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kt królewski 4: Łazienki Królewskie)
와지엔키 공원(Łazienki Królewskie)은
바르샤바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찾는 명소 중 하나다.
아름다운 왕의 궁전들뿐 아니라
커다란 연못과 나무,
그리고 여러 동물들을 만날 수 있어
"문화"와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우야즈두프 대로(Aleje Ujazdowskie)에서
걸어가거나
116, 166, 180번 버스를 타고
공원 입구에 내려서 들어갈 수 있다.
와지엔키(łazienki)는 '목욕탕, 욕실'이라는 의미며,
와지엔키 크룰렙스키(Łazienki Królewskie)는
직역하면 '왕의 목욕탕'이라는 의미이다.
실제로 예전에 섬 위의 궁전(Pałac na wyspie, Palace on the Island)에 목욕탕이 있었고,
명칭의 '목욕탕(Łazienki)'부분은
거기에서 나온 것이다.
한편, 이름의 '왕(Królewskie)' 부분은
좀 더 나중에 등장한다.
즉,
18세기에 폴란드 왕 스타니스와프 아우구스트 포냐톱스키(Stanisław August Poniatowski)가
원래 있던 그 목욕탕과
인근 우야즈두프 영지를 사들여
거기에 새로 궁전을 짓고,
그의 여름 궁전으로 사용한 것이다.
와지엔키 공원(Łazienki Królewskie)에는
네 개의 정원, 즉
왕의 정원(Ogród Królewski, Royal Garden),
벨베데르 정원(Ogród Romantyczny, Belvedere Garden),
모던 정원(Ogród Modernistyczny , Modernist Garden)
그리고
2014년에 추가된 중국 정원(Ogród Chiński, Chinese Garden)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개의 정원이
경계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서,
각각의 정원의 이름이나 그 경계를 모르고 걸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정원 이름에 대한 안내나 정보가
드러나 있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그 경계를 못 느끼며 걷게 된다.
최근에 덧붙여진 중국 정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정원들 사이에 외관상 큰 차이도 없다.
사실 2016년에 처음 본
중국 정원과 붉은 등이 놓여진 길은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뭔가 나름대로 기획자의 의도가 있긴 하겠지만,
다른 정원들과 잘 어우러지지도 않는데다가,
무언가 인공적인 느낌이 강해서,
"와지엔키 공원"의 산책로와 울창한 나무들이 가진
야생미와 자연미를
좀 많이 손상시키는 것 같다.
2016년 7월에는
"세계로 나간 중국 팬더" 폴란드전도 있었다.
몇년 전에 폴란드 친구가
폴란드인들은
중국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관심을,
일본에 대해선
문화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 한 적 있는데,
이제 폴란드인들이 중국에 대해서
문화적 관심도 가지게 된 것인지,
아니면
중국 자본 자체가
문화에까지 침투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와지엔키 공원 바깥의 바르샤바나
다른 폴란드 도시에서는
딱히 중국 문화의 확산을 발견하지 못한 걸 보면,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어쩜 바르샤바 시민들에게는
이런 중국의 문화가 매우 이국적이어서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중국 문화가 별로 낯설지 않은,
나같은 외국인들에게는
그것이 큰 매력이 없어서인지,
사실 여기까지 가서
굳이
중국 문화를 접하고 싶지 않아서였는지
(이건 꼭 중국 문화뿐 아니라,
프랑스나 러시아문화였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런 전시도 딱히 달갑지 않고,
다른 정원들과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뭔가 와지엔키 공원이 가지고 있던
자신만의 것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것이 좀 손상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아쉬웠다.
"와지엔키 공원"은
예전에 왕이 머무는 곳이었기 때문에,
현재에도 여러 개의 궁전이 남아 있다.
섬 위의 궁전(Pałac na Wyspie, Palace on the Island),
구 오란제리아 궁(Stara Oranżeria, The Old Orange),
백색 파빌리온(Biały domek, The White Pavilion)
등이 그것인데,
이 궁전들에서는 전시회나 콘서트가 열리며,
따라서 각각의 건물에 입장하기 위해선
별도의 입장권을 끊어야 한다.
"구 오란제리아 궁"은
우야즈두프 대로쪽으로 난,
와지엔키 공원 남서쪽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거기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백색 파빌리온"이 있다.
(사진출처:http://www.lazienki-krolewskie.pl/en/architektura/bialy-domek)
이 각도로 여기 사진을 찍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찾아보니까 없다.
아마 사진을 찍으려고 하다가
사람이 많아서 포기했거나
잘 안나와서 찍었다가 지웠나 보다.
와지엔키 공원 홈페이지의 사진을 대신 올린다.
백색 파빌리온 남쪽에는
해시계를 머리에 이고 있는 사티루스 조각이 있다.
여기에서 좀 더 남쪽에 자리잡은
신 오란제리아(Nowa Oranżeria, New Orangery) 궁은
150년 이상된 건물로,
현재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즉 고급 레스토랑으로 사용되는데,
건물 자체가 레스토랑 치고는
매우 특별할 뿐 아니라 그 주변 경관도 근사하다.
