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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Aug 23. 2020

집순이 왓챠 드라마/영화 추천

 지난번 넷플릭스 추천에 이어 왓챠의 드라마와 영화 추천을 해보고자 한다. 원래는 넷플릭스만 구독하고 있었지만, '체르노빌'과 '킬링 이브'가 너무 보고 싶어서 왓챠 무료 체험을 신청했다가 생각보다 볼 콘텐츠가 많아서 월 구독을 시작했다.


 체르노빌의 경우 몰입감이 대단해 에피소드 5개를 순식간에 해치웠지만, 킬링 이브는 빌라넬과 이브의 미묘한 감정 변화에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극의 흐름이 부담스러워서 시즌 2를 보던 중 하차했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시즌 2까지 간 것도 대단한 것이 킬링 이브는 청불 등급, 여주 빌라넬이 킬러로 나오기 때문에 이브의 관심을 끌기 위해 빌라넬이 유난스러운 방법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 빈번해서 내 유리멘탈로는 시청하기 어려웠다.


*나의 콘텐츠 취향:

해피엔딩, 로맨틱 코미디, 시원한 액션류, 뮤지컬 영화, 힐링물 선호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콘텐츠 못 봄. 우울한 내용은 피하는 편. 그래서 미성년자 관람불가 콘텐츠는 애초에 접근을 잘 안 함. 15세 관람가 수준이 딱 맞는 편임




1. 체르노빌 (2019년, 15세 관람가, 에피소드 5개, 에피소드당 1시간가량)


 소련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고증하며 풀어낸 미국 HBO 방영 드라마다.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라 기대를 많이 했다. 그리고 그 기대를 충분히 채울 정도로, 대단한 갈등구조 없이 과거 일어났던 참사를 담담히 시간 순으로 풀어내준 것뿐인데도 너무나 무섭고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물론 정부의 은폐 공작, 진실을 파헤치고 수습하려는 과학자의 앞길을 막는 세력, 진실을 숨기고 사고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군인, 광부 등 수많은 사람들을 이용하는 모습은 그 어떤 잘 짜인 공포영화 시나리오보다  더한 호러물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지만.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던 당시(그마저도 소련 정부의 선동 작업이었겠지만), 발전소가 폭발하며 내뿜은 섬광에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 보다 아름다움을 느끼고 매료되어 야외로 나와 그 광경을 지켜보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에피소드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아이고 저러면 안 되는데.' 싶은 지점들이 왕왕 나왔고, 이 사고는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실제 일어났던 일들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지금 세계의 원자력 발전소는 과연 안전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물론 체르노빌 시절보다 기술이 훨씬 진보했을 테지만). 드라마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불편한 진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할수록 거짓말은 진실에게 빚을 지고 우리는 언젠가 그 빚을 갚아야 한다. 이 무서운 현실을 알려주는 체르노빌, 나 같은 스타일의 쫄보라면 낮에 보길 추천한다.


+ 있는 그대로를 고증하는 것인데도 왠만한 웰메이드 스릴러 영화보다 나은 몰입감, 긴장감, 공포


-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재난을 그려낸 거라, 그런 장르에 약한 사람에게는 과하게 무서울 수 있음



2. 와이 우먼 킬 (2019년, 청소년 관람불가, 에피소드 10개, 에피소드당 50분가량)

 '와 살인! 이혼보다 싸다.'라는 자극적인 카피 라이트에 눈이 갔던 드라마다. 미국 CBS에서 방영했던 드라마로 컬러풀한 등장인물 섬네일의 이미지가 너무 예뻐서 클릭했는데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톡톡 튀고 흥미로웠다. 위기의 주부들 제작진이 만들었고, 기본적으로 치정에 관련한 내용이지만 거북할 정도는 아니다. 배경은 미국 부유한 동네 파사데나의 한 저택. 이곳에서 1960년대, 1980년대, 2019년을 산 세 커플이 주인공이다. 그렇게 잔인한 장면은 없는데, 소재가 자극적이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된 것 같다.


