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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Sep 17. 2016

바르샤바 왕의 루트 3: 우야즈두프

(Trakt Królewski 3: Aleje Ujazdowskie)

크라코프스키예 프세드미예스치에 길(Krakowskie Przedmieście, Kraków Suburb Street)에서 시작한 왕의 루트 (Trakt Królewski, Royal Route)

노비 시비아트 길(ulica Nowy Świat,New World Street)을 거쳐

우야즈두프 대로(Aleje Ujazdówskie)로 이어진다.


(우야즈두프 대로 지도)



이 길은 18세기에 만들어졌고,

원래 이름은 Ujazdowa 또는 Jazdowa 였다고 하니,

'차 다니는 길' 정도의 뜻이었겠다.


그 형성 시기로 미루어 짐작했을 때

바르샤바의 옛 시가는

구시가에서부터 점점 남쪽지역 쪽이 개발되면서

커져가는 경향이라,


다른 옛시가지에 비해 남쪽에 자리 잡은

우야즈두프 대로(Aleje Ujazdówskie)는

다른 바르샤바 구시가 지역에 비해서

역사가 그리 오래된 거리는 아니지만,


근현대사에서

매우 다양한 굴곡의 역사를 경험한 곳이다.


19세기-20세기초에는

바르샤바 귀족들의 빌라가 많이 세워져,

가장 우아하고 가장 세련된 길이었다고 한다.


아마 그래서

독일군이 바르샤바를 점령했을 때

폴란드인을 모두 쫒아내고,

이 곳을 독일인 거주지로 만들었나 보다.


지금도 이 동네의 건물들은 아름답고,

상점이나 레스토랑들도 고급스럽다.


1944년 바르샤바 봉기가 있었을 때

그에 대한 응징으로

독일군이 폴란드인 300명을 총살한

참혹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1939년 히틀러가 바르샤바에 딱 한번 왔었는데,

여기에서 승전 행진을 했다고 한다.


1953년 스탈린 사후에는

공산 폴란드 정부에서 여기를

"스탈린 대로(Aleje Stalina)"로 이름짓기도 했는데,


곧이어 시작된 스탈린 격하 운동으로

원래 이름인 "우야즈두프 대로"로 되돌려

지금에 이어지고 있다.


다른 바르샤바의 오래된 지역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1944년 바르샤바 봉기 당시 폭격을 당해

1955년까지 계속 복구작업을 해야했다고 한다.


현재는 여러 대사관들이 이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우야즈두프 대로가 주소인 대사관도

여럿 (미국, 불가리아, 스위스, 리투아니아)이고,

우야즈두프(Ujazdów)는

"대로"의 이름일 뿐 아니라

인근 "지역"의 이름이기도 해서,

우야즈두프 지역 전체를 놓고 보면

거의 대부분의 대사관이 이 곳에 있을 정도로

대사관이 많다.


주 폴란드 한국 대사관도

우야즈두프 지역에 있다.


바르샤바 한국 대사관 지도

https://www.google.co.kr/webhp?sourceid=chrome-instant&ion=1&espv=2&ie=UTF-8#newwindow=1&q=ambasada koreanska warszawa&rflfq=1&rlha=0&rllag=52206762,21044163,1142&tbm=lcl&tbs=lf_msr:-1,lf_od:-1,lf_oh:-1,lf:1,lf_ui:2&fll=52.220645862977776,21.020302318603513&fspn=0.036229513570759764,0.10128205244195243&fz=14&oll=52.206762100000006,21.04416325&ospn=0.02282789233034066,0.0052357317572315765&oz=14&qop=1&rlfi=hd:;si:


이 지역엔

대사관뿐 아니라

우야즈두프 공원(Park Ujazdowski)과

와지엔키 공원(Łazienki Królewskie)도 있어서

지도상으로 보면 초록색이 많고,

공원이건 공원 근처 도로건

산책하기 좋다.


"우야즈두프" 대로의 북쪽 끝인

삼십자가 광장에서 남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오른쪽에 미국 대사관이 등장하고,

그 건너편에

거기 왜 그게 있는지 잘 모르겠는,

특별한 역사적 사건이 떠오르지 않아,

드골 동상보다 더 쌩뚱맞게 느껴지는

레이건 대통령 동상이 서 있다.


