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라마즈 호흡이 필요하다.

똑 죽겠는 날이 오거든 발버둥을 쳐

by 김혜진

결혼하고 나면 불합리하게도 임신과 출산에 뒤따르는 살림과 육아는 여자에게 집중배당되는 경향이 있다. 맞벌이를 해도 마찬가지다. 감사하게도 나는 시어머님이 아이도 잘 키워주고 자상한 남편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지 않은 육아는 없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다 힘들다. 그럴 때 어떻게 그 상황을 넘겼을까. 정말 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썼다.


첫 번째, 내 안의 화와 짜증, 불평, 불만이 가득 차서 '뻥'하고 터지겠다 싶은 날에는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입을 틀어막고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정말 미친 여자처럼... 그러고 나서 다시 심호흡을 하고 아이 앞으로 온다. 보기에 그리 좋지 않으나 나에게는 효과가 있었다


두 번째 방법은 나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고 스스로 위로했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서있기 조차 힘들어 한숨이 푹푹 새어 나오고 갑자기 눈물이 차오르는 날에는 하던 일을 멈추고, "혜진아 너 지금 많이 힘들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타인에게 향할 짜증이 원인을 알고 조금 가라앉는다. 그때는 너무 바빠 내 안에 있는 감정이 화인지 짜증인지 불안인지 슬픔인지 제대로 마주할 시간조차 없다. 모든 감정들이 뒤엉켜 우리 집 거실보다 엉망일 때, 그때 하던 일을 멈추고 그저 나를 위로한다. '고생이 많다.', '너 정말 고생한다.' 아무도 나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주지 않을 때 스스로 너무 대견한 나를 칭찬하고 위로하며 눈물 콧물 흘리다 보면 마음이 조금 정리가 된다.


세 번째, 정말 화가 폭발하기 직전 나는 유튜브에서 화를 다스리는 법, 화났을 때 대처법 이런 것들을 여러 다큐멘터리에서 찾아봤다. 그때는 책 읽을 시간조차 없기 때문에 유튜브로 찾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때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화가 나에게 올 때 그것을 정면으로 맞지 말고 화라는 덩어리를 안고 춤을 추듯 돌라고 했다. 실제 화가 많은 환자들이 마치 화라는 사람이 있는 듯 혼자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는 영상이 나오는데 나도 이리저리 해도 안 풀리는 화가 있을 때 해봤다. 효과가 있다.


내가 선택한 방법들은 나에게 효과가 있는 방법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고 지치고 인생의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더 깊이 파고 들어가 나조차 주체가 안될 때 우리는 발버둥을 쳐야 한다. 불행에 잠식되지 않고 수면 위에서 숨을 쉬고 살아남기 위해 나를 돌봐야 한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스트레스 해소법이 없다. 내 스트레스를 마주하고 정리할 시간조차 없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 안의 화가 터져버려 엉망이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이에게 남편에게 쏟아붓는 말들이 결국 나에게 와 꽂히고 내 인생을 파괴한다. 그렇게 둬서는 안 된다.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조금은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산통을 겪을 때 라마즈 호흡으로 진통을 부드럽게 넘기는 것처럼. 인생의 진통이 올 때 나만의 호흡을 익혀야 한다. 라마즈 호흡으로 진통이 사라지지 않지만 죽을 듯한 진통의 순간을 잘 넘길 수 있듯이, 내 인생에 감당 안 될 진통이 다가올 때 나만의 라마즈 호흡을 찾아보자. 뭐든 시도해 보면 나에게 맞는 방법이 분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