 1960년대는 남편만 바라보는 현모양처인 베스 앤(제니퍼 굿윈), 1980년대에는 부유한 사교계 명사 시몬(루시 리우), 2019년에는 바쁜 변호사이자 양성애자인 테일러(커비 하웰 밥티스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녀들이 어떤 이유에선가 저마다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데 이 세 여자의 에피소드들을 풀어나가면서 불륜, 동성애자 이슈, 개방 결혼 이슈, 약물중독, 가정폭력 등의 문제들이 펼쳐진다. 보다 보면 누가 누굴 어떻게 죽이게 될지 정말 궁금해지는데 마지막 화에 모든 이야기가 싹 정리되는 끝 맛도 꽤나 괜찮은 드라마다. 개인적으로는 베스 앤의 의상이나 당시 배경이 그림처럼 예뻐서 눈길이 가장 많이 갔고, 고전적인 느낌의 고분고분하고 상냥한 베스 앤이 복수하는 에피소드가 가장 맘에 들었다. 꾹 참고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면서 계획을 실행하는 베스 앤의 광기가 매력 포인트!


+ 아름다운 영상, 멋진 배우들, 시원한 결말


- 셀블록탱고에서 본 듯한 화면, 그리고 개인적으로 테일러 커플의 결말은 조금 아쉬움



3. 싱 스트리트(2016년, 15세 관람가, 1시간 45분)

 싱 스트리트는 '원스', '비긴 어게인'을 만든 음악 영화의 거장, '존 카니' 감독의 영화다. 개인적으로 존 카니 영화 중 '싱 스트리트'를 가장 좋아하는데, 아일랜드의 암울한 배경과 상반되게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의 신선한 음악이 너무도 듣기 좋기 때문이다. 딱딱한 교칙의 남학교에 전학 간 '코너'는 학교 앞에서 '라피나'를 만나 첫눈에 반하고,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본인이 밴드를 한다고 거짓말한다. 그리고 라피나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진짜로 친구들을 수배해서 밴드를 만들고 곡을 쓰며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라피나를 초대한다. 이 영화 보면서 라피나 역을 맡은 배우(루시 보인턴)가 정말 예뻐서 눈여겨봤었는데, 이후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보헤미안 랩소디', 미드 '더폴리티션'에도 등장해서 반가웠다!


 코너가 보컬이라면 극 중에 악기 천재로 '에먼'이라는 친구가 나오는데 이 배우도 정말 매력적이었다. 배우들로 하여금 노래를 하도록 시킨 게 아니라 실제로 음악을 하는 뮤지션을 데려다 연기를 시킨 게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 든다. 청춘의 성장영화이자, 꿈을 위한 찬가다. 이 영화 속 모든 노래가 다 좋지만, 특히 'Drive it like you stole it' 음악을 가장 좋아한다. 지금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쿵쿵 뛴다.


+ 눈이 즐거운 배우들의 비주얼, 멋진 음악들, 청춘의 에저지가 어우러지는 기분 좋은 영화


- 이렇게 열린 엔딩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4. 한자와 나오키(2013년, 에피소드 10개, 에피소드당 1시간가량)

 2013년 일본 전역은 주말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돌풍에 휩싸였다. 금융이라는 장르소설에 특화된 작가 '이케이도 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이 드라마는 회가 거듭될수록 인기를 드높여  마지막 회 수도권 시청률이 42%를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 또한 일본어 공부하려고 이 드라마를 시작했다가, 사건이 너무도 흥미진진하고 몰입감이 좋아 일본어 공부고 뭐고 치우고 자막을 열심히 보며 빠른 시간 내  시즌 1 완결까지 해치운 드라마다.


 '당했다면 당한 만큼 갚아준다. 배로 갚아준다!'라는 주인공 한자와의 명대사에서 느낄 수 있듯, 이 드라마는 은행이라는 보수적인 조직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 쓰는 한자와가 열심히 발로 뛰며 복수하는 속 시원한 '직장인 판타지' 드라마다. 드라마는 원작 소설 내용을 거의 대부분 차용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장편 소설책 두 권 분량의 내용을 총 10회 드라마로 나타내는 만큼 전개가 빠르고 몰입감이 좋다. 한자와 역할의 주연배우 '사카이 마사토'의 열연 또한 주목할 만하다. 왠지 모르게 웃고 있어도 눈이 우는 것 같은 처연한 인상인데, 아락바락 노력해서 훌륭한 복수를 완성하는 그를 보고 있자면 고구마 10개 먹은 답답한 속에 사이다 100캔을 들이붓는 상쾌함이 느껴진다.