(2016년 8월, Ujazdow, Warszawa)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존경하는

링컨이나 워싱턴 대통령도 아니고,

(사실 그래도 동상이 거기 있는 건 이상하긴 하지만)

그 업적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레이건 대통령 동상이 거기 있는 걸 보아하니,

미국 대사관에서 설치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레이건이 폴란드와 무슨 관련이 있길래

그의 동상까지 세웠나 찾아봤더니,


그가 공산 치하 폴란드의 민주화운동인

Solidarność(솔리다르노시치) 운동을

지지했다고 한다.


레이건의 임기가

1981년 1월부터 1989년 1월까지였으니,

1980년

Solidarność(솔리다르노시치) 운동이 시작되고,

1989년 4월 그 결실로 드디어

폴란드에서 공산정권이 붕괴되기까지의 시기와

그의 임기가 딱 맞물려 있다.


이 동상은 1987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데

레이건 대통령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아니고,

Solidarność(솔리다르노시치) 운동에 직접 참여하거나

적어도 그걸 적극적으로 후원한 것도 아닌데,


그 이유를 알아도

동상까지 세우는 건

너무 오버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이 동상을 기획한 건

폴란드 정부나 바르샤바 시 당국이 아니라

도널드 레이건 재단 대표 개인이고,

바르샤바 시 당국은

그걸 그 장소에 세우는 걸 그냥 허락만 했다고 한다.


아 뭔가

개인의 이성적 판단능력과 미적 감각보다

열정과 추진력의 크기가 더 컸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참사의 좋은 예인 것 같다.



거기서 조금 더 내려가면

우야즈두프 공원(Park Ujazdowski)이 나오는데,

우야즈두프 공원은

나무가 많고 커서 걷기 좋은 공원이긴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바르샤바의 다른 공원들과 달리

관리된 느낌이 많이 난다.


북쪽 출구에서 들어가면

인공미가 물씬 풍기는

네모 정원이 등장하고


조금 더 걸어가면

한국에서 인공적으로 조성한 공원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정자와 물레방아를 연상시키는

작은 연못과 연못가의 작은 정자가 있는데,


찾아보니

정말로 원래 있던 연못이 아니라

연못과 바위등을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어쩐지 뭔가 인공적인 느낌이 많이 난다 했다.


하지만 그래도 다람쥐랑 오리도 있고,

산책로의 나무도 꽤 높고 우거져서,

그 잘 정돈된 정원과 연못의 인공미를 희석하는

자연스러운 자연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다.


(동영상 2016년 8월)

(2016년 8월, Ujazdow Park, Warszawa)

이 공원을 자주 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사진 찍어 둔 게 꽤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별로 없다.


여기도 사실 산책하거나 앉아 있기 나쁘지 않고,

조깅하기도 좋고,

풍경도 꽤 괜찮은 편인데,


그 옆에 있는

와지엔키 공원(Łazienki Królewskie)이

워낙 크고 볼거리가 많고,

또 자연도 더 자연스러워서

너무 거기만 사진을 많이 찍었나 보다.


(2008년 7월, Ujazdow Park, Warszawa)
(2008년 7월, Ujazdow Park, Warszawa)
(2016년 8월, Ujazdow Park, Warszawa)


우야즈두프 공원에서 나오면

초록색 지붕의 노란 건물이 보이는데,

그건

우야즈두프 성(Zamek Ujazdowski, Ujazdowski Castle)이다.


우야즈두프 대로에 있는 다른 건축물과 달리

우야즈두프 성은 매우 오래전부터,

즉, 이미 12세기부터 여기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바르샤바를 포함하는

폴란드 중동부 지역인 마조비아 지역의 공후가

사냥할 때 머무는 장소였다고 한다.


그 이후 여러 폴란드 왕과 왕비,

마조비아 공후의 거처로 사용되다가

18세기 코시치우슈코(Kościuszko) 봉기 때

군인병원으로,

1944년 바르샤바 봉기 때는

봉기자들의 병원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당시 매우 많이 손상된 건물을 복원하고

전기 바로크 양식으로 리모델링하여

1985년부터 현재까지는

현대 미술 센터(Centrum Sztuki Współczesnej,Centre for Contemporary Art )로 사용되고 있다.


개장시간은

화-일 12시-저녁 7시 (목요일은 9시까지),

입장료는 2016년 현재 보통 12즈워티,

할인 6즈워티인데,

목요일은 입장이 무료이다.



(2008년 7월, Ujazdowski Castle, Warszawa)
(2008년 7월, Ujazdowski Castle, Warszawa)
(2008년 7월, Ujazdowski Castle, Warszawa)
(2008년 7월, Ujazdowski Castle, Warsz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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