokurative, Spiit, Croatia)




프로쿠라티베 서쪽에는

성 프라네 성당과 수도원(The Church and Monastery of St. Frane)이 있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그 밖에 나름대로 사연을 가지고 있겠지만,

별로 유명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건물들이 빼곡한, 

미로같은 좁은 골목길을 걷는 게 또

스플리트 구시가 여행의 즐거움이다.


처음에 스플리트 구시가를 가면

뭐니뭐니해도 이 높고 좁은 골목이 눈에 들어오고,

스플리트 여행에 관한 블로그에도

이 좁고 높은 골목길에서 찍은 사진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다른 도시들처럼 그래피티도 있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평범한 동네처럼 빨래도 널려 있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여긴 옛날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었다.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2018년 1월, Split 구시가, Croatia)


로마 황제의 별장으로 지어진 “특별한”궁전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과 구시가지는

이제 더이상 궁전도 별장도 아니지만,


오랫동안 계획하고 먼길을 떠나

크로아티아를, 달마티아를, 그리고 스플리트를

찾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남다른 경험을 선물하는

특별한 공간임에 틀림 없다.


아마도 황제는 그냥 자신만을 위해 만들었겠지만,

로마제국의 몰락과 함께 궁전은

한동안 스플리트인들의 중요한 생활공간으로

그리고 현재는 전세계 관광객들을 위한 공간으로

오랫동안 그 용도를 변경하며

알뜰살뜰하게 공유되고 있다.


무자비한 그리스도교 박해자였던 황제가

본의아니게 후세에 선물을 남긴 셈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자그마치 천여년이라는 시간 동안 존재한,

"자연같은 인공물"인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은

거의 두 밀레니움이 흘러가는 동안 쌓인

알려진 혹은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채

거기 그렇게 매우 특별하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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