 소설책 3,4권이 출시되기도 했고 워낙 인기 있었던 작품이라 많은 사람들이 시즌 2를 원했으나, 처음에는 사카이 마사토 배우가 한자와나오키 이미지로 고착될 까봐 고사했다가 정신 차리고(?) 촬영에 돌입해 현재 시즌 2 방영 중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시즌 2는 국내 방영 및 왓챠에도 올라오지 않았고, 그나마 왓챠에서  매주 시즌 1 새 에피소드를 업로드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쾌한 사이다를 원한다면 강추한다.


+ 시청률로 입증된 시나리오와 연기력


- 한자와가 도게자에 너무 집착한다



5. 더 포스트 (2017년, 12세 관람가, 1시간 55분)

 이 영화는 메릴 스트립 배우와 톰 행크스 배우고 논쟁하듯 마주 선 강렬한 포스터에 이끌려 관람한 영화다. 드라마 장르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지 모르게 홀려서 본 영화이기도 하다.


 더 포스트는 미국의 해리 트루먼, 드와이트 아이젠하우어, 존 케네디, 린드 존슨 대통령을 거쳐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대에 이르기까지 지속해 온 베트남 전쟁에 대한 미국 정보의 은폐와 거짓 공작에 대한 폭로를 담고 있다. 베트남 전쟁의 참혹한 실상(미국이 이기고 있는 양상이 아닌데도 미국에서는 베트남 전에 승리해나가고 있다고 선동한다)을 목격한 기자 다니엘 엘스버그가 베트남전의 실상에 대해 정리한 보고서, 일명 펜타곤 페이퍼를 몰래 반출한다. 이를 기사로 터뜨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던 그 덕분에 처음에는 뉴욕 타임스가 최초로 특종 보도에 성공한다. 이에 분노한 미국 정부가 뉴욕 타임스를 고소하게 되고, 사실상 뉴욕 타임스의 후속 보도는 힘들어진 상황. 정부의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은 워싱턴 포스트가 은밀하고 조심스러운 준비 끝에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해 이를 기사화 시키며 국민들을 우롱한 정부의 행태를 고발한다. 그야말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를 명확하고 통쾌하게 보여준 수작이다.


 무엇보다 초반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얻어 가는 입체적인 캐서린(메릴 스트립 배우) 캐릭터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여성 발행인(회장)이 없던 시절, 여성에 대한 선입견(캐서린은 사교계에서나 능력 있지, 언론사 회장으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폄하한다)으로 그녀를 그저 얼굴마담으로만 내세우려는 이사들에게 캐서린은 보란 듯 목소리를 높이고 결단을 내린다. 특별히 자극적인 장면이 없음에도 이 영화가 묵직한 임팩트가 있는 이유는 메릴 스트립 배우의 연기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 사실 기반의 탄탄한 서사, 심장을 뜨겁게 만드는 언론인들의 의리


- 예상 가능한 이야기 흐름, 배우들의 연기력이 커버해주긴 하지만



6. 아이 필 프리티(2018년, 15세 관람가, 1시간 50분)

 아이 필 프리티는 미국의 대세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가 주연을 맡은 영화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없던 주인공 '르네'는 피트니스센터에서 스피닝 운동을 하던 중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정신을 잃게 되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본인의 모습이 본인에게만 다르게 보이면서 잃었던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게 된다.


 극 초반 르네가 의기소침했던 모습에서 자신감을 찾은 후 생기발랄해진 모습을 보면 절로 유쾌해진다. 본인 혼자 착각에 빠진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그녀의 근자감과 발랄함이 왠지 밉지 않다. 보통 이런 스타일의 영화는 매력적이지 않게 묘사되는 비주얼의 주인공이 머리에 충격을 받고 나서 일어나면 누가 봐도 매력적으로 보이는 다른 배우가 연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그 틀을 깨서 신선했다. 코미디를 전문으로 하는하는 배우답게(에이미 슈머는 본인 이름의 스탠딩 코미디 쇼까지 운영하는 배우다) 중간중간의 푼수 같은 모습이나 개그를 펼치지만, 그것은 건강한 자신감과 자기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한 끗이 이 영화가 그저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 그 이상임을 알게 해준다.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영화다, 추천한다.


+ 밝고 재치있고 건강하다. 마음편히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


- 깊이 있는 성찰까지 끌어내기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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