와지엔키 공원에 있는 궁전 중에
무엇보다도 관광객의 눈길을 끄는 건
아마 섬 위의 궁전(Pałac na Wyspie, Palace on the Island)일 것이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인
궁전 자체도 아름답지만,
연못 위에 섬처럼 자리 잡아
연못 위에 비치는 궁전이 한폭의 그림 같고,
궁전을 등지고 그 섬 위에서 바라보는 연못도
역시나 근사하고,
궁전 앞에 놓여 있는,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한 듯한 조각들도
시선을 잡아 끈다.
이 궁전 앞 연못에서는 곤돌라를 탈 수 있는데,
곤돌라는 타려는 사람들도 기다리고,
곤돌라를 타지 않는 사람들도
그 앞에 앉아 연못을 바라보고,
또 궁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아서
이 궁전 앞은 항상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섬 위의 궁전" 옆에는
작은 원형극장(Amfiteatr, Amphitheater)이 있는데,
20세기 초반에 여기에서 공연하던 사진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예전엔 여기에서 공연을 했나 본데,
요새는 공연장으로 사용되지 않는 것 같다.
여기서 하는 공연에 대한 공지도 없고,
아무리 봐도 공연하기에 적절한 공간이 아니다
내가 막상 여기서 공연을 한다고 상상을 해보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얼마 안 되어서
수용인원이 너무 적은데다가,
모든 공원 방문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라
관객이 아닌 외부인의 관람을 차단할 방법이
딱히 없고,
음향시설,
조명,
좌석 구분도 전혀 안 되어 있다.
하지만
그냥
연못과 연못 위를 떠다니는 곤돌라,
원형극장의 잔해,
멀리 보이는 섬 위의 궁전 등을 멍하니 바라보는,
다른 식의 관람을 하며
따뜻한 햇볕을 쬐고 앉아 있기에는
매우 아늑한 장소다.
"와지엔키 공원"에서는
대통령 관저가 있는
벨베데르 궁(Pałac Belwederski, the Belweder)도 멀리 보인다.
동영상 (2016년 7월) :
원래는 다리 밑에 있던 오리를 찍던 중이었는데
옆에 있던 사람들이
대통령 관저 이야기하는 걸 듣고
(러시아어와 폴란드어가 섞인 그들의 대화가
동영상에도 녹음되었다)
멀리 보이는 벨베데르궁으로 포커스를 옮겼다.
벨베데르궁이 여기 어디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리고 그 사진도 본적이 있긴 한데,
딱 보고 그게 그건지는 못 알아보고 있다가,
그들의 대화를 듣고
나도 처음 알았다.
"와지엔키 공원"엔
이런 인간이 만들어낸 건축물 말고
자연도 매우 아름답다.
무언가 인공적으로 가꾼 정원도 있지만
와지엔키 공원의 대부분은,
그냥
하늘 높이 자란, 나뭇잎이 무성한 나무와
자연스럽게 형성된 아름다운 곡선의 커다란 연못,
그리고 그 안에 서식하는 갖가지 동물들과 같은
"자연스러운 자연"으로 차 있다.
동영상(2016년 8월)
또 다른 와지엔키 공원의 명물은
다람쥐,
오리,
그밖의 여러 새 등
동물들이다.
동영상(2016년 7월)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건
무엇보다도
공작이다.
2008년, 2013년, 2016년에 갔을 때
모두 공작이 있었는데,
이게 같은 공작인지
아니면 계속 이 공원에 공작을 배치(?)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두 마리 이상이 있는 것 같고,
공작이 나타남과 동시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이미 그 모든 것이 익숙한 공작은
사람들 사이에서 당황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아니 오히려 더 거만하고 우아하게
보란듯이 걸으면서,
가끔씩 내키면
날개를 펼쳐 보이곤 한다.
이런 공원에서 공작을 만나는 건
참 특별하고 흥미로운 일이지만,
그래서 공작이 나타날 때마다
자동적으로 카메라를 꺼내 들게 되지만,
이런 대도시 공원에 야생 공작이 서식하는 건
어딘지 모르게 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동영상(2016년 7월)
동영상(2016년 7월)
사실 와지엔키 공원이
사람 손이 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온전한 자연은 아니지만,
총 76 ha라고 하는 엄청나게 넓은 면적 때문에
여기에 가면 숨통이 트이고,
키크고 잎이 무성한 나무도 많아서
공기가 좋으니
기분도 좋아지고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아주 무더운 여름날에도
여기에 가서
그냥 나무 그늘 밑 벤치에 앉아 있으면 시원하다.
아주 세차게 내리는 비가 아니라면
나무 아래서 비를 피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옆에서 가만히 출몰하는 동물을 보거나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거나
연못이 바람에 물결지는 것을 보거나
아님
그냥 아무 것도 안하고 멍때리고만 있어도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아마도 자연의 힘이 그런 건가보다.
여름에 바르샤바에 가면
이렇게 작정하고 만든 공원이 아니더라도
도시 곳곳에 무심하게 녹아든 녹지가 많아서,
대도시 한가운데서
이런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